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소란, 권정열 - 너를 보네
황제 흥신소
EP . 6
"이제 괜찮아요?"
"응, 멀쩡해."
네, 누가 봐도 멀쩡해 보이시네요. 어제는 그렇게 아파가지고 끙끙거리더니. 고개를 젓는 내 모습에 사장님이 웃고서는 말했다. '나 커피 좀.' 예예, 커피 심부름을 시키셔야 제가 이제 좀 안심을 하죠. 정말 괜찮아졌구나, 하고. 사장님에게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말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얼음 잔뜩이요?"
"아니, 그냥 뜨거운 아메리카노로."
"엑, 왜요?"
미지근한 거 싫어하니까. 사장님이 그렇게 말 하고서는 웃었다. 저번에 언니도 사장님 미지근한 거 싫어한다고 그랬는데.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언니와 사장님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그런데 왜 평소에는 그렇게 드셨어요?' 라고 묻자, 그것도 모르냐는 듯 대수롭지 않다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사장님이다.
"얼음은 네가 좋아하잖아."
사람이 한 번 아프더니, 정신이 나갔나보다.
황제 흥신소
: 여기가 흥신소인지, 출석만 하고 가는 곳인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요, 뜨거운 아메리카노."
"고마워."
원래 저 사람이 저렇게 잘 웃는 사람이었나. 대체 아팠던 동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길래 하루 아침에 저렇게 변해? 어깨를 으쓱하고서 자리로 돌아가자,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입술만 매만지며 나를 힐끔 힐끔 쳐다보는 사장님이다. '무슨 할 말 있으세요?' 라고 묻자, 화들짝 놀라는 게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 듯 싶다.
"사장님, 사람이 급하게 변하면 곧 죽는대요."
"으, 응…?"
"사장님 혹시 시한부 선고 받았어요?"
풉. 내 말에 웃는 사장님을 노려봤다. 나는 진짜 진지하게 물어본건데. 아까 커피 사러 내려갔더니 알바생이 '취향이 갑자기 변하셨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좋대요.' 라고 말 한 걸 들은 뒤로 자꾸 무서운 생각이 들어 물어봤더니, 정작 본인은 태연하기만 하네. '저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닌데.' 내 물음에 사장님이 눈을 접어 웃고서는 말했다. 아니, 왜 자꾸 웃어. 좀 떨리게.
"나 원래 얼음 안 넣어 먹는다니까."
"원래 넣어 드셨는데."
"너 얼음 좋아하니까 넣어 먹었지."
"아니, 왜요?"
직원이 얼음 좋아하니까 그걸 뜨거운 아메리카노에 넣어 마신다고? 올 해 들어 제일 재미있는 개그였다. 내 썩은 표정에 사장님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홀짝 마시더니 말했다. '그러게, 왜 그랬을까.' 맞춰보라는 걸까. 물음 아닌 물음에 입술을 쭉 내밀었다. 에라, 어차피 말도 안 해주는 거. 그냥 이따 먹을 점심 메뉴나 생각해야지. 그러며 책상 서랍에서 A4 용지 하나를 꺼내자, 급하게 나를 부르는 사장님이다.
"그, 여주야."
순간 화들짝 놀라 사장님을 바라보자, 본인도 머쓱한지 제 뒷목을 만지는 사장님이다. 아니, 그러니까. 사장님이 나를 '직원아.' 가 아닌, 좀 더듬거리기는 했다만 '여주야.' 라고 불렀다. 순간 심장 떨어질 뻔.
"네?"
"저, 이따…."
이따 커피 좀 사와? 무슨 말이 나올 지 몰라 고개를 갸웃하며 사장님을 바라보자, 답답한 듯 제 입술을 혀로 축이더니 느닷없이 큼큼 목을 가다듬는 사장님이다. 대체 왜 저러는 지 아는 분 구해요. 오늘따라 이상한 모습에 머리를 긁적였다.
"하실 말 없으시면 저는…."
"이따 점심 같이 먹을래?"
네? 내가 잘못 들었나 싶어 귀를 만지작 거리면, 한 번 더 들려오는 사장님의 목소리다.
"스테이크로 내가 쏠게."
"콜."
내가 스테이크 사달라고 한 걸 벌써 이뤄주실 계획이신가 보다. 그럼 빨리 말 하지 왜 저렇게 뜸을 들여. 베시시 웃자, 나를 보며 굳어 있다가 또 풀린 눈을 하고서 실실 웃는 사장님이다. 사장님, 아직 많이 아픈가보다.
황제 흥신소
"사장님 대박, 여태 이렇게 멋진 곳을 혼자 오신 거예요? 이거 좀 실망."
"같이 오면 체 할까봐."
뭐요? 나랑 같이 먹는데 왜 체해, 꿀떡 꿀떡 잘 넘어가면 모를까. 사장님을 한 번 흘겨보자, 그런 뜻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는 사장님이다. 예예, 그러시겠죠. 저는 그냥 사 주는 대로 먹고만 가면 되겠네요. 체할 것 같으니까!
"아, 진짜 그런 뜻 아닌데…."
"어디 앉을래요? 저는 여기. 사장님은 저기 앉으시던가."
"내가 미안하다…."
사장님이 헛 웃음을 짓고서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좀 놀려주려고 그랬던건데 몇 초 되지도 않아서 놀림이 끝나다니. 메뉴판만 바라보다 사장님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보세요?' 헉, 혹시 너무 돼지처럼 보였을라나. 슬금 슬금 메뉴판에서 손을 떼자, 빵 터져서는 웃는 사장님이다.
"왜 덮어."
"사장님이 나를 너무 돼지처럼 바라보길래…."
"많이 먹어."
오늘 왜 이렇게 잘 해줘. 괜히 간지러운 느낌에 발 끝을 꼬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드세요.' 사장님이 돈 내시는 거니까요.
"먹고 일 해야지."
"와, 무드 없어."
내 말에 사장님이 웃었다. 아, 맞다. 나 사직서 내려고 했는데. 가방 속에 아직 자리하고 있을 사직서를 떠올리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내야하는데, 오늘따라 왜 저렇게 잘 해줘. 혹시 내 사표를 본 건가 싶어 식겁해 사장님을 바라보자, 고개를 갸웃하며 '왜?' 라는 사장님이다. 아니, 안 본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사장님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잘 해주세요…?"
"응?"
"…평소랑 다르시길래."
혹시 내가 어제 간호하다가 뭐 실수해서 저렇게 과도하게 잘 해주는 건가. 내 물음에 사장님이 가볍게 턱을 괴며 말했다. '그러게.' 미친, 이러면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잘 해주니까 좋은 것 같아?"
"…예?"
'나 좋아질 것 같아?' 사장님의 당돌한 발언에 할 말을 잃고서 눈만 깜빡이자, 장난이라며 눈웃음 지어보이는 사장님이다.
"미쳤어."
"응? 뭐라고?"
"아, 아녜요."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사장님이 잘생겨 보이기 시작했다. 눈을 비비적 거리며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자, 눈이 아프냐며 걱정스레 묻는 사장님이다. 또 저렇게 물어보면 내가 간지러워서 죽겠는데.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눈이 안 아프다고 어필하고 있었을까, 내 눈에 보이는 음식이다.
"으, 음식이다."
"아, 나왔네. 맛있게 먹어."
"네에-."
황제 흥신소
"…."
"…."
아, 어색해. 팝콘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만 도륵 도륵 굴렸다. 아니, 15세 관람가 영화에서 저렇게 야시꾸리한 장면이 계속 나와도 되는거야? 괜히 사장님의 눈치를 살폈다. 사장님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동공을 한 곳에 두지를 못 하고서 지진중이셨다.
"여, 영화 재, 재미있네, 요…."
"그, 그러게…."
하씨, 분명 SNS에서는 감동 스토리라고 그랬단 말이다. 눈을 꼭 감고서 아까를 회상했다. 그러니까, 내가 왜 사장님이랑 영화를 보게 되었나면, 그건 아까 레스토랑에서 막 나왔을 때로 돌아간다… 윽.
"사장님, 진짜 진짜 진짜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이 매일 간다는 그 식당은 진짜 내가 먹어 본 스테이크 집 중에서 제일 맛있는 곳 같았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게 아직도 좋아 비실 비실 웃으며 인사하자, 내 표정이 웃긴지 덩달아 웃더니 '응. 앞으로 자주 먹으러 올래?' 라는 사장님이다. 크, 죄송해요. 제가 돈이 없어서.
"저도 그러고 싶기는 한데 제가 자주 오기에는 지갑…."
"내가 살게."
"허어, 멋있다. 방금 진짜 멋있어 보였어요."
먹을 거 사주는 사람. 최고로 착한 사람. 내가 양 손을 모으고서는 눈을 깜빡거리자, '얼씨구, 먹는 거에 잘 넘어가는 거 봐라.' 라며 또 웃는 사장님이다. 나한테 밥도 사주고, 저렇게 웃으니까 또 내 금사빠 기질이 발휘될 것 같잖아.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제 일이나 하러 가죠.' 내 말에 사장님이 웃으며 말했다. '무드 없게.' 아니, 학습 능력 대단한 것 좀 봐라.
"그, 밥도 먹었으니까…."
방금까지 말 잘 하던데 또 갑자기 왜 저렇게 말을 천천히 해. 답답한 기분에 고개를 갸웃하며 '밥 먹었으니까 왜요?' 라고 묻자, 아까처럼 큼큼 목을 또 한 번 가다듬더니 제 머리를 긁적이며 손에 들린 폰 화면을 보여주는 사장님이다.
"나, 그, 영화 1+1 쿠폰 오늘까지인데."
"…."
"일도 하기 싫고, 쿠폰 버리기도 싫고, 또 무드 없는 남자 되기도 싫으니까."
"…."
"영화나 보러 갈래?"
아니, 이거 거의 데이트 코스 아니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괜히 또 간지러워 몸을 베베 꼬았다. 아니, 김여주.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냥 사장님은 저 쿠폰을 버리기는 아깝고,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일 하기 싫은 것 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 또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저 보고 싶었던 영화도 있었는데."
이렇게 해서 영화를 보러 오게 된 것이다. 물론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는 다른 사람들도 다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지 자리가 없어서 예매율 4위인 이 영화를 택했는데… 아니 분명 내 기억으로는 감동적인 스토리라는 평가가 많았단 말이야. 사장님의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흠, 어… 사장님 저희 혹시 그, 영화 잘못 들어 온 건 아닐까요…."
점점 진해지는 수위에 눈을 꼭 감고서 말하자, 한참동안 대답 없는 사장님이다. 뭐지, 저 고 수위에 반응 한 건가. 역시 사장님도 저런 거 좋아하나 싶어 살짝, 한쪽 눈만 뜨자, 곧바로 마주치는 눈이다. '…저 얼굴에 뭐 묻었어요?' 내 물음에 말 없이 웃는 사장님이 묘했다. 갑자기 왜 저래.
"사장님…?"
"…난리야."
"네?"
왜 자꾸 말을 웅얼거린담. 고개를 갸웃하며 '못 들었어요, 왜요?' 라고 묻자 아니라며 웃는 사장님이다.
"뭐야…."
오늘 정말 왜 저래?
ⓥ0ⓥ
사장님이 한 말은............ 알려줄까 말까>3<
오늘 되게 급 전개인 것 같은데 봐주세요 헤헤 진도 빨리 빼버려야죠... 화이띵...!
암호닉은 언제나 받슙니다>_<!
♡ 암호닉 신청해주신 쿄쿄님, 황제펭귄님, 충성충성님, 0217님, 황갈량님 봉봉님, 균킹님, 황도님, 뉴리미님, 랕둥이님, 브룩님, 임금님, 홍홍님, 아가베시럽님, 짝소부님, 빈럽님, 옹스더님, 0713님, 1232님, 털없조 알파카님, 유팜님, 슬님, 멍귤님, 황제뿡뿡이님 감사합니다 ♡
혹시 제가 멍청해서 까먹구 누락이 되어버리신 분은 꼭 말씀해주세요.... 때찌때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