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현실위에 내가 꿈꾸는 환상동화.
[EXO/오세훈] 환상동화 完 |
"이제 알았어?"
내 팔꿈치에 닿아있던 접시가 와르르 쏟아졌다. 나는 궁지에 몰린 작은 쥐새끼처럼 벌벌 떨었고, 너는 그것이 우습다는 듯이 잠깐 쳐다보더니, 그렇게 사라졌다. 증발, 단 하나의 무엇도 남기지 않은 체 아무것도 없었던 것 처럼. 무릎을 끌어모은체 너를 기다려봤다. 나타나 줄까봐, 너는 날 절대 떠나지 못한다는 그 하나를 생각하며.
[EXO/오세훈] 환상동화
"이 약, 뭐야?"
내 발치에 떨어진 작게 포장된 알약이 몇번 만지작 거린 듯, 구그러진 체 나동그라져 있었다. 나는 한참동안이나 약을 쳐다보다가 너를 쳐다보았다. 침대에 앉아있는 너는 이것이 피임약 정도로 생각되는지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설명해 보라는 듯 요구하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피임약도, 감기약도, 아무것도 아니였다. 나는 등을 잔뜩 굽어 약을 집어들었고, 그것을 와락 구겼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은 마치 널 구긴듯 너는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입이 막히고, 숨도 막히고, 가슴도 막히고, 다 꽉 찬 쓰레기통에 다른 쓰레기를 꾹꾹 여며 넣는 것 처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학, 점만 잘, 받으면 인생, 하-, 성공하는, 으, 거니까!"
아래는 불에 데인 듯, 얼굴엔 뜨거운 물을 붓는 것 처럼, 온몸엔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처럼, 나는 빈 강의실에서 강간을 당했다. 세훈이가 아니였다, 학점을 잘 준다던 교수였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뭘 봐, 학생이 담배빠는거 처음 봐?"
다리사이에 피가, 정액이, 더러운 것이, 위를 게워내는 것 처럼 꿀렁이듯 흘러내리고 나는 가로등 아래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담 너머를 쳐다보았다. 그때 널 보았다. 잔뜩 날이 선 눈매와 같이 머리를 세웠던, 교복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던 차림에 멍하니 널 쳐다보았고. 넌 그런 내 모습에 눈썹을 추켜 올리며 뭘 자꾸 꼴아? 라며 묻고 있었다. 그런 네가 두번째 담배에 불을 붙일 때 나는 새빨갛게 타오르는 담배가, 새 빨갛게 피를 흘려대었던 내 아래같아서 그만 그 자리를 떠났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몇 일 뒤에도 너를 계속 지나가다 봐왔다. 다른 남자애들과 같이 걷는 무리속에서 너는 알아볼 수 있었다. 모르겠다, 너는 그냥 너라고 내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집으로 가는 골목으로 네가 쓰러져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 다 터져 색색거리고 있었다. 싸웠는지, 깨끗했던 교복이 얼룩져 있었다. 붉게, 아프게, 처절하게, 애처롭게. 그것이 내겐 도와달라는 비명처럼 들렸다.
"얘, 괜찮니?" "건들지마.."
쇠가 바닥에 긁히듯 낮게 으르렁 대는 목소리와 힘없이 날 밀어내는 손길에, 나는 널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네 마이에 걸려져 있던 명찰을 훔치듯이 가져갔다. 너는 오세훈이였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교수의 아이를 임신했다. 교수는 내게 돈을 주었고, 나는 교수의 회식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가 돈을 던지고 왔고, 나는 널 찾아갔다. 너는 내개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 나는 학교에서 쫓겨났고,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나는 널 좋아했고, 너에게 기대었고, 너에게 담배를 배웠다. 그리고 넌 대학에 가자마자 나와 연락을 끊었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널 찾으려고 했지만, 나는 네 번호도, 아무것도 몰랐다. 아는것은 그저 얼굴뿐. 난 점점 미쳐갔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이상하지, 넌 분명히 이젠 없는데. 집에 들어가면 네가 존재한다. 집착해주고, 사랑해주고, 여전히 넌 처음봤던 교복입었던 그 상태로 나와 함께있는다. 그래서 너와같이 결혼사진도, 다른것도 다, 찍힌 사진엔 나 뿐이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집었던 약을 놓자, 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침대에서 날 쳐다보며 눈썹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피임약이야? 나 몰래 애 안만들려고 그러는거지? 지금." "그런거 아니야, 세훈아."
이 약을 먹을때는, 하루종일 네가 보이지 않는다. 정신은 현실위를 걸어다니고 있었고, 나는 현실위에서 옭매이는 하나의 적응하지 못한 생물체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약을 줄였고, 너는 계속해서 내 주변을 서성거렸다. 나는 계속가던 병원도 머저 발길을 멈추었고, 너는 내 옆에 계속 있었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나는 여전히 지금도 환상동화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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