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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12 | 인스티즈 

 

 

 

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 읽는데 조금이나마 혼란을 드리지 않으려는 제 작디 작은 마음입니다...?]

오늘도 11편 마지막 부분과 이어지는 남준의 시점입니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똑같은 샤워 시간, 어제와 비슷한 색상의 정장을 입고 머리를 매만졌다. 같은 향의 향수를 뿌리고 집 앞에 차를 대기시켰다는 문자까지 완벽했다. 다만 한가지 달라진 점은 정국이의 식사를 챙겨준다는 점이었다. 정국이 없던 3개월의 시간은 적막이 감싸안는 처연한 집이었다. 원래도 밥을 챙기지 않았던 터라 혼자 남겨진 집에서는 무언가를 챙길 여력도 없었다. 그저 쌓여가는 유통기한이 지난 정국이의 약만 치우면서 아침을 맞이했다.  

 

 

 

 

 

 

 

"남준, 왜 밥 안 머거?" 

 

 

 

 

 

 

이런저런 생각에 휩싸이다 보니 제 앞에 놓인 밥그릇은 텅텅 비었는데, 내 밥그릇은 그대로 쌓인 걸 보고는 궁금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정국에게 제 밥을 반이나 덜어주었다. 다 못 먹는다면서 꿍얼거리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안 치워도 된다는 말을 남기고, 서류가 가득 담긴 가방을 손에 고쳐들고 밖으로 나오자 아직도 날이 안 풀린 탓인지 꽤 추운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 수 밖에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정국이에게 잠깐 만난 주인이라는 그 사람의 기억을 없애야 했다. 사실 그 기억들이 정국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른다. 알 수 없다. 다만 그 기억들을 가지고 산다면 정국이는 제게서 또 떠날 것이 틀림없었다. 태어난 그 순간부터 차가운 실험실 침대에서 일생을 보낸 정국이에게 그 사람은 따뜻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제게서 못 느낀 그 감정들을 느꼈기에 이렇게도 정국이가 그 사람을 찾고, 남몰래 울부짖는 게 아닐까.  

 

 

 

 

 

 

 

"..... 누구세요." 

 

 

 

 

 

 

 

 

지금 내가 들어가는 게 맞나 싶을 만큼 목소리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멍청하게 인터폰 사이로 들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고, 장난치는 거라면 돌아가라는 말에 급히 접니다, 라고 어색하게 말을 꺼내자 한숨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처음 대면했던 그 날과는 꽤 다르게 초췌한 모습들 사이에서 반짝이는 눈빛을 봤다. 제 뒤로 누군가가 더 있나 싶은 그 눈빛은 퇴근하고 돌아온 내게 보여주는 정국의 눈빛과 똑같았다. 정국은 이 사람과 꽤나 비슷했고, 닮아있었다.  

 

 

 

어색하게 신발장 앞에서 서있는 내게 할 말이 있어서 오신 것 같은데 쇼파에 앉아서 기다리라는 말을 듣고나서야 발길을 옮겼다. 원래도 말이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내게서 듣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였지만 먼저 대화를 시작하지도 않는 이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될까. 정국이는 이제 적응을 잘 했으니깐 걱정 안 하셔도 된다고? 정국이가 그쪽을 많이 그리워한다고? 아니면... 

 

 

 

 

 

 

"날이 차가운데, 혹시 따뜻한 차 못 드세요?" 

 

"예? 저 차가운 차로 부탁드리겠습니다." 

 

"... 쿠키랑 똑같네요, 그쪽." 

 

 

 

 

 

 

내가 느낀 모습들을 이 사람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정국이와 닮았다고 보는 이 사람도 나와 정국이 사이의 공통점을 하나씩 꺼내고 있었다. 신기하다, 이 감정이 입 밖으로 나오자 차를 타고 있던 여자도 손을 멈췄다. 내 의도를 파악했던 걸까. 쟁반 위의 컵이 미세하게 떨렸고, 내게 전해주는 찻잔도 떨렸다. 정국이라면 이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했을까. 손을 뻗는 순간, 여자의 손이 미끄러워졌고 내 위에는 꽤 차가운 음료가 바지를 물들였다. 죄송하다는 여자의 말에 그저 괜찮다는 말만 수차례 반복하자 울먹이는 목소리로 바지라도 갈아입으라는 말을 뱉었다. 어차피 오늘 일정도 없는 터라 이 여자만 만나고 다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안 갈아입어도 된다는 말에 여자는 내 손 안에 꾸역꾸역 바지를 건내 주었다. 미묘하게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이 꼭 며칠 전, 정국을 안았을 때 났던 향과 비슷했다. 전정국이 입었던 바지구나. 무의식이 뇌리를 스쳤고, 욕실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걸어가서 갈아입었다. 정국도 꽤나 큰 신체를 가졌다만 발목이 훤히 보였다.  

 

 

 

 

 

 

 

"옷은... 제가 세탁할게요. 외국에서 선물받은 차라서 잘못 세탁하면 옷 망가지거든요." 

 

"괜찮..." 

 

"괜찮다고 하지 마세요. 자꾸 쿠키 생각이 나는 것 같아서." 

 

 

 

 

 

 

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 수는 적어도 할 말은 다 하고 살았던 내게 이 여자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아주 작은 일에도 크게 놀라는 모습도 꽤 귀여웠고, 무엇보다 정국이가 이 사람에 의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들었다.  

 

 

 

 

정국이는 이제 괜찮아졌다고 했다. 내가 이 여자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고, 마음만 먹으면 이 곳을 떠날 수 있는 지위라서 더욱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괜찮아졌다는 정국이의 말은 이 여자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처음 만난 건 아니지만 내가 이 여자에게 처음 모습을 비춘 그날, 정국이를 막으면 죽는다는 말을 뱉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내 말에 티는 내지 않아도 떨리는 모습을 쉽게 캐치할 수 있었다. 느리게 움직이던 눈꺼풀이 심하게 요동쳤고, 편하게 쥐고 있던 주먹이 어느 순간 다물어졌다. 이 여자는 지금 정국이를 필요로 한다.  

 

 

 

 

 

 

"전정국, 만나고 싶습니까." 

 

 

 

 

 

 

미친 새끼.  

 

 

 

이 여자를 상대로 딜을 하려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근데 이상하게, 자꾸만 내 마음과는 다른 말을 뱉어댔다. 당연히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보여줌과 동시에 의심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말을 이끌어갔다.  

 

 

 

 

 

 

"정국이 진짜 괜찮은 거 맞죠? 저 만나고 나서 다시 아파지면 어떡하죠. 저 그건 싫은데..." 

 

"만나도 됩니다. 지금 당장 만나도 되는데, 약속을 하나 해주셔야 될 것 같네요." 

 

"무슨... 약속이요? 설마 멀리서 보기만 하라는 말씀인가요? 저 그런 거 잘," 

 

"당분간은 저랑 둘이서 보는 거요. 대신 전정국 생각도 하지 말고." 

 

 

 

 

 

 

내 말에 이 여자는 웃었다. 전정국이 산책을 나가면서 여자에게 보여준 웃음과 흡사했다. 가슴이 저려왔고, 이 말을 꺼낸 의도를 나 또한 몰랐다. 방금 뱉은 말이지만 꽤 오랫동안 생각하고, 문장을 닦은 말처럼 나도 당연하게 뱉어버렸다. 그에 보답하는 것처럼, 여자도 동의했고 오히려 지금도 밥 안 챙겼으면 같이 먹자는 말을 할 뿐 내게 무언가를 원하지도 않았다.  

 

 

 

사무실이라고 하기도 적막한 지하에서 정국이를 위한 약을 개발하는 동안, 아무도 내게 식사를 권하는 사람이 없었다. 정국이에게 투여하는 약의 성분 중에서 다섯 가지만 뺀 약을 제 팔에 꽂아 넣고 투여하면 적어도 삼일은 식사를 하지 않아도 멀쩡하게 살 수 있었다. 난 그걸 매번 맞아왔다. 그걸 본 직원들은 내게 식사를 권하지 않았는데, 밥을 먹자는 말을 들었다면 난 그것들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먼저 다가오지 않는 그들과는 대조된 모습을 자꾸만 보여주는 이 여자에게 이상한 소유욕이 퍼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지금도 혼자 살아요. 집이 꽤 썰렁하죠?" 

 

"아닙니다. 제 집보다 더 따뜻한 것 같습니다." 

 

"진짜요? 궁금하다. 남준 씨가 사는 집이요. 나중에 초대해주, 아. 죄송해요. 무례했죠." 

 

"아닙니다. 집은 좀 그렇고, 정국이 주려고 만든 집이 있는데 거기로 오세요." 

 

"집도 만드세요? 대단하시다. 저는 고작 인형이나 옷 조금 만드는 게 전부인데... 정국이가 좋은 사람이랑 지냈네요?" 

 

 

 

 

 

별것도 아닌데 대단하다는 이 여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나보다. 처음으로 웃었다는 말에 괜히 쑥스러운 감정이 들어서 그만 집을 빠져나왔다. 춥다는 말을 하면서도 제 차 앞까지 나온 여자에게 차에 넣어 놓은 담요를 건냈다. 멀뚱하게 쳐다보는 여자에게 쓰던 담요를 줘서 그런가 싶어 급히 차에 던져 넣으려고 하자, 다시 잡고는 어깨에 둘렀다. 다음에 오시면 이것도 세탁해서 드리겠다는 말을 끝으로 각자의 길을 떠났다. 분명 아침에 차를 탔는데, 귀가하는 시간은 저녁이 다 됐다. 저녁도 먹고 보내려고 했는데 정국이 혼자 남으면 쓸쓸하니깐 보내준다는 그녀의 말에 괜한 질투심이 들었다. 약속 어기지 말라는 내 말에 짐짓 당황한 모습들이 선명했다.  

 

 

 

 

 

 

"정국아, 밥 드세요." 

 

 

 

 

 

 

아침에만 해도 발랄하게 저를 맞이해줬는데 이상하게 조용했다. 밥을 거부하지는 않는데, 먹는 속도가 느려졌고 반찬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상한 마음은 들었지만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전정국의 입에서 그 여자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았다. 허나 그 상상은 제 마음을 밟으려는 듯, 정국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남준, 주잉이 만나고 와써?" 

 

 

 

 

 

 

아니라고 할 생각으로 시선을 맞추자 이미 확고한 마음으로 한 말이라 그런지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았다. 예, 라는 짧은 말을 하고 다시 식사를 시작하는데 정국은 배부르다는 말을 남기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슬쩍 밥그릇을 훔쳐보자 반 이상이나 남은 밥 다 먹고 가라고 하자 보고 싶어서 밥을 못 먹겠다고 대꾸를 하는 정국에게 짐짓 무서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드세요, 라고 하자 억지로 입에 구겨넣는 걸 보기만 했다.  

 

 

 

 

 

 

"정국아, 저 다녀오겠습니다." 

 

"....." 

 

"밥 잘 챙기고 있으세요." 

 

 

 

 

 

 

대꾸도 없었지만 문을 닫고, 여자의 집으로 향했다. 며칠 출근 도장을 찍자 어느순간 벨 한 번을 누르면 바로 문이 열렸다. 정국이가 그렇게 자주 드나들던 집을 이젠 내가 다니고 있었다. 오늘도 저를 기다렸는지 탁자엔 차가운 차가 놓여져 있었고, 오늘은 바지도 세탁이 끝났는지 베란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언제 가세요?" 

 

"왜, 저 빨리 나갔으면 좋겠습니까." 

 

"네? 아, 아니... 아. 남준 씨 그런 농담하는 거 처음 봤어요." 

 

 

 

 

 

난 농담이 아니었다. 진담이었다. 꼭 제게 얼른 업무를 보러 나가라는 말인 줄 알고, 진짜 겉옷까지 손에 들었는데 내게 농담 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면서 웃어주는 걸 보고나서야 옷을 내려놓고 시선을 맞췄다. 예쁜 사람. 이 여자는 예쁜 사람이다. 

 

 

 

 

 

 

 

***** 

상당히 매우, 많이, 엄청 늦은 작자가 짧은 코멘터리 남기고 가겠습니다... 

애초에 남준이의 분량을 약간 잡을 생각이었는데, 오늘 이 한 편에 다소 두 편 가까이 되는 분량을 넣은 것 같아요. 그래서 왜 갑자기 여주의 시점이 아니지...? 내가 지금 반인반정국이 이야기를 읽는 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았어요. ㅠㅁㅠ 그치만 그런 생각은 전혀 이상하지도, 옳지 않은 생각도 아닙니다! 제 소설의 한 인물 이야기를 들은 날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매번 멋대로 오는 제 글인데도 신알신 안 풀어주시고, 계속 곁에 남아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곧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오네요? 조만간 여주와 정국이의 귀여운 재회를 기다려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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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슈링 ㅅㄷ 집에 와서 읽을게욤 작가님 ❤️❤️
6년 전
아띠랑스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슈링님^ㅁ^ ~~ ❤️
6년 전
독자3
으앗 오랜만입니다 작가님 ㅠㅠㅠ 암호닉 [국이네]로 신청해요 !!!!! 둘 다 귀엽네용 ㅠㅠㅠ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당 ㅠㅠㅠ
6년 전
아띠랑스
암호닉을 받자마자 완결이 됐네요... 죄송해요. 국이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ㅁ* ~ ❤️
6년 전
독자4
너만보여에요!!넘넘오랜만이에여ㅠㅠㅠ보고싶었습니다!!!정국이랑만 뭐가 있으면 재미없으니까 서브남주도 끼여주는재미!과연 여쥬는 어떤식으로 남준이를 받아들일지 기대됩니당ㅎㅎㄹ
6년 전
아띠랑스
오랜만에 들려서 마지막 작품을 놓고 가는 저는... 죄송스럽네요. ^ㅁㅠ 너만보여 님! 감사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ㅎㅎ ❤️
6년 전
독자5
진짜 오랜만입니당❤️
정국이랑 만나게해쥬ㅓㅠㅠㅠㅠㅠ
남준이가 지금 감정을 갖는 느낌인걸 ㅎㅎㅎ

6년 전
아띠랑스
맞아요 진짜 오랜만인데 너무 늦은 답변이네요 ㅎㅎ ㅠ 독자님 마지막 편에서 꼭 좋은 이야기가 나오니깐 마지막까지 봐주세요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
6년 전
독자6
난나누우에요 ㅠㅠㅠ 진짜 신알신에 아띠랑스 작가님 뜨는 거 보고 놀랬습니다...❤️ 꾸기도 보고싶었지만 작가님도 보고싶었습니다!!!
6년 전
독자7
꾸가ㅜㅜㅜㅜㅜㅜ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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