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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콜라다A 전체글ll조회 2390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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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김종현의 현장강의에 들어가 조교 노릇을 실컷 했다. 학생 수가 아무리 많다 한들 강의 하나에 러닝타임이 무슨 3시간씩이나 되냐.

나도 수업을 같이 들어야 했으니 여느 수강생들과 다를 바 없이 힘이 쭉쭉 빠지곤 했다.

내 전공 분야고, 나도 공부와 교육이 하고 싶어서 사회교육과를 졸업했기에 불만족스러운 일은 아니다만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드디어 강의가 마무리 지어졌다. 오늘은 촬영 강의였기에 카메라 조교에게 이따가 녹화본을 달라고 부탁한 뒤 책을 챙겨 일어났다.

나와 마찬가지로 책을 챙겨 일어난 수강생들은 늘 그렇듯이 김종현 옆에 일렬로 쫙 줄을 섰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다.

김종현의 별명을 이용해서 부기쌤, 부기쌤 하고 부르며 아주 좋아라 하는데, 정말 모르는 게 있는건지 아니면 김종현과 가까이 있으려는 심산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 이건 여담인데 학생들의 손에 들려 있는 책에는 저마다 김종현의 싸인이 자리잡고 있다.

강의가 새로 열려 교재를 받는 날에는 다들 새 교재를 들고 쪼르르 줄을 서서 김종현의 싸인을 받는다. 흡사 팬싸인회 풍경 같다. 아니, 김종현이 연예인이야 뭐야







연구실에 들어가 오늘 수업 자료를 정리하고, 새로 출고할 교재 사본의 오탈자 수정을 위해 검토하고 있는 중에 김종현이 들어왔다.

지금은 주말 오후 시간대라 각 과목별 연구실장들만 출근해서 연구실 내부가 휑했다. 나는 서둘러 김종현의 자리에 가서 수업 자료를 전달해주고는 슬쩍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혹시 저.. 다음 강의에도 조교 해야 하나요?"





내 조심스러운 말에 김종현은 입을 꾹꾹 누르며 그저 아무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띄우고 있느라 입가에 경련이 올 지경이었다.

대답을 할거면 좀 빨리 하면 안 되나? 맨날 말없이 쳐다보기만 하고, 부담스러워 죽겠네...





"힘들었어요? 조교 일."





그런 김종현이 몇 박자 늦게 뱉은 말은 뜻밖에도 저거였다. 난 당연히 더 하라고 단호박으로 말할 줄 알았는데.

힘들었냐고요..? 네 졸라 힘들죠... 알바만 하는 것도 힘든데 난 정규직이랑 비정규직을 같이 하고 있잖아,

뭐 이런 말들이 목구멍에서 소용돌이쳤지만 나는 오늘도 그 말을 도로 삼켰다. 정말로 비즈니스란 인내와 가식의 연속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다.





"음~ 아니요! 11주동안 정말 유익하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네, 하하"



"그럼 더 해도 좋을 것 같은데-"



"아 맞다 선생님! 그 이제 대학생들도 여름방학 시즌이잖아요. 수능에서 사회문화 48점 이상 받은 조교 알바 지원자들이 수두룩 빽빽해서~"



"아, 그 사람들은 이미 오전 오후 타임으로 꽉꽉 채워넣었어요."



".. 네?"



"그래서 지금 평일 마지막이랑 주말 오전 타임만 남았거든요."





시발 뭐? 그러니까 이건 그 남은 타임에 내가 조교 뛰라는 완곡한 표현인가? 수험생들이 한창 들끓는 시기인 여름방학 강의에 내가 미쳤다고 조교를...





"대신 방학 시즌인데다 시간대 특성상 페이가 더 쎄지겠죠"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


김종현은 이 말을 하면서 쓸데없이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 표정이 약간.. 뭐라 해야 하지.

나를 골려먹으려는 상사의 악덕한 저의가 담긴 게 아닌, 순진한 청년의 모습과 가까워서 나는 더 이상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좀 과장하면 외출했다가 돌아왔더니 3살배기 아기가 온 집안을 어질러놓고는 내 앞에서 해맑게 웃는 걸 보는 기분.


나한텐 웃는 거 잘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꼭 이럴 때만. 대체 장단을 어떻게 맞추라는 건지...





"그럼.. 하겠습니다."





결국 나는 또 김종현과의 게임에서 LOSE를 당했다.

물론 김종현이 그런 식으로까지 말했는데 상사 대 부하 직원으로서 끝까지 고집 피울 수도 없는 일이며,

내가 또다시 조교를 뛰게 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건 역시나 그놈의 '돈'이지만.


... 모르겠다. 방학 때는 6월 모의고사를 대대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교재랑 사설 모의고사 문제까지 만들어야 되는데. 망했구나. 하하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w. 피나콜라다A











6월 초에 있었던 수험생들의 헬게이트, 6월 모의고사도 끝났고, 다음 달에 새로 열릴 김종현의 강의 교재 수정 작업도 끝났고,

최근에는 김종현이 올해 두번째 강의를 완강하면서 일에 잔뜩 치이던 내 삶에도 여유가 생겼다. 대학 시절 종강을 맞이하던 때보다 500배는 기분이 좋았다.


몇 주 뿐이지만 일단은 김종현의 현장강의에 들어갈 일이 없었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빨라졌다.

또 미친 듯이 바빴던 평가원 모의고사 시즌이 끝난 직후에는 주로 QnA 게시판에서 질문에 답변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연구실장의 최악의 특권이던 주말 출근도 당분간 면제되었다. 일 조금 쉬는 게 이렇게 개꿀인생일 줄이야.





"아고고 죽겠다..."





그 덕분에 요즘은 저녁 약속이 줄기차게 잡히고 있다. 다 큰 어른들이 만나서 무얼 하겠는가, 당연히 술이지.

하루가 멀다하고 술을 들이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바빴던 지난 한 달간에 비하면 많이 마시고는 있다. 그 덕에 아침 메뉴로 해장용 국물이 자주 나온다.

오늘은 육개장 냄새에 눈을 부비적거리며 방에서 엉금엉금 걸어나왔다.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사람 방에서 웬 시루떡이 걸어나오냐."



"또 시작이네 진짜."



"성이름 이제 일어났냐? 안 그래도 깨우려고 했는데 밥 먹어"





나는 지성 오빠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살고 있다. 육개장 국물을 홀짝이며 나한테 시루떡 드립을 치는 저 사람은 최민기다.

나랑 나이 차이가 어느 정도 있는 오빠지만 성격이 좋고 스스럼 없어서 친구처럼 지내는 하숙생.

여느 때와 같이 민기 오빠랑 말장난을 주고받는데 그릇에 뜨끈한 국을 담던 지성 오빠가 이제 일어났냐며 가볍게 나를 타박했다.





"아니 오빠는 왜 아침부터 팩을 하는 거야?"



"이래야 카메라 잘 받아. 기본적으로 피부가 좋아야지"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육개장을 금세 해치운 민기 오빠는 팩을 얼굴에 찹찹 바르는 중이었다. 민기 오빠가 이토록 피부 관리에 열을 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민기 오빠는 특별한 직업이 없다. 대신 비주얼 하나는 끝내줘서 프리랜서 광고 모델을 한다. 가끔은 직접 광고 제의가 들어오는 때도 있더라.




하지만 광고 모델은 상시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민기 오빠가 생각해낸 또다른 돈벌이는 유튜브 영상 업로드였다.

무슨 영상을 찍으려나 했더니, 대뜸 해외 여행을 갔다와서 리뷰 식으로 영상을 올리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현실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민기 오빠는 금수저니까. 내가 보기엔 유튜브를 빌미로 그냥 여행 가고 싶어서 저러는 것 같은데 의외로 수입이 괜찮나보다.




하는 일 보면 정규직이 하나도 없어서 나는 오빠를 '예쁜 백수'라고 부르는데, 사실 이거야말로 워너비 라이프가 아닐까 싶었다.

일에 치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거 맘껏 하면서 사는 삶. 사실은 민기 오빠야말로 돈과 외모면 다 되는 이 사회의 표본이었지만 못마땅하기는커녕 그저 부럽기만 했다.




뭐 그래서 결론은.. 카메라에 비춰져야 하는 민기 오빠에게 피부 관리란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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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그저께는 콩나물국이더니 오늘은 육개장? 무슨 해장파티에요?"





방에서 교복을 입고 순식간에 식탁에 앉은 선호가 국을 휘저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선호는 하숙집 사람들의 평균 나이를 대폭 낮춰주는 막둥이 하숙생이다.

아직 중학교 3학년 햇병아리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훨 많은 어른들이랑 살다 보니 뭐가 해장용 국인지도 다 알아보는 듯했다. 참, 어린 애한테 뭘 가르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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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기 머리 산발인 누나가 또 한바탕 달리고 왔거든."



"와~ 누가 보면 나만 술고래인 줄 알겠다"



"최근에 정신 못 차리고 마셔라 부어라 한 애는 우리 집에 너밖에 없거든요?"



"헐. 누나 그만 좀 마셔요"



"거기 아무나 밥 다 먹은 사람 나 머리삔 좀 갖다줘!"




나도 별다를 것 없지만, 여기는 참 사람이 많다 보니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시끄러워 죽겠는데 이제는 이 시끄러움이 익숙하다.











육개장 덕분에 겨우 속을 차리고 출근을 마쳤다.

도착하자마자 화이트골드 커피믹스를 흔들며 커피머신 앞으로 갔는데 여직원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길래 슬쩍 껴들었다.





"무슨 얘기 해요?"



"어 성 실장님 출근하셨네요! 박 사원이 오늘 그 분 실물 봤대요. 그래서 그 얘기 하고 있었어요"



"그 분이 누구..?"



"실장님, 강다니엘이라고 아시죠?"





강다니엘? 처음 듣는 이름인데.. 내가 으음, 하면서 고개를 가로젓자 사원들은 하나같이 헉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꺅꺅거리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이 분위기 뭐지. 강다니엘이 무슨 연예인인가? 내가 아는 연예인 다니엘은 최다니엘이랑 다니엘 헤니밖에 없는데.





"그 왜, 열흘 전인가. 에듀101에 영어강사 신규 입성 했다고 저희가 막 떠들었던 거 기억나세요?"



"아, 그건 기억나요!"



"그쵸! 그분이 강다니엘 강사거든요. 와, 프로필 공개될 때부터 난리도 아니었대요 잘생겼다면서.

전신 프로필 사진도 있었는데 다리가 너무 길어서 백퍼 포샵빨이라고 생각했는데 저 오늘 그분 실물 보고 할말 잃었잖아요."





오 진짜? 잘생긴 사람이라고 하니 본능적으로 귀가 솔깃해졌다.


그나저나 에듀101에 신규 강사라.. 에듀101 특성상 강사 홍보라면 지겹도록 많이 했을텐데 왜 난 초면이지.

요즘 학원도 안 들르고 QnA도 연구실 온라인 카페에서만 하느라 아예 본 적이 없는 건가?





"강아지처럼 생겼는데 잘생겼고 키 크고, 말 다했죠 이거면! 목소리랑 강의력도 좋아서 벌써부터 수강생들 꽤 몰리고 있대요.

나중에 같이 지나가다 보게 되면 꼭 알려드릴게요."





꽤나 하이텐션인 박 사원의 말에 다들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에듀101 영어 강사는 이렇다 할 인재가 없다던데 드디어 강력한 한방을 날리는 건가.

사실 크게 관심이 가진 않는데 박 사원이 저렇게 말하니까 왠지 기대가 되었다.














사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들어오니 벌써부터 나른해졌다. 점심시간 끝나기까지 여유가 좀 있는데 눈이나 붙일까 생각하며 하품을 했다.

야 너 하품할 때 얼굴 진짜 웃기다. 내 얼굴을 보고 깔깔대는 김재환 오빠에게 그래 고마워, 라고 대충 대답한 뒤 엎드려서 잠을 자려는데.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성이름 씨, 이쪽으로 좀 와봐요."





옆에서 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이거 어니부기 목소리잖아. 심지어 목소리는 평소보다도 훨씬 낮게 깔려있다.

와 뭐지 이거. 나 뭐 잘못했나? 기울어지던 상체를 다시 일으키며 김종현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김종현은 연구실 한쪽에 딸려있는 제 개인 사무실로 나를 데리고 들어가더니, 내가 들어오는 걸 확인하자마자 문을 쾅 닫았다.

심장도 쾅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문소리에 깜짝 놀라 김종현의 얼굴을 바라보았을 땐 표정이 잔뜩 굳어져 있었다.



..무섭게 왜 이래? 남몰래 떨고 있는 나에게 김종현은 프린트된 교재 원고를 불쑥 들이밀었다.





"이거 몇 번 검토했어요."



"최종 완성된 원고는 총 3번 검토했습니다."



" 완성된 상태에서 검토를 3번이나 했다면서 오타도 아니고 오류를 내요?"





오류? 오류라고? 그럴 리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김종현은 꽤나 언성이 높아져 있었다.





"어디에 오류가...?"





김종현은 대답 대신 엷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잔뜩 기가 죽어 눈치만 보며 김종현이 들이민 사본을 받아들었다.

형광펜으로 줄 쳐져 있는 부분을 잘 살펴보았지만 처음에는 뭐가 문제인지 잘 몰라 눈에 힘을 주고 글자 한 글자 한 글자를 신경써서 읽었다.


긴장되서 심장이 세게 뛰는 탓에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린 느낌이었다.

결국 몇 번을 다시 읽고 나서야 내가 어떤 실수를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실험법에 관한 기존 문제를 심화 변형하여 낸 문제에서 해설지 한 문장에 틀린 부분이 있었고,

또 빈곤 도표 문제의 풀이 방법을 메모해놓은 부분에서 아예 내용 순서가 뒤바뀐 부분도 있었다.



이걸 보고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대로 책 나왔으면 엿 될 뻔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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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알겠어요? 뭘 어떻게 틀렸는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앞으로 더 신중을 기해서 집필하고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성이름 씨한테 일 맡기는 것 같죠."



"...네?"



"혹여나 내가 꼼꼼히 검토 완료했다는 성이름 씨 말만 믿고 이대로 교재를 출고했다면, 그리고 강의를 진행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 것 같아요?"



"....."



"작은 개념, 작은 해설이라도 어느 하나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거 분명히 알고 있잖아요.

성이름 씨가 어떻게 일하는 지 아니까, 나는 전적으로 믿고 맡긴 건데."





김종현은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난 것 같았다. 화를 애써 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다다다 쏟아붓는 김종현에게 나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런 말을 듣는 나도 속상했지만, 대부분은 나 혼자서 검토했기 때문에 내 잘못이 커서 어쩔 도리도 없었고.





"... 죄송합니,"



"지금 성이름 씨는 나한테 죄송하다고 하고 틀린 부분을 수정하면 그만이겠죠.

근데 학생들이 모의고사랑 수능을 치고 난 후에는 죄송하다고, 수정하겠다고 해봤자 아무 소용 없어요.

뭐가 문젠데요. 조교 일 같이 하는 게 버거워서 일이 잘 안 되기라도 하는 거예요?"



"아, 아니에요 선생님. 아닙니다 제 부주의입니다.. 정말 조심하겠습니다 앞으로도.."



" .. 목소리가 높아지잖아요. 내 강의 들어와서 보조해주는 게 그런 식으로 본업에 지장을 준다면 그만둬도 좋아요.

안 막을 테니까. 조교 하라고 강요 안 할 테니까."





내가 잘못한 건 맞는데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만 했을까. 김종현의 말은 공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듣는 사람을 서럽게 할 만큼 쌀쌀했다.

사실 내가 혼자 했던 건 내가 직원들에 비해 연구실에 남을 일이 더 많으니 그동안 할 일을 다 끝내버리자는 마음에서였고,

일대일로 김종현과 눈을 마주치며 피드백을 받기 불편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물론 이 실수가 그대로 강의까지 이어졌다면 안 되는 거지만 막말로 아직 교재가 완성되어 나온 것도 아니고..

괜히 눈물방울이 찔끔 맺힐 것 같았다.





"앞으로 직원들이랑 같이 점검하고, 최종본 전달해주기 전에 나한테 따로 와서 몇 번 논의도 좀 해요.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혼자 다 한답시고 여기저기 구멍 내지 말고. ...가봐요."














김종현한테 혼났다. 그것도 심하게. 솔직히 나한테 일 많이 시킨 것도 있으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다그칠 게 뭐냐고. 사람 무안하게


내가 한껏 어두워진 표정으로 나오자 재환 오빠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본인이 더 안절부절 못하며 물어왔다. 결국 나는 재환 오빠에게 아까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았다.

씨, 내가 잘못한 거 알겠는데. 진짜 너무하지 않아? 게다가 난 야근에 주말 출근까지 했잖아. 그렇다고 내가 평소에 막 실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툴툴거리다가 순간 울컥한 마음에 조금 훌쩍이기까지 하자, 재환 오빠가 어깨를 토닥이며 날 달래주었고 기분 낼 겸 퇴근길에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나는 김종현에게 인사 같지도 않은 인사를 하고 냅다 빠져나와 버렸다.

진짜 여름방학 시즌엔 조교 해도 김종현 차 안 얻어탈거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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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종현쌤이 좀 예민하시긴 했는데,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더라구."




건물을 내려오고 밖으로 나가면서 재환 오빠가 꺼낸 말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반문했다.





"나도 입사하고 좀 지나서 알게 된 건데, 재작년에 쌤이 오개념 논란이 한번 있었거든."



"오개념 논란? 김종현이?"



"응. 재작년까지만 해도 쌤이 법과 정치 말고 윤리와 사상을 강의했었대. 근데 그 해 수능 끝나고 윤사에서 오개념 논란이 나온거야.

솔직히 종현쌤 실수가 맞긴 했는데, 잘못 가르친 파트가 그때 수능 문제랑 약간 관련만 있었고 크게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단 말이지."





처음 듣는 얘기였다. 나는 가만히 재환 오빠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근데도 학생들이 민감하다 보니까 막.. 뭐라고 했었나봐. 믿었는데 실망이다, 이런 비판도 좀 많았고.

종현쌤이 그때 진짜 우울해했대. 그 논란 때문에 사과글도 장문으로 올리고, 바로 윤사 폐강하고 법정으로 바꿨다는데"



"헐. 근데 윤리라는 게 원래 단어 하나하나에 의미가 갈리는 과목이잖아. 애매할 만도 한데" 



"그렇지. 그래도 그때 이후로 다시 할 생각은 없으신가봐. 지금 윤사 선택자들이 종현쌤보고 그렇게 강의를 열어달라고 하는데, 같은 실수 하기 싫다나."




아. 그래서 그렇게 화가 났던 거였을까.. 이제서야 김종현의 행동이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김종현은 자기 일에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하고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 적당히 하는 법이 없었다.

강의를 하다가 가끔 학생들한테 조언을 해줄 때, 자신이 하는 일에 항상 진심을 담아 간절히 임하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던 그였다.


그런 김종현 성격에 오개념 논란은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겠지.

나에게 말할 때 속으로 안 좋은 기억을 삼키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괜히 죄책감이 가중되는 것 같았다.





"쌤도 네가 일을 게으르게 한 게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실 거야. 그니까 너무 맘에 담아두지 마라"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속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정신을 팔아버린 건지, 김종현이 강의하던 학원 앞을 지나가면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와 어깨를 세게 부딪혔다.





"어어,"



"죄송합니-"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사과를 하려고 무의식중에 나와 부딪힌 사람을 돌아보았을 땐 익숙한 얼굴이 나와 같은 표정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오랜만인 사람이 수트를 갖춰입은 채로 학원에서 나오고 있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사이에 적막한 침묵이 흘렀다.

안 오고 뭐해? 라고 내게 묻는 재환 오빠를 뒤로 하고 나는 잠시 미간을 찡그렸다.




왜 여기에...




[워너원/뉴이스트/김종현/강다니엘] 1타 강사 어니부기와의 관계성 02 | 인스티즈


"안녕"




놀랍게도 그가 나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의 인사가 완전히 닿기도 전에 나는 이미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우리 둘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재환 오빠에게 가자, 라며 입모양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빠르게 걸었다.



나는 마치 모르는 사람인 마냥 도망을 가듯 그 사람을 지나쳤다.

4년 전, 그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1. 안녕하세요 자까입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2화를 빠르게 쪘습니다. 원래 주말에 올리려고 했는데 제가 워너원 팬콘을 가야해서 미리 올렸어요 하핫


2. 드디어 숨겨왔던 하숙집 라인업이 모두 공개되었네용

귀엽고 재미있는 친구들로 구성해봤습니다. 나두 선호같은 동생 한명만...


3. 아 그리고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첫작품 첫화인데 예상 외로 많은 관심을 받아서입니다ㅠㅠ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덕분에 신알신도 꽤 많이 받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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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글에도 올랐어요ㅠㅠㅠㅠㅠ 아 진짜 좋아해주셔서 저도 너무 좋은데 2화로 실망시켜드리면 어카지 하는 생각도 컸습니다 8ㅅ8

끅흡흑 혹여나 제가 부족하더라도.. 노력할테니 피드백과 반응을 아낌없이 해주세요!!

독자님들 댓글, 신알신 하나하나가 많은 힘이 된답니다 정말 사랑해요 여러분들 <3


4. 1화 때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 감사해요!! 그리고 암호닉 신청은 나중에 정식으로 받을 예정이니 아직은 안 해주셔도 됩니다 :)


5. 아 맞다 그리구 혹시 비지엠 안들리시면 말씀해주세여,, 저 PC로는 들리는데 모바일로는 안 들려서 소름돋았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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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강다니엘의 새로운 등장!!!여주랑 무슨 관계인지 너무 궁금합니다ㅠㅠㅠㅠㅠ
6년 전
피나콜라다A
도키도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2
빨리 와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내용이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나중에 더 글이 더 많아져서 이해하게되면 아~~!!! 이럴만한 내용들일 것 같아서 너무 기대가 되요 진짜로!!!

6년 전
피나콜라다A
어엇 내용이 어렵다는건 그.. 인물들 간의 심리나 관계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인가여?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
6년 전
독자11
어렵다고 쓴 게 내용 속에 주인공들의 아직 풀리지않은 궁금증들이 있어서 그렇게 댓글을 달았던것같아요!!!!!!!!!!!!!!!!!? 앞으로 풀릴거니까 기대하구 볼게요!!!!
6년 전
독자3
오오 역시나 이번 편도 너무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내용이 더더 기대되네요ㅎㅎ 수고하셨어요 !!❤️
6년 전
피나콜라다A
독자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3
6년 전
독자4
우왕 작가님 재미있어요ㅠㅠㅠ 다녤이랑 무슨 관계인지 궁굼해 미춰야,,, 팬콘 잘 다녀오세여 저는 서울로 갔는데 대유잼 보장합니다 흙흙
6년 전
피나콜라다A
감사합니다ㅠㅠ 서울팬콘 막 되게 알차고 그러던데.. 부산도 재밌겠죠?! 흐규귝
6년 전
독자5
후덜 강다니엘이 여주랑 아는사이였다니! 근데 왜 이름듣고 모른거죠? 궁금하네욥ㅎㅎ
6년 전
피나콜라다A
하핫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6
와 이런대작을왜이제발견했을까요..아진짜너무좋아요진짜너무재밋네요진짜ㅠㅠ이제삶의낙이생긴것같아기분이좋네요ㅠㅠㅡ
6년 전
피나콜라다A
헉.. 대작 받고 삶의 낙이라뇨,, 진짜 과찬이지만 너무 감사해요ㅠㅠㅜㅜㅜ
6년 전
독자7
과거에 무슨 사이였던 건가요!!! 다음화도 기다릴게요❤️ 그리고 비지엠 모바일인데 들려요!!
6년 전
피나콜라다A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브금 들린다니 다행이네욥 8ㅅ8
6년 전
비회원136.148
다니엘 4년전에 여주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딱봐도 여주 상처 받았잖아ㅠㅠㅠㅠ
6년 전
피나콜라다A
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독자8
헐헐 작가님 다니엘이랑 여주랑 무슨 사이인가요?? 궁금하네요ㅠㅠㅠ 오늘도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6년 전
피나콜라다A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0^
6년 전
독자9
아 진짜 너무 재밌어여 작가님ㅠㅠㅠ 다음 화 빨리 읽고싶네용 하하♡
6년 전
피나콜라다A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0
자까님 혀니입니당! 처음엔 부기쌤 좀 심한것 같다 생각했는데 부기쌤이 예민할 수 밖에 없었네요ㅠㅠ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라 참 멋있는 것 같아요ㅎㅎ 그나저나 여주랑 다녤은 무슨 사이였길래 저리 놀라는걸까요? 벌써 다음화도 기다려지네요? 저도 이번에 부산 팬콘가는데 잘하면 운명의 옆사람일수도..?키키 오늘도 글 잘 읽었슴니다?
6년 전
피나콜라다A
헷 읽어주신것도 고마운데 정성스런 댓글까지 ㅠㅅ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그나저나 정말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운명이겠어요!! 함께 팬콘에서 열심히 애들 응원합시다 빠샤빠샤
6년 전
독자12
종현님 단호할땐 단호한 무서운... 매력?이 느껴지네요 ㅠㅠ 여주 속상할거같아여... 그리고 다니엘님이 드디어 등장 ㅠㅠㅠㅠㅠ 과거에 연이 또 이어져있나보네요 ㅠㅠㅠㅠ 작가님 오늘도 잘 읽고갑니다!
6년 전
피나콜라다A
직업 특성상.. 빈틈없이 일처리하려는 종현센세의 습관이랄까요^.^ 약간 프듀 쏘리쏘리2조의 리더 종현을 생각하면서 써본건데 생각보다 무섭게 썼나봐요ㅋㅋㅜ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3
와 하숙집 친구들 좋아요 선호라니ㅋㅋㅋ 생각하지도 못한 인무류ㅠㅠㅠㅠ 귀여워ㅠㅠㅠ 하하... 종현쌤이랑 여주 둘 다 이해가 가긴 하지만 그래도 종현쌤 너무했머요ㅠㅠㅠㅠㅠㅠ 다녤이랑 엄청난 과거가 있는거군요 좋지않은..허허허
6년 전
피나콜라다A
그춐ㅋㅋㅋ 하숙집 친구들은 쓰는 저조차도 정드는 조합ㅜㅜ 뭐 엄청 거창한 인연까진 아니지만..허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6년 전
독자14
아니 세상에 다음편이 넘나 궁금하게 끊어놓으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신알신하고... 추천하고...갈게여....최고....bbb
6년 전
피나콜라다A
하핫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15
다녤이랑 아는사이라는 것만으로도 벌써 설렘 가득합니다... 체고예요ㅠㅠ얼른 다음편 보고싶어요~
6년 전
독자16
와진짜너무재밌어요ㅠㅠ 신알신하고갈게요!!!
6년 전
독자17
드뎌 다녤이 등장했네요! 음 부기쌤이 저렇게 예민할만하긴 했네뇨...ㅠㅡㅠ 그래두 여주가 너무 상처받지 않기를.....ㅠㅠ 다녤과 여주의 관계성도 얼른 알고 싶네요! ㅎㅡㅎ
6년 전
비회원53.95
와 미쳐써 대 유잼대유잼.. 오늘 어니부기화났쪄요ㅠㅠㅠㅠㅠㅠ 카리스마 대박이고,,, 저런 사연이 있었다니요ㅠㅠㅠ 그리고 여주랑 강다니엘은 무슨사이인지?!? 작품 안에서는 본명이 다니엘이 아닌가요.. 왜 이름듣고는 모르고 얼굴 보고 알아챈걸까요??? 힝 6화까지 전부 정주행할게욥!!!!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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