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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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널 내게 보여줘 Don't Lie
솔직해진다면 Gonna be easy
종인은 어두운 가게 안을 휘 둘러보았다. 밝지 않은 조명 덕분에 사람의 얼굴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내부 인테리어에 종인은 살짝 비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알 사람은 서로 다 알 텐데 굳이 이렇게 어두컴컴하게 해 놓을 필요가 있나. 들어올 때 살짝 흐트러졌던 옷을 탁탁 털며 정리했다. 그새 깃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던 종인은 천천히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 물도 점점 흐려지고 있는 상태라 조만간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안쪽을 눈으로 훑었다. 어제 원나잇을 하고 헤어졌던 상대도 보이고, 스테디로 만났던 상대도 몇몇 보였다. 그리고 구석으로 눈을 돌렸을 때, 익숙하지 않은 동그란 머리통이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녀석인가? 살짝 입맛을 다시고는 발소리를 죽여 다가갔다. 신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것인지 종인의 움직임에 다른 사람들이 작게 혀를 찼다.
"처음인가?"
종인의 말에 앉아 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이다. 종인을 보자 살풋 웃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꼬리에 순간 멍해진 종인이 생각했다. 쉽지 않겠는데. 근처를 지나가는 바텐더에게 도수가 세지 않은 술 한 잔을 주문했다. 맞은편에 앉아 술을 기다리는 종인에게 남자가 말을 걸었다. 어떨 것 같아요? 눈을 살짝 내리깔며 질문하는 모습에 종인이 헛웃음을 쳤다. 신입이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순진하게 생긴 얼굴과는 정반대인 교태스러운 행동에 종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테이블에 투명한 유리잔을 내려놓고 가는 바텐더의 뒤를 눈으로 좇던 종인의 귓가에 다시 한 번 듣기 좋은 목소리가 감겨들었다. 응? 어떨 것 같아요? 처음일 것 같아요?
"아니. 남자 여럿은 울려 봤을 것 같네. 내가 잘못 생각했다."
종인의 대답에 남자가 피식 웃음지었다.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은 초코라떼. 손목을 움직여 잔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남자가 이름을 밝혔다. 도경수예요. 그쪽은? 김종인. 짧게 말한 종인이 차가운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강한 알코올이 식도를 불태웠다. 알코올이 불꽃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내려가는 느낌에 종인이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곧 몸에 열이 돌았다. 흐트러지는 육체와는 달리 정신은 더욱 또렷해졌다. 오랫만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난 것 같다. 종인은 고분고분한 상대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여우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사람을 홀려 놓고 저 혼자 멀쩡히 있는 그런 사람이라면 기꺼이 하룻밤, 아니 상대가 원할 때까지 밤을 보낼 의향이 충분히 있었다.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였지만. 눈 앞의 남자는 그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이었다.
종인이 경수에게 슬쩍 시선을 옮기자 경수가 입술을 혀로 훑었다. 다분히 고의적인 행동이었다.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자연스러웠지만 종인의 눈에는 보였다. 이 세계에서 굴러먹은 것이 벌써 5년이 넘었다. 알면 알수록 마음에 드는 도경수라는 사람은 이제 노골적으로 종인을 유혹하고 있었다. 하지만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다. 넘어올 듯 말 듯 종인을 애태우는 경수는 즐거워 보였다. 종인은 그럴수록 경수에게 빠져들었다. 경수와 종인의 사이에서 매혹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지 한 시간이 넘어가자, 종인도 이제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그 동안 경수의 말에 유린된 것은 모두 장난이었다는 듯 교묘히 경수를 놀리는 종인에게 경수도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웃으며 하는 대화였지만 그 밑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종인의 유리잔에 들어있던 마지막 얼음의 형체가 없어지자, 종인이 나직하게 말했다.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게 어때."
"좋아."
종인의 제안에 경수가 대답했다. 솔직해진다면 조금 더 쉬워지겠지. 경수가 먼저 일어나 종인의 손을 스치듯이 잡았다. 매혹적인 웃음이 허공에 떠다니는 것 같다고 생각한 종인이 역시나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있었던 곳에는 이제 녹아버린 초코라떼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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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거 좋음. 뭔가 유혹적인 경수. 애태우는 경수. 그리고 그런 경수한테 절대 안 지는 능숙한 종인이.
이런 분위기 참 좋음. 퇴폐적인 분위기도 좋긴 한데 이런 분위기도 사랑함.
쓰면서 정말 좋았음. 불꽃마크를 이어가면 이 분위기가 없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불마크는 안썼음.
상상은 자유임. 마음껏 상상ㄱㄱ 난 상상할거임 불마크로 일요일 밤을 불태우겠어 신난다
+왜 브금이 저기서 끊김 아 싫다
++내가 글 쓰는 원동력은 덧글임 덧글ㅇㅇ
+++그러니까 덧글달아주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