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고양이 전정국과 아슬한 동거 10
전 편 이야기 짧게 |
9편 에서는 주인을 위로해주는 정국이가 다시 고양이로 변했지만 날이 밝자 정국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후, 정국이와 산책을 나갔다가 약간은 다른 모습이 정국이에게 낯선 마음이 드는 주인. 먼저 사과를 하는 정국에게 마음을 열었고, 서로를 안아주다가 고양이로 변한 정국.
|
밖에서 고양이로 변한 적은 처음이었다. 누가 봤을까 겁이 난 마음에 급히 정국이가 입었던 옷을 손에 들고 고양이로 변한 정국이를 안고 집으로 뛰어갔다. 정국이에게 처음으로 옷을 사줬던 그날처럼 내 걸음은 그 누구보다 빨랐다. 왜 겁이 났을까. 정국이가 고양이로 변한 걸 봤을까 봐? 그래, 그래서 겁이 났다.
"쿠키야, 미안."
내 말에 정국이는 그 작고 귀여운 하얀 손을 내밀었다. 미안하다는 말 서로 안 하기로 했는데 또 해버렸네.
비어있는 사료 통에 고양이 밥을 담아놓고,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습기가 가득 찬 거울을 보는데 나도 참 많이 달라진 게 눈에 훤히 보였다. 가족의 울타리가 없어지고, 내게 남은 건 그저 친구라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친구를 사귀었었다. 지금은 그 친구들마저 이득을 취하기 위해 내게 온 사람들이라는 걸 깨닫고는 혼자 지내지만. 아마 정국이가 없었으면 조금은 잔잔한, 아니 울적한 하루를 계속해서 보냈겠지.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자 욕조에 받아놓은 물이 넘치는 걸 늦게 발견했다. 아, 물 아까워라... 욕조에 들어가면 물 다 버려지는데 어쩌지.
"야옹."
"안돼."
사람은 이중적인 동물이다. 안돼, 라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욕실 문을 열었다. 정국이가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하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었다. 지금 자기도 씻고 싶다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하는 듯. 어쩔 수 없이 정국이를 욕실로 데려와서 간단하게 발만 씻겨줬다. 거실에 수건 두 장을 깔아주니 스스로 발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다. 그걸 보고는 조금 차가워진 욕조에 몸을 맡겼다. 나도 다음엔 정국이로 태어날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럼 다 씻겨줄텐데.
"누구세요?"
조금은 오래 씻고 나온 탓에 손가락 끝이 주름졌다. 그 손으로 정국이 등을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배달을 시키지도 않았고, 월세도 꼬박꼬박 내는 중인데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순간 정국이가 고양이로 변한 걸 본 사람인가 싶어서 입을 틀어막았다. 동시에 자신의 등을 쓰다듬어주는 내 손길이 사라져서 정국이도 꼬리를 바짝 세우곤 문 쪽을 바라봤다.
"고양이 키우시는 집 아닙니까."
맞다.
분명히 아까 정국이가 변한 모습을 본 사람이다. 두려움에 손을 떨자 정국이도 그 순간 캐치했는지 내 발 밑으로 내려와 발등을 핥았다. 조용해진 집안에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다. 이번에도 무시하려고 했는데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전정국 거기 있는 거 안다고. 그 소리에 정국이는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곤 내가 잡아줄 시간도 안 주곤 차디찬 베란다로 숨었다. 이미 정국이의 존재를 잘 아는 사람이 나타난 마당에 무시를 할 수가 없다. 정국이가 숨은 베란다로 향해 작게 말을 건넸다. 쿠키야, 괜찮아. 감기 걸리니깐 조금 안정되면 나와.
-
나와 심하게 나이차이가 있어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은 연령대가 높아보이는 이 남자는 내가 건네준 차를 마시지도 않고, 정국이가 앉았있던 쇼파만 바라봤다.
"정국이 어디에 있습니까."
"누구시죠. 지금 되게 무례한 거 아세요?"
"죄송합니다. 근데 정국이 어디에 있는 겁니까. 이렇게 감춘다고 해결되는 일 절대 아닙니다. 얼른 데려와요."
"몰라요, 그런 사람."
"사람은 아니죠. 반인반수죠, 정국이는."
정국이가 추운 베란다에서 나오지도 않는데 내가 데리고 나올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아니, 어쩌면 이 사람이 정국이가 말한 그 남자라면 분명히 데려갈건데... 안 된다. 아직 정국이랑 나랑 헤어짐을 염두한 적이 없었다. 이제서야 서로를 알고, 조금 편한 사이가 되어가는 도중에 정국이를 잃는 건 말이 안 됐다. 그리고 내게 피어난 몹쓸 감정의 원천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정국이를 데려가게 할 수는 없다.
"자꾸 이러시면 정국이... 죽습니다."
모른다는 내 말에 자꾸만 정국이 이야기를 꺼내는 남자가 미워서 애꿎은 차만 들이켰는데. 단지 그 뿐인데, 낯서 남자에게서 정국이의 죽음을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국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장기간 동안 주사를 맞지 않으면 체내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장기들이 망가진다고 했다. 고양이의 장기는 굉장히 작은데, 사람으로 변하게 되면서 섭취한 것들이 고양이 장기에 무리를 준다는 남자의 말에 간신히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트렸다. 동시에 내 발등 위로 뜨거운 유자차가 쏟아졌고, 아픈 것보단 정국이의 이야기를 듣고 놀란 마음에 작게 소리를 질렀다.
"야옹..."
정국아...
정국이가 결국 베란다에서 나와 내 발등을 핥았다. 동시에 낯선 남자는 정국이를 안아들었다. 내 발등을 본인 손 핥는 것보다 더 조심스럽게 핥던 정국이의 온기가 사라진 게 꼭 정국이가 이제는 더이상 내 곁에 없을 것 같은 기분과 매치되는 것 같다. 정국이를 안아올린 낯선 남자는 발버둥치는 정국이에게 안 주머니에서 급하게 꺼낸 작은 알약을 입에 억지로 넣었다. 그 순간 발버둥치던 정국이는 온몸에 힘이 다 빠진듯 눈도 간신히 뜬 상태로 남자의 품에 안겼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미쳤어요? 왜 멀쩡한 애한테..."
"이게 전정국 본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버틴 건지 모르겠는데 이러다 죽어요, 얘."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정국이 저랑 있는 몇 달 동안 아프지도 않았고, 밥도 잘 먹었어요. 그쪽이 이상한 약 먹여서 이렇잖아요."
"그래서 저도 의문입니다. 정국이 죽게 만들기 싫으시면 길 막지 마세요. 아픈 친구입니다, 정국이. 그리고 정국이는 저랑 11년 이상을 함께 살았습니다. 데려가야 됩니다."
방금까지는 눈을 뜨고 있었는데, 낯선 남자의 품에 안긴 정국이는 눈을 감아버렸다. 꼭 이 세상에서 할 일을 마쳤다는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정말 정국이가 죽는 걸까. 지금 저 사람이 뭘 잘못 알고 와서 정국이에게 약을 잘못 투여한 건 아닐까. 정국이가 떠난 지 1시간도 안 지났는데 집안의 공기가 어색해졌고, 덩그러니 남아있는 정국이의 밥그릇과 장난감만이 나를 반겼다. 차마 정국이를 데려가지 말라는 말을 못했다. 그냥 문을 열지 말라고 하지, 정국아. 쿠키야, 그냥 나한테 문 열지 말라고 손 세게 할퀴지 그랬어.
******
너무 늦은 저는............
얼른 정국이를 다시 데려올게요....... ^ㅁㅜ
이번 편은 오랜만에 왔지만 정국이의 고양이 모습, 즉 쿠키의 모습만 나온 상황이라서
정국이 사진이 없네여...
정국이 얼른 데려오겠습니다!!!!!!
? 늦은 사람이지만 넓은 독자님들의 아량으로 댓글도 살포시 남겨주세여~~~
포인트 슝슝 받아가셔야죠!!!! (+작가에게 힘도 주세여... ㅎr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