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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복숭아20개

7교시에는 우산을 가져가 02









01. 독 안에 든 쥐





[NCT/정재현/김정우] 7교시에는 우산을 가져가 02 | 인스티즈


"그건 너가 더 잘 알잖아."



알긴 뭘 알아, 사실 몰라서 하는 소리다. 무엇을 모르겠냐고? 두말하면 잔소리, 그건 바로 정윤오.



근데 말이다. 정말 이상한 어제는 막힘 없는 불도저 같던 정윤오는 그 일이 있고 난 뒤로, 더 내게 말을 걸지 않으며 나를 이 자리에 없었던 사람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또 한순간에 나를 투명인간 취급을 하는 거지? 덕분에 나는 그의 이중인격 태도에 할 말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아우 불편해. 마치 생선 먹다가 목에 잔가시라도 확 걸린 것같이 불편해.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야 넌. 나는 그렇게 옆에서 쩔쩔대며 또르륵 두 눈이나 굴릴 뿐, 아무 말도 못 한 채 수학책에 얼굴을 묻을 뿐이었다. 


사실 사과는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내 성격상 이렇게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정말 싫었다. 나도 당황스럽긴 매한가지라고, 난 그때 그냥 무슨 이상한 애 인줄알았지. 나는 쏟아져 나오는 변명의 말들을 가득 안고서 허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정윤오 너를 쳐다보았다.




- .....저기

"윤오야! 이따가 밥 먹고 축구 고?"




그런데 정윤오, 너는 끝까지 쉽지 않았다. 너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굉장히 학교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큰맘 먹고 사과를 하려고 너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참이면, 언제 왔는지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애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와서 정재현을 둘러싸며 내 말문을 막히게 했다.


너는 분명히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말하는 너를 보면 나는 어느 중세시대의 사교계의 황태자가 떠올랐다. 가끔가다가 친구 한두 명 데리고 와서 이야기 나누는 평범한 평민인 나는 그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역시 사과는 나중에 해야 하나, 나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재현의 사교 모임을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교과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정윤오는 어떻게 알았는지 맹수 마냥 유유자적하게 고개를 돌려 키다리 책상을 향해 걸어가는 나와 눈을 마주했다. 아 깜짝이야, 얘 나 일어나는 건 어떻게 알았지? 쳐다도 보지 않더니만 눈치는 드럽게 빨라요.




"어디 가?"




그의 한마디에 모든 아이들 시선이 내 쪽을 향해 쏟아졌다. 미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에게 주목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스러운 티를 내며, 우물쭈물 기어가는 소리로 속삭였다. "...아..어, 너무 졸려서 뒤에 가서 서서 수업 들으려고" 나의 힘없는 목소리가 끝나자, 아이들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시선을 돌려 다시 정윤오에게 집중하였다. 그럼 그렇지, 나는 민망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떼었다. 그러자 정윤오가 다시 나를 멈춰 세운다.




"같이 가, 나도 졸려서."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다시 뒤를 돌았다. 그러자 정윤오, 진짜로 주섬주섬 한 손에 교과서를 들고는 휘적거리며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게 아닌가. 아 이런 걸 원하지는 않았는데. 정말 X된게 이런 건가 싶었다. 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정윤오와 함께 키다리 책상에 교과서를 내려놓았다. 다시 한번 그와 나란히 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정윤오는 그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게 유유히 다가와 오른쪽 귀에 속삭였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던 거지, 피하라고는 안 했어." 비록 짧은 순간 이었지만, 그의 달달하고도 포근한 비누향이 내 귓가 언저리에 남아 간지럽혔다. 그리고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한 것을 간신히 참고 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독 안에 든 쥐는 나라는 것을.












02. 7교시에는 우산을 가져가.





도저히 수업이 들어오지 않았다. 옆에 정윤오는 세상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게 있는 데 반해 나는 세상 진지하게 수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아직도 내 귓가에는 너의 잔향이 남아 혼란스러웠거든. 그리고 혼란스러운 만큼 심장이 빠르게 펄떡펄떡 뛰었다. 진짜 나 왜 이러지. 나는 차가워진 손을 어루만지며,혹시라도 그가 볼까 등 뒤로 내 두 손을 숨겼다. 누가 인간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라고 했는가? 나는 머리로는 안된다고 외치면서도 본능적으로 눈은 너를 쫓았다. 정윤오 너는 도대체 뭐야?


그에 비교해 정윤오는 조급하지 않았다. 여유롭고 조용하고 평화롭게 그의 시선은 칠판을 향해 있었다. 그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너가 나를 의식했다면 나는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서 혼났을 거야. 그래, 사과의 최전방 앞에 놓여 있는 나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느꼈다. 지금이 딱 사과하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나는 비장하게 필기하려고 가져온 노트의 구석진 부분을 살짝 찢어 또박또박 글을 써 내려갔다. 미안해. 딱 세 글자를 쓰니 쪽지 종이가 꽉 찼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한 채, 숨을 크게 들이쉬고 정윤오의 책상에 쪽지를 들이밀었다. 이렇게나 쉬운 일을 왜 이렇게 빙빙 돌아왔지. 막상 저질러보니까 별거 아니었다는 생각에 나는 묘하게 뿌듯했다.


정윤오는 내가 들이민 쪽지를 고개를 살짝 내려 확인하는 듯했다. 살짝 고개를 내리니까 그의 발군의 속눈썹이 더욱더 길어 보이는 것 같았다. 정윤오는 내 마음을 아는것건지 모르는 것인지, 속을 알수 없는 미소를 흘리며, 자신의 필통에 내 쪽지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옆에 있는 나를 바라보며 속삭였다. "그럼 번호 줘."




- ... 내 번호는 왜?

"담임이 너 출결 도와주라고 했어. 미술학원 가는 것 때문에 7교시만 끝나고 가잖아."




어쩐지 잘 넘어가나 했다. 담임은 왜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는. 나는 고민하다가 다시 한번 노트를 찢어서 적으려고 하는데, 하얗고 큰 손이 내 손을 저지했다. "왜? 니가 번호 달라며."라고 되물었는데, 정윤오는 자기 손으로 책상을 톡톡 치며 "잊어버리면 어떻게 해. 손에다가 적어줘."라며 자신의 손을 내게 넘겼다. 나는 침을 꼴깍하고는 삼키고 너의 손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개체연습을 하고, 사람들을 그려왔다고는 하지만, 진짜 남자 손은 처음인데, 나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숨긴 채, 볼펜을 들고는 그의 팔목을 잡고 손등에 하나하나 내 번호를 적어가기 시작했다. 내 번호가 늘어날 때마다 그의 다부진 손등에 나 있는 갈라지는 힘줄들이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가겠네, 학원."

- 아 응.

"힘들겠다. 학교생활도 바쁜데."

- 고3이 다들 그렇지 뭐..

"오늘 오후부터 비 많이 온다는데, 우산은 챙겼어?"




그런 말 없었는데? 나는 망연자실하며 네게 진짜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어깨를 으쓱하는 정윤오이다. 때마침 수업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리고, 나는 정윤오를 향해 "사과 받아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뒤로하고는 재빠르게 가방을 챙겨 뒷문으로 나섰다. 그나저나 비가 온다니, 습기가 가득 찬 버스를 생각하니 눈쌀이 찌푸려졌다. 우산 가지러 집에 다시 들릴 시간도 없는데 아, 제발 학원가기 도착 전까지는 비 오지 말기를.


기나긴 복도를 지나 계단을 빠르게 내려와, 슬리퍼를 대충 사물함에 구겨 넣고는 나는 서둘러 미술학원에 갈 준비를 했다. 학원이 있는 곳은 우리 집과는 꽤 거리가 나서 버스를 타야 하므로 나는 최대한 빠르게 학교를 빠져나가야만 했다. 그나저나 이 새끼도 우산 안 챙긴 거 아니야?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핸드폰을 들고, 급하게 전화를 걸며 신발을 갈아 신었다. '숨진또 - 010-XXXX-XXXX'




- 야, 여보세요. 야야 김정우!

"전화할 시간은 있냐? 나 같으면 뛰어오겠는데? 지금 당장 전화 끊고."

- 야야야, 진정해 뭐 물어보려고 한 거야. 너 우산 챙겼냐?

"????????비옴???????????????"

- 그럴 줄 알았다. 몰라 오후부터 온다고 그러던데. 아 어떻게 함, 우산 안 챙김."

"넌 왜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지금 알려주고 그러냐, 너 나 싫어해?"

- 아 왜 또 지랄이야, 나도 안지 방금 됐거든?

"아 ... 에바킹스킹스 아 하나님한테 존나게 빌어야겠다. 나 화통도 없어 오늘."

*화통: 그림을 넣을 수 있는 화구 통을 뜻하는 말, 도면통, 지통 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검은색 원통형이며, 빨간색 띠가 둘려 있는 게 특징이다.




거봐 이 새끼 이럴 줄 알았지. 어떻게 6년 동안 봐왔지만, 한결 같이 숨진또 일까. 아, 여기서 숨진또는 숨겨진 진짜 또라이 라는 뜻이다. 내가 김정우와 6년 동안 같은 미술 학원에 다니면서 붙여준 별명인데, 애가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서는 그에 안 어울리게 상또라이 짓을 많이 해서 만들어졌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역시나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나 잘 지은 별명인 것 같다. 종교도 없는 새끼가 갑자기 하나님 타령하는 것 좀 보시라. 하나님도 눈과 귀가 있다면 김정우의 소원은 스킵하실 수밖에 없다.


나는 터지는 웃음을 겨우겨우 참으며, 문을 열고 나서려는데 이게 웬걸, 눈앞에 떡하니 익숙한 얼굴이 있는 것이다. 밝은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약간은 물기 어린 얼굴로 손에는 우산을 들고는, 내가 하는 전화에 시선이 꽂힌 너, 정윤오였다. 급하게 뛰어온 것인지 살짝은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이다. 깜짝이야, 얜 언제 온 거야.




- 어, 정우야 잠깐만 끊어봐.

"이젠 전화도 막 끊네, 야 이 오빠가 화통을 안 가져… …."




나는 황급히 전화를 끊고는 정윤오에게 "언제 왔어?" 라고 외치자, 정윤오는 "이거."라는 말과 함께 내 손에 3단 우산을 쥐여주었다. 나는 뜬금없는 전개에 당황한 나머지 말까지 더듬으며 "이, 이게 뭐야?"라고 물었다. 정윤오는 뛰느라 살짝 흩어진 머리를 한 손으로 쓸어올리며, 내게 조곤히 대답했다.  





[NCT/정재현/김정우] 7교시에는 우산을 가져가 02 | 인스티즈


"우산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얼어붙은 채, 너가 건넨 우산을 한번 보고, 그다음에 숨을 고르고 있는 너를 보고, 계속 이 두 가지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매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러자 정윤오는 양 볼의 보조개를 드러내며 "늦은 거 같던데, 얼른 가 봐. 난 하나 더 있어"라며 엉거주춤하게 우산을 들고(x) 받치고(o) 있던 내 두손에 우산을 제대로 쥐여주었다. 입가에 호선을 그린 채.




- 아 고마워, 잘 쓸게.




그래, 지금은 학원이 우선이지. 나는 그가 건네준 회색빛의 우산을 손에 꽉 쥐고 뒤도 안 보고 뛰기 시작했다. 쟤는 예비용 우산도 가지고 다니는 구나. 나는 아침에 일기예보 하나 쳐다보지 않은 나 자신을 원망하며 버스 정류장을 향했다. 하늘도 그가 빌려준 우산처럼 회색빛으로 물들고 있었으며, 미세하게 비가 오기 전 나는 비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아, 정말 비가 오려나 보다.








03, 사랑은 봄비처럼 내 맘을 적시고.





- 아 썅!!!!!!!!!!!! 왜 우산을 준 거지!!!!!!!!!!!!!!!

"아 X발 깜짝이야!!!!! 하, 좀  시민아, 화이트 칠 때만큼은 참으면 안 되냐?"

- 밍안... 잘못해떠 (쭈굴)


*화이트를 치다 : 그림의 마지막 부분 과정에서 화이트 물감을 칠한다는 것을 뜻한다. 학원에서는 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림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부분을 화이트로 묘사해야 입체감이 살아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아주 부분적으로만 사용해야 극적인 효과기 때문에 굉장히 주의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다 갑자기 정윤오가 생각난 나는 학원이라는 장소를 잠시 망각한 채 발작을 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제가 '손을 이용해서 다정한 상황 표현해보시오.' 냐고,나는 아까일 이 슬슬 떠오르기 시작한 나머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 썅!!!!! 존나게 이해가 안 된다고!!!!!!!!!!!!!!!" 나의 목소리에 김정우는 개복치처럼 지가 더 놀라서 화이트를 치다가 붓을 떨어뜨려 버렸다. 다행히 그렇게 많이 붓이 구르지 않아서, 물감이 별로 튀지 않았는지,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소리치는 것에 그치기만 했다.





"근데 뜬금없는 우산 타령?"

- 있다 그런 게… 아가는 모르는 게 있어요. 눈화가 많이 힘들ㄷr....☆★



[NCT/정재현/김정우] 7교시에는 우산을 가져가 02 | 인스티즈



"어뭠머머, 혹시 이 정우 오라버니를 위해, 우산을 준비해오셨나요? 시민 친구가?"

- 지랄 자제. 그런 거 아닙니다.

"뭐가 아니긴 아니야, 딱 봐도 내꺼구만. 나 회색 또 존나 어울리잖아."




김정우는 먹잇감을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재빠르게 정윤오의 우산을 들고는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근데 이거 소묘에서 나오면 감독관이고 뭐고 멱살 잡고 나올 거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돌린다. 숨진또 아니랄까 봐, 갑자기 웬 소묘 타령. 회색 우산을 조물조물 만지며, 살인예고(?)를 하는 김정우를 바라보며 엉덩이부터 차오르는 한숨을 내리쉬었다. 그러자 내 한숨 소리를 들은 김정우는 만지던 우산이 흥미가 떨어졌는지, 우산은 내팽개치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내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늙은 것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김정우가 미간을 찌푸린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정우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지, 내 어깨를 톡 자신의 어깨로 어깨빵(?) 을 하며 내 눈치를 보다가, 그래도 반응이 없는 나를 보고는 급정색을 하며 내 얼굴을 살핀다. 한 손으로는 내 이마를 짚으면서.




"왜 그래, 걱정되게. 또 그때처럼 머리 아파?"

- 아니.. 머리가 아픈 게 아니고… 야, 그래 너한테 물어보면 되겠구나!

"뭐를?"

- 야, 솔직히 말해야 한다. 너는 짝꿍을 위해서 우산을 챙겨줄 수 있다? 없다?

"내 짝꿍? 야, 남고에서 뭘 바라냐, 걍 체육복 대충 둘러쓰고 집 가면 되지. 애초에 남고에는 우산이라는 게 없어."

- 아니 좀 하라는 대로 해 봐. 있다 없다.

"있기는 하지, 근데 왜?"

- 그치? 반 친구인데 빌려줄 수도 있는 거지?

"저거 반 친구가 빌려줬어?"




어우, 눈치는 또. 나는 김정우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명확한 진단에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김정우는 "원래 사람은 말이지, 주위에 불쌍한 사람들을 돕고 사는 사회적인 동물이란다. 원래 아싸는 잘 모를 수 있어." 라며 큭큭대며 웃기 시작한다. 내가 너랑 무슨 얘기를 하니 그치 정우야, 나는 김정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잠시나마 너와 대화란 것을 시도 헀다는 것을 후회하며 더러워진 팔레트를 들고 힘을 주어 닦기 시작했다. 그러자 김정우는 그제야 웃음을 멈추고는 내가 닦던 팔레트를 빼앗아가 자신의 앞치마에서 물티슈를 꺼내 쓱쓱 문지르며 말을 이어간다.




"아웅, 그래서 시민이는 친구가 우산을 빌려줘서 감동이 막 파도를 쳤어용? 그랬어용?"

- 야야 뒤진다.. 뒤지고 싶으면 말로 해, 죽여줄 테니까. 그리고 그냥 빌려준 것도 아니거든ㅡㅡ

"왜, 또 어땠는데?"

- 몰라, 뛰어온 것인지 숨도 막 거칠고, 이마에 땀도 났었다고.




내가 아까 있었던 일을 손짓 발짓을 통해 표현하며 열변을 내뱉자, 김정우는 아까와는 다르게 꽤 심각해진 얼굴로 내 얘기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같은 편이 생겨서 그런지 신이 난 나는 김정우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했다. 번호를 준 순간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서, 반 배정이 붙었던 날, 우연치 않게 같은 반이 되면서의 과정도 포함해서 말이다. 김정우는 내 얘기가 클라이막스를 달려갈 수록 점점 얼굴이 굳어지더니, 숨진또 답지 않게 진지한 자세로 팔짱까지 껴가며 조용해져서는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미간을 찌뿌리다못해 꾸깃꾸깃 해질때까지.




- 야 진짜 걔 이상하지, 성격 완전 종잡을 수가 없어. 그치 어?

"그니까 너가 정윤오한테 번호를 '직접' 손에 써드리셨다?"

- 웅.. 잊어버린다는 데 그럼 어떡하냐, 당황해서 걍 해달라는 대로 했지.

"야, 그러면 그 새끼 번호를 받아오면 되지 거기서 니 번호를 왜 줘, 여자애가 겁도 없냐?

- 어우야, 그러면 나 출결 도와준다는데 거기서 '아니' 이러냐? 아까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며.

"됐고, 그럼 너는 걔 번호는 모르겠네?"

- 그런 셈이지.

"앞으로는 무조건 나한테 개랑 있었던 일 하나부터 열까지 빠짐없이 보고해. 알겠어? 번호는 내가 알아볼 테니까."

- ㅇ아 알았어..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2차쮸글)




극대노 하신 김정우 씨. 애꿎은 우산을 내 가방 속에 처박아 놓고는, 씩씩대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런 김정우에게 이질감을 느끼며 옆에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나 우리의 숨진또이자, 분노조절 장애 이신 김정우 씨. 사용했던 걸레를 빨러 가면서까지 내게 당부하기 바쁘다. 화장실이 꽉 차서 한 줄로 화장실 앞에 줄을 서 있는 동안에도, 내가 허락도 하지 않았는데 제 것마냥 사물함에서 내 화통을 꺼내, 자신이 오늘 끝내지 못한 그림을 넣어가면서도, 심지어 학원 엘리베이터에서 닫힘 버튼을 누를 때까지고도 말이다. "꼭 보고해. 나 장난 하는 거 아니야." 아 알겠다고 27만 번째 얘기 중이잖아요. 네?




"그리고 한 번만 더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가서 내 번호 주고 당당하게 얘기해 남친있다고."

- 와, 에바킹스텀블레이드, 오늘 너답지 않게 왜 그렇게 오바하고 그래. 남친은 무슨, 너한테 피해 주기 싫어.

"이게 무슨 피해야, 그리고 설령 피해라도 넌 나한테 그래도 돼. 그니까 내 번호 줘, 알겠어?"

- 알겠으니까, 빨리 버스나 타세요. 뒤에 사람 오지게 밀렸거든요?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회색 우산을 접고는 김정우가 맡아놓은 자리에 앉았다. 김정우는 여전히 못 미더운지 회색 우산을 한번 찡그리고 보더니, 주먹으로 가볍게(?) 한대 멕여버린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빗물이 튀기자 나는 김정우를 진정시키며, 진정해 정우야, 난 이거 빌림을 받은 처지야 젭알 정신 차려 ㅠ^ㅠ 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진짜 존나 맘에 안 들어, 그 새끼" 김정우는 이제 아예 정윤오가 아닌 그 새끼로 이름을 바꿔 부르며, 투덜댔다. 저럴때보면 내가 사람이 아니고 초딩 수달이랑 친구를 한 건가 싶다.


찢어지는 버스의 벨 소리가 울리고, 우리 집에 도착하기 두 정거장 전의역에서 버스는 빗길에 미끄러지듯이 멈춰섰다. 김정우가 내려야 할 시간이라는 것이다. 나는 김정우를 흔들며 내리라고 눈치를 줬다. 오늘따라 김정우는 입이 잔뜩 튀어나와서는 자리에서 툴툴대고 일어나 버스카드를 찍었다. 나는 살짝 손을 흔들며 잘 가라는 표시를 해주었고, 김정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후드집업의 모자를 쓰며 빗길을 뚫고 나갔다. 그가 내린 텅 빈 빈자리에 우산을 두고는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의 말대로 비가 내렸다. 그것도 아주, 아주 많이. FIN







+ 더뀨, 낑깡, 새벽두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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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20개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침 일찍부터 스밍돌리며 글 올려봅니다~ 오늘 하루도 제 글을 읽으시며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드디어 서브까지 등장했는데요! 서브는 바로 바로 새멤버 정우 ☆★ 오바쎄바쌈바드록바입니다. 남주는 아직 정해져있지 않구요, 나중에 완결내기 바로 전 편에서 투표를 받아서 남주를 정하기로 할게요! 그럼 다들 안뇽 ♥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__)(--)

6년 전
독자1
헐 작가님 ㅠㅠㅠㅠ 너무 재밌ㅇ어요 정우 지금 질투하는 거 맞죠? 저 너무 즐거워서 저묵어르 허벅지 내려쳤습니다 ㅠㅠㅠ 저도 암호닉 신청해도 되나요?? 된다면 [봄이]로 받아주세용 잘 보고 갑니다 >___<
6년 전
복숭아20개
네 돼용!! 오늘도 제 글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봄이님 ❤️❤️
6년 전
독자2
정우 질투 대박기어워...그래두 전 재현이에여...헤헤레헤헤 작가님 글 앞으루도 오래오래 쓰셔야해요...😍
6년 전
복숭아20개
네네 감사해여 나두나두 😘😘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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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복숭아20개
ㅠㅠㅠㅠ감사해오❤️❤️❤️
6년 전
독자4
헐 삼각관계의 시작인가요|???? ㅈ현이 다정하고 설레는데 정우 질투하는게 또 너무 귀여워요 ㅠㅠㅠㅠ
6년 전
복숭아20개
삼각관계 시작이에요!!! 독자님 댓글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4.32
할 처음보는데 너무 좋아요!!!!!!!!정우랑 재현이라니 완벽해요
6년 전
복숭아20개
ㅜㅠㅠ감사합니다 독자님 댓글도 감사해요!❤️
6년 전
독자5
에바킹스텀블레이드적으로 재밌어요 숨진또 정우랑 입시미술이라니,,기억조작남 정윤오랑 짝꿍이라니,,
6년 전
복숭아20개
ㅠㅠㅠ입시미술인지 바로 아시구!! ㅎㅎ 댓글 감사해요❤️❤️
6년 전
독자6
오마이갓 에바킹스텀블레이드 작가님 우주 체고ㅜㅜㅜㅜㅜㅜ윤오도 너무 설레고 좋고 정우도 여주 좋아하는거같고... 글 읽으면서 계속 뭔가 몽글한느낌이 들면서 엄청 재밌고 좋았어요 작가님 사랑합미다ㅠㅠㅠㅠ
6년 전
복숭아20개
ㅠㅠㅠㅠㅠ저도 사랑합니다 독자님 감사해요❤️❤️
6년 전
독자7
작가님 !!!! 다시오셨군요 !!! ㅠㅠㅠ 오랜만에 글잡에 왔더니 ㅠㅠㅠ 후 ...글써주셔서 감사해요 ㅠㅠㅠ아직 암호닉 신청 받으시나요 ??!![겨울바다]로 신청하고가도될까요 ??!! ㅠㅠ 다음화도 기댜하고 있을께요 ㅠㅠㅠ 엉엉엉 ㅠㅠㅠㅠ 응원합니다
6년 전
독자8
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ㅓㅇㄱ 정우가 여주를 약간 호감아니 관심있는거 같은데 아닌가 좋아하는건가 약간 느낌이 오는데
6년 전
독자9
우와아앙 재밌어용ㅠㅠㅠ삼각관계 넘나 좋은것...⭐️다음편도 완전 기대됩니다❤️
6년 전
독자10
자까님 ㅠㅠㅠ제가 제일 좋아하는 정우 재현 조합이라니요ㅠㅠ 너무좋아요
6년 전
독자11
암호닉 신청 받으신다면 [둘리여친]으로 신청하겠습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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