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난 대충 짐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음. 햇살도 눈부시고 짐 정리도 했겠다, 근처에 어디 놀러갈 곳 없나 검색해 보려던 찰나였음. 그때 어디서 대야에 빨랫감이 잔뜩 담긴 채로 창고 쪽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가 보였음. 여긴 남자밖에 일할 사람이 없나. 신데렐라? 같은 남자의 모습에 괜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양심에 찔려 검색하던 핸드폰을 선반에 올려두고 남자에게 다가갔던 것 같음. 그러자 나를 한번 보는 남자에 묵묵히 빨래를 두 손으로 들어 남자에게 보였던 것 같음.
"이 거만 하면 돼요?"
"... ..."
말도 안해. 답이 없는 남자의 말에 괜히 입술이 뾰루퉁하게 나와 빨랫감을 물 속에 담그고 한 쪽 발을 대야에 넣었던 것 같음. 그래, 말보단 행동이지. 생각보다 차가운 물에 차가워, 하면서 몸의 중심이 기울어 자칫하면 위험할 뻔한 상황에 남자가 다행히 잡아줘서 살았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거리에 심장이 쿵쿵 뛰었던 것 같기도. 중심을 잃기 전에 한 쪽 팔목을 잡은 남자의 행동에 폭 안겨서 그대로 가만히 있었던 것 같음. 잠깐만, 괜히 도와준다고 했나. 미치도록 어색한 상황에 재빨리 품에서 떨어져 발로 빨랫감을 찰박거리며 밟았던 것 같음. 그러자 남자도 이내 발을 넣더니 같이 밟기 시작했음. 그 때 긴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물에 들어갈려고 하는 치맛자락을 한 손에 쥐고 하느라 다행히 남자와 눈은 마주치지 않았음. 근데 또 이번엔 머리가 말썽이었음.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자꾸 머리카락이 남자 쪽으로 가서 간지러울 수도 있겠단 생각에 고개를 들어 남자를 봤는데 순간 터지는 웃음을 멈출 수 없었음.
자꾸 제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아서 떼려는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웃겼다기보단 상황이 날 웃게 만들었던 것 같음. 그리고 남자와의 관계가 아까보단 호전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음.
"미안해요, 자꾸 머리가 그 쪽으로."
"괜찮아요."
"어? 말했네요. 저한테 처음으로 말하셨어요."
"아..."
"이름이?"
"다니엘이요."
"다니엘? 외국에서 살다 오셨어요?"
"어렸을 때요. 그리고 지금은 여기서 쭉."
"아, 저는 ㅇㅇㅇ (이)요."
"ㅇㅇ. 잘 어울려요."
* *
그렇게 다니엘과 이야기 하고 정신 차려보니 해는 어둑 어둑해져 저녁이었음. 다니엘과 처음으로 한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한건지 모를 정도로 화기애애했지만 중간에 돌발질문도 있어 옆에 있는 물만 벌컥 벌컥 마셨던 것 같음.
"우리 다니엘도 빨리 ㅇㅇ씨 같은 좋은 처자 만나서 결혼해야 하는데."
"아, 그런 이야기 하지 마시라니까요."
"왜, 아까 보니까 둘이 잘 어울리던데."
"푸웁ㅡ"
그대로 먹고 있던 물을 뿜는 불상사까지 발생해서 다급히 휴지를 찾고 있는데 옆에서 티슈를 여러장 뽑아준 다니엘에 입가를 대충 닦고 먹는데만 집중했던 것 같음. 그때까지도 자꾸 시선이 내 쪽으로 쏠려 체할 뻔한 걸 꾹꾹 눌러담고 무사히 밥을 먹는데 성공한 나는 겨우 잘 먹었습니다, 하는 이야기를 마치고 후다닥 내 방으로 올라갔던 것 같음.
그 때만 생각하면 화끈거리는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까지 하면서 열을 식히고 있는데 큰일이 발생했음. 나 혼자서 못 자는데.
서울에서 혼자 살때도 옆에 꼭 인형을 안고자야했던 내 습관때문에 몇 번을 뒤척였던 것 같음. 특히 내가 있는 곳은 창문이 반쯤 열려있어서 그 창문 사이로 누군가 들어올 것 같은 착각에 자리에서 앉았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한 것 같음. 이러다 진짜 날이라도 새겠다는 생각에 한 손엔 베개를 꼭 안고 발소리를 죽인 채로 밑을 내려갔던 것 같음. 늦은 밤이라 밖에는 귀뚜라미 우는 소리밖에 안 들리고 깜깜하고 조용한 정적에 또 무서워진 나는 그렇게 거실을 배회하다 다니엘이 있을 방문에 섰던 것 같음. 생각해 보니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는지 다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돌아가봤자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하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였음. 그 때 별안간 앞에 있던 문이 열려 놀라 두 눈이 커져 입으로 소리낼뻔한 걸 간신히 다니엘 때문에 참았던 것 같음. 자기 손으로 쉿ㅡ 이라는 제스처를 취해보인 다니엘에 왜 안심이 되는지.
"깼어요?"
다니엘의 말에 그저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자 주위를 한번 둘러본 다니엘이 손목을 잡아왔음. 그리고 내가 있었던 방으로 가는 계단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다니엘을 보고 나도 그 뒤를 따라갔던 것 같음. 방으로 들어온 다니엘은 나를 침대에 앉히고 이불을 목까지 꼭꼭 덮어준 다음에 나를 내려다봤음.
"이제 괜찮아졌어요?"
"네..."
내 말에 다니엘은 특유의 미소를 짓곤 자기는 그럼 내려가보겠다며 가려고 했음. 다급히 다니엘의 팔을 잡은 나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다니엘의 눈만 봤던 것 같음. 어어...음...하고 입만 뻐끔거리고 있자 다니엘은 얼굴에 물음표를 단 채 내게 다시 왔음.
"불편한 거라도 있어요?"
"어...제가...잠을 못 자요...혼자서..."
다정히 물어오는 다니엘의 말에 마음이 살짝 안심이 됐던 것 같음. 내 말을 들은 다니엘은 나름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날 보며 살풋 웃어보였음.
"ㅇㅇ씨만 괜찮다면 옆에 있어줄게요."
묾맏에요 |
여러분...오래 기다리셨죠ㅠㅠ 현생...도 그렇지만 갑자기 글럼프가 오는 바람에 안 써지더라구요...전 안될 인간인가봐요ㅠㅠ 그래서 한 한 주? 쉬고 써본 글인데 역시나 노잼이네요...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지만 부족한 거 투성이네요ㅠㅠㅠㅠ 게다가 소재도 고갈이랗ㅎㅎㅎㅎㅠㅠㅠㅠ 혹시 다녤 에피소드로 보고 싶다! 하는 거 올려주심 제가 써서 들고 올게요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