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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이 찬찬히 녹듯 전체글ll조회 917l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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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전지적 시점






Written by. WOOZAI



[워너원/박지훈] 전지적 남 시점 06 | 인스티즈




툭하면 아프고 웬만한 여자보다 예쁘장한 외모에 새하얗다기 보다는 창백한 피부.


나에게는 남인 쌍둥이 동생이 한 명 있다.






06 - 남보다 못한 사이





교실이 정신없이 소란스러웠다. 하루에 열댓 번도 더 물어오는 나와 박지훈을 주제로 정말 남자친구냐는 둥 저들은 몰랐다는 둥 말이 많았다. 대체 그 이상한 소문이 어디까지 퍼진 건지 윗반 애들까지 내려와 창문에 기대 진짜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옆에서 똑같은 말만 반복해서 듣는 박지훈도 피곤한지 눈가를 비볐다. 그리고는 이내 따가운 눈초리가 내게 닿았다.



미안. 나도 지금 엄청 지겨워.






끼리끼리 모인 아이들이 가상 남자친구의 신상을 털겠다며 별 시답잖은 말들을 내뱉었다. 그 대상이 박지훈인 걸 알면 아마 까무러칠 거다. 말없이 듣고만 있던 뒤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3학년 선배랑 사귀는 거 아니야? 나 저번에 3학년 층에서 박이름 봤는데.”






그 많던 눈동자들이 목표물을 향해 떠났다. 순식간에 다시 몰려든 덕에 숨을 쉴 틈이 없어 시선을 돌리자 박지훈과 눈이 마주쳤다. 사나운 눈빛에 숨이 턱 막혔다. 아니라고 고개를 저어야 한다. 아니라고 입을 열어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이 완전한 문장이 되지 않고 마구 섞였다. 마주친 눈이 차갑게 식어갔고 얼마 안 있어 허탈한 듯 웃으며 시끄러우니 자리로 돌아가라고 내뱉었다. 여기저기서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책상 서랍에 손을 넣자 잡히는 종이가 있어 꺼내 펜으로 휘갈겨 썼다.



왜 그러냐고. 왜 그렇게 보냐고.






“너 혹시 아까 쟤가 한 말 때문에 그래? 너랑 나잖아. 알면서 그,”



“그냥 짜증 나. 너랑 그런 소문 난 것도 짜증 나고, 네가 왜 3학년….”



“…….”



“설마 그 3학년이 옹성우야?”



“…….”






대답 없이 듣고만 있는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끝으로 내가 건넨 종이를 박박 찢고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흩날렸다. 잘게 찢겨나간 종이가 아우성을 쳤다. 조각으로 변한 종이는 박지훈을 대변했다.






“씨발―.”






박지훈이 짧게 중얼거렸다. 조용한 주변 속에서 홀로 외친 말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          *          *






“또 왜 그러는데.”



“너 상대할 기분 아니니까 가.”



“그렇게 씨발, 사람들 앞에서 망신 주니까 통쾌해?”



“기분 존나 째져. 됐어?”






쾅 닫힌 문 뒤로 차가운 바람이 빨갛게 달아오른 두 볼을 스쳤다. 시린 손을 동그랗게 말아 쥐었다. 말끝마다 기침이 나왔다. 감기에 지독히 걸렸다. 면역력 하나 떨어지는 건 박지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허약했다. 밤새 창문을 열어 놓고 잠자리에 들었던 게 화근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천근만근인 몸이 무거웠다. 코를 하도 풀었더니 잔뜩 헐은 코끝이 민망할 정도로 보기 안 좋았다. 이제 그만 찾아와도 된다며 문 앞을 막아 서도 뚫고 들어온 배진영이 우악스럽게 끌고 가 매점으로 향했다. 그저 아이스크림 냉동고에 몸을 뉘었던 것뿐인데 제 마음대로 해석을 하고 하얗게 김이 새 나오는 그 차가운 것을 사 먹였다. 거부하기도 민망해 억지로 다 먹었더니 칼칼한 쉰 소리가 더 났다.






추운 날씨에 걸어가기 힘들어 애써 잡은 버스에 올랐더니 마침 교실에 지갑을 놓고 온 게 생각이 났다. 한 번만 무임승차 어떻게 안 되겠냐고 물었다가 당장 내리라며 진탕 욕만 먹었다.






“아씨…. 야, 박지훈! 뒤에 있는지도 몰랐네. 내 것도 같이 내주면 안 되냐?”



“…….”



“박지훈?”



“한 명이요.”



“야, 야!”



“누구세요.”






매정한 버스 기사는 돈이 그렇게도 궁한지 한 푼 없는 나를 가차 없이 내려놓고 출발했다. 30분이나 되는 먼 거리를 추위와 함께 걷고, 걷고 계속해서 걸었다. 속으로는 박지훈을 죽어라 욕했다. 감각이 없어진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였다. 얼어붙은 손을 녹이려 주머니에 힘껏 꽂아 넣었고 힘겹게 숨을 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공중에서 흩어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박지훈의 방에서 쫓겨났다. 코를 간지럽혀 크게 재채기를 할 때마다 콧물이 덤으로 나왔다. 찬 손으로 감기약을 찾았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몸을 웅크렸다.






억울하다. 괜히 박지훈에게 화가 났다. 화내야 할 처지는 분명 나인 것 같은데 왜, 왜….






“네가 뭔데….”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코를 훌쩍였다.






*          *          *






담임 선생님께서 따로 나를 불러 박지훈과 짝꿍이 된 이후로 꽤 잘 지내는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으셨다. 머리에 돌을 맞은 듯 멍해졌다.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아니, 못했다. 타인의 눈에 그 아이와 내 모습이 그렇게 비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최근 들어 박지훈과의 관계가 느슨해졌다고는 생각했다. 그와 나 모두 틱틱대는 말투는 예전과 다름이 없었지만, 제 화를 참지 못하고 욕짓거리가 나오거나 발끈하는 행동은 나름 고쳤으니까.






사실 아직도 박지훈이 화가 났던 건지, 단순히 삐쳤던 건지 그 원인을 찾지 못했다. 원체 예민한 성격인 탓에 어깨를 들썩이며 콜록거리면 짜증 난다며 꼭 한소리를 하는 박지훈은 오늘도 콜록대자 옴짝달싹 못 했다.






“아, 박지훈, 진짜 답답해서 미치겠네.”



“…….”



“이제 그 선배는 언급도 안 할게.”



“…….”




“그러니까 화 좀 풀어.”



“…….”



“아, 그… 내가 미안해―!”






박지훈이 고개를 숙였다. 입꼬리가 올라간 게 보였다.



하여튼 이렇게 꼭 풀어주어야 한다니까.






*          *          *






엄마가 이상하다. 아니, 이상한 건 원래부터였지만, 잠자코 지켜본바 나는 확신했다.



만나는 사람이 생겼구나.






항상 모든 통화는 스피커로 해놓는 사람이 귓가에 가져다 대고 통화를 하지 않나, 그렇게 챙기던 박지훈에게 소홀해지지 않나, 하다못해 나한테까지 아예 신경도 껐으니.―아, 이건 좋다.―






아빠를 떠나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아빠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액자 속 저 표정처럼 환하게 웃을까?






허탈함과 동시에 눈물이 나왔다. 닦지 않아 가득 쌓인 먼지투성이의 가족사진을 올려다보았다.



다들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는데 어떻게 지금은….






액자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딱히 그립거나 그렇지는 않다. 우울할 때면 아빠가 보고 싶은 날이 한두 번이 아니기는 하지만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핸드폰이 끊임없이 진동을 울렸다. 열한 자리의 숫자가 떴고 익숙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지훈이는? 전화를 안 받네.



“방에 있겠지.”



―밥 먹으러 가게 준비하고 있어.



“내가 왜.”



―너 좋아하는 고기 먹으러 갈 거야. 자주 가던 고깃집 알지? 거기로 와.






전화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단 20초 만에 끝난 미미한 전화 통화가 정이 없음을 보여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와 자주 가던 고깃집은 순 엉터리다.




내가 아닌 박지훈이 좋아하는 고기, 나를 제외하고 자주 가던 고깃집이겠지.






피곤한 눈가를 비비고 박지훈을 불렀다. 끝내 대답을 얻고 나서 나갈 준비를 했다.






*          *          *






알맞게 잘 구워지는 고기들이 하나둘씩 앞접시에 놓였다. 곧 있으면 귀에 걸릴 듯, 잔뜩 찢어져 카랑카랑 웃는 소리에 밥맛이 뚝 떨어졌다.






“우진아, 고마워. 아줌마가 우진이 덕에 네 아빠랑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었어. 우리 지훈이랑 친구 해줘서 너무 고맙다.”



“……?”



“네? 아니요, 뭐.”



“…….”






그와 나의 관계를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박지훈은 배가 고프지 않은지 애초부터 세팅된 수저를 들지 않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내 입에 넣어준대도 바로 뱉어버릴 것만 같았다. 내게는 이 앞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된 설명도 해주지 않고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행동하라는 무언가의 압박이 무서웠다. 눈웃음을 질질 흘리는 엄마가 역겨웠다. 화장실을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곧 박지훈도 나를 따라 자리를 나섰다.






“어쩌자고 이렇게 얇게 입고 나왔어.”



“너 알고 있었어?”



“너는?”



“전부터….”






솔직히 말하면 어안이 벙벙했다. 엄마도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생각은 했지만, 막상 때가 다가오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박지훈과 친구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건 또 무슨 소리지? 아는 사이라는 거야?






얼음장 같은 나무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생각하고, 되짚어 보고, 뒤집어 보아도 아빠가 불쌍했다. 고개를 푹 숙였다. 주먹을 꽉 쥐고 눈물이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박지훈이 한숨을 푹 쉬고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그 온기를 거세게 내쳤다. 어색하게 치우쳐진 손이 안절부절못했다. 유리창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연인 사이 같았다. 엄마의 입에서 네 아빠 될 사람이야, 라는 말이 나올까 봐 겁났다.






벌써 아빠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한데 앞으로 얼굴은 또 어떻게 본담.






“너, 쟤랑 아는, 사이야?”



“중학교 같이 나왔어.”



“엄마도, 알고?”



“엄마도 본 적 있지.”






흐느낌에 말이 댕강댕강 끊겼다.






“이름아.”



“…….”



“눈 와.”



“치워.”



“그냥 가만있어.”






큰 손이 정수리를 가렸다. 고개를 들어 새까만 하늘을 넋 놓고 쳐다보았다. 동그란 함박눈이 내렸다. 큰 눈덩이는 금세 수북이 쌓이고 나를 가린 손이 꽁꽁 얼었다. 그만 손을 천천히 내렸다.



더 이상 나 때문에 너를 희생하지 마.






Fin.



더킹갓제너럴어쩌구암호닉충성충성충성

[강낭] [꽁냥] [낭낭] [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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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지야입니당... 읽는 내내 이번화는 유독 머릿속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것 같았어요ㅠㅠ 읽을수록 둘이 무슨 관계인건지 정말 쌍둥이...라기엔 어어 음 ㅠ 그렇다고 정말 가족이 아닌 것같지도 않고...궁금하네요 잘읽고갑니다!
6년 전
독자2
진짜 나 얘네 쌍둥이맞나 싶고..엄마는 왜 차별에다가...갈수록 애매해...얘네....
6년 전
독자3
[김수석]입니당 너무 재밌어요.. 이거 완전 띵작에 대작스멜인데 정주행중인 저자신이 자랑 스럽습니다 히히
6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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