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iangle
10
‘ 도영의 시선 ’
처음엔 그랬다. 대학교에 입학해 많은 설렘을 안고 강의실을 들어갔고 거기서 너를 보았을 때.
처음 본 네가 왜 그렇게 눈에 띄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첫눈에 반했다. 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과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너에게 다가가려 무던히도 많은 노력을 하곤 했었다. 평소 사교성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내가 했던 노력들이 빛을 번쩍였다. 우리는 스무 살의 봄, 아직은 어렸던 그때 우리는 사귀게 되었다. 네가 고백을 받아주었을 때 그때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 아니 얼마나 좋았는지 너는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표현하는 게 어려웠고 서툴렀던 나이기에.
그런 나였기에 네가 버티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너는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그렇게.
나는 네게 천천히 멀어졌다. 조금씩, 어쩌면 빠르게.
표현이 서툴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네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되었다. 그때부터 너를 놓아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너를 놓아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너는 점점 멀어져 가는 나를 잡으려 했다. 나는 그럴수록 네게 모질게 대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정말 차갑게 또는 냉정하게.
내가 가시 돋친 말을 뱉을 때마다 아파하는 너의 얼굴을 보는 게 정말 힘들었어. 그래서 네가 헤어지자고 하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몰라.
아니 기다렸어. 나 진짜 비겁하지. 차마 먼저 헤어지자고 하진 못 하겠더라. 네가 들으면 미친 놈 아니냐고 소리를 질렀을지도.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너는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멀어져 가는 네 뒷모습이 낯설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내린 선택이었고 이미 우리는 끝이 난 상태였다. 나는 그저 멀어져 가는 너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근데 왜 나는 네가 멀어져 가는 게 싫었을까.
사귀고 있었을 땐 나 때문에 아파하는 네가 싫어서 네가 멀리 떨어져 안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때 내린 그 선택이 틀렸다는 걸 뒤늦게야 알아챘고 이미 너를 잡고 싶다고 생각했을 땐 넌 이미 저 멀리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누가 그랬었는데,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늦은 거라고. 늦은 게 맞다고.
나는 너에게 또 다시 다가갔다.
인사도 먼저 해보고, 과파티에서 적정선보다 더 술을 마시고 있는 네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손이 뻗어졌고 나를 바라보는 너의 시선에 당황함이 가득 서려있었을 때 나는 뒤늦게 아차 싶었다. 김도영 미친 놈,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래도,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너에게 더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는지도.
같은 조에 걸렸을 땐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알바를 하게 된 카페에 네가 일하고 있단 사실을 알았을 때도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나는 같은 과 그리고 같은 알바라는 너와 나의 연결선을 이용해 너에게 다가가려 무던히도 애썼다. 너는 그런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싫어하고 있진 않은 걸까 걱정도 들었지만 그래도 너와 다시 잘 지내고 싶다. 이게 내 최종 목표라면 목표였다.
하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 너에게 다가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그랬다.
네 옆엔 항상 정재현 아니면 그 하숙집 아들이 붙어있었고 그게 아니면 유타였다. 네 옆엔 항상 누군가 존재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너였다. 너는 그 사실을 알지 못 했다. 나는 너에게 점점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을 때 이제는 대화 정도는 괜찮겠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 나는 너에게 큰 걸음을 하려 했다.
"있잖아 시민아."
힘들게 뗀 말이었다. 시민아. 나는 이제 네 이름을 편하게 부를 수 없는 사이가 됐구나.
"응?"
하늘에 총총 박혀있는 별들을 보려 쭉 뻗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는 그 두 눈에 나는 일순 얼굴이 굳어졌다. 나 많이 불편해? 진지해진 분위기에 나는 심호흡을 짧게 한 번 하고 천천히 입을 뗐다. 너는 그런 내 질문을 듣곤 얼굴을 찌푸린다. 불편하겠지 어떻게 안 불편하겠어. 네가 날 불편해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 질문을 한 건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었다. 너는 가던 걸음을 뚝 멈추었다. 나는 네게 얼굴을 감추고는 내가 하고 싶었던 말들을 하고 말았다. 너무 서둘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 진짜 못된 거 아는데, 나 너랑 잘 지내고 싶어."
잘 지내고 싶어. 우리 잘 지낼 순 없을까? 남들이 보면 지금의 우리 사이도 잘 지낸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사이는 쉽게 정의를 내릴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등을 돌려 너를 바라보았다. 너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시선은 바닥을 고정한 채 너 또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네가 불편하냐고 물었지. 응, 난 아직 네가 불편해."
"…."
"그래서 요즘 네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응. 알아. 네가 날 불편해 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어. 나도 나를 이해할 수가 없어. 내가 먼저 다가가놓고, 내가 먼저 멀어져 놓고 이제 와서 이러는 거 참 어이없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너한테 다가가고 싶어. 그냥 그러고 싶었어.
"잘 지내자고? 어떻게 그래."
"…."
"너는 그게 쉬워?"
아니, 나한테도 쉽지 않았어. 나한테도 어려웠어. 그래도 널 잡고 싶어. 너에게 가고 싶었어. 너는 천천히 아니 빠르게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를 지나쳐 뛰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보고 나는 서둘러 너의 뒤를 쫓았다. 그냥 이렇게 끝나면 영영 너에게 다가갈 수 조차 없다고 생각했다.
너는 뛰어가던 걸음을 멈추곤 푹 주저 앉아버린다. 나는 그에 놀라 너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무슨 일 있어요?"
누군가 너를 토닥이고 위로하고 있는 모습에 나는 주춤주춤 뒷걸음을 쳤다.
"아니… 난 그냥 걱정 돼서."
서툴게 너를 끌어안은 그 애의 귀가 발갛게 상기되었고, 얼굴 또한 불타는 고구마처럼 발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저 애는 너를 좋아하고 있구나, 너를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너는 그 아이의 품속에서 길을 잃은 어린 아이처럼 엉엉 서럽게 울었다. 네가 우는 이유는 나 때문인 걸까. 내가 그런 말을 해서 네 마음을 아프게 했나.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행동이 우리를 더 멀어지게 한 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해본다.
Triangle
〈sub>〈/sub>〈sup>〈/sup>
‘ 민형의 시선 ’
일찍 들어오라니까 꼭 하는 말마다 안 듣고 사람을 꼭 기다리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씩 가까워지는 그 사람은 늦게 다니지 말라는 내 말에 그대로 주저 앉아버리고 만다. 주저 앉은 채 펑펑 울어대는 그 사람을 보고 나는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고민을 했었던 거 같다. 혹시 나 때문은 아닐까 내가 괜히 뭐라고 해서, 아니 뭐라고 한 건 아니었다. 난 그저 걱정 돼서… 그랬던 건데. 서툴게 등을 토닥거렸다. 엉엉 서럽게 울어대던 그 사람은 내 목에 팔을 휘감아 나를 꼭 끌어안았다. 어깨에 스며드는 그 사람의 눈물이 점점 영역을 넓혀간다. 뭐가 그리 슬펐을까 뭐가 그렇게 슬퍼서 이렇게까지 우는 걸까. 궁금했다. 하지만 묻지 않았다. 물으면 안될 것 같았다. 나는 서툴게 등을 토닥거리는 걸로 위로의 말을 대신했다.
"고마워."
물기가 가득해 뭉개지는 발음으로 그 사람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진짜 나 때문은 아닐까 요즘 내가 피해 다녀서 그게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듣곤 괜히 더 미안해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평소처럼 말을 건넸다.
"다 울었어요?"
"… 응."
"들어가요. 춥다."
"… 응."
내 말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하는 모습이 귀여워 하마터면 붕어눈이 될 때까지 운 사람 앞에서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렇게 우린 집으로 들어갔고 샤워를 하고 수건으로 머리를 탈탈 털며 거실로 나왔을 때 그 사람은 탁자에 엎드려 피곤했는지 곤히 자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느릿하게 몸을 움직여 그 옆에 가 앉았다. 그 사람이 잠에 들었다는 확신 때문인 걸까 나는 하지 못했던 어쩌면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말들을 내뱉었다.
"누난 나랑 있으면 편해요?"
"…."
"나는 아닌데."
"…."
"누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불편한 사이가 되고 싶다는 말은 아니고… 그냥요. 나는 그 사람이 듣지 못한 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오해할까 괜히 말을 덧붙였다.
어니언's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너무 늦게 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빠르게 왔읍니다 :) 그만큼 너므 짧은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흑흑ㅠ
전 이제 모든 면접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저번 편의 댓글을 보니까 저와 같은 수험생이신 분들도 계신 거 같아요.
이제 벌써 수능이 일주일도 안 남았는데... 마지막 학창시절이라고 생각하니 시원 섭섭한 거 있죠?
수능도 화이팅! 스트로니! 제가 항상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