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일찍 알아버린 현실위에 내가 꿈꾸는 환상동화.
[EXO/오세훈] 환상동화 05 |
"그때, 왜 그랬어?"
빨갛게 부은 키스마크를 손으로 쓰다듬다 몇번 손타다 부어있는 가슴을 꼭 쥐며 물었다. 움찔 떨리는 꼴이 몸을 사리는게 꼭 병걸린 짐승새끼 마냥 휘청거리며 눈이 파르르 떨리며 날 쳐다본다. 아 씨발, 짜증나.
"뭘?"
죽어도 약하지 않다고 자부하는 입은 앙칼지에 묻는다. 그래, 니가 알리가 없지. 누나가 뭔데 그걸 알아. 알리가 없지, 누난 멍청하니까.
그러니까 나랑 결혼했지.
[EXO/오세훈] 환상동화
"병원 갈래, 세훈아?"
가로등 하나하나 지나갈 때마다 여자의 윤곽이 드러났다, 없어졌다…. 들어났다, 다시 어둠에 잠겼다가. 나는 그냥 내 또래의 그냥 그랬던 애들처럼 여자만 보면 센척하기에 급급하던 모습과 머리를 수습했던것을 하지 않았다. 아니, 너덜너덜 거렸던 오른손이 엉망이기때문에 할 수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모른다. 그냥, 그래 그냥, 나는 '그 여자'만 쳐다보았다. 내 또래의 어른인 척 애쓰려 했던 애벌래들관 달리, 그 여자는 진짜로 '여자' 였었으니까.
"으, 아빠한테…." "응? 세훈아, 뭐라고?"
아 씨….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내 또래의 그냥 그랬던 애들처럼, 센척하기에 급급했던 모습과 머리를 수습하려 하고 싶었던 거였나. 세삼, 피로 얼룩져있을 머리와 터져서 짓물이 흐르고 있을 입술이 신경쓰여 도저히 얼굴을 들 수 가 없었다. 씨발 존나 쪽팔려, 였었던가.
"아, 아빠한테 말하지 말라고요…."
그런 내 웅얼거리는 말에 그 여자는 풋, 하고 작게 웃으며 내 어깰 단단히 그러쥔체 골목을 걸었다. 내 또래 아이들이 입이 험하다는 이유로, 손버릇이 나쁘다는 이유로 꺼려하던 평범한 친구들이. 아버지의 뒷배경을 보고 달려들었던 양아치들이 아닌. 그런 평범한 여자가, 날 꽉 잡았다. 떨어지지 말라고. 그런 여자의 얼굴을 보기위해? 보기 위했나? 어쨋든-, 그 여자를 봤을 땐, 가로등에 비친 내 얼굴이 빨갛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때, 내 얼굴이 빨갰던건, 그래, 단지 가로등 때문이다. 가로등은 붉기 때문이다. 주황색 그 물이 내 얼굴이 잠시 물든거 뿐이다.
그 여자 때문이 아니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씨발, 저, 그새끼 뭐냐고 묻잖아! 어?!"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낡아 쓰러질거 같은 아파트 정문에서 날 기다리는 건 얼굴 팔려서 못할 짓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던 너는, 같은 회사 사람의 차에 내린 날 보고는 몸을 굳힌 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단지, 그 차 안의 사람이 남자여서 그런건지, 아님 저의 초라했던 추리닝 차림이였던 건지. 너는 한참동안이나 매끄럽게 빛나고 있던 차를 바라보다가 주먹을 꽉 쥔 체, 나를 지나쳐 도망가듯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나는 너를 그저 바라 볼 뿐이였다. 뚝뚝 떨어지는 자존심을 주워담을 세 없이 세훈아! 너를 불렀다간, 너는 그만 무너질 것만 같았다.
"오늘도 수고했어요,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잘 들어가세요, 경수씨. 네-."
차 문을 닫고, 차가 완전히 골목에서 빠져나가는 것 까지 지켜보기까지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어깨를 움켜쥔 손아귀에 나는 몸이 뒤로 훽 돌아갔다. 네 눈도 마찬가지로 돌아간 것 처럼 보였다. 충격에 빠져서 나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넌 내 어깨만 그러쥔 체 어버버 거리고 있었다. 마치, 이틀전에 내가 네 앞에서 그러했던 것 처럼. 내가 네 앞에서 부들부들 겁먹었던 것 처럼 너 역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근데, 그게 분노인지, 아님 정말로 두려움인지.
"너.. 너…. 너!!!"
적어도 두려움은 절대로 아닐 것이다. 호랑이가 두려움에 겁먹어 오줌을 지리는 일이 있었던가? 아니, 호랑이는 제 콧털을 건드리면 겁먹지 않는다.
"누구야."
완전히 가라앉은 해에 네 얼굴이 얼마나 화났는지, 얼마나 분노에 떨어 무서운 얼굴을 뒤집어 쓰고 있는지, 그저 그르렁 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낮에 들리는 목울림은 어쩐지 울음을 참는거 같기도 하면서 분노는 내쏟을 준비를 하고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아, 물론, 너는 후자겠지.
"씨발, 저, 그새끼 뭐냐고 묻잖아! 어?!"
콸콸 쏟아져 나온 물을 두 손바닥에 담으려고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있다. 하지만,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둘 수도 없는것도 알고 있다. 손바닥으로 담으면 옷에 몇방울만 튀겠지만, 담지않고 흘러가게 내버려 둔다면 내 발밑이 질펀하게 젖을것임을 알고 있다. 물론, 물이 너무 많이 쏟아지면 내 소매도, 바닥도 모두 젖겠지만.
"… 회사 동료잖아." "씨발, 내가 눈깔 병신으로 보여? 내가 그걸 몰라? 날 아주 시발 그냥 호구새끼로 봐? 저 새끼야 왜 우리집 앞까지 데려다 주냐고 묻는거잖아, 시발!!"
너는 꽉 쥔 내 어깨를 놓고 아파트 정문을 정신없이 서성이기 시작했다. 뭐라고 혼잣말을 하며 내 앞을 빙글빙글 돌 던 너는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돌을 세게 차버리거나, 머리를 긁다 나를 보며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야?"
사실상 나는 네가 왜그렇게 화가 났는지 잘 모르겠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너, 날 초라하게 만드는 제주는 정말 훌륭하다."
다 낡아빠진 소매를 꾹 쥐며 너를 쳐다보았다. 너는 어느세 내 서랍에서 빼서 산 피어싱을 귀찮다는 듯이 돌리며 힐끔 날 쳐다보았다. 주위는 반짝거렸다. 내가 원했던 삶이지만 이건 냄새나는 삶이다. 내가 지독히도 연관되기 싫었던 삶과 같기도 하다. 시끄럽게 울리는 음악은 무엇보다도 싫어햇고, 눈 아프게 반짝거리는 조명은 왜 꼭 너 같았는지.
"…나는 네 엄마가 아닌데."
쓰게 웃은뒤로 척 보아도 열댓명은 되어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섞여있는게 그렇게 슬프지 않을수가 없었다. 5개월이란 임신기간을 지내놓고 너는 나 하나 '소유'한 것에 여유를 부려 너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 것이라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애초부터 그런 애인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을까. 그런 애 아빠를 알아차림에, 이런 애 아빠의 냄새를 맡았던 나는 그날 아기가 날 아프게 누른 것처럼 배가 아팠었다.
"여기, 이정도면 돼?"
외가, 친가 모두에게서 등을 받으면서 살게 된 살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은 무엇보다도 질기고 손떼가 잔뜩 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너는 그걸 하루안에 다 써버리곤 했다. 그래서 네가 너무 싫었다. 나중에 아기 대책도 없이 넌 아직도 애처럼 굴었기 때문에. 나는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화사한, 금색으로 빛나던 공간을 빠져나왔다. 그런 넌 이런말을 했더랬지.
병신이야? 화 안내?
나는 어느세 화도 낼 줄 모르는 병신이 되었다.
[EXO/오세훈] 환상동화
"언제부터 그렇게 배신했냐고!!"
글쎄, 이게 배신인가. 그냥, 나도 그냥, 잘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