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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런치 전체글ll조회 599l 5

어둡기만 했던 나의 세상에,

빛을 닮은 한 소년이 들어왔다.

꿈인지 현실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던 그 때.

소년의 눈이 빛났다.


아, 드디어.

 

 

 


[EXO/카백] 소년의, 봄. 03
크런치

 

 

 

점점 달아오르는 얼굴에 손으로 힘껏 부채질을 했다. 그 애 목소리가 너무 좋은 탓이다, 그래 그런 탓이다, 하고 넘기려해도 붉게 물든 뺨은 더욱 더 달아오르기만 했다. 에이씨, 하고 백현은 냉장고에서 경수가 많이 먹고 키크라며 넣어둔 바나나 우유를 꺼내 두 볼에 가져다댔다.
어떡해. 내가 청각적 자극에 약한 남자였나, 그런건가? 아 어쩐지 내가 태연을 좋아하는 게 목소리 때문이었어. 별 시덥잖은 소리를 해대며 바나나 우유의 표면에 물이 맺힐 때까지 대고 있던 도중,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똥백!!!! 형왔다!"


음란마귀가 잔뜩 씌인 얼굴로 슬며시 웃으며 백현이 놀라 떨어트린 바나나 우유 두 개를 슬며시 내려다보던 경수는, 그래 병원에 있으면 니가 외로울만도 하지, 하지만 바나나 우유는 여자가 아니에요. 그건 그냥 우유지. 얼굴도 벌개져서는. 하며 인심 크게 썼다는듯 들고온 비닐봉지를 침대 간이식탁에 올려놓으며 자, 앉아.


"똥백, 형이 빨리 나으라고 사주는 떡볶이와 순대에요."
"진짜 도경수 미친 것 같아."
"응 너도 미친 것 같아. 자, 어서 먹어. 떡볶이 식는다."


우리가 이래서 친군가봐 그치 백현아- 하며 어느새 두 쪽으로 갈라진 젓가락을 손에 쥐어주고 한 입 떠먹여주니, 어쩔 수 없다는듯 백현이 슬몃 웃으며 떡볶이를 먹으려다 경수 젓가락을 한 번 보고나서 내꺼 삐툴삐툴해. 니꺼 줘. 하며 경수의 젓가락을 뺏아갔다.

떡볶이 앞에서 말도 잘 하지 않고 오로지 떡볶이에만 집중하는 둘의 모습을 봤다면, 어느 누구나 삼시세끼는 잘 먹고 다니니, 하며 안쓰러운 말을 건넸을 것이다.
어느덧 떡볶이와 순대가 다 바닥나고 그릇이 깨끗해지고 난 후에야, 그 둘은 간이식탁을 접고 같이 침대에 누워 아, 배부르다- 라며 부른 배를 통통 두들겼다.


"그런데 똥백."
"응."
"나 없는 동안 병원에서 뭐했어? 안심심했어?"
"........아니,"


다시 생각났다. 백현아- 하며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그 목소리. 백현은 또다시 얼굴이 달아오름을 느꼈다.


"와, 변백현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얼굴이 다 빨개져?"
"아, 됐거든!"
"뭔데! 뭔데에-"


어깨를 쿡쿡 찌르며 추궁하는 경수의 모습에 백현은 한 번 종인의 얘기를 꺼내볼까, 싶으면서도 아직은 섣부른 것 같아 이내 그만두었다. 아예 뒤로 돌아 경수에게 등을 보이고 누워버린 백현을 향해, 예쁜 간호사라도 왔냐? 허얼- 진짜로오-? 지인짜아-? 제멋대로 해석하고 예쁜 간호사라도 왔구나, 라며 넘겨버린 경수였다.
서로 아무 말이 없이 백현은 창 밖의 하늘을, 경수는 병실의 천장을. 서로 다른 곳을 쳐다보다 경수가 말을 꺼냈다.


"야, 변백."


경수가 제법 진지한 말투로 짐짓 무게를 잡으며 꺼내는 말에 백현이 경수 쪽으로 돌아누우며 뭔데? 라고 물었다. 그러자 경수는 백현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천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을 시작했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러는건데, 오해하지 말고 들어."
"응."
"내가 말할 때 대답하지 말고, 말 다 끝나면 대답해라."
"....."
"이건 대답해주고."
"응."
"잘했어."


잘했어- 라며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는 경수의 손을 살짝 쳐내고 됐고, 일단 하던 얘기나 먼저 해. 궁금해서 죽겠으니까. 라며 백현이 경수의 입에 더욱 집중했다. 계속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입을 오물거리던 경수는, 진짜, 말 다 끝나면. 그 때 말해. 라며 또다시 백현에게 단단히 당부하고, 한숨을 쉰뒤 말을 꺼냈다.


"있잖아,"
"......"
"남자,"
"......"
"그러니까,"
"...."
"남자가,"


야이 시발놈아, 라며 백현이 벌떡 일어나 베개를 경수를 향해 던지자 경수가 손을 들어 항복 표시를 해보이고는 다시 표정을 굳히고 다시 누워봐. 라며 말을 또 시작했다.


"그러니까 남자가,"
"알겠다고. 그러니까, 랑 남자가, 요거 빼고 말해."
"알겠어 임마. 참을성 없는 새끼."


또 한참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며 한숨만 쉬는 경수를 향해 백현은 욕이라도 할 요량으로 입을 열었으나 이내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남자가 내가 좋대."


이제는 아예 울듯한 표정으로 백현을 바라보는 경수를 향해 백현은 얼어붙은 표정으로 뭐..? 그러니까, 그, 남자가, 그니까, 지금, 니, 니가, 그래, 그러니까, 게이... 게이라는 단어를 내뱉으며 조심스럽게 경수와 눈을 맞춰오는 백현을 향해 경수는 눈을 감고 침대 뒤로 기대며 미친 내가 게이냐, 걔가 게이지. 라며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백현은 백현 나름대로 패닉이었다. 도경수가 게이한테 먹히는 타입인가, 그럼 나도 게이한테 먹히는 타입인가. 홀로 마음속으로 게이의 타입에 대해 논하며 어느덧 경수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백현은 종인을 떠올렸다.


"경수야,"


경수가 울상을 짓고 백현과 눈을 마주쳤다. 으응, 하며 힘없이 내뱉는 대답과 함께. 그런 경수를 보던 백현은,


"나 있잖아,"
"응."
"내가,"
"아 뭔데, 너도 게이냐?"


백현의 얼굴이 순간 굳음과 동시에 붉어지자, 야, 너 진심이냐?!!! 라며 경수는 벌떡 일어나 백현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너도 그럼 나 좋아해?!! 경수가 두 팔을 교차시키며 이건 안되는 일이라며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자 백현이 한숨을 쉬며 아니거든, 이라 답했다.
아오 미친 변백현. 사람 간 떨어지게 해. 팔에 소름이 돋았다며 소매를 걷어 팔을 백현의 눈앞에 들이밀자, 백현은 한숨을 더 크게 쉬었다.


"경수야."
"...."
"남자 목소리가 너무. 너어-무 좋아서, 막. 이렇게. 설레면 어떡해?"


두 손을 양 볼에 갖다대고 경수를 빤히 쳐다보자,


"내가, 너든, 미친 박찬열이든, 내가, 아이고."


정말 미치겠다는 듯 이마에 손을 얹고 침대에 푹 기댄 경수는, 갑자기 침대에서 내려와 이리저리 냉장고며, 병실이며 살펴본 후, 자신의 짐을 챙기고 병실 문앞에 서서 체육시간에 선생님들이 으레 한 번 시켜보는 뒤돌기를 하듯 기합이 들어간 몸짓으로 뒤돌기를 한 후, 천천히 말을 꺼냈다.


"하루에, 한 사건만 하자 우리. 나 지금. 백현아 내가, 내일 생각을 해서."
"......."
"그래. 내가. 내일 박찬열하고도 어떻게든 하고 올게."
"....응."
"너도 생각을 하고, 나도 생각을 하자."
"......으응."
"내가 지금, 한 번에 너무 많은 게이 실사를 봐서, 내가 지금 혼란스러워."
"......"


야, 그렇다고 너무 기죽지는 말고. 너희 어머님께서 너 잘 부탁한다고 이렇게. 카드도 주셨어. 냉장고도 비었으니까, 내일 니가 좋아하는 간식거리도 사올게. 그렇게 보지마 새꺄, 내가 이거 들고 뭐라도 할 놈이냐? 이런저런 말을 한 후, 그럼 난 진짜로 가볼게. 더 생각해봐. 라며 병실문을 열고 나갔다.

경수의 발걸음이 멀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가까워지고 문이 벌컥 열렸다.
이내 경수는 망설이는듯, 싶더니 고개만 빼꼼 들이밀고 말했다.


"너, 내가 좋아한다던 루혜생각나?"


백현은 '루혜' 라는 이름에 걸맞는 얼굴들을 이리저리 떠올려보다, 아. 그 되게, 막, 사슴같았던? 이라고 말을 했고, 그런 백현의 말을 들은 경수가 고개를 끄덕거리다 백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말했다.


"내가 루혜를 진짜 좋아하는구나, 느꼈을 때가 언젠지 알아?"


백현이 감이 안온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젓자,

 

 

 


"목소리만 듣고도 설렐때."

 

 

 

문이 닫히고, 경수의 발자국 소리가 멀어지고 멀어져 아예 들리지 않을 때까지.
백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목소리만 듣고도 설렐때.'


......................종인이 목소리만 듣고도 설렐때.

 

 

 

---------------------------------------------------------------------------------------------------------------------------------------

폭풍 연재가 왔어요.

글솜씨가 좋질 않으니 급히 연재라도 빨리빨리 해야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이렇게 질질 끌다가는 언제 완결이 날런지 모르겠네요.

 

--------------------------------------------------------------------------------------

현재까지 암호닉,

치즈

꼬마야

솜사탕

아이큥

쿵니

몬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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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치즈에요!!경수가 답을해주네요ㅋㅋ목소리만듣고설렐때라..뭔가 간질간질하네요 달달하고..♥정말재밋어요 카백도기대되고 찬디도 뭔가 기대되네요ㅋㅋ다음편기다리고있을게요~
11년 전
크런치
달달하면서도 아련한 픽을 쓰자니 엉엉..ㅠㅠ 제가 더 글을 잘 쓰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폭풍연재중이랍니다.. 치즈님 댓글 감사드려요!
11년 전
독자2
꼬마야 입니다!ㅎㅎㅎㅎ얼른 백현아 종인이를 만나라 제발 ㅠㅠㅠㅠㅠㅠㅠ진짜 재밌어요 잘 읽고갑니다~~
11년 전
크런치
꼬마야님!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독자3
재밌어요~ㅎㅎ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11년 전
크런치
감사합니다!
11년 전
독자4
기다릴게용~~~..(ㅋㅌ좀들어와요..)
11년 전
크런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알겠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독자5
궁디를확마팡팡해버릴거에요+ㅁ+
11년 전
크런치
사랑해요.
11년 전
독자6
그사랑....받아줄게요..흠흠!
11년 전
독자7
아이큥이에요ㅎㅎ 오 찬디도 나오는군요!ㅋㅋ 왜 이렇게 달달해요ㅠㅠ 목소리만 듣고 설렐때라니!! 경수가 딱 정의를 내려주네요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작가님♥
11년 전
크런치
아이큥님!흡.....감사해요............똥글망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어요.......흡
11년 전
독자8
몬드예요// 어머나어머나, 폭풍몰입해서 봤어요 ㅇ0ㅇ!!!!!! 크흐 다음편 완전 기달기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랑 종인이랑 어떻게 이어져나갈지 너무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 마지막에 경수가 목소리만듣고설렐때, 딱 이러는데 왜 내가 설레고 난리ㅠㅠㅠㅠㅠ 마마막 달달하고 설레고 막 그와중에 종인이는 아파서 마음아프고 막 그럴거같은데....... 흐읗 기대하고 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보고갑니다ㅠㅠㅠ하트

11년 전
독자8
어머 암호닉에 제이름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크흡 이순간이 감동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크런치
몬드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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