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08
"도영이 많이 아프대?"
"그런 것 같던데 지금 보건실에 있고."
이태용과 정재현의 대화였다. 오후 수업부터 안 보인다 했더니 보건실에 있었나 보네. 나는 옆자리의 대화를 엿들으며 괜히 손에 쥔 볼펜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김시민 넌 안 가봐?"
"… 응?"
"김도영 많이 아파 보이던데."
아니 왜 갑자기 가만히 있는 나를 끌어드리고 난… 리…? 갑작스러운 정재현의 말에 나는 눈알만 도르르 굴려댔다. 이걸 가야 돼? 말아야 돼?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누군가가 내 손목을 잡고 일어섰고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이태용이었다. 친구가 아프다는데 당연히 가야지라는 말과 함께 이태용은 무작정 나를 끌고 보건실로 향했다. 아, 아니… 태용아… 잠깐만…! 하는 내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발걸음은 늦춰질 줄을 몰랐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 보건실 문 앞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서 있게 되었다.
"뭐해? 안 들어가고?"
"어…? 어… 들어가야지…."
개재현에 이어 너도 개태용이 되고 싶은 거니? 으응? 그래? 나는 멱살을 잡고 당장이라도 흔들 기세로 이태용을 째려보았다. 뭐 당연히 개태용은 눈치채지 못 했지만. 너는 안 들어가냐는 내 질문에 자기는 아까 갔다 왔다며 동반 입실을 거부했다. 그럼 왜 쫓아온 거야? 녀석은 손을 휘휘 젓는 게 얼른 들어가라는 눈치였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무거운 발을 이끌며 보건실 문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드르륵- 문이 땅에 끌리면서 나는 소리는 꽤 크게 복도를 울렸다. 이어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고 보건실로 들어가려는 발걸음이 멈칫했다.
"선생님한테는 내가 말해줄 테니까."
"…."
"김도영이랑 빨리 화해해."
눈치챘구나. 낮은 목소리의 이태용은 낯설었다. 나는 천천히 보건실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침대에 김도영 네가 누워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멀거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너는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린 채 잠을 자는 것인지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보건실 안을 휘감았다. 생각보다 속눈썹이 기네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너는 잠귀가 예민한 것인지 발걸음 소리에 몸을 뒤척였다. 나는 그 모습에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조용해진 분위기에 안심하며 나는 굳게 닫혀 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
"네가 피하는 이유,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
"모르겠어."
"…."
"그러니까 너가 말해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게."
내게 등을 돌린 채 누워있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하나씩 하나씩 말을 내뱉었다. 요즘 따라 뒷모습만 자주 보는 것 같네. 도영아 우리가 다시 친해질 수 있을까? 아니 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이 질문의 답이 긍정적이었으면 좋겠어. 도영이가 덮은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려 덮어주었다. 왠지 모르게 발이 떨어지지 않아 도영이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두 눈에 담았다. 시계의 시침이 4를 가리키고 있을 때 나는 그제야 보건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걷는 걸음이 무거웠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시민이 보건실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 태용은 다소 지친 한숨을 내뱉었다. 아니 지쳤다기보다는 걱정의 한숨이었다. 요즘 따라 어두운 낯빛을 한 시민이 마음에 걸렸다. 그 이유가 도영 때문이라는 건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제 3자인 제가 봐도 도영과 시민이는 점점 친해지고 있었고 친구라는 이름에 가까워지고 있던 단계였다. 보건실 문을 조심스럽게 잡아끌었다. 그리고 천천히 도영이 자리한 침대에 가까이 다가갔다. 태용과 동영 사이엔 얇은 커튼 하나만이 벽이라도 되듯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커튼을 칠까 말까 태용이 고민하던 찰나에 커튼 너머로 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모르겠어. 왜 내가 널 피하는지."
"…."
"나도… 모르겠어."
태용은 도영의 말을 듣고 커튼을 잡으려던 손을 슬그머니 거뒀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영의 마지막 말에 태용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태용이가 널 좋아한대."
"…."
"그래서 널 못 보겠어 시민아."
커튼 사이로 보이는 도영은 침대 위에 앉아 무릎을 모아 끌어안았다.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도영은 팔짱을 낀 사이로 얼굴을 박았다. 시민을 부르는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태용에겐 시민이라는 그 이름 두 글자가 또렷히 귀에 박혔다. 그게 이유인 걸까? 힘없는 도영의 목소리에 태용은 그 자리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벗어났다.
어니언's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좋사있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보고 싶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놀라기도 했고 너무 감동 받았어요 .. (울음)
그래서 나름 일찍 온다고 왔는데 일주일이 벌써 넘어버렸네요 크흑.
독자님들의 댓글에 항상 힘을 받고 있어요 정말 감사하다는 말로 다 표현하기 부족한 것 같아요.
좋사있도 벌써 끝이 보이네요. 후기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실진 모르겠지만 내용 정리와 암호닉 정리 기타 등등 궁금한 점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그때 다 정리해서 올리려고 생각 중이에요. ^ㅁ^
암호닉
[일등이당] [도랑] [하늘] [동동] [현현] [영] [나스] [토끼] [아윤] [유타유타] [유타야 쟈니] [달탤] [쿠크다스] [도릉도릉] [저기여] [꿀돼지] [뎡이랑]
[돈까스] [무한씨티] [곰곰] [세블리] [초록] [우주] [도룽] [또롱] [바나나] [127127] [미뇽] [태요미] [지성맛빼빼로] [맠횽] [하얀토끼] [ㅇㅇㅈ]
[무민] [로밍] [507] [해태] [뿌앱] [동쓰] [꾸꾸까까] [햇동] [베리믹스] [탱귄] [뚜이뚜이해탼] [햇찬아사랑해] [0201] [신뇽] [오월] [뉴리미] [앙팡] [뷔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