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볼을 날카롭게 스치고,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이 길가에 굳어 있는, 그런 겨울이었다. 승현이 목도리를 풀었다 다시 매는 그 잠깐의 틈 사이로 목줄기에 바람이 스며들었다. 저절로 목이 웅크려졌다. 제 연인을 잃은 것도 지난 겨울이었다. 꼭 1년이 지나 있었다. 다시 볼 수 없게 영영 떠나 버린 사람, 잠시였지만 너무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생활 곳곳에 녹아 있었다. 모든 것에 서툴렀던 사람, 손도 먼저 잡을 줄 모르던 어수룩한 사람. 그랬기에 더욱 그리웠다. 반지를 꺼내 고백하는 순간에도 어디 있는지 몰라 당황한 채 주머니를 뒤적거려 저를 웃게 했던 사람. 그렇게 꺼낸 반지가 은도, 금도 아닌 아이들이 낄 법한 문구점의 500원짜리 반지였기에 더욱 소중히 닿았던 마음... 그 모든 것이 아직 제 가슴속에 단단히 남아 있는데. 승현이 괜히 하늘을 쳐다보았다. 핏물로 얼룩진 손을 들어 덜덜 떨리는 제 얼굴을 붙잡으려다 피 묻는다, 며 휘어진 눈초리로 손을 내려트리며 마지막을 알렸던 사람. 고통에 일그러진 이마가 아직 생생했다. 마른 잔디 위를 더듬어 목도리를 풀어헤쳤다. 붉은 목도리가 눈 쌓인 돌 탁자 앞에 놓였다.
"지용아... 잘 지냈어?"
답 없는 연인의 잠든 집을 가만히 보던 승현이 결국 고개를 숙였다. 춥지...
"1년 됐어, 여기 이사온 지. 많이 춥지? 내가 온돌로 해 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더라. 누구길래 그렇게 애타냐고, 하더라.."
"소중한 사람이라고 했어...지용아."
"사랑해."
"응...나도라고? 알아. 너랑 나 잘 어울리는 거야 세상이 알지."
추운데... 여기 너무 춥다, 그치.. 또 올게.
돌아서는 승현의 무릎이 눈으로 젖어 있었다. 꼭 눈물자국 같았다. 산을 내려가는 나지막한 발걸음에 쌓인 눈이 군데군데 패였다. 제 연인을 가슴에 묻은 지 꼭 1년 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