꼭 틀고 읽어주세요 ♥ 고무신 신고 기다렸는데 꽃신 안 신겨준 구남친 정세운, EX - BOY FRIEND 포뇨, 2/3 요새 정세운 때문에 시달리고 시달리는 피곤한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다. 실상 시달림이라고 표현하기엔 정세운은 내게 그 어떠한 행동도 직접적으로 가하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정세운의 시선은 오로지 나를 향해서만 움직인다는 걸, 그리고 그건 굉장히 불편하다는 걸, - ...., 마치 CCTV가 날 둘러싼 기분이랄까, 아무튼 지금 굉장히 피곤하다. 저 망할 놈의 포뇨를 어떻게든 엿 맥일 거야, 라고 다짐만을 가다듬었다. EX - BOY FRIEND 2 - 1 여느 때와 다름 없는 하루를 가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상하게 불길한 징조가 계속 따라다녔다. 예를 들면, 1분 차이로 타던 버스를 놓쳤다던가, 아침에 빵집에 들려 산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떨어뜨렸다던가, 혹은 오늘따라 메이크업이 잘 안 먹힌 거 같단 생각에 기분이 좀 안 좋다던가, 길을 가다가 누군가가 어깨빵을 했는데 일말의 사과도 없이 쌩 간다던가. 그냥 오늘은 글렀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래, 완벽하게 오늘은 글렀던 날이 틀림 없었다. * 먼저 이 대학에서 내 학과는 실용 음악과, 작곡을 전공 중인 아주 평범한 일개 대학생이었다. 근데 오늘은 운이 지지리도 따라주지 않는 건지, 합주 시간에 아주 쉬운 부분들을 연달아 실수를 하던 탓에 여러 눈초리를 굉장히 받았고, 간간히 직접적인 공격투의 말도 들었다. 근데 하필, 교수님까지 오신 탓에 끝나고 면담까지 하게 되었달까, 그래 지금 내 상황은 그랬다. 아주, 망했어. - 김여주. - ... 네, 교수님. - 하기 싫어? - .... 아뇨. - 이 정도 수준의 합주가 버벅 거릴 일이야? 내가 합주 맞히기 전에 시간 부족하게 준 것도 아니고, 너 지금 이 악보 초견하는 거야? - ... 아닙니다. - 것도 아니면 정신이 딴 곳으로 떠났냐, 뭐 네 전공은 작곡이니까 피아노는 하기 싫다 이거야? - ... 아니요, - 너 지금 다른 애들에 보다 더 노력해야 하는 거 알잖아, - ......, - 실기 좀 신경 쓰자, 어? - ... 네. 그래 그랬다. 오늘 하루는 완벽히 혼난 날, 선배들한테도 혼났던 상태였는데 교수님한테까지 멘탈이 탈탈 털린 그 날, 고등학교 입시 3년 내내 오지 않았던 슬럼프가 왔다. 몰랐었지, 나한테 슬럼프가 올 줄은. 이 시간이 끝나면 또 다음주의 이 시간이 걱정 되기 시작하고 다 하기 싫은 기분이었다. 아, 인생.... * 꿀꿀한 기분에 앞 카페에서 달달한 프라푸치노라도 사먹어야지 싶어 길을 나섰다. 그린티를 시키고 결제를 하려고 지갑을 찾는데, 전공실에 두고 왔던 게 떠올랐다. 아 나 진짜 오늘은 날이 아니구나, 그래서 알바하는 분께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리려던 순간 앞에 하얀색 카드를 내미는 손이 보였다. 아, 이건 분명 누가봐도 정세운이였나. 이 손도, 이 카드도 너무 익숙해서, - 이걸로 결제 해주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 나른한 목소리, - ...., - 지금 나한테 빚진 거 맞지? - ...., - 너 성격상 빚지기는 싫을 거잖아, 그니까 나랑 30분만 대화 좀 해주라, - ....... 아, 아직도 너무 선명하다고, 정세운의 모든 건. Ex - BOY FRIEND 2 - 2 - 어떻게 지냈어? - .... 뭐 잘 지내진 못했어, 누구 덕에. - ... 아, - 솔직히 이런 자리도 불편해, 너랑 마주하고 있는 것도. - ..... 후회했어, - ........, - 한 번만 기회를 더 주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어,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단 것도 아는데. - ......, - 자꾸 네가 좋아서 돌아가고 싶어져, - 운아, - ... 응. - 내가 너를 진짜 많이 좋아했거든, - ...., - 그래서 네가 없는 동안 엄청 힘들었어, 네가 없는 동안 모든 곳에 남겨진 너를 지우고, - ...., - 하루에 몇 번이고 삭제할까 말까 했던 너랑 찍은 사진들이랑 문자들이랑 실랑이를 하고, - ...., - 나는 그렇게 지냈어. - ..... 여주야. - 그래서 돌아갈 수 없어, 나 두 번은 이러고 싶지가 않아. - ....., - 자존심이 상하게도 아직도 네가 좋은데, - ...., - 너무 아파. 그니까 이러지 말자 제발. - ... 미안해, 앞으로도 이럴 거 같아 난. - ....., - 이기적이라 미안, 가자. 데려다 줄게. - 운아, 제발, 제발 우리 다신 보지 말자. 더 이상 최악으로 남기기 싫어 너. 근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 ......, 그 표정은 내가 지어야 할 표정이잖아. *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 와 곧장 화장을 지우고 침대에 앉았다. 주변에 보이는 악보들과 피아노만 봐도 스멀스멀 안 좋은 걱정들과 답답하고 꽉 막힌 기분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노래만 들어도 곧장 생각나는 합주들과 음악들이 어느 새인가 너무 지겨워졌다. 근데 그만 둘 수는 없었다, 그게 단지 내가 지금 와서야 다른 전공으로 옮길 수 없단 이유가 아니라 다시 원래대로 음악이 좋아질 걸 아니까, 이 슬럼프는 흘러가는 아주 작은 단계일 뿐이니까. 근데 왜 정세운은 그걸 몰랐을까. 단지 권태기가 왜 우리를 막을 거라고 생각을 한 걸까. 흘러가면 괜찮아질텐데 왜 성급했던 걸까, - 보고 싶다, 그 때 세운이. 내뱉은 말에 두 눈을 감았다. 그냥 다 잊어가고 있었는데 다시 등장한 놈이 죽이게도 싫었는데, 어쩌면 싫을 수 밖에 없던 이유는 하나였겠지, 내가 너를 잊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널 좋아하기 때문에. EX - BOY FRIEND 2 - 3 정세운이 보고 싶고, 아직까지도 좋고 완벽히 흔들릴 걸 아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정세운을 피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근데 나보다 날 더 잘 간파한 정세운은 그 선택지 마저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덕분에 언제나 우리는 추격전 아닌 추격전을 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 김재환 학식 먹으러 가자, - 사랑하는 여주야. - 뭐야, 왜 그래. 하지 마라? 밥 먹기도 전에 속 버렸으니까. -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여주, - 야 대낮에 술 마시고 왔어? 도랐니? - 아니 여주가 너무 예쁜 탓이지. - 아 하지 말라고, 왜 뭐 뭔데. 뭐 잘못해서 이러는 건데? - ... 그게, - ........ 아 불안하게 왜 뭐, 빨리 말하라고! - ... 미안, 저기 온다 그 이유. 진짜 미안 나 먼저 간다. 김재환에 말의 뒤를 돌면 애석한 탄식만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아, 정세운이다. 씨발 김재환 이 새끼를 어떻게 죽여야 하는 건가요? - 야, 운아. - ... 응. - 제발 우리 마주치지 좀 말자고, - ...., - 싫어, 너 보기도 싫고 짜증 난다고! - ........, - 자꾸 왜 그러냐 너 나한테, 일단 김재환에게 풀어야 할 화풀이의 1% 정도는 정세운에게 풀어야지 싶어 짜증 아닌 짜증을 내면 정세운은 특유의 처진 눈꼬리를 더욱 내렸다. 아 뭘 저렇게까지 시무룩해, 괜히 신경 쓰이게. - 미안, 밥이라도 같이 먹고 싶어서. - ...., 아 진짜 너 짜증이야. - ... 생각해보니까 나랑 밥 먹으면 너 체할 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짧았어 미안. - .........., - 재환이 내가 불러올게, 먼저 학식 받고 있을래? 더우니까 안에서 기다려. - ..... 와, 진짜 짜증나. 생전 표현도 잘 못하던 놈이 졸졸 쫓아다니며 저렇게 다정한 말을 내뱉고는, 지가 차버린 구여친을 저런 눈빛으로 볼 일이냐고. 말이 많던 놈도 아니였는데 자꾸 이런 저런 아무 말이나 늘어 놓으며, 재환이만 찾는 정세운이 조금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나 지금 김재환이랑 먹으면 더 체할 거 같은데, 화나서. - .... 아, - 모르겠다 뭐 너 때문에 혼자 먹어야지. - ........., 다만 변하지 않은 건, 정세운은 예나 지금이나 놀려 먹는 재미는 아주 다분하다는 거다. - 혼자 먹으러 가야지 뭐, - ... 너 밥 혼자 먹는 거 싫어하잖아, 조심스레 잡힌 내 손목이, - ...... 뭐 그래서 어쩌라고, - 나 없다고 생각하고 오늘만 같이 먹으면 안 돼? 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 - ...., 야 운아. - 응. - 나 먹을 거에 넘어간 거 아닌 거 알지, - 어, 알지. - 나 그러면 떡볶이. - 그래, 가자. 작게 웃으며 입을 가리는 정세운이, - 야 나 진짜 먹을 거에 넘어간 거 아니다. - 알지, - 야 진짜라고. - 알아, 내가 제일 잘 알잖아. 싫어질 수가 없는 거 아니냐고......, * 앞에 시킨 떡볶이와 튀김과 김밥과 어묵과 순대에 심지어 라면까지, 당황스런 얼굴로 정세운을 쳐다봤는데 여전히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는 정세운은 그저 묵묵히 나를 쳐다봤다. - 이거 다 먹으라고? - 응, - 먹고 죽으라는 뜻이야? - 설마, - .... 나 이거 다 못 먹어, - 다 먹을 거면서, - 들켰네. 이상하게 정세운과 학교를 나오면서 분식집으로 향하면서, 또 분식집에 도착해서도 어색함은 커녕 말문이 막힐 생각이 없었었다. 물론 원체 말이 많은 편인 나의 공도 컸지만 대화 소재가 고갈되면 조용히 대화를 이끌어 간 정세운의 공도 컸다. 지금에서야 느꼈는데 지금의 정세운과 그 때에 정세운은 완벽히 달랐다. 하기야, 내게 어떤 정세운이였던 정세운이였으면 좋았었지. - 근데 운아, - 응. - 왜 후회했어? 푹, 갑자기 밝았던 분위기가 조금은 가라 앉았다. 하긴 갑자기 이런 대화 주제로 노선이 바꼈는데 밝은 게 이상하지. 정세운은 오물거리던 음식을 삼키고 물을 한 번 마시고는 나를 바라봤다. 애초에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놈이라 딱히 무슨 생각인지 무슨 심정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 하루가 지나고, 하루가 지났을 때. - ....., - 내가 틀린 걸 알았어. - ......., - 자대에 돌아가서 온종일 네 생각을 했고, 제대를 하는 날엔 널 찾고 있었어. - ... 바보네, - 그리고 너한테 연락을 할까 말까 수십 번을 고민했는데. - ....., - 정말 아닌 거 같아서 참고 참다가. - ........., - 그냥 네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복학을 하고, - ......, - 복학을 하니까 욕심이 났어, 담담하게 귓가에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가, - .... 운아, - 응. - 난 아직도 그때의 우리가 그리워, - ......, - 네가 돌아오면 하고 싶던 일들이 너무 많았거든, - ....... 아, - 그래서 많이 울었어. 근데 운아, - ....., - 등신이라고 말해도, 같은 결과라도 난 널 기다릴 거였어. - 여주야. - 내가 힘들었던 건, - ....., - 네가 갑자기 권태기가 왔던 안 왔던 간에, 우린 헤어진 거고 난 차인 거고 그건 보여지는 사람한테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거잖아. - ... 응. - 근데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을 다 자기 멋대로 치부하고, 그러게 자기 말 듣지 그랬냐는 둥, 널 볼 때부터 알아봤다는 둥 그렇게 말하는 데 날 위해서 하는 말이라도 너무 싫었어. - ....., - 그래서 막 싸웠다가 나 친구 김재환 밖에 안 남았잖아, 소문도 엄청 이상하게 났다? - ........ 여주야, - ...., 그래서 이런 거 다 말하면 들어주는 게 너였는데 네가 없는 거야. 그래서 좀 그리웠다고, 내 말을 차분히 다 들어주는 네가, - 앞으로는 계속 들어줄게, - ...., - 무슨 일이 생기던 간에 열 사람 안 부럽게, 돌아온 거 같다는 생각이 날 울렸다. EX - BOY FRIEND 2 - 4 떡볶이를 다 먹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김재환을 찾으러 다녔다. 갑작스레 파고 들어오는 정세운에 무작정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 줄 사람이 필요해서 일단 김재환을 무작정 찾아 다녔다. 사실 어쩌면 답이 정해져 있음에도 부인을 내던지는 내게 합리화를 찾아 줄 사람을 찾는 걸 수도 있었다. 그 때 쯔음에는 예감했었다, 결국 난 다시 정세운을 찾을 거고 돌아갈 거라고. 감정이란 그랬다,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건 아니였다. 그랬기에, - 야 김재환! - 야야 많이 화냤냐? 미안, 정세운이 진짜 그렇게 간곡히 부탁하는 거 처음 봤다고. 너도 알잖아 정세운이 막 눈꼬리가 그렇게 강아지 같이 처진 상태로 부탁하면 거절하는 거 힘든 거. - 아 그건 됐고, - 뭐야 화내려고 온 거 아님? - 야 내가 다시 정세운이랑 사귀면, - 돌았냐. - .... 좀 아닌가? - 진심이야? - ..... 아닌 거 아는데 돌아가고 싶어서, - 야 말리지는 않는데, 지금은 아니다. 물론 정세운이 그런 놈은 아닌 거 아는데 그래도 그러면 쉽게 보는 새끼들이 있다고, 야 난 네가 누구한테 쉽게 보이고 이런 거 싫거든? - 뭐야 멘트 구려. - 야, 이 새끼는 걱정을 해줘도. - ... 아니 그래서 뭐! - 좀 밀당 좀 하다가 사겨, 냅다 그래 다시 사귀자! 이거 말고, - .... 아니 누가 요새 밀당을 하냐. 라고 말하면서 곰곰히 밀당할 방법 분석하는 거 나야 나. 아니 근데 남자의 마음은 그래도 남자가 더 잘 아는 법 아닌가. 라며 때 아닌 김재환의 밀당 강의를 듣고 있었다. 물론 모태솔로 김재환의 말을 듣는 게 도움이 될까 싶긴 하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셈 치고 열심히 얘기를 들으면 밀당 방법의 기승전결이 죄다 질투유발이냐고..., - 세운이 그런 거 안 좋아할 걸? - 야 질투유발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냐. - 아, 그렇네. - 좋아하진 않아도 애는 졸라 타겠지 뭐. - 아니 근데 누구랑 질투 유발을 하냐고, 내가 친구가 없잖아 친구가. - 그치, 아 야 근데 참고로 난 싫다? - 야 나도 싫거든? 너한테 하면 정세운이 참도 질투하겠다? - 그치, 그러면 답은 한 명 밖에 없네. - 누구. - 영민이, - 임영민? - 너한테 사심 없고 정세운이랑 너 도와줄 수 있고, 너희 사정 다 알고, 정세운도 질투 할 만한 사람이 그 새끼 밖에 없잖아. - ... 내가 왜 이 새끼 말을 듣고 있는 거지, 내가 왜 김재환 말마따나 이러고 있는 거지, 어쨌든 정세운 질투유발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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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브랜뉴즈 사랑해입니다. 오늘 세운이 글을 가지고 왔는데 분량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넘 아무말 대잔치라서 포인트 내려가지고 들고 왔어요, 사실 세운이 글을 넘 쓰고 싶어서 단편으로 가져온 글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어주셔서 넘 감사드리고 초록글까지 올려주셔서 진짜 넘 감사합니다ㅠㅠ 아 그리고 꼭 말하고 싶었는데 우리 똥강아지들 네 명 데뷔 모두 축하하고 독방까지 생겨서 넘 행복해요. 아 그리고 제가 독방 가끔 서치해보는데 간간히 추천해주시고 재미있다고 말해주셔서 다들 감사하고 구남친 세운이 글은 다음 편이 마지막인데 제가 너무 오늘은 휘갈겨 쓴 글이라서 죄송하고 다음 편엔 좀 제대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 매번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