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요? 싱글맘 로맨스 어마, 어마. 꺄르르-! 연신 몸을 들썩이며 박수를 치는 아이를 바라보는 학연의 입가에 큼지막한 미소가 걸렸다. 오구오구, 우리 아가 그래쪄? 아이를 부드럽게 안아 들고서 부둥부둥.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손길이 꽤나 어머니의 그것처럼 부드러웠다. 학연의 볼을 잡고서 쭈욱, 장난스럽게 늘리는 고사리손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별아. 우리 까까사러 가까?" "까까? 웅아, 웅아." "알았어. 요기-. 벙어리 장갑 끼자." 너무나도 귀여운 딸기 장식이 달려있는, 분홍색 아기 벙어리 장갑을 끼고서 또다시 손뼉을 쳐댄다. 아그, 이렇게 귀여운 아가야는 세상에 또 없을거야. 팔불출 학연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비록 사촌아기를 맡고 있는 것이었지만, 함께한 시간이 길어 거의 학연이 기르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이제는 아이가 학연을 부르는 호칭마저 '맘마'로 바뀌어버릴 정도였으니. 노곤해진 날씨였지만, 아직은 겨울이었다. 손시리지 않게 장갑을 끼워주고, 펭귄 모자를 씌운 뒤 한 팔로 아이를 끌어안는 학연의 동작이 꽤나 능숙하다. 과자 사러 가는 김에, 물티슈랑 아기비누도 사야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문 앞으로 걸어가 도어락을 풀었다. "..어?" "안녕." "안녕하세요!" 앞집 사는 이재환 아저씨다. 오늘은 출근을 조금 늦게 하시는 건가. 검은색 수트와 코트를 말끔히 차려 입고, 조금 짧게 자른 앞머리를 부드럽게 내린 재환의 모습은 남자가 보기에도 매우 잘 생긴 얼굴이었다. 멍하니 저를 바라보는 시선에, 재환이 한 쪽 입꼬리를 끌어 당겨 웃었다. 이런, 너무 빤히 쳐다봤나. 괜히 부끄러워져 고개를 푹 숙였다. "아가랑, 어디 가나봐?" "네. 과자 사러 가요." "아, 까까 사러가는 구나." 답지 않게 귀여운 발언을 하는 재환에, 학연이 슬쩍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가 춥겠다. 어서 다녀와야 하는 거 아냐? 장난기를 머금은 재환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아, 네. 그럼 먼저 실례하겠.." "잠깐만." "......" "까까, 나도 갑자기 먹고 싶어져서." 같이 사러 가면, 안 되나? 눈꼬리를 접어 환히 웃어보이는 모습에, 학연의 양볼이 붉어진다. 아, 덥다. 더워. 겨울인데 왜 이렇게 덥지? 기상 이변이라도 일어났나. 실없는 생각을 하며, 승낙의 표시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날씨, 많이 풀렸지? 나른한 목소리로 건네오는 음성이 듣기 좋았다. 네. 겨울치고는, 많이 따스해진 것 같아요. "아기, 안 무거워?" "네. 이정도는 괜찮.." "이리 안겨줘봐." 호기심 어린 눈동자를 빛내며 아이를 반 강제로 안아든다. 어어, 그렇게 하면 아가 울텐데..! 다급하게 외치는 학연의 심정과는 다르게, 아이는 재환의 품에 안겨 방글방글 웃기만 한다. 왠지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 "아가, 나를 좋아하나본데?" "그러게요. 치, 나는 되게 오래 걸렸는데." "원래, 딸 아이는 아빠랑 더 빨리 친해지는 법이야." ...아빠? 묘한 뉘앙스에 슬쩍 옆을 바라보면, 재환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걷고 있다. 정말, 잘 생기긴 했네. 근데 왜 자꾸 두근거리는 거야. 고혈압인가. "아가는 무슨 까까 먹어요?" "아부부, 아부" "아기 아직 말을 못해요. 계란 과자 좋아해요." "쉿. 기다려봐. 아기 뭐라고 하는 것 같은데?" 재환의 말에 학연이 입을 다물고서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재환에게 소리친다. "아바! 아바바!" "아빠, 라고 하는 것 같지 않아?" 아빠라니. 나보고는 엄마라고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또다시 고개를 푸욱, 숙일 수 밖에 없는 학연이었다. 그런데, 지금 회사 가실 시간 아닌가. 긴가민가한 표정을 띠고서 재환에게 물었다. 회사는 안 가세요? "육아 목적으로 늦는 거니까, 정상 참작 해주겠지 뭐." ".....아." "안 그래요?" -별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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