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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26 | 인스티즈

뒷골목 26

 

 

 

정채훈의 사고와 관련된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재벌가 아들이 죽은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구석이 분명 있었다. 김태형은 자료를 왜 가져갔을까. 턱을 괸 채 김태형을 째려보았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색감과 해맑은 배경 음악을 지닌. 좋다고 헤벌쭉 웃는 낯이 신경을 긁었다.

 

 

“야.”

“응?”

“너 왜 가져갔어.”

“안 가져갔는데?”

“내 자료. 그게 얼마짜린지 알아?”

“얼만데?”

“이백만원.”

“비서한테 말해둘게.”

“그 말이 아니잖아!”

 

 

김태형은 사람 속을 박박 긁는 데에 재주가 있었다. 가만히 상대하다 보면 내가 지칠 정도였다. 입씨름에 져본 적은 없는데.

 

 

“쉿.”

 

김태형이 엄지를 제 입에 갖다댔다.

 

 

“뭔 지랄이야.”

“중요한 장면이란 말이야.”

“뭐?”

“봐봐 쟤네. 저기.”

 

 

김태형이 손가락으로 애니메이션을 가리켰다.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나 볼 법한 애니메이션을 저렇게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감상하고 있다니. 진짜 뭐하는 새끼야. 어디서 튀어나온 놈일까 저거. 텔레비전을 꺼버렸다. 김태형이 울상을 지었다. 그러건 말건 그의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으며 물었다.

 

 

“정채훈이 누구야.”

“글쎄.”

 

 

김태형이 가져가는 바람에 절반 밖에 읽지 못했다. 그렇다면 별 수없이 직접 물어야지. 얼굴을 그에게 더 들이밀었다.

 

 

“김남준이랑 아는 사이야?”

“걔가 누군데?”

“아니면 김석진?”

“걔는 또 뭐야.”

“시발. 너 그거 아직 가지고 있지.”

 

 

김태형이 두동강으로 찢어낸 자료가 아직 있을 것이다. 확실하게 버리는 걸 보진 못했으니까. 침대 옆 서랍을 살폈다.

 

 

“야야!! 그거 내 속옷!!”

 

서랍 속엔 김태형의 속옷 외에 다른 건 없었다. 빌어 먹을. 어디다가 둔 거야. 별 볼일 없는 서랍을 닫고 김태형을 뚫어져라 보았다. 얼굴에서 부터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러다가 알아 챈 것이다. 그의 상의 모양이 수상했다. 꼭. 안에다가.

 

 

“여깄다.”

 

네모난 물건을 숨기고 있는 것마냥 각이 져 있었다. 김태형의 병원복 상의를 들춰올렸다. 김태형이 움찔대자 안에 들어있던 종이가 우수수 튀어나왔다.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진짜 또라이네 이거.

 

 

“어!!”

 

김태형이 병실 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시선을 분산하려는 같잖은 수작인줄 알았다.

 

 

“안 속아. 내놔.”

“이 경위님?”

 

 

낯익은 깍듯한 목소리였다. 병실 입구에 과일 바구니를 든 김검사가 서 있었다. 김검사를 보고 놀라는 사이 김태형이 떨어진 종이들을 잽싸게 주웠다. 하여튼 하나도 도움이 되는 인간들이 없다.

 

 

“제가 타이밍을 잘못 맞춰 온 건가요?”

“네.”

“아니오!”

 

 

나와 김태형이 동시에 대답하자 김검사가 당황한 표정을 띄웠다. 썩을.

 

 

“몸은 괜찮으신가요.”

“보다시피. 나쁜 건 없어요.”

“네.”

 

김검사와 짧은 대화가 오갔다. 대화 후 얼마 간의 정적 사이에 김태형과 김남준이 눈을 마주쳤다. 아는 사이야. 적어도 안면이 있는 사이. 우선 모른 척을 했다.

 

 

“여기는 나랑 사고 난 사람이구요.”

“아, 네. 그런데 왜 같은 병실을...”

“내 맘인데. 불만있어요?”

 

 

김남준의 물음에 김태형이 대신 답했다.

 

 

“남녀가 같은 병실인게 정상적인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 어때, 우리 속옷도 공유한 사이그든. 그쳐, 누나?”

 

 

김태형의 당당함에 김검사가 헛기침을 했다. 저 용감함의 근원은 어디일까. 김태형의 빨간 머리통을 한 대 쳤다. 맞고도 배시시 웃어대는 꼴이 진짜 알 수 없는 놈이었다.

 

 

 

“이 경위님,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실까요.”

“그래요.”

 

 

 

 





























 

[방탄소년단/전정국] 뒷골목 26 | 인스티즈

뒷골목 26

 

 

김검사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나가며 김태형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 얼굴이다.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 모른 척 걸음을 옮겼다.

 

 

 

“가로수를 들이 박으셨다던데. 평범한 사고는 아닌가봅니다.”

 

 

김검사가 오렌지 주스 뚜껑을 따 건넸다. 과일 주스라니. 즐겨 먹는 음료는 아니었다. 그의 말을 부러 무시하곤 다른 얘길 꺼냈다.

 

 

“전정국 찌른 놈은 어떻게됐죠?”

“잡았습니다. 예상하신 대로 사살하신 용의자와 혈연관계였습니다.”

“형이래요?”

“네.”

“형이 있었구나. 그놈한테.”

 

 

동생에게 싹싹 빌라던 말은 그런 의미였나. 괜스레 죄책감이 쌓여왔다. 어쨌든 B는 진범이 아니었다.

 

 

“저 분과 아는 사이신가요.”

“저 분이라면요?”

“같은 병실을 쓰시는 분 말입니다.”

“아.”

“장난도 치시던데. 친하십니까.”

“저 사람이랑 내 관계가 왜 궁금하실까?”

 

 

김검사는 여전히 포커페이스였다. 잠시 동안 회의감이 들었다. 내 처지가 여러개의 낚싯줄을 마주하고 있는 물고기같아서. 줄들을 보며 어떤 줄에 걸린 미끼를 먹을지 고민하는 처지가 딱 물고기 신세였다. 확 물어버리지도 못하고 혀만 살짝 내밀어 맛만 보고 있으니 더 미칠 노릇이다. 이 많은 낚싯줄들이 실은 모두 같은 배에서 내려온 것일지도 몰랐다. 이렇게 재고 따지기 전에 내게 가장 우선 순위인 사람이 있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했죠.”

“네.”

“그 딴 건 이제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내가 당신을 도우면 당신도 날 도와요.”

“......”

“그게 당신을 거스르는 일일지라도.”

 

 

김검사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는 내가 필요하고 나는 그에게 이용당해준다고 했다. 내 말에 그 역시.

 

 

“당신도 내게 이용당해준댔잖아요.”

“그랬죠.”

“나도 당신을 도우려고 내 신념을 버렸어요.”

“......”

“그러니까, 당신도 버려.”

“...기꺼이.”

 

 

기득권에게 놀아나주기로 했으니 그들도 내게 놀아나게 만드는 거말고 별 수가 있나.

 

 

 

“만약, 오늘이 지나도 전정국이 계속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곳으로 옮겨줘요.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뜸을 들인 김검사가 알겠다는 답을 해왔다. 그 다음 눈으로 물었다. 알아낸게 뭐냐고.

 

 

“최홍식이 아픈 건 알고있죠.”

“알고있습니다.”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해요. 최홍식을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

“전자는 정호석 중심, 후자는 황만식 중심.”

“정호석이요?”

 

 

처음 듣는 모양이었다. 나름대로 홍록파에 대한 조사를 해왔음에도 김검사가 모른다는 건 정호식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경각심을 일으켰다. 자길 철저히 숨겨온 것이다. 게다가 그는 야망이 있었다.

 

 

 

“그쪽은 어느 편이죠? 죽이는 편? 살리는 편?”

 

김검사가 내 물음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저는 형사님 편이죠. 우리 같은 편 아닌가요?”

 

지랄맞은 소리나 하고 있다. 같은 편은 무슨.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완전히 틀린 말이다. 이 사람아.

 

 

 

“황만식 쪽에서 전정국을 노리는 겁니까.”

“네.”

“정회장은 어떤 생각인가요.”

“회장님이요.”

“최홍식을 죽일 셈인가요.”

“아마 살려둘겁니다. 다먄, 살아도 사는 것같지 않게.”

“그게 무슨.”

“저쪽 사람들은 항상 상상을 뛰어넘죠.”

 

 

어제 정호석이 이쪽 사람들은 훨씬 더 악독하다고 그랬던가. 이쪽이나 저쪽이나 썩은 건 매한가지라는 생각에 입 안이 모래알을 씹는 것마냥 까끌거렸다. 나 역시 썩어가는 지도 모르겠다.

 

 

“안 추우십니까.”

 

날이 어두워지자 바람이 조금 불어왔다.

 

 

“괜찮아요.”

“크게 다치신 곳은 없어 보여서 다행입니다.”

“그러네요.”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분위기는 한결 풀어진 느낌이었다. 그 틈을 타 물었다.

 

 

“고등학교 얘기해줘요.”

“고등학교요?”

“난 안 다녔거든요. 궁금해서.”

“똑같습니다. 일찍 등교하고 공부하고 늦게 하교하고.”

“친한 친구는 없었어요?”

“친구요.”

 

 

방금 질문으로 눈치챘으면 어떡하나 싶었으나 김검사는 한결 누그러진 표정이었다. 그를 보며 살짝 안도했다.

 

 

“있었죠. 친한 친구.”

“같이 공부만하고 다녔어요? 놀지도 않고?”

“어떻게 사람이 공부만하고 살아요. 같이 운동도하고 밥도 먹고. 놀았습니다.”

 

 

그가 말하는 친구가 정채훈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연락 안 해요?”

“연락하죠. 형사님도 아시잖아요.”

“네?”

“김석진 기자요. 그 친구 말하는 거였는데.”

“......”

“다른 사람 생각하셨어요?”

 

 

시발.

 

 

 

“너무 깊게 들어오지 마세요. 형사님.”

 

김남준이 알고있다. 다 알고있으면서 모르는 척.

 

 

 

“아주 많이 지독한 곳이죠. 이제 발이 반쯤 잠기셨는데.”

 

어쩐지 구린내가 풍기더라. 김남준은 모든 걸 알고있는게 분명했다. 내가 저의 뒷조사를 한 것도 김태형과 있었던 일까지 전부.

 

 

“더 들이밀면 빨려들어가요.”

“날 떠민 건 당신이잖아.”

“지금 경고하잖아요. 잡아 먹히기 전에. 그만하라고.”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지금 누구를 상대로 저울질을 하고 있는지. 그저 고기잡이 배에서 내려온 낚시줄이라 생각하던 것은 실수였다. 호화 크루즈 정도 될까. 바닷물 속에 잠겨있느라 생각하지 못했다.

 

 

“형사님도, 전정국도 운이 나쁜 셈이죠.”

“......”

“전정국이 채희를 구하지 않았다면.”

“......”

“형사님은 전정국을 만나지 않았다면.”

 

 

알겠다. 알듯 말듯 나를 숨막히게 하는 것의 정체를.

 

 

 

“우리와 엮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

“.....”

“유감입니다.”

 

민물고기가 바닷물에 들어와 살아남으려 뻐끔거리고 있었으니. 숨통이 죄여오는 건 당연했다. 다시 강으로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멀리왔음을. 낚시 바늘은 많았으나 위로 올라가면 보이는 건 두 척의 배다. 하나는 겉은 화려하고 내부는 썩은 여객선, 다른 하나는 밖은 썩었으나 안은 호화스러운 유람선.

 

이쪽이나 저쪽이나.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이야.”

“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사람인 거 알아요? 김검사님.”

“한결같다고요?”

“한결같이 좆같다고.”

 

 

김검사의 깔끔하게 빛나는 구두에 가래 섞인 침을 뱉어주었다. 구두를 향해 시선을 내린 김검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게 지금...”

“한 번 더 날려줘요? 내가 중지가 특히 길어요. 눈에 확 띠게.”

“그게 아니라.”

“가다가 넘어져요. 잘 가란 소린 못하겠다.”

“가십니까?”

“네.”

“이러고 가신다고요?”

“그럼 다른쪽 구두에도 침 뱉어줘요?”

 

 

 

멍청하게 얼 빠진 표정을 보는 게 꽤 통쾌했다. 발걸음을 돌렸다. 전정국이나 보러 가야지. 뭐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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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궁금이입니다! 김석진기자요 완전 소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 여주 오늘 사이다 제대로네요 오늘도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6년 전
독자2
돌하르방이에오 석찌랑 결국 아는 사이였단걸 한번 더 증명했네요 그나저나 주아 안쓰럽씀다ㅜㅜㅜㅜㅜ 전정국 보러가는게 젤루 안쓰러ㅠㅠㅠㅠㅠㅠ 태태는 남주니랑 몬 관계인지두 몰겠네요... 제일 어려움
6년 전
독자3
난나누우에요..
진짜 인물 한명한명이 개연성이 깊은 것 같아요ㅠㅠㅠ
작가님 천재력 뿜뿜!! 매일매일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가요 사랑해요..❤️

6년 전
독자4
문라이트입니다!!!!남준...석진...당신들...엘리트끼리 노는건가....오늘 주아 넘 사이다네요!!!잘보고가용!
6년 전
독자5
꺄 저 몽9에여 ㅜㅜㅜ 이제 26화를 흐쿠흐큐ㅠㅠㅠ 여주 사이다 쨩!!
6년 전
독자6
이슬이에요!!
와 남준이가 정말 생각보다 똑똑하고 치밀하단 거에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네요ㅠ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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