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전정국]
눈이 하얗게 덮인 날에는
"어어. 쟤는 정국이라고 알지? 연습벌레야, 연습벌레."
"아, 그래? 안녕하세요. 저 이번에 새로 들어온 김석진이에요. 아, 음악쪽 아니고 모델."
석진이 손을 뻗자, 정국은 그 손을 잡았고, 갑자기 석진이 엇! 하고 손을 뿌리치자 정국이 조금은 상처받은 눈을 하고선
석진을 보았다. 석진은 아하하- 웃으며 말했다.
"손이 무척 차가우시네요. 뱀파이어?"
"……."
"아! 장난인데! 정색하시고! 그르시네! 낯을 가리시나!?'
석진이 푸하하 웃으며 윤기를 보았고, 윤기는 낯 가리는 거 심하다며 더 크게 웃어보였다.
석진이 또 손을 건내자 정국은 그 손을 잡았다. 이때 까지는 몰랐을 거다. 둘이 둘도없이 친한 사이가 될줄 말이다.
"야. 김석진.. 네가 학교를 늦게 들어갔어도. 너는 나한테 누나라고 불러야 돼.
짜식아- 안 그래? 정국아?"
"그래. 누나가 스무살때 형은 고삼이었다. 고삼."
"야. 니들 다굴은 좀 심하지않냐?"
수빈이 웃으며 정국의 밥 위로 반찬을 올려주었고, 석진이 오글거린다며 그 반찬을 뺏어간다.
정국이 사악하게 웃으며 석진의 뒷목을 치자, 석진이 아아! 하고 인상을 쓴다.
그 모습이 익숙한지 수빈은 고개를 숙인채로 웃기 바빴다.
"근데 너희 되게 안 어울려."
수빈의 말에 석진이 뭐? 하고 밥 한숟가락 입에 넣었고,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정국이가 친한형 있다고 소개시켜주는데 되게 둘이 안 어울려서 의외다 싶었는데.
성격은 완전 찰떡이니까."
"이 형이랑 내가?"
"너 뭔데 기분나빠하냐? 기분 나쁘냐!?!"
둘이 또 투닥거리며 싸우자 수빈은 야야야- 조용! 하고 숟가락으로 식탁을 살짝 내리쳤고
둘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지자 또 수빈이 웃어보였다.
쇼파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를 내자 수빈은 밥을 먹다말고 다가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라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고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정국이 엄마에요.
"아.네!"
수빈이 놀래서 허공에대고 허리를 숙여 안녕하세요- 하자 정국과 석진은 뭐야? 하고 수빈을 보았고
수빈은 둘의 눈치를 보고선 다른 작은방으로 들어가 전화를 받았다.
"네. 무슨..일로.."
-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나요?
"네?"
- 제가 그쪽 일하는 술집으로 가면 될까요?
술집에서 일한다고 말한적도 없기에 수빈은 당황한듯 말을 더듬었고, 새엄마는 답답한듯 저기요- 하고 화내듯 입을 열었다.
- 아니면 제가 있는 쪽으로 올래요? 지금 정국이랑 같이 있나요?
"아,아닙니다. 제가 갈게요...!"
수빈이 전화를 끊고선 방문을 열었을 땐 정국이 걱정돼서 문 앞에서 노크를 하려고 했고,
수빈은 왜? 하고 웃어보였다. 정국이 누구야? 하고 작게 묻자
수빈은 정국의 코 앞까지 가서는 정국을 올려다보았다. 늘 그렇듯 정국은 그런 수빈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나.. 잠깐 매니저님 좀 만나고 올게. 월급 못 받은 거 있다고 했잖아. 그거 좀 받으려구."
"월급? 아직도 못 받았어?'
"응. 금방 갔다올게! 나 안 오면 그냥 먼저 자!"
수빈이 빠빠- 하고 집에서 급히 나가자 정국은 벙찐 표정으로 허공을 보았고, 석진은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
"니들 뽀뽀하는 거 보려고 여기 온 느낌이다 난? 어디간대?"
"뭐.. 알바하는 곳 매니저님 만나고 온다던데."
그래? 하고 석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국은 괜히 방금 봤지만 또 보고싶은 수빈을 떠올리며 웃었고,
석진은 토 나온다며 헛구역질 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다시는."
"……."
"우리 정국이 눈 앞에 얼씬도 거리지마요. 당신같이 아무것도 아닌 일반인은
우리 정국이랑 만날 수 없어요."
"…왜요?"
"세상에 물어봐요. 당신이 정국이한테 어떤 존재가 되어야 마땅한지."
"왜 우리가 좋아서 사귀는데 남들에게 물어봐야 돼요?"
"지금 말대꾸 하는 거예요?"
"저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예요."
"술집에서 가슴 내밀며 일하는 당신은 내 아들이랑 만날 수 없다고.
당신은 싼값이잖아. 우리 정국이는 어딜 내놔도 당신의 몇십배! 아니. 몇억배는 더 값이 나가."
"……."
"정국이가 못 놔주겠대요? 유학이라도 보내줄까? 가족들이랑 같이 떠날래요?"
"아니요."
"아빠랑 단둘이 살잖아. 둘이 같이 여행 갈겸."
"제 뒷조사.. 하셨어요?"
수빈의 말에 새엄마는 콧방귀를 꼈다.
수빈은 소름이 끼치는듯한 표정을 짓고선 새엄마를 보았고, 새엄마는 손을 들어 수빈의 뺨을 치려고 들었다.
곧 수빈의 집 앞에 세워진 비싼차에 새엄마는 놀란듯한 눈을 했다.
그 차 안에선 석진과 정국이 내렸고, 정국은 급히 뛰어와 수빈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뒤로 숨겼다.
"뭐하는 거야?"
"정국아."
"엄마가 왜 누나랑 같이 있어."
"별 말 안 했어. 그쵸 아가씨."
수빈은 그 말에 정국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어. 응- 별말 안 했어.. 이 말에 정국은 인상을 쓴채로
처음으로 엄마에게 소리쳤다.
"별말 안 했는데. 왜 때리려고 하는데."
"뭐…?"
"때리려고 했잖아. 엄마가 뭔데 얘를 때려!"
"정국이 너.."
처음으로 화를 내는 정국이에 새엄마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스스로 당황한듯 안절부절했고,
석진은 그 상황을 보고선 곧 수빈의 손목을 잡아 차로 이끌었다.
결국엔 정국과 새엄마만 수빈의 집 앞에 덩그러니 서있었을까, 먼저 입을 연 건 정국이었다.
"엄마가 내 뒤 따라다니면서 뒷바라지 해주는 거. 누나랑 나랑 만나는 것도 반대하는 거
그래 나 그거까진 서운했는데도 괜찮았어."
"……."
"왜? 엄마가 날 사랑해주는 게 느껴져서. 친자식도 아닌데! 정성들여서 나를 사랑해주는 게 느껴져서.
미안해서.. 고맙고 미안해서 나 아무말도 안 했어 엄마."
"……."
"회사에 가서 부담스럽게 자꾸 뭔가 갖다주는 거?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해서 나까지 부담스러웠는데.
그래도 엄마라서 참을 수 있었어. 근데.. 이건 아니잖아."
"……."
"왜 애를..!"
정국이 화가 많이 났는지 말도 다 잇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자 새엄마는 겁먹은듯 손을 떨었다.
"수빈이 부르지마.뭔 이유가 있던간에 부르지말라고. 알았어?"
"정국아.. 전정국!"
정국이 뒤돌아 걸어 차에 올라타자 새엄마는 정국을 계속 불렀고, 정국은 무시한채로 차를 출발시켰다.
수빈의 집도 이사 시켜주고, 일도 관두게하고 다른 곳에 일자리를 구해주었지만
벌써 반개월이 더 지난.. 정국이 스물셋이 됐어도
계속해서 수빈의 집도 찾아오고, 일자리에도 찾아오는 새엄마에 수빈은 힘들어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알 겨를이 없어 수빈은 더 답답해했고, 수빈의 집 앞에 있는 여학생들에
수빈은 그 여학생들을 무시하고 빌라 안으로 들어섰고
곧 그 학생들이 수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정국이오빠 여자친구죠!"
수빈이 뒤를 돌아보았을 땐 여학생들이 수빈을 밀쳤고, 수빈은 그대로 뒤로 자빠져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졌고, 수빈은 많이 힘들어했다.
"정국이 어머님이 내 얼굴을 찢을 거래."
"……."
"내 얼굴에 염산을 붓고싶대. 내가 너무 싫대. 1년전에는 우리 아빠한테 피해 주기 싫으면
헤어지라고 했어. 드라마에서나 들어보던 말들을 실제로 들으니까 얼마나 무섭던지.."
"……."
"나 요즘 너무 힘들거든. 아빠는 더이상 병원에서도 안 받아준대. 술 마시지말래도 계속 마시니까.
해결방법도 없는데.. 팬들은 자꾸 우리집 앞에 찾아오지."
"……."
"어머님은 집까지 들이닥쳐서 돈을 뿌리고 가지. 근데 나 진짜 바보같다?"
"……."
"그 돈을 다 받고있어. 나 어떡해 석진아?"
수빈의 말이 끝나고 몇분이 지나도 석진은 대답하지않았고, 곧 석진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가 다시 그 담배를 손에 쥐고선 말했다.
"미안하다."
"…네가 왜 미안해?"
"그냥 옆에서 아무것도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너도 참 정국이처럼 너무 착해서 큰일이야."
"나는."
"……."
"정국이가 부러워. 너도 부럽고."
"응?"
"그냥.. 나도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한테 너처럼 사랑을 못 줬어.
너는 정국이한테 사랑을 많이 받으니까.. 그게 괜히 부럽고 미안하고 생각나고 그래."
"참나.. 김석진이 속얘기를 다 하고 웬일이야?"
"너희는 헤어지지마. 내가 어떻게서든 너희 계속 만날 수 있게 도와줄게."
"…치 됐다. 이놈아."
"……."
"자해 하지마."
수빈은 급히 자신의 손목을 가렸고, 석진은 그런 수빈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를 만나고 벌써 5개월째이다. 이렇게 수빈이 힘든 것도 말이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다 죽어가는 상황이고, 팬들은 집에 찾아오고, 새엄마도 찾아오고 말이다.
"사람이 왜 무식한줄 알아?"
"왜 무식한데?"
"사람은 독을 품어야 무식해져."
"……."
"나도 그럴까봐 무서워. 정국이랑.. 그만 만나야 되나봐."
애써 웃으며 그 말을 하는 수빈에 석진은 담배를 입에 다시금 물었고, 수빈은 그 담배를 뺏어 자신의 입에 물어보였다.
불을 달라며 손을 뻗는 수빈이 어색한지 석진은 라이터를 건내주며 말했다.
"너 담배펴?"
"원래는 폈지."
"안 피게 생겨서."
"피게 생긴 사람만 펴야 돼? 그런 게 어딨냐."
"정국이도 알아?"
"몰라? 말 안 했으니까 모르겠지?"
수빈은 퇴근을 하며 핸드폰을 보았고,
인터넷엔 벌써 정국 여자친구 라고 해서 검색어1위를 찍고있자, 수빈은 많이 미안한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자신이라고 나와있지는 않지만, 분명 여자친구가 있다는 글을 누군가 올려서 한참 난리가 났고,
정국의 소속사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라는 기사들이 가득찼다.
그리고.. 수빈의 몸도 더 망가져갔다. 정국이를 놓아줘야겠다는 생각을 정국이를 2년동안 만나면서 많이 해보았지만
많이 사랑하기에 그것이 많이 힘들었고, 점점 다치는 건 수빈이었다.
손목에는 자해를 한 흉터가 더 많아졌고, 살은 스트레스로 인해 더 빠졌으며, 거식증까지 온 상태였다.
집에 온 택배에 수빈은 정국이가 보낸 건가 하고 택배를 열어보았고,
피가 잔뜩 묻은 옷들과 이상한 편지들에 수빈은 눈을 가린채 한참을 엉엉 울었다.
그리고 정국에게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가지 않아 연결음이 끊기고, 정국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국아…."
- 누나 미안. 나.. 지금 무대 올라가야 되는데.
"나 진짜 이대로 안 되겠어. 어머님이 하루 하루 매일 찾아와서 날 못살게 굴어.
나느 세상에 있으면 안 된대. 세상 모든 걸 보면 안 된대. 내 눈을 찢고싶대. 나 같은 건 장기기증 해도 받아가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막..
- 뭐라고? 안 들려.
"…지금 와줘…."
- 네! 잠시만요! 누나.. 미안해. 진짜 미안한데.. 10분 뒤에 다시 전화할게.
"정국아."
- 어!
"헤어지자. 그게 맞는 것 같아."
- 미안.. 누나 진짜 미안한데 잘 안들린다.. 미안해 누나! 다시 전화 걸게!? 알았지.
"자꾸 누가 쳐다봐. 내 귀에 대고 욕한다구.. 항상 돌아다니면서 누가 내 얼굴에 염산을 붓지는 않을까..
매일 불안하단말이야.."
전화가 끊기고, 수빈은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다. 누군가 자꾸만 자신의 귀에 대고 욕을 하며 속삭이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고, 새엄마의 목소리도 자꾸만 들려왔다.
수빈의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선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남자의 모습은 참 익숙한 모습이었다.
"네. 수빈이 이제 집 들어갔구요. 오늘 정국이 안 만났어요."
- 그래 고맙다. 그 년이 뭘 하는지 매일 알려줘서.. 덕분에 내가 안심을 해.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알ㄹ.."
- 응?
"아, 아닙니다."
- 정국이한텐 절대 비밀인 거 알지?
"……."
- 나랑 연락한다는 거. 절대 알려주지말고. 항상 알려줘야해. 그 여자가 뭘 하는지.
전화를 끊고선 석진은 한숨을 내쉬었고, 곧 수빈의 집 불이 꺼지는 게 보이자 차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