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울려고 해. 울지마.”
“그치만...누가 그렇게 대놓고 물어본거 처음이란 말이야..”
고개를 푹 숙이고 입술을 앙 무는 남순의 모습에 흥수가 한숨을 쉬며 제 머리를 헤집었다.
어울리지 않게 힘이 빠진 모습에 흥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할 것 같아 입을 달싹였다.
그 순간 흑 하고 남순이 눈물을 떨궈냈다. 발갛게 달아오른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이 애처로워 보였다.
“울지마. 괜찮아.”
“흑..으흑..히끅-! 흑..”
“뚝 해. 뚝!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 안하니까 뚝 해.”
“흑..진짜.?”
고개를 빠끔히 들어올리고 눈물젖은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남순을 흥수가 제 품에 넣었다.
흥수에게 안긴 남순이 고개를 마구 도리도리 하며 흥수의 가슴팍에 마구 부비적거렸다. 그런 남순을 끌어안은 흥수가 남순의 등을 토닥였다.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는 울음소리에 흥수가 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울지마..너 혼자 좋아하는거 아니야.”
“응? 무슨 말이야?”
“너 혼자 나 좋아하는거 아니라고. 나도 너 좋아해.”
“이씨이..그걸 왜 이제야 말해 이 바보야! 바킁수!”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남순이 마구 바둥거렸다.
눈물젖은 눈으로 노려봐봤자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축축한 눈가에 입술을 쪽쪽 소리나게 맞춘 흥수가 남순의 머리카락을 슥슥 쓰다듬었다.
기분좋다는듯 눈을 살며시 감은 남순이 베시시 웃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보였는지 흥수가 남순의 볼을 쿡 찔렀다.
"주문 받으러 안나가도 돼?"
"이제 나가야지. 너는?"
"흥수 옆에 붙어있어야지!"
볼은 발개진채로 히히 웃어대는 남순의 머리를 흥수가 살짝 쥐어박았다.
울상을 지으며 흥수의 앞치마를 마구 잡아끌던 남순이 앞치마 밑에 입은 제 바지가 답답하다며 징징거렸다.
그렇게 바지 버클을 붙잡고 낑낑대던 남순이 흥수에게 머리를 한대 더 맞고 나서야 입술을 비죽거리며 얌전히 밖으로 나갔다.
바쁘게 주문을 받던 흥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남순이 계속해서 방긋방긋 웃어댔다.
저를 계속해서 바라보는 남순의 시선이 느껴졌는지 흥수의 얼굴이 볼부터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앉아있던 카운터 의자에서 폴짝 뛰어 내려온 남순이 카운터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주문을 받고 돌아서려는 흥수의 다리를 남순이 확 잡아 흥수마저 쪼그려 앉혔다.
"야! 뭐야?"
"흥수 볼 빨개졌다. 사과같아 사과!"
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대며 남순이 꺄르르 웃어댔다.
웃을 때 마다 예쁘게 휘어지며 곡선을 그리는 눈꼬리가 꽤나 야실스러워 보였다. 당황한 흥수가 흠흠 하며 헛기침을 했다.
그에 영문을 모르겠다는듯 고개를 갸웃갸웃하며 시선을 맞춰오는 남순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낸 흥수가 주방으로 재빠르게 사라졌다.
"아씨, 고남순 이 새끼는 진짜."
손으로 바쁘게 얼굴에 부채질하던 흥수가 괜히 잘 매달려있는 앞치마를 툭툭 털었다.
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는건지 말간 얼굴을 들이밀며 헤실헤실 웃어대는 남순 탓에 매번 저 혼자 당황하는게 마음에 안들었다.
바닥에 쪼그려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던 흥수가 눈가를 찌푸리더니 카운터로 나왔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있던 의자에 다리를 모으고 얌전히 앉아있던 카운터에 앉아있어야 할 남순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당황한 흥수가 카페 내부를 살폈다.
흥수가 저를 혼자두고 주방으로 사라진것에 입술을 비죽이며 홀로 불만을 표하던 남순의 눈에는 저 멀리 테이블에서 한 여자 손님이 먹고 있는 초코케잌이 들어왔다.
척 보기에도 달달해 보이는 케잌조각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침을 꼴깍 삼킨 남순이 다리를 동동 굴렸다.
안절부절 못하며 다리까지 덜덜 떨어대던 남순이 결국은 벌떡 일어서 손님에게로 다가갔다.
"저기요,,있잖아요.."
"에? 무슨 일 있으세요?"
턱에는 꽃받침인지 뭔지를 한채로 턱을 괸 남순이 초코 케잌을 먹던 손님의 테이블 옆에 쪼그려 앉았다.
당황한 얼굴로 남순을 바라본 여자 손님이 어물어물하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분홍색 빛깔의 작은 혀로 제 입술을 조금씩 날름날름 핥으며 침을 꼴깍 삼키는 남순의 모습에 금새 뽀얗던 여자의 얼굴이 발그레해졌다.
"그..그..쪼코케잌 한입만 주시면 안되요..? 따악, 한입만! 쪼끔만 먹을게요!"
동그란 눈꼬리가 축 처진 남순이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에 어색하게 웃으며 여자가 제 스푼으로 케잌을 한 스푼 떴다. 안그래도 크던 눈이 더 커져서는 반짝거렸다.
작은 입술을 아 하고 벌린 남순의 입에 여자가 케잌이 올려진 스푼을 넣어줬다.
케잌을 입에 넣고 눈을 깜박깜박거리며 행복하다는듯 고개를 끄덕끄덕한 남순이 입에 들어있던 스푼을 뺐다.
그 순간 남순의 뒤에서 흥수가 남순의 목덜미를 잡아끌었다.
"으에에!"
"야! 새 스푼 들고 와!"
"치이,,알겠어어.."
머리를 콩하고 맞은 남순이 울먹울먹하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남순에게 눈을 흘기며 흥수가 여자 손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