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트랙에서]
어려운 부탁이 아니란 건 알고 있었다.
날씨가 추운 날 경기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항상 열리던 경기였고, 딱히 무리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아직 말을 탄지 3개월도 안된 너가 나가는 것을 허락했다.
너는 소질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알았다.
누구보다 말 타는 것을 좋아했고 말을 아끼던 너라서 그만큼 믿었다.
'농농아, 나, 대회 나가고 싶어'
'아직 이른 거 알잖아'
'그래도, 한번만!'
너의 부탁을 나는 이기지 못했고, 그 부탁을 들어줌으로 인해서 나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
[아, 이번 대회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보이네요]
[아, 5번 레인에 임창균 선수 말이 익숙하지 않나요?]
[혹시, 저 말이 김농농 선수가 타던 말인가요?]
[네, 그럼 거의 우승 확정 아닌가요?]
[그쵸, 김농농 선수가 키운 거면 뭐..]
어릴 때 시작한 승마를 그만둔 것은 별 이유 없었다.
질렸다기보다는 몸이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안장에 올라타면서 생긴 굳은살과 반비례하게 발목은 약해져 갔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정상적으로 말을 타기는 힘들었고,
사고가 나기 전에 은퇴해 코치로 일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만난 게 임창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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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 생각보다 좋았다, 임창균은 생각보다 빠르게 달렸고, 항상 좋은 결과를 거뒀다.
항상 경기에서 주목을 받았고 어느덧 결승을 눈앞에 뒀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정말로 축하해줬다.
"축하해"
"당연하지, 누구한테 배웠는데"
푸스스 웃음이 흩어졌고 임창균은 우승할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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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유망주는, 역시 2번 레인에 이주헌 군이죠?]
[아, 혹시 모르죠, 4번 레인에 임창균 선수가 있잖아요?]
'농농아, 오랜만이다'
'어, 안녕'
'왜 그렇게 싸늘해? 혹시 아직도 현우형 때문에 그러는거야? 사고였잖'
'어, 아니까 좀 가줄래?'
거슬리는 상대였다, 이주헌은.
/
[네, 역시 4번 레인 임창균 선수 선두네요]
[네, 두 바퀴만 돌면 첫 출전에 우승이에요]
[아아, 이주헌 선수가 치고 나와요]
[뒤에서 또 김민규 선수도 나오고 있어요]
[임창균 선수, 속도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무리하는 게 보였다, 원래 달리던 속력보다 10은 더 붙은 것 같았다.
말도 무리하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임창균이 무리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임창균의 손이 고삐에서 빠지며 임창균이 말 아래로 떨어졌다.
선두로 달리고 있었던지라 뒤도 줄줄이 엉켜 큰 사고가 생겼다.
다시는 밟지 않았던 트랙 위로, 3년 만에 달려갔다.
갑자기 카메라에 비친 내 모습에 기자들은 놀랐고, 나는 인상을 펴지 못하는 임창균을 붙잡았다.
"김농농"
"괜찮아? 제대로 누워 봐"
"미안해"
"미안하면 제대로 누우라고, 좀"
"경기는?"
"지금 그게 중요해? 어차피 중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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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아파?"
"응, 많이"
"진짜? 봐봐"
"뻥이야, 별로 안아파, 다 나았어"
"장난치지 말랬지, 너"
"괜찮아, 진짜로"
우리의 겨울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
제가 뭘 쓰려고 했는지를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제가 어릴 적 그만둔 승마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단편인데 ..
아련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는데 성공인지 모르겠어요 ㅠㅠ
교생선생님 빨리 들고 올게요, 감사합니당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