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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전지적 시점







Written by. WOOZAI



[워너원/박지훈] 전지적 남 시점 05 | 인스티즈



툭하면 아프고 웬만한 여자보다 예쁘장한 외모에 새하얗다기 보다는 창백한 피부.


나에게는 남인 쌍둥이 동생이 한 명 있다.






05 - 남보다 못한 사이






잔잔한 클래식이 카페 안을 울렸다. 앞에서 쉴 새 없이 짹짹거리는 입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닫히게 하고 싶었다. 억지로 받아주는 저 모습이 우스웠다. 앞에 놓인 핫초코를 빼앗아 빨대를 물었다.






“거 봐, 내가 너 먹고 싶어 할 거라고 했지.”



“그래서 먹잖아.”



“안 먹는다며.”



“갑자기 먹고 싶어졌어.”



“…….”



“언니, 언니는 돈 없어? 사 먹으면 되잖아. 왜 오빠 거 뺏어 먹어?”






고개를 젖혀가며 웃는 박지훈에게 미간을 찌푸렸다. 들어 올린 핫초코를 내려놓았다. 순간 황당한 감정이 밀려와 아직도 웃고만 있는 박지훈을 넋 놓고 쳐다보았다. 눈 하나 깜박 안 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나를 뚫어져라 쳐다 보는 탓에 헛웃음을 쳤다.






“이거를 먹든 말든 그건 내 마음이지.”



“언니 단 거 싫어한다며.”



“야, 나랑 쟤는 너 때문에 여기까지 왔어.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



“그럼 나가면 되지. 오빠, 이 주변에 놀 데 있어? 나랑 나가 놀자.”






걔가 퍽이나 놀 데가 있는지 잘 알겠다.






이름, 조민아. 나이, 15세. 지금 휴가를 받아 하룻밤 머물겠다며 우리 집을 찾아온 삼촌 댁의 큰딸 되겠다. 대뜸 커피가 마시고 싶다고 외숙모의 팔에 매달려 징징대자 한숨을 내쉬면서 데려다가 놀다 오라며 돈을 쥐여주셨다. 정작 시킨 커피는 얼마 먹지도 못하고 박지훈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시시콜콜한 자기 학교 얘기를 하는 민아에 감흥이 없어 그깟 핫초코 하나 마셨더니 돌아오는 건 바락바락 대를 들어오는 3살 어린 사촌 동생이었다. 덥석 잡아 오는 손에 박지훈이 당황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구원해달라는 눈으로 나를 간절히 원하는데, 내가 방법이 어디 있다고. 어깨를 으쓱였다. 남은 핫초코를 들고 먼저 카페를 나섰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박지훈의 병원 생활이 1주일 만에 끝이 났다. 병원에 익숙해지려던 참에 퇴원을 하니 영 섭섭한 게 아니었다. 가끔은 간호사 몰래 박지훈인 척 침대에 올라와 자기도 했다. 그리고 또 어떻게 알았는지 늘 들켜 때마다 잔소리를 얻어먹은 게 함정이지만 말이다. 처음 병실 문 앞에서 옹성우라는 사람을 만났고, 단순히 친한 사이라며 혀를 내둘렀던 박지훈.



대체 무슨 사이인 거야.






복잡한 거리를 나란히 걸었다. 챙겨온 캡모자를 박지훈에게 씌웠다. 혹시나 누구라도 마주친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게 뻔했다.






“생각보다 별게 다 있네?”



“너 지금 우리 동네 무시하냐?”



“무시라니. 언니, 우리 여기 들어가자.”






익숙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스티커 사진 가게였다. 뜸이 들여졌다. 사실은 들어가기가 싫었다. 안 좋은 추억들이 떠오를까봐. 그러고 보면, 나도 한때 스티커 사진 참 많이 찍고 다녔다. 이런 번화가 쪽으로 나올 때마다 출석체크를 하듯 매일 얼굴도장을 찍었으니까. 갈기갈기 찢어져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그 진득한 스티커가 떠올랐다. 주춤거리며 망설이자, 박지훈은 그런 나를 천천히 안으로 데려 들어갔다.



괜찮아, 다 괜찮아.



어색하게 어깨를 감싼 손이 나를 토닥였다.






“미안. 내가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나이스샷, 박지훈.



현금을 동전으로 바꿔온 민아에게 맞잡은 손을 슬쩍 빼냈다. 풉, 웃음이 튀어나왔다. 할 말을 잃었는지 망부석처럼 가만 서 있기 바빴다. 나와 그가 아무 말 없이 바라만 보고 있자 헛기침을 했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먼저 자리를 피하는 민아에게 돈을 받아왔다.






“그 돈은 뭐야?”



“나 찍으려고.”



“야, 나는 왜,”






멀뚱히 서 있는 박지훈을 끌어들였다. 동전 6개를 하나하나 넣었다. 오랜만에 만지는 기계는 새로웠다. 경쾌한 음과 함께 화면에 모습이 비치고 카운트가 세어지자 바짝 다가서서 어깨동무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박지훈을 돌아보자 찰칵, 하며 사진이 찍혔다.






“야 씨, 죽을래?”



“아니, 당황스러우니까-!”



“포즈 몰라, 포즈?”



“아, 박이름!”






싫은 얼굴을 맞대며 아옹다옹하는 사진만 다섯 장은 족히 더 나왔다. 아무런 낙서를 하거나 예쁘게 꾸미지 않았다. 그럴 가치도 못 느꼈다. 원본 그대로 뽑혀 나오는 사진을 받아 들고 코팅을 하러 나오다가 뒤따라 나오는 박지훈을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야, 발, 발! 사람이냐? 존나 무거워.”



“안 닥쳐? 밖에 애들 있다고!”






애들?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었다. 나와 박지훈이 나오면 그제야 들어갈 생각인지 커튼 밖으로 보이는 발들에 어쩔 줄을 몰랐다. 나가면 안 되냐며 귓가에 미지근한 숨소리가 스쳤다. 박지훈의 이마를 때렸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같이 가.”



“나가자고? 밖에,”



“무슨 상관이야. 같이 나가, 나랑.”



“야, 잠깐,”






발을 동동 굴리는 내가 답답한지 덥석 옷 소매를 붙잡고 나를 질질 끌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직원에게 사진을 건넸다. 대체 화장실에 간 건지 아예 집에 간 건지 올 생각이 없는 민아를 찾느라 고개를 드는 참에 하필이면 그 무리 중 한 명과 눈이 마주쳤다.






“박이름?”



“뭐?”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에 순식간으로 아이들의 이목이 내게 집중됐다. 뭐 저렇게 떼로 몰려 왔는지 절반이 우리 반이었다. 그리고 나를 향한 눈빛은 얼마 가지 못해 내 옆의 박지훈에게로 향했다. 슬쩍 몸을 움직이며 박지훈을 가리자 다시 내게로 눈을 돌렸다. 다행히도 박지훈을 못 알아본 것 같다.






“뭐야? 남자친구?”



“와, 이름이도 있는데 우리가 없네.”



“섭섭하게 남자친구 있는 것도 안 알려주고.”






이때다 싶어 터져 나오는 말들에 정신이 없었다. 아니라며 대답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손을 탈탈 털며 나오는 민아가 이쪽으로 다가왔고 때마침 코팅까지 다 된 사진을 붙잡은 박지훈을 데리고 나왔다. 뒤에서는 잘 놀다 가라며 손을 흔드는 우렁찬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          *          *






“안 잤냐?”






째깍거리는 시곗바늘이 숫자 ‘1’을 넘어갔다. 오늘따라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아 방에서 나오니 코를 고는 삼촌의 소리에 발뒤꿈치를 떼고 슬금슬금 걸음을 옮겼다. 빛을 쏟는 박지훈의 방 문고리를 돌려 열었다. 곧 있으면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이 코를 박고 문제를 푸는 박지훈을 거들떠보고는 침대로 향해 누웠다. 침대 옆 서랍장에 놓여 있는 무난한 검정색의 지갑을 들어 올렸다. 스탠드 불빛에 의존해 시야를 밝히면 그 속으로 몇 장의 푸른색의 종이가 보였다.






“와, 이게 다 얼마야?”



“내려놔라.”



“몇 장 가져간다?”



“좋은 말 할 때 놔, 그거.”



“네가 언제 좋은 말 한 적 있다….”






말을 잇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제 학생증이 꽂혀 있는 곳 아래에 오늘 찍은 사진이 붙어 있다. 나는 너에게 어깨동무를 했고, 너는 그러는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무 말 없이 사진을 보다가 지갑을 내려놓았다.






“사진 찍는 거 안 좋아하잖아. 아니, 싫어하잖아.”



“…….”



“오늘 찍은 거는 마음에 들었나 보다?”



“뭐?”



“붙인 거 보니까.”



“아, 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사진 이야기를 꺼내자 당황한 박지훈이 나를 불러세웠다. 하얀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 손으로 꼼지락대며 작은 사진을 오리고 붙였을 생각을 하니 조금.






“귀여운 새끼.”






귀여웠다.






*          *        *






박지훈이 퇴원한 지 2주가 되었다. 그리고 이 아이가 내 앞에 나타난 지도 약 2주가 다 되어간다. 아침부터 교실로 찾아와 나를 붙잡고 떠들면 어느새 시간은 학교를 끝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는 박지훈의 자리에 앉아 있다.






“야, 일어나.”



“자리 주인 없는 거 다 알거든요.”



“그 자리 주인 네 뒤에 있네.”






배진영이 고개를 돌렸다. 박지훈의 시선이 올곧게 배진영으로 내려갔다. 그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배진영이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여기 앉으면 되겠네.”



“너는 언제쯤 너네 반으로 갈래?”



“걱정하지 마요. 걸릴 일 없다니까.”






박지훈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눈치껏 배진영을 내보냈다. 끝까지 버티던 배진영은 다시는 못 오게 한다는 말에 알겠다며 입술을 쭉 내밀고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한숨을 푹 쉬고 자리에 앉았다.






쟤 뭐야?



빠르게 손을 움직이더니 종이 하나를 찢어 내게 넘겼다.






“몰라.”



“똑바로 말해. 아는 애야?”



“진짜 몰라. 만난 지 10일은 됐나.”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교실 앞문을 박차고 들어와 박지훈을 찾던 1학년의 패기는 인정해 줘야 한다. 당찬 걸음으로 교탁으로 가 자리 명렬표를 보고서는 내 옆자리까지 와 말을 걸었다.






“누나, 이 형 어디 있어요?”



“…….”



“내 말 못 들었어요? 이 형 어디 있냐고요.”






진작 눈치를 챘어야 했다.



너도, 이 아이도, 그 사람도, 모두 다.






*          *          *






옹성우를 찾는 일은 의외로 쉬운 일이었다. 어찌나 소문이 자자하던지 조금만 이야깃거리를 흘리면 덥석 물고는 바쁘게 입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여기 모였으니까 말이다. 낯선 교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발을 디뎠다. 뒷자리에 모여 핸드폰을 만지는 무리에게 다가가 입을 뗐다. 그러자 엎드린 몸을 일으켜 눈을 비비적대는 사람이 옹성우인 것을 깨달았다.






“너 그때 병원에서 봤던 애지.”



“…….”



“그래서 왜 찾아 왔는데?”



“박지훈이 많이 다쳐서 돌아왔어요.”



“알아.”



“선배가 박지훈 때렸어요?”



“다 죽어가는 애 구했더니 팼냐는 소리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야 되냐?”



“…….”






구했다고? 박지훈을? 그럼 잡아 때렸다는 게 아니라는 소리야? 대체 무슨….






“어… 박이름아, 지훈이가 너한테는 다 속일지 몰라도 나한테는 아니거든?”



“…….”



“지훈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 그냥 가만있자, 응?”






머리가 멍했다. 끝까지 올린 패딩 지퍼를 내려 마이에 달린 명찰을 확인하더니 내 이름을 곱씹었다.






박지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의 헛점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체 나한테 무엇을 어디까지 숨기고 있는 거야….






진짜 머리가 터져 아무것도 남지 않을 것 같다.






Fin.



공부는 싫어. 공부는 바보야. 공부는 멍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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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6.148
강낭입니다! 지훈이 막 검은조직 그런데 속해있는 거 아니죠..?
6년 전
독자2
으아ㅠㅠㅠ뒷내용 너무너무 궁금해요ㅠㅠㅠㅠ 뭐지ㅠㅠㅠ 작가님 암호닉 [지야] 로 신청하고 갑니당@
6년 전
차가운 얼음이 찬찬히 녹듯
(ㄱㄴ) 접수! 감사합니다, 지야 님~! (ㄱㄴ)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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