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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오월의 소년 09 | 인스티즈



오월의 소년










09-01







"뭐 해?"

"아, 깜짝이야!"

"뭘 그렇게 열심히 봐."

"네가 하도 안 오길래 계획 좀 짜고 있었다."





병원 앞에 삼촌이 놓아둔 작은 벤치에 앉아 열심히 노트에 글자를 끼적이는데, 귀 바로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새파란 하늘을 뒤로하고 날 내려다보는 김태형이었다. 그, 뭐. 등교를 같이 하기로 하긴 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너무 일찍 일어나버려서 아예 일찌감치 만나기로 한 장소인 병원 앞에 나와있었던 거였다. 무릎 위에 올려두었던 노트를 정리해 가방에 쑤셔넣고, 서둘러 가방끈을 한쪽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나머지 끈도 어깨에 걸치려는데, 끈이 어디로 갔는지 잡히지 않고 팔은 멍청하게 허공을 잡으며 허우적거렸다. 아, 쪽팔리게. 김태형의 시선이 느껴져 팔을 더 쭉 뻗어보는데,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몇 번을 허우적대도 끈이 잡히지 않는다. 풉, 조용한 와중에 들린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재밌다는 듯 쿡쿡 웃더니 제 팔을 쭉 뻗어 가방끈을 잡고는 내 어깨에 걸쳐줬다. 아니, 아깐 잡히지도 않던 게 왜 쟤가 잡으니까 나타나는 거야. 괜히 민망해서 큰소리로 말했다.





"야, 그.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비웃냐?"

"아니, 아니. 비웃는 게 아니라."

"지금 입꼬리가 올라갔는데? 내가 우스워?"

"야, 그게 아니라."

"그럼 뭐!"

"아니, 뭐 좀. 귀여워서."





탁. 괜히 민망한 마음에 마구 쏘아대며 걸어가던 발걸음이 멈췄다. 아니, 내가 잘못 들었나? 뭐라고? 멍한 얼굴로 천천히 김태형을 돌아보자, 김태형은 눈을 이리저리 돌리며 제 머리칼을 헝클이고 있다. 뭐, 뭐래! 아무렇지도 않은 척 소리를 빽 지르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니, 뭐? 귀여워서? 김태형 쟤는 원래 아무한테나 저런 말하고 그러나? 참내. 얼굴이 화끈거려 손등으로 뜨거운 볼을 눌렀다. 야, 같이 가. 내가 빨리 걸어가 봤자 김태형의 다리가 내 다리보다 훨씬 길었기 때문에 김태형은 금세 날 따라잡았다. 쟤는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하고도 아무렇지가 않나, 괜히 나만 심장이 쿵쿵대는 것 같아 고개를 숙여 머리칼로 얼굴을 가렸다.





"근데 아까 적던 거 뭐야?"

"어? 뭐가."

"계획 짠다며."

"아, 기말고사 계획. 얼마 안남았잖아."

"아직 한참 남았던데. 기말 계획을 벌써 짜?"

"야, 3주밖에 안 남았는데 무슨.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시험을 잘 치지."

"와, 역시 이과탑."




아까 적던 거 뭐야? 그 물음에 고개를 들어 김태형을 보자, 김태형은 눈짓으로 내 가방을 가리켰다. 아, 그거. 김태형이 오기 전까지 열심히 수첩에 적고 있던 거. 별게 아니라, 기말고사를 대비해서 간단히 플랜을 짜던 거였다. 최근에 누구누구의 가출 덕분에 신경 쓸 게 많아져 모르고 있었는데, 시험이 3주밖에 남지 않았더라고. 슬슬 공부를 해야 될 시기라 계획을 세우며 마음을 다잡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김태형은 답답한 소리를 하고 있다. 일찍부터 공부를 해야 마음이 편해지는데, 얜 뭘 몰라. 한가한 얘기하고 있네. 생각을 해보니까, 친구들한테 얼핏 들은 걸론 얘 공부도 완전 손 놓은 걸로 아는데. 항상 깜빡깜빡하곤 한다. 김태형이 양아치,라고 하니까 어감이 좀 세고. 하여튼, 그런 애인 거. 항상 고양이하고 노닥거리고, 실실 웃는 모습만 보다 보니까 까먹어버린다. 김태형이 내가 기피하던 아이들 중 하나였다는 걸.





"넌 시험공부 안 해?"

"어?"

"곧 시험인데 공부해야 될 거 아니야."

"난 뭐, 딱히 공부에 흥미도 없고……, 어차피 해봤자 성적도 안 나올걸?"

"야, 그런 게 어딨어. 하면 다 돼!"

"난 안돼, 공부 손 놓은 지가 언젠데."





넌 시험공부 안 해? 대수롭지 않게 물은 말에 돌아온 대답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내 알 바 아니긴 한데, 해보지도 않고 무작정 난 안돼, 라고 말하는 게 싫었다. 생긴 게 공부머리가 아예 없게 생기진 않았는데. 자꾸 어차피 난 안될 거야, 라고 말하는 게 짜증이 났는지 나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하면 다 돼! 그 말에도 김태형은 쩝, 하고 입맛을 다시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왜 자꾸 짜증이 나는 진 모르겠는데, 해보지도 않으면 아무도 결과를 모르는데 자기 혼자 단정 짓는 게 좀, 짜증이 나서. 그래서 혼자 괜히 열을 내고 있었다.





"야, 김여주. 네가 왜 화를 내. 아님 네가 나 좀 도와주던가."

"그래, 도와줄게."

"뭐?"

"아직 시간은 충분해! 지금부터라도 공부하면 충분히 성적 오를 수 있어!"

"야, 아니. 나 그냥 해본 말인데."

"이럴게 아니라,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보자!"





그래서, 나답지 않게 괜히 의욕이 불타올라서. 김태형이 장난 식으로 툭 던진 말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손뼉을 딱 치며 눈을 빛내자 김태형은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 손사래를 쳤다. 나 그냥 해본 말이라니까? 어? 힘차게 걸어가는 나를 졸졸 따라오며 덧붙이는 말에도 나는 아랑곳 않고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워갔다. 나 원래 다른 사람 신경 안 쓰려고 하는데, 요즘 들어 유난히 오지랖이 넓어졌어. 







09-02







"여주야, 오늘부터 보충 새로 시작이지?"

"응! 너 뭐 신청했어?"

"나 윤쌤꺼 화작문 신청하려다가 튕겼어. 넌 성공했어?"

"헐, 윤쌤 강좌 인기 많아? 나 성공했는데?"

"진짜 부럽다, 그 강좌 되게 인기 많아. 5분 만에 마감됐잖아."

"그랬구나…. 근데 애들 그 강좌 다 튕겨서 나 혼자 들어야 돼."





수업이 끝나고 책을 정리하는 와중에 옆자리 짝꿍이 내게 묻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이번 주말에 새로 신청했던 보충수업 이야기였다. 우리 학교는 보충수업을 단위 배정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강좌를 선택해서 인터넷으로 수강신청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제때 신청하지 못하면 인기가 많은 강좌를 들을 수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신청했던 강좌가 인기가 많은 강좌라는 걸 알게 되니 괜히 기분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이 다 이 강좌를 신청하는데 실패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강좌를 혼자 들어야 했다. 뭐, 어차피 공부는 혼자 하는 거니까 괜찮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심심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다른 반에 나랑 같은 강좌 신청한 애 없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얘들아, 이거 내일까지 가져와."

"고마워."

"실장! 너는 보충 신청 뭐 했어?"

"어? 나 윤쌤 화작문……."

"헐, 너도 그거 성공했구나. 진짜 부럽다."

"여주도 그거 들어?"

"아, 응!"

"그렇구나, 같이 들으니까 좋다!"





가정통신문을 나눠주러 내가 있는 자리까지 온 실장이 내민 종이를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실장! 너는 보충 신청 뭐 했어? 나와 같이 종이를 받아들던 친구는 방긋 웃으며 실장에게 무슨 강좌를 신청했냐고 물었고, 실장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나와 같은 강좌를 신청했다고 대답했다. 실장도 신청 성공했구나. 부럽다며 입을 쭉 내밀고 볼을 부풀리는 친구에게 실장은 그저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이곤 날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같이 들으니까 좋다! 그 말에 나도 얼떨결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거 내일까지 써서 가져와. 마지막으로 당부를 하고 총총 걸어가는 실장의 뒷모습을 힐끔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럼 나 실장이랑 같이 수업 들으러 가야 되나? 사실 쟤랑 별로 안 친한데…….





"실장 쟤는 참 얌전하다니까. 아까 말하는 거 들었어? 완전 조용조용하게 말해."

"그런가?"

"그렇다니까. 왠지 쟤는 어려워, 애가."





실장이 과제를 내러 책을 한가득 들고 앞문으로 나가는 걸 보고는,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소곤소곤 말했다. 그런가? 좀 조용한 편인 것 같긴 한데. 친한 편이 아니라서 뭐라 말을 못 하겠다. 그냥 혼자 되게 열심히 공부하는 애 같던데. 난 그저 어깨를 으쓱이고 정리하던 책을 마저 정리했다. 오늘부터 새 보충 시작이라니, 적응은 잘 할 수 있으려나, 그런 생각이나 하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 어느새 보충수업을 들을 시간이 되었다. 첫 번째 강좌를 들으려면 정해진 반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책과 필통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번 보충은 같이 듣는 친구가 있어 교실을 찾아가는 길이 외롭지가 않았는데 혼자 가려니 괜히 머쓱했다. 다들 삼삼오오 짝지어 가는데 나 혼자 걸으니까 의식되고 그런 거. 게다가 1강좌 교실은 문과 건물에 있어 가는 길도 멀었다. 내일부터는 문과 건물에서 수업 듣는 친구랑 같이 가든지 해야겠어. 별로 할 것도 없는데 휴대폰도 만지작거려보고, 책을 다시 고쳐 쥐어보기도 하면서 겨우 교실에 도착했다. 이미 꽤 많은 아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것을 보고, 대충 교실 안을 둘러보다 창가 쪽 뒷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둘씩 책상을 배치한 게 아니라 한 줄씩 배치해놓아서 친구 없는 티는 덜 났다. 아직 수업 시작하려면 5분도 넘게 남았는데……, 그동안 뭐 하지. 너무 할 일이 없어 그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혼자 뭐 해?"

"아, 깜짝이야!"

"친구 없냐? 왜 혼자 창밖을 봐."

"친구들이 다 보충 신청 튕겨서 그래. 나 친구 많거든?"

"그래 그래, 알겠어."





아, 깜짝이야! 갑자기 옆에서 훅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옆을 바라보자, 하복 셔츠 안에 받쳐 입은 까만 티셔츠가 보인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확인해보면, 익숙한 김태형의 미소가 보인다. 아니, 얜 왜 갑자기 시비야? 안 그래도 보충 혼자 들어서 외로워 죽겠구만. 인상을 팍 찌푸리자 김태형은 재밌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아니 근데, 교실 안에서 보니까 되게 어색하네. 안 그래도 남녀 분반이라서 남녀가 같은 반에서 수업 듣는 것도 좀 어색한데, 항상 복도 아니면 학교 밖에서만 보던 김태형이랑 마주치니까 되게 어색했다. 근데 너 왜 여기 있어? 궁금한 마음에 묻자 김태형은 또 뭐가 웃긴 건지 소리 내 웃다가 대답했다.





"여기 우리 반이거든."

"아, 그, 그래?"

"암튼, 너 친구 없는 것 같으니까 여기 앉아줄게."

"뭐야, 됐거든? 너 보충 듣는 교실에나 가. 곧 수업 시작해."

"나 여긴데?"

"뭐?"

"나도 이 강좌 신청했다고."





너 친구 없는 것 같으니까 여기 앉아줄게. 털썩, 내 옆자리에 앉으며 하는 말에 다시금 인상을 찌푸렸다. 엄밀히 말하면 옆자리는 아니고 한 칸 떨어진 옆자리지만. 하여튼, 왜 여기에 앉는건지 몰라 묻자 빙긋 웃으며 하는 말이, 자기도 이 강좌를 신청했단다. 아니, 분명히 이 강좌 경쟁률 엄청 치열했다고 했는데? 대체 김태형은 어떻게 이 강좌를 신청한거야? 나름 책도 챙겨왔는지 책상 위에 책과 필통을 내려놓는 모습을 얼이 빠져 지켜보다가 물었다.





"이거 엄청 인기 많은 강좌랬는데, 너 어떻게 신청했어?"

"아, 이거 인기 많아? 나 그냥 맨 위에 있길래 신청했는데."

"야, 이거 듣고 싶은데 신청 못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거였어?"





이거 딱 보니까, 수강 신청이고 뭐고 막 신청했는데 얻어걸렸네. 전에 말한 걸로 봐선 수업을 제대로 듣는것 같지도 않고. 자기 필통이 푹신푹신하다며 자랑하는 걸 보니 저 필통의 용도는 배게임이 틀림없고……. 분명히 김태형의 시험공부를 도와주기로 나 혼자 일방적으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얼떨결에 보충 수업도 같은 걸 듣게 됐으니 뭔가 확실히 도와주긴 도와줘야 될 것 같은데. 공부에 흥미도 없다면서 제 필통 안에 색깔별로 든 휘황찬란한 형광펜을 자랑하는 김태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여주야, 안녕!"

"어, 안녕!"

"이열, 친구? 친구 없는 줄 알았더니!"

"야, 나 친구 있다니까!"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자 바로 앞에 책을 두 손으로 꼭 쥔 실장이 서 있었다. 아, 맞다. 실장도 이 강좌 듣는다고 그랬지. 어색하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자, 옆에서 또 김태형이 깝죽댄다. 친구들이 수강 신청 실패해서 혼자 듣는다고 몇 번을 말해 이 자식아! 책을 들어 김태형의 어깨를 툭 쳤지만 김태형은 아랑곳 않고 신나게 날 놀려댄다. 어휴, 저걸 진짜. 그렇게 티격태격하다 앞에 실장이 서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실장은 나와 김태형을 번갈아 보다 웃더니, 내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 아, 진짜. 누가 보면 나 친구 없는 줄 알겠네. 아주 신명 나게 놀려대.





"야, 너 수업 열심히 들어. 윤쌤 완전 잘 가르쳐주셔."

"나 좀 잠 오는데."

"이제 열심히 하기로 했잖아! 얼른 일어나."

"괜히 김여주 옆자리에 앉았어."

"얼른!"





그렇게 놀려대다 또 지쳤는지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고 누운 모습에, 팔을 뻗어 김태형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몇 번을 재촉해야 겨우 입술을 삐죽 내밀고 몸을 일으키는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어휴, 진짜.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야겠어. 이대론 안돼!







09-03







"야, 나 피곤해 죽겠어. 너 때문에 못 자서."

"수업시간에 안 자는 건 당연한 거거든?"

"아, 역시 이과탑이야."

"그런 말 좀 그만해."





보충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길, 김태형은 찌뿌둥한지 기지개를 있는 힘껏 피고는 툴툴댔다. 그도 그럴게, 푹신한 필통을 배게 삼아 잠을 청하려던 김태형의 옆구리를 마구 찔러 깨워낸 게 나니까. 분명히 말하는 거 보면 영 멍청한 그런 애는 아니라니까. 진짜 조금만 하면 성적이 확확 오를 수 있을 텐데. 야, 너 학원 안 다닌댔지? 곰곰이 생각하다 물은 말에 김태형은 힐끔 날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우리 어디서 공부할까? 병원에서?"

"뭐?"

"아니지, 병원에 손님들이 올 수도 있잖아."

"야, 나 진짜 수포자라니까?"

"그래, 우리 병원 옆에 24시간 카페 있잖아. 거기 공부하는 사람들 많거든. 거기서 하면 되겠네."





그래, 거기가 있었네! 김태형의 새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었던 그 카페, 레모네이드가 엄청 맛있는 그 카페 말이야. 넓고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고, 게다가 병원이랑도 가깝고, 딱이네! 손뼉을 딱 치고 밝은 표정으로 김태형을 바라보자, 김태형은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퉁퉁 부은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야, 왜 그래. 쿡, 김태형의 팔을 찔러 보았지만 김태형은 여전히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야야, 왜 그래! 왜 그래애! 거기에 굴하지 않고 몇 번 더 김태형을 찔러대자, 김태형은 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트리더니 말했다.





"네가 도와준다니까 하긴 하는데, 생각만큼 안 쉬울걸."

"괜찮아, 내가 누구냐. 네가 말한 대로 이과탑이거든."

"예예, 잘나셨어요."





괜히 어깨를 세우고 으스대며 말하자 김태형은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굳이 내가 나서서 자뻑을 해줘야 되지, 또. 그렇게 걷다 보니 금방 병원이 보였다. 힘차게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래, 이거지. 아, 시원해라. 무거운 책가방을 소파 위에 내려놓고 삼촌을 찾아 병원 안쪽으로 들어가자, 금세 인기척을 느끼고 진료실에서 나오는 삼촌과 딱 마주쳤다. 어, 벌써 왔네, 태형이도. 이제는 익숙하게 나와 김태형에게 손을 흔들며 웃는 삼촌에게 마주 손인사를 하고 치즈가 있는 입원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치즈는 그동안 많이 회복되어 이제는 누가 봐도 건강한 아기 고양이였다. 조심스럽게 입원실 문을 열고 손을 뻗자, 치즈는 갸르릉거리며 내 손에 콧잔등을 문질렀다. 보드라운 흰색 털이 손가락 사이를 타고 움직이는 느낌이 좋았다.





"아, 맞다. 너희들 오면 할 얘기가 있었는데."

"뭔데?"

"치즈, 입양할 사람 찾았어."

"진짜?"

"벌써요?"





내 옆에 쪼그려 앉아 치즈의 등을 손가락 끝으로 쓰다듬던 김태형은 삼촌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치즈, 입양할 사람 찾았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벌떡 일어나자, 삼촌은 진료차트를 손으로 탁탁 쳐서 정리하며 말했다. 그래, 언제까지 이 병원에서 돌봐줄 수도 없고, 빨리 주인 구하는 게 좋은 일이지. 그게 당연한 말인데, 나는 왜 그렇게 서운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다친 치즈를 처음 본 날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벌써 치즈를 입양 보내야 한다니. 거의 매일 병원에 들려서 치즈의 상태를 살피고, 치즈와 놀았던 시간이 적은 시간도 아닌데. 힐끔 김태형의 얼굴을 보자 나만큼이나 서운한 모양인지 표정이 제법 심각했다. 김태형의 품에 안긴 치즈는 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기분 좋게 갸르릉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 아는 후배가 입양하기로 했는데, 잘 키울 놈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그래도 잘 됐네……, 주인 찾아서."

"너무 속상해 하지 마, 태형아. 내가 자주 놀러 오라고 할게."

"아뇨, 괜찮아요! 잘 됐죠, 뭐."

"그래, 아예 못 보는 것도 아니고."





치즈를 입양하게 될 사람은 삼촌이 잘 아는 후배라고 했다. 말을 들어보니까 책임감 있게 잘 키워줄 사람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애초에 나보다 치즈를 처음 발견하고 이곳에 데려온 김태형이 치즈에 대한 애정이 더 클 것 같아 김태형을 힐끔 올려다보자, 누가 봐도 서운하단 표정으로 말없이 품에 안긴 치즈를 쓰다듬고 있었다. 삼촌 역시 그걸 눈치챘는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김태형을 타이르듯 말했다. 삼촌의 말에 김태형은 웃으며 괜찮은 척 밝게 말했다. 잘 됐죠, 뭐. 누가 봐도 표정은 울상인데 말이야. 생각보다 정 많은 놈이라니까. 생긴 건 진짜 정이라곤 하나도 없고 작은 아기 고양이 따위 신경도 안 쓸 것처럼 생겨서. 볼 때마다 적응 안 된다니까.


삼촌은 그저 미소를 짓고 치즈를 바라보다,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오신 손님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아마 예약 손님인 모양이었다. 품에 말티즈 한 마리를 안고 들어오시는 여성분께 인사를 하고 삼촌은 작게 속삭였다. 진료 보고 올 테니까 그동안 냉장고에 아이스크림이라도 꺼내 먹고 있어.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삼촌은 이내 손님과 함께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야, 김태형. 아이스크림 먹을래? 조심스럽게 묻는 말에 김태형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휴, 진짜 정은 많아가지고.





"야, 먹어. 단거 먹으면 기분 좋아져."

"괜찮다니까."

"씁, 얼른!"

"아이, 김여주 진짜."





주머니에 넣어둔 사탕이 생각나 주섬주섬 사탕을 꺼내 내밀자 김태형은 여전히 축 처진 채로 고개만 저어댔다. 고집은 또 세요. 이럴 땐 금방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권하면, 김태형은 끝내 입꼬리를 올리며 받아들이게 돼있다. 인상을 쓰고 한 번 더 사탕을 들이밀자, 김태형은 결국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사탕을 받아들었다. 야, 이거 먹고 공부 열심히 하는 거다! 손으로 주먹을 만들며 파이팅, 자세를 만들어 보이자 김태형은 피식 웃으며 마주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래, 어쨌든 좀 속상하더라도 금방 털어 내야지. 치즈는 그저 기분 좋게 김태형의 손에 제 머리를 부비적대며 길게 울음소리를 낼 뿐이었다.













*

안녕하세요, 티티입니다! 오늘도 간신히 간신히 글을 완성했어요. 허허.

오늘은 음 가출 에피소드를 마무리하고 새 에피소드의 서막이랄까요. 별로 거창한 건 아닙니당.ㅎ

어쨌든 뭐 오늘은 별게 없네요! 진짜 뭐 별게 없고 치즈의 입양 소식이ㅠㅠ 우리 태형이와 여주를 만나게 해준 치즈가 입양을 간답니다ㅠㅠ

그리고 또 이야기 속 아이들은 시험 기간에 접어들었구요. 시험 기간 정말 고통스러운데 말이죠…….

뭐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앞으로 전개될 에피소드는 시험과 관련이 있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화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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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우와 1등!!!!!
저는 이글에서 뭔가 막 간질간질한 그런분위기가 되게 좋은거같아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2
으아 둘이 저렇게티격태격하는거 넘좋아요 ㅠㅠ ! 시험에피소드에선 또어떤일이있을지 기대됩니당 ㅎㅅㅎ
6년 전
독자3
[웅앵웅]
치즈가 드디어 좋은 주인을 만났군요 치즈한테 정이 든 태형이랑 여주가 많이 아쉽겠지만 장기적으론 이게 더 좋은 일이니까요 기쁘게 보내야겠죠 ㅠㅠㅠ

6년 전
독자4
여주랑 태형이랑 학교에서도 이제 친하게 지내는 거 보니 괜히 제가 다 뿌듯하네요(≧∇≦)이번 에피소드도 기대가 됩니당!!ㅎㅅㅎ 잘 읽고 가요! ❤️
6년 전
비회원197.15
땅위입니다!!! 가출 에페소드가 끝나고 새로운 에페소드의 서막은 시험공부인가요?? 시험 공주 중에 둘엑 어떤 일들이 생길지 궁금하고 기대되네요!!
6년 전
독자5
꺄ㅜㅜㅜㅜㅠㅠㅠㅠㅠ 오늘도 다정다감한 글 너무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 읽고 갑니당!
6년 전
독자6
ㅈㅁ입니다!
둘이 정말정말 보기 좋아요ㅠㅠㅠ으악 너무 귀여워요 둘다ㅠㅠ
정말 진짜 너무 재밌어ㅇ요ㅠㅠㅠ

6년 전
독자7
뜌입니다! 태형이랑 비록 한 시간뿐이지만 같이 듣는 수업도 생겼네요ㅎㅎ 상상만 해도 두근두근ㅎㅎ 작가님 이번편도 정말 잘 읽고가요! 항상 글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6년 전
독자8
핫초코
치즈가 입양돤다니 괜히 나도 아쉽다 ㅠㅠㅠㅠ 태형이 성적 올리기 프로젝트는 잘되간ㄴ건감

6년 전
독자9
아 둘이 왜 이렇게 달달해ㅍㅠㅠㅠㅠㅠ 잘 읽었습니다!!
6년 전
독자10
치즈가 입영된다니 다행이면서도 약간 아쉽네요ㅠㅠㅠ 시험공부를 하면서 이제 태형이와 여주가 더욱 가까워지겠죠??
6년 전
독자11
와웅 아 진짜 태형이 누가 그 무리 애들이랑 놀게했어 저 착한 애를 ㅜㅜㅜㅜ! 그나저나 치즈.. 저도 괜히 아쉽고 서운하구ㅜㅜㅜㅜ우앙 아싸 이제 시험공부 같이 하고 얘기도 많이 하고 그렇게 연애도 하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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