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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W

I

M

!












너를 보면 청량, 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은빛 꼬리나, 수면으로 올라갈 때, 네 얼굴을 축축하게 감싸는 검은 머리 따위가 그랬다. 나는 널 동경했다. 은색 꼬리가 갖고 싶었고 검은 머리카락을 갖고 싶었다. 너와 함께 바닷속을 헤엄칠 때면 넌 늘 내게 손을 건넸다. 잡아줘. 네가 그렇게 말하면서 웃으면,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언제부터였더라, 네가 내 지느러미를 간질였을 때였던가, 아니면 내 머리칼을 베베 꼴 때 였던가.


너와 수면을 향해 헤엄쳤다. 얼만큼 헤엄쳐야 저 높은 파란 하늘 까지 닿을 수 있을까. 네가 내 얼굴에 물을 튀겼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맞이했다. 재민아, 네가 좋아. 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을 뿐이었다. 날 보는 네 검은 눈동자에 내가 비쳤다. 내 눈동자 속에도 네가 있겠지. 너와 함께 보는 파란 하늘이 퍽 아름다웠다.


바다가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바닷속의 인어들을 부러워하기보단 질투했다. 우리의 자리를 뺏고, 자신들이 이 지구의 마지막 남은 생명체인 것 처럼 굴었다. 간혹가다 그물에 걸려 지느러미가 찢어지는 인어들이 나타났고, 그럴 때마다 우리들의 심장은 요동쳤다. 얼마나 더 깊이 들어가야 인간들이 우리를 내버려 둘 것인지, 우리는 정말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네가 어부의 그물에 걸렸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네가 그물 안에서 허우적대는 걸 보고도 널 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재민아, 하며 입을 벙긋거릴 뿐이었다.




인어들은 동요했다. 재민이를 구하지 않은 나를 추방해야한다는 쪽이 우세했다. 마지막 호의로, 국왕은 내게 보라색 진주를 건넸다. 그걸 남쪽 해안에 사는 할머니한테 주면 인간의 다리를 얻게 된 다던가. 내가 인간 세계로 추방 당하기 하루 전 날, 수면 위의 세상에는 비가 내렸고, 바닷속은 희뿌얘졌다. 안 가면 안 돼? 우리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잖아. 쫑천러가 내 지느러미를 살살 쓰다듬었다. 그 애의 얼굴이 흙탕물 때문에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고 보라색 머리칼이 황토색 바다에 휘감겨 사라질 것 같았다. 재민이가 죽었으면 어떡해? 쫑천러는 대답하지 않았다. 내 손에 갈색 고둥을 쥐어줄 뿐이었다. 그걸 불면, 수면으로 올라갈게. 그리고, 반짝이는 보라색 지느러미가 쫑천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내가 떠나는 그 날까지도 쫑천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수면으로 올라가자마자 고둥을 불어야하는 건가. 수면에 점점 가까워 질 수록 바닷물은 따뜻해졌다. 나재민이나 쫑천러가 내 옆에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멀리 나와서는 안 된다면서 핀잔을 주었을게 분명했다. 갈매기의 울음소리가 수면 위에서 들렸다. 저 끝없어 보이는 얇은 표면에 손을 대면 바로 바깥 세상이었다. 너도 여기에 있을까, 나는 차마 고개를 내밀지 못했다. 그저 남쪽 해안을 향해 쉼 없이 꼬리칠 뿐이었다.


국왕의 마지막 호의인 보라색 진주를 손에 꼭 쥐었다. 남쪽 해안의 할머니를 찾아가자. 이렇게 멀리까지는 나온 적 없는데. 지느러미에 점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질 참이었다. 너무 힘들땐, 수면 위로 올라가봐, 하늘이 트여있어. 언젠가 나재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난 수면 위로 올라갈 용기를 내지 못 했다. 너와 함께 봤던 아름다운 하늘을 너 없이 보는게 두려웠다. 곧 해가 지겠지, 바닷 속에 어둠이 드리우겠지. 남쪽 해안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남쪽 해안의 할머니. 보라색 진주가 빛을 머금고 반짝거렸다.


남쪽 해안, 블루 코스트라고 불리는곳이었다. 예전에 쫑천러가 아름다운 곳이라며, 성인이 되면 꼭 가보라고 했던 곳이었는데. 그래서 나재민이랑 같이 가기로 약속도 했는데. 이렇게 혼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오게 되는 이유가 그런 것 일 줄도 몰랐고. 수면을 향해 헤엄쳤다.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이 금방이라도 내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았다. 시민, 밤에 수면 위로 올라가면 정말 아름답대. 너와 꼭 같이 가보고 싶어. 나재민과 함께하기로 약속했던 밤의 수면, 그리고 남쪽 해안. 나는 어느 쪽도 지키지 못 한채 혼자 와버렸다. 공기와 물을 분리하는 얇은 막이 손에 잡힐 듯 아른거렸다.  진주가 계속 빛난다. 저 막을 걷어내면 난 이제 완벽한 추방이려나, 수면에 비치는 내 얼굴에 나재민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




동혁은 가만히 눈가를 지분거렸다. 옥분의 죽음 이후, 동혁은 완벽한 혼자가 되었다. 커다란 오두막 집 곳곳에 옥분의 흔적이 남아있었지만, 동혁은 그것을 애써 치우려고 하지 않았다. 첫째는 제 할머니가 지워질까봐였고, 두번째는 그 것이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비가 타닥타닥 내리는 바닷가의 밤이었다. 흰 화면에 커서가 반짝거렸다. 보라색 진주, 옥분의 마지막 말이었다. 동혁은 그게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보라색 진주, 라는 단어를 입안에서 한참 우물거릴 뿐이었다.


무료해진 동혁이 노트북을 덮고 텔레비전의 전원을 켰다. 저 멀리 해안에서 인어가 잡혔다는 소식에 동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인간과 인어의 만남은 꽤나 드물었고, 수면까지 올라오는 인어를 보는 것도 손에 꼽는 일이었으며, 애초에 사람들은 바다에 가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인어라, 동혁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동혁은 어린 시절 옥분과 남쪽 해안가를 걸었었다. 어두운 밤이었고, 장작 타는 냄새가 났으며, 발치엔 자꾸 나무젓가락 따위의 쓰레기가 채였다. 옥분이 혀를 끌끌거렸다. 이러다가 인어들이 더 깊숙히 들어가야할지도 몰라, 옥분은 늘 그렇게 말했다. 인어도 아니면서, 제가 마치 인어인 것 처럼 굴었다. 동혁은 그런 옥분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할머니, 인어들이 불쌍해요. 그럼 옥분은 동혁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나 나고 말야, 동혁이 소파에 몸을 기댔다. 자꾸 우울해지는게, 산책이라도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린 동혁은 문고리에 걸려있던 제 갈색 가디건을 집어들었다. 남쪽 해안으로, 산책을 갈 채비를 했다.





+





아주 옛날에, 쫑천러가 인간을 조심하라고 했던 걸 기억한다. 그 애는 나보다 어려서 분명 수면까지 올라가보지도 않았을 테지만, 괜히 나를 겁주려고 그런 말을 했을 테지만. 남쪽 해안까지 다다랐음에도 수면으로 올라가는건 꽤나 힘겨운 일이었다. 나재민 없이 혼자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사실이 그랬고, 공기와 만나는 순간 내가 인어가 아니게 될 것 같아서였다. 나재민이 잡혀가던 그 순간, 인간이 무섭다는 걸 알아버린 나였다. 쫑천러의 말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었다고 생각하게 되버린 나였다. 시민, 다음 생엔 한번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어, 다리가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제 은빛 꼬리를 팔랑이며 그렇게 말하던 나재민을 떠올렸다. 저 수면 위로 올라가면 네가 있을까, 인간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네가.


보라색 진주가 자꾸만 반짝거렸다. 수면 위로 올라가자 시민,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수면 위로 올라가면, 그러면 고둥도 불어서 쫑천러를 불러오자, 그러고 나서 나재민을 찾자. 공기 방울이 보글거리며 나보다 먼저 저 수면 위 세상을 맞이했다. 보고 싶은 나재민의 얼굴이 자꾸 둥실둥실 떠다녔다. 순간, 귀를 찢을 것 같은 비명이 들렸다.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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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젠5
천러를 남주 후보로 설정하는 게 너무 양심에 찔렸지만..............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도망
6년 전
독자1
우왕 재민이가 인어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어울려요... 수능 1일남은 고삼 이 글을 보고 잠에 듭니댱...
6년 전
독자2
꿈에 나와줘 재민 !!!
6년 전
2젠5
꿈에 꼭꼭 나올거예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용 ♥♥수능 화이팅!!
6년 전
독자3
오마깟... 천러 오마깟......
6년 전
독자4
작가님 세상에 인어 재민이ㅠㅠㅠㅠㅠㅠ재민이가 너무 보고 싶어요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5
아ㅜㅜㅠㅜㅠ 재민아ㅜㅜㅠㅠ 인어라니ㅜㅜㅠ 인어라니!!! 저는 판타지 진짜 좋아해요 사실 모든 장르를 포용하지만!! 하핳 진짜 아 너무 좋아요ㅜㅜㅠ 동혁이랑 만나겠쬬? 만날거죠? 흐어어ㅜㅜㅜㅠㅠ 사랑해요!!
6년 전
독자6
와이거너무쩌러료...
저벌써동혁이한테꽂힘요..
옥분할머니혹시인어였던건가??
암튼와..인어라니 너무쩔어요ㅠㅠㅠ
작가님이거다음화도있는거죠??

6년 전
비회원15.111
와 쩐다.... 작가님 재민이가 인어라니ㅠㅠㅠㅠ
브금도..ㅠㅠㅠ 재민이가 너무 보고싶어요ㅠㅠㅠㅠ

6년 전
독자7
제이스에요 진짜 오랜만이에요 작가님 퓨ㅠㅠㅠㅠㅠㅠㅠ 이번 소재는 또 아디서 영감받으싱거예요 매번 참신한 소재에 재밌느ㄴ전개 진짜 사랑해요 작가님 뜸하게나마 작가님작품은 꾸준히 볼 거 예요ㅠㅠ
6년 전
독자8
글 분위기 너무 좋아요ㅠㅠ 브금도 너무 찰떡
6년 전
비회원14.250
표현력이 좋으셔서 상상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6년 전
독자9
인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인어 대박이에요 소재 넘넘 좋아요ㅠㅠㅠㅠ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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