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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별과 이야기하는 밤 | 인스티즈



과 이야기 하는

by. 솨솨






오랜만에 학교가 일찍 끝나 가방을 앞 뒤로 흔들면서 집으로 총총 뛰어갔다. 따스한 햇살이 나를 가득 쬐었고, 오랜만에 마시는 오후 냄새에 기분이 좋아 토끼 걸음을 하며 가는데, 주위를 잘 보지 못한 탓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촐랑거린 탓인지, 결국은 땅에 박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아 진짜, 어떡하지. 이거 엄마한테 걸리면 혼나겠다. 교복 치마가 다 헤져 흙이 묻어있었거 끝 단은 찢어져 있었다. 엄마에게 혼날 걱정에 울상을 짓고 있을 때, 내게 한 손이 내밀어졌다. 울상을 짓다 말고 고개를 위로 들으면 처음 보는 얼굴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남자아이는 손을 잡지 않는 내가 짜증나는지 화를 내는 어투로 말을 했다.



"안 잡으면 좀 무안한데."
"아, 으응."


그 남자아이의 손을 잡으니 남자아이가 날 일으켜주었다. 옷에 묻은 흙들도 툭툭 털어주었고, 바닥에 널부러진 가방도 주워주었다. 과하게 친절했다. 넌 누구냐고 묻기도 전에 남자아이는 너 다리. 라는 말만 남기고 그 자리에서 떠났다. 그제서야 나는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보았고, 아픈 다리를 겨우 이끌어 집으로 들어간 나는 등짝을 맞고 다리 치료를 받았다. 얼얼한 다리를 이끌고 엄마가 일하는 부엌으로 가 부뚜막에 앉았다.


"방해 되니까 절루 가서 동생들이나 돌봐."
"엄마. 나 못보던 사람 봤다?"
"누구."
"몰러. 키도 훤칠하고, 서울 아들처럼 멀끔하게 생겼다."
"옆집인가부다."
"옆집?"
"왜, 이번에 이사 왔다던 그 집 있잖냐. 아들내미 요양 왔다고."


아. 깨달음의 탄성이 나왔다. 치마 까매지니 얼른 꺼지라는 엄마의 손바닥에 결국은 부엌에서 쫓겨나 마당에 있는 닭들에게 모이를 줬다. 방에만 가면 딱지치기를 하자는 동생하고는 절대 놀아주기 싫다는 무언의 반항이었다. 배도 별로 안 고프고, 해도 슬슬 지기 시작하니까 그냥 나갈까. 하는 마음에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의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집 밖으로 나갔다.
여기저기서 풍겨오는 집 밥 냄새는 날 유혹시키지 못했다. 많은 집들을 지나쳐 나는 동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강가에 앉았다.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와 별들이 박힌 밤하늘의 조화는 말 그대로 진풍경이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낯선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을 때, 아까 내 가방을 주워 준 남자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어, 너 아까 나 도와준 걔 맞지!"
"어, 어."
"여긴 나만 아는 곳인데 어찌 알았니?"
"그냥 길 찾다가."


자꾸 쭈뼛쭈뼛 가만히 있지를 못하기에 손바닥으로 내 옆자리를 툭툭 쳤다. 안 더러워. 여기 앉아. 남자아이는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조심스레 내 옆자리에 앉았다. 부드러운 머릿결이 내 눈에 띄었다.  아야, 너 머릿결 참말로 좋다. 조심스레 남자아이의 머릿결을 매만지니 남자아이가 고맙다며 말 끝을 흐렸다. 그제야 내게서 경계심을 푼 것 같았다.


"넌 어디서 왔누?"
"서울. 몸이 안 좋아서 요양하러 왔어."
"서울 애들은 다 너처럼 생겼는가? 멀끔하고."


내 질문에 남자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래. 짧은 대답을 하고은 어색한 정적이 맴돌았다. 남자아이가 갑자기 손을 들어 별을 가르켰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별과 이야기하는 밤 | 인스티즈

"저 별을 뭐야."
"아, 저건 북극성이다. 맨날 보여, 저 별. 디게 밝지?"


남자아이는 다른 별을 가르켰다. 그럼 저 별은?


"글쎄. 저 별은 나도 몰러. 근데 항상 반짝거리는 것이 참말로 예뻐."


활짝 웃으며 별을 보았다. 오늘도 예쁘게 뜬 것이 참 예쁘다. 가만히 별을 바라보고 있자니 남자아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워 웃음이 덜 가신 얼굴로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내 물음에 남자아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별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내게 가르켰다.


"너는?"
"응?"
"너는 이름이 뭐냐고."


가까이서 본 남자아이의 눈은 참 깊었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나는 그 남자아이의 눈에 홀린 것마냥 멍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탄소. 내 이름은 김탄소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별과 이야기하는 밤 | 인스티즈
"난 정국이야. 전정국."


여기 진짜 예쁘다. 하늘을 보는 정국이를 나는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그 깊은 두 눈을 다시 보고 싶었다. 너무 깊어서, 별이 박힌 밤하늘 같았다.






정국이와 나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같이 등교하고, 같이 하교하고, 누가 만나자는 이야기도 없었지만 항상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그리고는 같이 별을 바라보았다. 정국이는 비가 오는 날에도 그 자리에 있었고 구름이 많은 날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말로 별이 좋아서 저러나보다 하며 이해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정국이가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도 통 오질 않았고, 구름이 없어 별이 잘 보이는 날에도 오지를 않았다. 정국이가 걱정 되었지만 찾아가지는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찾아갈 걸 후회한다. 오늘도 안 나오면 어쩌나 싶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갔는데, 익숙한 등판이 보여 해맑게 웃으며 옆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뭐 했누? 학교도 안 나오고, 별 보러도 안 나오고."
"조금 아팠어. 그래서 그랬어."


걱정 말라며 웃는 볼이 푹 파인 것이 헬쓱해 보여 안쓰러웠다. 아프지 말라며 정국이의 손을 잡았다. 정국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날 쳐다보더니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소가 절로 나왔다. 손을 맞잡고 별을 보고 있자니 정국이가 나를 계속 쳐다보는 것이 느껴져 뭘 보냐며 정국이의 등판을 약하게 툭 때렸다. 정국이는 날 계속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웃었다.


"탄소야."
"왜 불러?"
"넌 정말 곱다."
"응?"
"너 고와. 예뻐."


당황스러운 말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전에 정국이는 내게 다가와 입을 맞추었다. 마음속에 퍼지는 기분이 이상하고 오묘해 두 눈을 질끈 감았고 정국이가 내게 파고 들어왔다. 뒤로 넘어가는 내 허리를 잡은 정국이의 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난생 처음 겪는 기분이라 그랬다. 하늘에 있는 별들이 우리는 축복해 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 날 저녁, 넌 내게 첫 키스를 선사해 주었다. 그리고 내 너무 빨리 뛰는 내 심장을 추스리기도 전에 전정국은 다음 날 아침에 사라졌다.


"글쎄, 이번에 서울에서 온 가족이 멀리 떠났다지."
"그래요. 그 집 아들이 몸 상태가 아파서 외국으로 갔다고 하더라구요. 간밤에 죽을 뻔 했다고 그랬잖어."


처음 듣는 얘기에 마음이 식는 기분이었다. 저녁을 하는 엄마를 돕지도 않고 강가로 뛰어갔다. 강가에 가면은, 그 때처럼 정국이가 있겠지. 신발도 거추장스러워 다 벗어 던지고 강가로 뛰어갔을 때는 풀벌레만이 가득했고, 그 뒷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 앉았다. 어제의 그 온기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이미 다 가고 없었다. 손을 들어 정국이가 가르킨 이름 모를 별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방탄소년단/전정국] 별과 이야기하는 밤 | 인스티즈

"너는 아누? 정국이가 어디 있는지."
"……."
"정국이가 널 참말로 좋아했는데, 참 매정하기두 하다."
"'……."
"곱다. 너 정말,"


뜨거운 것이 볼을 타고 흘렀다.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고 마음이 아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입을 닫은 채 눈물을 삼켜냈음에도 불구하고 흘러내리는 눈물은 나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너, 정말, 진짜루,"


고와. 예쁘다.

그리고 그 해, 나와 정국이의 별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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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려내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ㅍㅍㅍㅍㅍㅍ
6년 전
비회원45.144
앙대ㅠ7ㅛㅛᆢ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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