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내가 왜 친구야?
Writer. 저편
박우진을 한창 좋아하던 때에 난 늘상 불면증에 시달렸다. 항상 같은 생각을 하다가 잠을 설친다. 침대에서 뒤척이기만 몇 번째인지, 제자리만 끝없이 맴돌다 지치는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 건지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그런 밤들의 연속이 날 밑도 끝도 없이 지치게 했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온다. 여름이라 그런지 바람이 뜨겁다. 창문을 다시 닫았다. 나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창문을 아예 열지 않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운 공기를 피하는 것 뿐, 다른 건 없었으니까.08 꿈이 아니야.
맞닿은 입술이 떼어지자마자 박우진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난 이 상황이 실감나지 않아, 멍하니 뒷걸음질을 칠 뿐이었고. ...박우진이 내게 입을 맞췄다. 심장은 미친듯이 쿵쾅대고 있고, 너와 내 사이엔 묘한 기류가 섞인 적막만이 맴돈다. 맏어지지가 않아 그 얼굴을 올려다보자 여전히 난 절대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로 한다는 말이, "......아." "......." "미안." 그러고는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그대로 날 지나쳐 저 반대편 복도 끝으로 걸어가 버리는 녀석이다. ...잠깐만, 근데 왜 그냥 가. 어디 가, 네가 먼저 그래 놓고. 역시 꿈인 건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꿈이라기엔 입술에 닿았던 그 온기가 너무나도 선명하다. 주체할 수 없이 몸이 떨려온다. ...미안. 그 말만 떠올라. 한참을 제자리에 앉아 네가 내게 한 행동만을 곱씹었다. 아무 의미도 없이, 그냥 그렇게.***
수련회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우린 약속이라도 한 듯 각자 다른 자리에 앉았다. 그래봤자 박우진이 앉은 건 내 뒷자리였지만. 근근이 뒤에서 기침하는 소리가 내 귓가에 파고들었다. ...어제까진 멀쩡했는데. 그새 감기라도 걸렸나. 왜 자꾸 김하는 거야. 아, 몰라. 평소 잘 아프지 않는 너니까 괜찮을 거야. 신경쓰지 않으려고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크게 틀어봐도 이미 내 온 신경은 뒷자리의 박우진에게 향해 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뒤를 돌아보고 녀석에게 한 마디 했다. "감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내 말에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로 모로 시선을 내리꽂고 있던 녀석의 두 눈이 날 향했다. 날 가만히 보고 있는 그 눈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는 알 턱이 없었다. 잠시 나도, 녀석도 아무 말하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기만 했다. 먼저 시선을 돌린 건, 문득 어제의 그 일이 상기되어 얼굴이 새빨개진 나였다. 끝내 감기냐는 내 질문엔 대답하지 않은 녀석에 가뜩이나 복잡한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꿉친구라는 관계가 요란하게 느껴질 정도로 네가 저기 멀리 가 있다. 아니, 멀어지지 않았어. 너무 가까워지는 바람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버린 느낌. 돌아오는 충격이 너무 커서 선뜻 한 발 내딛지 못하는 느낌. 딱 그 상태였다. 마지막 한 발을 남겨 놓고 어느 한쪽도 다가가질 못하고 있다. 겁이 나서, 무서워서.***
버스에서 내렸다.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낑낑대며 오르막길을 올라가고 있으면 언제부터 날 보고 있었던 건지 자연스레 내 손에서 캐리어 손잡이를 가져가 끄는 박우진이다. 놀라 녀석을 올려다봤지만 내 시선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 녀석은 묵묵히 한 손엔 내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엔 자신의 캐리어를 끌고 날 앞장서 걸어간다. 힘이 들어간 팔뚝엔 힘줄이 그득하다. 괜히 또 설렜다는 건 비밀. 근근이 녀석이 내뱉는 거친 기침소리가 자꾸만 신경쓰였다. 진짜 감기라도 걸린 걸까. 어디 아프면 안 되는데... 아니, 꼭 네가 걱정되서 그렇단 건 아니고. 내일까지는 우리 가족과 박우진네 가족이 함께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는데, 얘가 아파버리면 박우진을 케어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 어, 내가 하루종일 얘랑 있어줄 수도... 없는 거고. 혼자 심각하게 고민에 잠겨있는 동안 어느덧 집에 도착했고, 다시 정신을 차린 내가 짧게 고맙다는 인사만 남긴 채 캐리어를 끌고 집에 들어가려 하자 갑자기 내 팔을 잡아끄는 녀석이다. "...뭐야, ㅇ..." 그러고는 내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날 자신의 품에 안아버린다. 그러고는 되려 내 어깨에 자신의 고개를 푹 파묻는다. 녀석의 이마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이내 자세가 바뀌어 박우진이 내 품에 안긴 꼴이 되어 버렸다. 잠시 그러고 있다가 녀석이 뭐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야." "......." "내 아프다..." "......아파?" "어... 많이 아파...... 진짜 많이..." 애처럼 늘어지는 말투와 달리 목소리가 사포로 마구 긁은 듯이 거칠었다. 안 그래도 낮은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심장이 쿵, 눈앞의 녀석이 제 정신을 못 차리고 내게 기댄 상황을 직시했다. 이마가 닿아있는 어깨가 녀석의 열로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 체중을 내쪽으로 싣는 것이 녀석의 상태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아프면서 여기 올 때까지 내색도 안 하고 내 짐까지 끌고 온 거야, 너? 기가 막힘과 동시에 미안함이 밀려왔다. "...니 지금 미안하다고 생각하고 있제." 여전히 내 어깨에 온 얼굴을 파묻은 채 녀석이 중얼거렸다. 눈치는 빨라서. 더 이상 이러고 있는 건 시간낭비라는 걸 잘 알기에 곧장 녀석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곧장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놓고 녀석을 부축해 침대에 눕혔다. 얘 잠들면 빨리 집에 가야지. 펄펄 끓는 열 때문에 손수건을 물에 적시려 방문을 나서는데 또 뭐가 문제인 건지 내 어깨를 잡아 세우는 박우진이다. 아, 넘어가면 안 된다. "미안하면 오늘..." "......." "...내 하루종일 옆에서 보살펴 주는 거제, 니." 하지만 반쯤 풀린 눈으로 날 보며 배시시 웃는 박우진에. "아, 몰라." 결국엔 두 손 두 발 다 들어버릴 나일 텐데. 대충 알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방 밖으로 나왔다. 뭐 했다고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픈 애가 뭐... 뭐 저래. 아프니까 약간 이상해 졌나, 왜 저러는 거지. 한참 정신을 못 차리고 서 있다가 이내 내 뺨을 세게 때렸다. 짝. 소리 한 번 찰지네. 얼얼한 걸 보니까 꿈은 아니고. 그것보다 저 눈빛은 꼭... 아니, 김칫국이 아니라. 진짜 예뻐 죽겠다는 그런 눈으로 날 보는 녀석이 낯설어서 미칠 것 같다. 이제야 날 봐 주는 건가. 그 입맞춤에 거짓이 없었던 걸까, 또 괜한 기대를 하는 나는... 어쩔 수 없이 박우진인 건가.***
박우진을 한창 좋아하던 때에 난 늘상 불면증에 시달렸다. 항상 같은 생각을 하다가 잠을 설친다. 침대에서 뒤척이기만 몇 번째인지, 제자리만 끝없이 맴돌다 지치는 기분이 얼마나 비참한 건지 절실히 느끼게 해 주는 그런 밤들의 연속이 날 밑도 끝도 없이 지치게 했다.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들어온다. 여름이라 그런지 바람이 뜨겁다. 창문을 다시 닫았다. 나는 매번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창문을 아예 열지 않게 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운 공기를 피하는 것 뿐, 다른 건 없었으니까. 어느 끝없는 더위에 도저히 못 참을 것 같은 밤, 결국 난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창문을 확 열어젖혔다. 차라리 더워서 뒤져버려야지 하는 심정으로.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온 몸에 확 번져오는 기분좋은 느낌에 웃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행복은 두 배로 반가웠다. 여름의 끝, 기다림의 끝이었다.오늘은 꼭 읽어주세요! |
얼마나 글을 안 올렸으면 인티에서 신알신 횟수를 알려주면서 빨리 오라고 호출을 다 하시더라구요... 헤헤 근데 100명이 넘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숫자에 깜짝 놀라버렸고...! 아니... 제 글이 뭐라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기다려 주시고 읽어주시는 건지 정말 놀라웠습니다... 일단 절 한번 받으시고...! ╰(*´︶`*)╯♡ 그럼에도 분량을 이렇게밖에 못 쪄오는 저를 마구 원망하셔도 좋슴니다. 양심은 있으니 포인트 따위 걸지 않겠어. 이제 완결까지 두 편 남았는데 이제 이 둘 행복길만 걷게 만들어 볼까요? 좋아요! 오케오케 리스기릿 >__〈 + 신작 알림! 다녤이랑 지훈이 두 개가 준비되어 있어요 뭘 먼저 보고싶으신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함니다 >〈♥암호닉♥ 암호닉은 [~~~] 형식으로 신청해 주세요 :) [0226] [수 지] [0618] [1102] [원이] [임금] [메모] [두동] [우찐이] [캐도] [112] [복숭아] [바구진] [라온하제] [호두] [제티] [쥬쥬] [샘봄] [wj1102] [크왕] [나로] [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