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MXM/임영민] 처음은 어렵다
C
" 꼭 기다려야 해 "
" 어, 얼마든지 "
집을 같이 가자고-, 따지고 보면 친구 사이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말에, 아니 혹시 얘가 날-?, 온갖 망상의 꼬리를 물고 설레발치던 5분 전의 난, 현재 어이가 없다는 말을 지금 써야 할 타이밍인가-라고 생각했다.
같이 가자고 할 때는 언제고 종례가 끝나기도 전에 친구에 부름에 뒷문으로 살짝 나가버린 너였다.
곧 수능이고 시험기간이라고 떼어놓은 책상이었지만, 흔들어 놓을 대로 흔들어 놓고 얘가 옆에 있는 날 놀리는 건가-, 이렇게 종례가 끝나고 4층 방송부실로 갔다. 괜히 떨리는 마음에 한참을 망설이다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갔다.
" 저기, 면접 보러 왔는데, "
대박- 와, 여기 진짜 내 스타일- , 들어가 보니 각종 방송기계들과 마이크, 큰 모니터들과 촬영 도구가 가득했고, 모니터에 들어갈 것만 같던 임영민, 임,, 영민-? 그동안 이해가 통 가지 않았던 그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가 했던 수많은 생각들 중, 임영민이 방송부라는 경우의 수는 미쳐 두지 못했다.
모니터만 빤히 내려보던 임영민의 고개가 내 쪽을 향했다. 책상에 걸터앉아있던 그의 친구의 고개도, 내 쪽을 향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발견하고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던 그였다.
' 야 임영민, 아는 애야? ' 옆에 있는 친구가 임영민에게 묻자,
이미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는 듯, 임영민은 하던 문서 작업을 멈추지 않고 웃어넘기며 ' 어- '라고 대답해왔다.
마, 이제 다 됐다 - 그의 친구가 임영민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임영민은 기지개를 펴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는 가방을 메고 나한테 점점 걸어왔다.
뭐야 이렇게 나 방송부 된 거야..? 면접 보러 오라며-.. 방법이 어찌 되었든 난 서류상으로 방송부가 되어있었다.
점점 다가오는 너에게서 첫인상이 겹쳐 보였다, 야,, 진짜 뭐야 너, 나 방송부 면접은 어떡하고-, 너의 신발과 나의 신발이 닿을듯한 거리까지 너는 내게 다가왔고
" 다~ 잘 됐으니까, 자- 이제 집 가자 "
다정하게 웃으며 걷네는 너의 말에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 쿵 뛰었다. 아니 이제 내가 바보가 아니라면 조금은 심장이 왜 뛰는지 알 것만 같았다.
*이전편을 읽고 와주세요.
*이 글은 장편입니다.
* 숨요일
야자를 하지 않는 날이다, 수요일마다 나라에서 숨을 쉬라고 숨요일을 만들어 줬다고 한다. 하- 기왕 숨 쉬게 해줄 거면 4교시만 시켜주지, 이건 뭐 늦은 시간도 아니고 이른 시간도 아니고, 뭘 시작하기도, 그렇다고 쉴 수도 없는 내 기준 가장 애매한 시간 5시였다.
" 임영민, 지금 딱 지하철 각인데,- "
퇴근시간이라 막혔던 버스 대신, 비교적 빠른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
지하철까지 걸어가던중이었다.
" 말도 없이 갑자기 가버리는게 어딨어-, "
" ,,아 - 미안, 그러려고 안 말한 건 아닌데,.. 나는 너가 대충 눈치챈 줄 알았어,- "
어차피 일도 잘 풀렸고, 오해인 것도 알았는데 해본 말에 밥 못 먹은 알파카처럼 축 처지는 임영민이었다.
" 아니 너가 방송부라서 너무너무 다행이지,.- 완전 땡큐 "
" 나 방송부 하길 잘했네, 그치 "
" ㅋㅋㅋ 나 때문에 방송부 들어가길 잘했다는 거야? "
" 어 - "
방금 그 발언, 오만가지 생각을 하기에는 충분한 발언이었다. '어..?' 두 눈만 깜빡거린 채 임영민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임영민도 잠깐 당황한 듯했다. 패딩에 손만 넣고 앞만 보고 가던 그가, 해명이라도 하려는 듯 나를 쳐다봤다.
" ,,어? "
" ....뭐, "
임영민의 얼굴이 빨개졌다. 처음 보는 임영민의 모습에 왜인지 푸-하고 웃음이 나왔다.
" 뭐야, 갑자기- "
" 너 얼굴이,, "
당황하면 얼굴 빨개지네, 내 미러 케이스로 임영민의 얼굴을 보여줬다.
아, 뭐야 이게, 아- 진짜, 임영민은 어떡하냐는 듯 고개를 숙여 큰 두 손으로 마른 세수를 하고는 얼굴도 쳐다보지 못한 채 나에게 말을 했다.
" 성이름, "
말을 하고는 숙였던 고개를 들어 날 임영민이 날 째려봤다. 뭐야- 왜 째려봐, 그 상황이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자꾸 보이는 너의 새로운 모습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웃음 때문이었을까,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오랜만에 느끼던 감정이었다. 사람은, 이렇게 가까워지는구나. 날 부르던 임영민의 부름에 답했다.
" 뭐, 왜? "
" 너 지금 나보고 웃은 거? "
" 어- 뭐 잘못됐어? "
" 한참, "
왜냐면 니가 더 웃기거든,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웃는 임영민을 보고 얘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잠시 생각했다. 마침 지하철 앞에 다다랐고,
지하철 통유리에 비치는 빨개진 내 얼굴을 마주했다. 아- 미친, 귀 왜저래 누가 불지펴논 줄-
네가 이 상황을 자각한 나를 보며 상황이 역전되었다.
이 분위기를 괜히 엎고 싶어, 큼- 하고 목을 다듬고는 임영민에게 말을 걸었다.
" 아 맞다. 임영민, 나 방송부 역할, 생각해보니까 말도 안 듣고 막 정해버리는 게 어딨어, "
" ,,뭐야, pd 아니었어? "
어, 맞아. 어떻게 알았어?, 내 질문에 당황할 줄 알았던 임영민이 예상을 빗나간 대답을 했다. 내가 모르는 게 어딨어-라며 은근슬쩍 넘겨버리던 임영민이었다.
*
윽,, 지하철,, 이 아니라 지옥철 수준이었다. 분명 탔을 땐 많이 없었는데 어느새 눈 떠보니 가로로 널찍하게 서있던 우리가, 어느새 가까이. 붙어있었다.
내가 작은 키가 아닌데 내 얼굴은 임영민의 어깨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포근한 섬유유연제향이 코 끝을 스첬다. 고개를 들 수가 없는 이 거리감에, 차마 얼굴을 쳐다보기도 힘든 거리에서 최선의 방법은 뒤를 돌아보는 거였다. 너무 사람이 많은 탓에 꿈틀꿈틀 뒤를 돌아야만 했다. 곧 지하철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애매한 침묵을 유지했던 우리가, 그 침묵을 그제서야 깨고 임영민이 먼저 말을 걸었다.
" 와, 사람 진짜 많다 "
" 그러게 내일은 버스 타자 "
" 내일도 같이가자고,,,? 아- 좀 곤란한데, "
" ..... "
임영민의 웃음소리와 능글맞은듯한 미소가 뒤에서도 느껴지는 듯했다.
순하게 생긴 얼굴에 비해 다가가기 힘들 것만 같던 임영민이었는데, 지금 보니 그저 장난기 많은 애가 따로 없다. 임영민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 그래,, 뭐- 이름 너가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
" ,,아니- 됐어, 절대 네버 안 원함- "
그러자 임영민이 뒤돌아 있던 내 어깨를 톡톡 쳤다. 나를 돌아보게 하던 그 행동은 좁은 지하철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 진짜? "
" ,,,,,어 "
내 눈을 똑바로 맞춰오던 그였다. 그의 눈동자에 내 모습이 보일 때 쯤. 그의 눈을 내가 먼저 피했다.
사람이 빠지는 역이었는지 사람이 빠지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앞을 보고 있던 임영민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 그러지 말고- 내일도 같이 가, 내일은 야자하니까, 지하철 어때, 어? "
" ..... "
나란히 앉아있던 그 지하철 안에서, 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했다.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떨림이, 확실해지기도 전에, 목소리의 떨림이 너에게 혹시라도 들킬까 봐,
*
" 나는 전학 와서 그렇다 치고, 너는 항상 집같이 가던 애들은 어쩌고 나랑 갈려고 그래? "
" 걔네랑 항상 집같이 가는 게 아니라 그냥 학교 끝나고 같이 나온 거- "
" 아-,"
" 우리 동네에 이 학교 오는 애들 너랑 나밖에 없을걸? 너는 왜 그쪽 살면서 여기로 왔냐ㅋㅋ "
" 그러게, 근데 그쪽 사는 네가 할 말은 아닌데ㅋㅋ 그래서, 싫어?- "
" 아니- 잘했다고 "
어,, 음,,- 순간적으로 다음 할 말을 잊어버리게 만들었다, 사실은, 너의 그 대답이 궁금했다.
" 왜 잘했는데-? "
음-, 잠깐 위쪽을 쳐다보더니, 웃어넘기며 네가 말을 한다.
"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
" ....그렇지, "
어떤 대답을 원한 건진 나도 모르겠지만 너의 대답이 내 머릿속에 있는 모범답안이 아닌 건 확실했다. 아니, 임영민이 이 타이밍에 고백이라도 했어야 했냐 성이름.
우리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아무렇지도 않은 너를 보고, 아니 아무렇지도 않은 게 정상이지. 혼자 설레발친 내가 조금은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임영민은 뭐든 날, 헷갈리게 했다. 꼭 뭘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아-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 이런 사람이 제일 최악이라고-, 최악인 사람치고, 같이있으면 너무 즐거운데,
순간적으로 아무 감정 없이 툭 내뱉던 너의 말에 먼저 고개를 돌린 건 나였다.
나는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이럴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애정결핍이라도 생긴 건지, 작은 한마디에도 자꾸 의미를 부여하고 가끔은 혼자서 망상병에 걸리기도 한다.
하나 알게 된 건, 아무 근거 없이 혼자 하는 기대는 채워지지 못했을 때의 공허함이 좀 남는다. 그리고 그 기대의 2배만큼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온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은 좋은 감정이 아님이 확실하다.
이내 이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내 허락도 없이 함부로 한마디에 말이다.
" 다 왔네- "
어느새 도착해버린 집 앞이었다.
" 어- 잘 가 "
" 성이름 "
" 어? "
" 내일, 8시- "
" .... "
" 대답은? "
" 싫은데- "
괜히 드는 어린아이 같던 반항심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싶었나 보다 -
아니, 맨날 보면 내가 임영민한테 끌려다니는 것 같애,
" ....진짜,,? "
또, 또 저 표정이다. 세상 서운함을 한번에 담은 저 표정,
" 8시 말고, 7시 40분 "
그제서야 웃음을 보이는 너였다.
" 기다릴게, "
그 웃음에, 반항심은 이미 공중분해된듯했다.
+) 신알신 댓글 정말 감사해요, 너무 힘이 돼요! 암호닉 항상 받고 있습니다.
+)암호닉
[미니츄]
[랜]
[계좌불러]
[l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