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혹시 안 나온다면 ‘주예인 - 시작하는 너에게’를 틀어주세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태용의 이야기
11
너를 처음 봤을 땐 웃음이 참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다. 정재현 옆에서 늘 웃음을 띠고 있던 너였으니까. 너희 반에 들어갈 때면 많은 아이들 중에서 단연 너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왜 그랬는지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난 아마도 그때부터 너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힐끔 너를 뒤에서만 보고 있는 날이 길어질 때 즈음 나는 우연히 너와 보건실에서 만났다.
"아 저기, 괜찮아?"
체육 시간에 축구를 하다 다친 상처를 치료하려 보건실에 들어왔었고 선생님은 어디 가신 건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거기서 너를 만났다. 다친 건 난데 나보다 더 아픈 표정을 얼굴에 달고 있는 네 모습이 귀여워서 돌아가려는 너를 붙잡았다.
"저기 혼자 못 해서 그러는데."
"이거… 밴드 좀 붙여줄래?"
이 정도 상처 쯤이야 내가 치료할 수도 있던 거였다. 근데 난 왜 그게 싫었지. 왜 싫었을까. 미간을 팍 찌푸리다가도 놀라서 내게로 오는 너를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연고까지 손수 발라주는 동그란 머리통에 하마터면 손이 올라갈 뻔했다. 그 손이 정말로 네 머리에 닿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너는 어떤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을까.
"너 정재현 친구 맞지? 김시민."
나는 이미 너의 이름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물었다. 김시민. 너의 이름은 김시민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김시민.
"신기했거든, 정재현이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맞아. 신기했어 나는. 김도영보단 아니지만 나도 정재현을 꽤 오래전부터 봐왔었거든. 여자한테 먼저 다가가는 놈이 아닌데 너한텐, 김시민이한테는 다르더라고. 그 모습이 신기했었어. 뜬금없는 내 말에 너는 얼굴을 구겼다. 구긴 표정마저 귀여워 보였다. 치료가 끝났는지 네 손이 무릎에서 떨어진다. 그래서 나는 벌떡 일어섰고 그런 나를 앉힌 건 다름 아닌 너의 그 작은 손이었다.
"팔 아직 안 끝났어."
"여긴 괜찮은데."
"앉아있어."
작은 입술에서 꽤 단호한 말이 나왔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던 걸 꾹 참고 다음에 이어질 네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번엔 면봉이네. 찌푸린 미간을 유지한 채 너는 면봉으로 내 상처를 톡톡 덮는다. 톡톡, 톡톡. 진지한 네 얼굴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너의 모습을 눈에 담기 바빴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다 끝났다."
끝났다며 기지개를 펴는 모습에 장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쉬는 시간도 끝났네. 내 말에 너는 토끼 같은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미안, 나 때문에. 미안하다는 내 말에 너는 가자미눈으로 나를 째리고 보건실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교실로 가는 모양이네. 나는 총총 뛰는 네 뒷모습에다 대고 소리쳤다. 고마워! 라고.
그때 네 얼굴을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궁금했다. 뒷모습이 점차 멀어져 간다. 흐릿한 점이 될 때까지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너를 온전히 다 담고 싶었다.
"김시민 안녕."
"어? 이태용?"
네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은 참 듣기 좋았다. 그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자주 네 반을 찾아갔나 봐. 사실 그것도 있지만 시민아 있지 나는, 그냥 널 더 보고 싶었어. 그냥…… 그냥 그게 다야.
너와 얼른 친해지고 싶다는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는데 너의 시선이 저 앞에 앉아있던 김도영에게 향한다. 옆에 있던 정재현과 김도영 얘기를 한다. 너는 김도영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김시민 너를 좋아한다. 어쩌면 정재현은 그때부터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내 시선이 항상 김시민 네게로 향하고 있는 걸, 정재현은 이미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급식실에서 너를 봤을 땐 너무 신이 났고 입꼬리가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입안 가득 뭘 그렇게 맛있게 먹는지 오물오물거리는 너의 볼을 콕 찌르면 어떤 느낌일까? 아, 내가 너무 변태 같았나. 네 옆에 앉아 너를 빤히 쳐다봤다. 너의 똘망한 그 눈은 내가 아닌 김도영에게 가 있었다. 살짝 놀리고 싶은 마음에 나는 진심 반 장난 반으로 물었다. 김도영한테 무슨 할 말 있어? 내 물음에 너는 사레가 들렸는지 연신 콜록거렸다.
콜록거리면서도 네 눈은 김도영에게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에 비해 김도영은 아무 표정 없이 밥을 꼭꼭 삼켰다. 그 모습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김도영은 너를 좋아하지 않아서. 네가 들으면 화를 낼 법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금방 깨져버렸다.
"… 뭐야? 뭔데?"
앞에서 가던 정재현과 이민형의 걸음이 멈췄다. 그 사이로 보이는 김도영의 모습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김도영 너는 부끄러운 듯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색을 띄고 있었다. 저 멀리서 책상 위에 놓인 약봉지를 꼭 쥔 시민이의 모습이 보인다. 순간 사고회로가 정지되었다. 김도영은 김시민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좋아하지 않았으면 그것만 아니면 돼. 나는 그런 생각을 갖고 너에게 다가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가오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넌 점점 멀어져 갔다. 김도영에게로 점점. 그렇게. 멀어져 간다.
그리고 화가 났다. 너를 향한 건 아니었다. 그냥 내가 너무 싫어서 그래서 화가 났다.
"김도영이 김시민 좋아하는 거 같던데."
이민형의 말이었다. 도서관을 가던 걸음이 멈칫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이민형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아까 체육 시간에……. 시민이 너는 체육복을 안 챙겨왔고 그런 네게 김도영은 제 체육복을 빌려주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뭐야… 김도영 넌 진짜 뭐야? 묻고 싶었다. 시민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아니 좋아하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내겐 그런 용기는 존재 하지 않았다. 나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다. 책을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도 아직은, 아직은 아닐 거야. 아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날 오후였다. 정재현이 빌린 문학책을 받으려고 너희 반 앞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다.
"뭐 하는 거야?"
교실 안에서 들리는 네 목소리에 나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너를 쳐다봤다. 이름 모를 여자애가 네 뺨을 쳤다. 너의 고개가 돌아간다. 그 모습에 어깨가 작게 떨린다. 당장이라도 가서 말릴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화에 문을 열려던 손을 다시 내렸다.
"네가 뭘 오해하나 본데. 나 정재현 안 좋아해."
"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
되려 당당하게 나오는 이름 모를 여자애의 행동에 너는 허, 하고 짧게 한숨을 뱉는다. 그리고 너는 말한다. 나 좋아하는 사람 있어.
"나 김도영 좋아해. 네가 어떻게 봤길래 그런 오해를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김시민 네가 김도영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원래 알고 있었지만 네 입에서 직접 들으니 참, 썼다.
나가려던 너의 어깨를 잡아 돌린 여자애는 다시 손을 올렸고 나는 내렸던 손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만하지."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당황한 여자애는 교실을 박차고 나갔다. 다음에 보자는 말과 함께. 괜찮냐고 물어본 내 말에 너는 고개를 끄덕인다. 살짝 부은 볼에 자꾸 눈길이 갔다. 아 진짜 사람 걱정 시키네 김시민.
"집에 안 갔어?"
"오늘 지각해서 반성문 좀 쓰느라."
"날라리네."
네 질문에 나는 대충 말도 안 되는 답을 내뱉었다. 우리 반은 지각하면 벌금을 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너는 대충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 이후로 영양가 없는 대화가 오갔다. 그러다 문득 네 표정이 어두워졌다.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어? 라고 묻는다.
"글쎄… 체육복 던졌을 때부터?"
"그럼 혹시 들… 었어?"
조심스러운 네 질문에 나는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뭐, 네가 김도영 좋아한다는 거? 김동영의 이름이 나오자 너는 얼굴이 금세 빨개졌다. 꼭 토마토 같다. 토마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네 앞에서 나는 그냥 크게 웃었다. 배까지 잡으며 그렇게, 이태용 쇼하네. 누군가 그렇게 비웃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어질 것이다. 표정관리가 안 되서 나는 억지 웃음을 끌어냈다. 너는 그런 네게 도영이한테 말하지 말라며 신신당부했다. 나는 답했다. 걱정 말라고.
김시민이는 김도영을 좋아한다. 그 사실이 참 쓰게 내 가슴 한켠을 콕콕 쑤셨다.
언제 한 번은 너와 영화를 봤다. 그것도 단둘이서, 그땐 참 좋았는데. 너와 티격태격 거리고 있다가도 정재현의 말에 우리는 다음에 영화를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얼굴이 환해졌다가도 김도영을 부르는 정재현의 목소리에 입꼬리가 뚝 떨어졌다. 넌 볼에 홍조를 띤 채 김동도에게 말했다. 시간 괜찮으면 영화 보러 가지 않겠냐고. 네 말이 다 끝나기도 전해 김도영의 답이 나왔다. 김도영도 온다. 김시민이 있는 자리에 네가 들어온다. 그게 꼭 김시민과 내 사이를 방해하는 거 같아 모든 게 짜증이 났다. 김도영을 부르던 정재현도 가겠다는 김도영도, 그리고 김동영을 좋아하는 너도.
저들끼리 엉켜버린 생각에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다. 김도영 옆에 있는 네가 보는 게 싫어서 단지 그게 싫어서. 정재현에게 못 간다고 했다. 녀석의 반응은 간결했다. 알았어.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것은 그 날 정재현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뻔했다. 둘이 영화를 보게 하려는 뜻이다. 정재현까지 도와주네. 그럼 나는? 그럼 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지. 침대에 몸을 뉘었다. 오른 팔을 얼굴에 갖다 댄다. 금방 시야가 어두워졌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말했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잘 숨겼던 내 마음을 정재현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너가 김시민을 좋아한다는 거잖아 지금."
너는 미간을 찌푸린다. 사실 김동영을 도와주지 말라고, 김시민을 도와주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원래는 이렇게 까만 사람이라고 말하는 거 같아 말을 아꼈다. 그때 이후로 달라진 게 있다면 김도영과 김시민이의 사이였다. 가까워지고 있던 둘은 신기하게도 내가 고백했던 날 이후로 다시 멀어졌다. 그때 이후로 항상 웃고 있던 너였는데, 너한테 김도영은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어깨를 축 늘어뜨린 너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손을 덥석 잡아 일으켰다.
"친구가 아프다는데 당연히 가야지."
친구라는 단어에 실소가 터져 나오려던 것을 꾹 참았다. 친구는 무슨, 나 왜 이렇게 찌질하냐. 그런 생각을 하며 너를 보건실 안으로 밀었다. 무슨 대화가 오갈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차마 들어갈 용기는 없었다. 벽에 기대었다. 괜히 고개를 툭 떨군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보건실에서 나오는 너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문을 열었다. 커튼 너머로 도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용이가 널 좋아한대."
"…."
"그래서 널 못 보겠어 시민아."
아, 언제부터였을까. 도영이 네가 내 마음을 알아챈 게. 정재현? 아니 정재현은 그런 걸 말할 놈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았을까 힘없는 웃음이 툭 튀어나왔다. 김도영이 시민이와 내 사이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김도영과 시민이 사이를 내가 방해하고 있었구나. 천천히 보건실을 빠져나갔다. 어느샌가 나는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김도영도 너를 좋아한다. 이 사실이 곧 칼처럼 들어와 내 가슴을 후볐다. 아팠다. 조금 아플 거라고 생각했던 내 짐작과는 달리 더, 더 많이 아팠다.
그래서 이젠 내가 너를 피하려 한다. 자주 못 보면 마음도 멀어진단 말을 한 번 믿어보려 했다.
어쩌다 마주치면 네가 손도 올리기 전에 그 자리를 피하고 또 피했다. 마주치지 않았다. 정재현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간 그 곳에 네가 있었다. 네가 나를 부르기 전에 나의 말로 너의 입을 막았다. 너는 고개를 숙였다. 어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 시선이 자꾸 생각나 정재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서둘러 나왔다.
있잖아 시민아 나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상처 받지 않고 그렇게 있어줬으면 좋겠는데 그 상처가 나 때문이면, 나 때문에 아픈 거면 정말 그런 거면 나 조금은 기뻐해도 될까. 이런 못된 생각을 수도 없이 해본다. 참 못 났다. 나에게 내린 결론이었다. 참 못 나고 못 됐다. 나 정말.
그 이후로도 너를 보지 않으려 얼마나 내가 애썼는데, 너는 그런 나를 무너뜨리고 만다.
"잠깐, 잠깐 얘기 좀 해."
"…."
"잠깐이면 되니까."
작고 여린 그 손이 나를 잡는다. 내가 어떻게 하면 너를 싫어할 수 있을까, 나는 너를 좋아하고 싶지 않는데.
"그래."
아무래도 아직은…… 그 방법을 못 찾은 거 같다. 운동장 스탠드에 우리는 나란히 앉았다. 김도영과 화해를 했냐는 내 물음에 너는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잘 됐네. 거짓말이었다.
그러게 잘 됐지. 내 말에 너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사실 잘 안 됐으면 했어. 하고 싶은 말들을 꾹 참은 채 나는 그냥 웃었다. 웃어야 했다. 입술에 경련이 올 거 같았다.
"그럼… 이제 어떡할 거야?"
"응? 뭐가?
고백, 할 거야? 나의 질문에 너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뻔뻔한 얼굴로 참 잘도 말한다. 내가 언제 이렇게 연기를 잘 했지. 그런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못된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막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나는 너를 포기하려고 한다. 이렇게 얼굴만 봐도 무너질 것 같은데 내가 널 포기할 수 있을까. 잊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우선 못된 사람이 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중요했다. 미안하다는 내 말에 더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이젠 안 피할 거니까 그렇게 노력할 테니까 너도 나 피하지 마. 나는 네게 피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야 당연하지! 내가 널 왜 피하냐?"
당당하고 단호한 어조에 나는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벌떡 일어서 엉덩이를 툭툭 터는 네 옆모습에다가 대고 작게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슨 말을 들어도 피하지 말라고 가까이 서 있는 너도 듣지 못할 만큼의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혹시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거지만…… 혹시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더라도 그런 얘기를 듣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는 너와의 대화가 있던 날 후로 그 전과 같이 너를 대했다. 어느새 넌 도영이와도 화해를 했는지 둘의 사이 또한 전처럼 좋아 보인다. 그래 나는 이거면 됐다. 네가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3교시가 시작하기 전 나는 김도영을 살짝 불러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따라나선 김도영 앞에서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나 김시민 안 좋아해."
"… 어?"
어제 집에서 생각을 해봤는데 정재현과 있을 때 너는 그때 알아챈 거 같았다. 그때부터 김도영과 김시민이의 사이가 틀어졌으니까 시기 상으로 보면 딱 들어맞았다. 네가 그때 무슨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나 이제 김시민 안 좋아해. 단호한 어조였다.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게 바로 일주일 전이었는데 너는 눈알을 도르르 굴려댄다. 나는 그 모습에 푸하하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또 금사빠잖아~"
장난기 섞인 내 말에 김도영 너는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너는 갑자기 웃음을 뚝 멈추고는 짐짓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입술을 달싹거리는 것이 꼭 중요한 말이라도 할 것처럼 너는 그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천천히 떨어지는 두 입술에 나는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너가 무슨 말을 할 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나 김시민 좋아해."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몰랐던 척, 크게 놀란 척을 해댔다. 뭐? 와! 대박, 시민이도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 누가 보면 오버스럽다고 욕할 지도 모르겠지만 내 표정을 감추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네 어깨를 두어 번 토닥거렸다. 잘 해봐, 잘 어울려 따위의 뻔뻔한 말을 늘어놓은 채.
그렇게 혼자만의 사랑은 종지부를 쾅 찍어버리고 말았다.
어니언's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태용이 시점으로도 한 번 써야겠다 싶었는데 결국 망망손으로 이렇게 써버렸네요.
울고 불고 절절한 사랑을 하기엔 아직 주인공들이 10대니까요 히히.
사실 독자님들을 울리고 싶은 그런 글도 쓰고 싶은데 저는 영 새드는 아닌 거 같아요. 그렇다고 밝은 글도 뭐...
오늘 밤에 가져올까 아니면 내일 아침에 가져올까 고민하다가 역시 글은 밤이다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브금은 사실 두 곡 중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 선택한 건지 그런 걱정이 드네요.
혹시 제게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써주세요! 후기는 가져올지 안 가져올지 반응 봐서 .. 데려오겠습니다. 아직 끝은 아니지만.
엔시티 드림 컴백 대박. 12시에 뜰 드리미도 기대되는 그런 밤입니다. We Young
그리고 정법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람이지만... 재현이가 가게 되다니... 가서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네요...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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