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륜(不 倫)
( 부제 : 체육 선생님 )
Baby J
# 3.
“○○○.”
창밖에서 날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 사람을 보자마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니 알바생은 날 다독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갈 즈음, 편의점 문에 달려있던 작은 방울이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지만 다급하게 열렸다.
혹시나 창밖에 있던 그 사람일까,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무서움에 벌벌 떨 수 밖에 없었다.
변백현 말고 김종인에게 연락했더라면 더욱 빨리 내가 기댈 사람이 와줬을까, 한심하게도 난 이 상황에서조차 변백현에게 기대 아닌 기대를 했다 실망하고 말았다.
전화를 한 지 30분이 다 되어 가는데, 하고.
열린 문을 바라보지도 못한 채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을 때, 묵직하면서도 차분한 그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들려왔다.
환청인 건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해서. 여전히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떠는 내 어깨 위로 손길이 느껴졌다.
따뜻하지만 따뜻하지 않은, 그의 손이. 어깨 언저리에서 손길이 느껴짐과 동시에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환청도, 환각도 아닌 그가 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서 있었다. 이렇게 와준 그가 너무 고마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학생이니까, 내가 가르치고 있는 제자일 뿐이니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가자,”
“……….”
“집에 부모님 계시지?”
“…없어요.”
내 어깨를 꼭 감싸 쥔 채 천천히 일으킨 그 사람은 날 데리고 자신의 차로 향했다.
차로 향하며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혹여나, 정말 혹시라도 당하진 않았는지 나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의 말에 단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몸을 맡겼다.
날 향해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 형식적인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기대 따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괜한 기대를 한 것 같다.
“이 늦은 시간까지 왜…. 하,”
“걱정하긴 했어요?”
“너 같으면 걱정이 안 되겠어?”
“단순히 학생이어서?”
“그것만 있겠어?”
“그럼 뭔데요?”
“……….”
“봐, 또 대답 못 하네. 내려줘요. 택시 타고 갈게요.”
짜증 나. 그 사람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자 긴장이 서서히 풀려온다.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어정쩡하게 말해왔고, 이번 역시 어정쩡하게 대답하는 그 사람이 미웠다.
뒷좌석에 있던 가방을 가져와 무릎 위에 올려놓고 내려달라는 말을 하자, 그는 짜증 난다는 말만을 남기고 속력을 더욱 높이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짜증 나야 할 사람은 분명 내가 아니었던가.
자신의 마음만 확실하게 말해준다면 더이상 구차하게 매달일 일도 없을 터인데.
“앞으로 매일매일 데려다 줄 거야. 학교 끝나고 어디 가지 말고 내 차에 타 있어.”
“아니요, 앞으로 매일매일 데리러 올 사람 있어요.”
“말 들어.”
“선생님은 내 말 한 번도 들어준 적 없잖아요. 너무하지 않아요?”
빠른 속력 탓일까, 더욱 빠르게 도착한 것 같은 집 앞에서 그와 나눈 대화는 정말 서운하고 화가 났다. 그리고 아직 남은 미련에 대한 기대 역시 커졌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선생님의 행동 때문에 난 더욱 선생님을 놓아버릴 수가 없는 것 같다.
단 한 번도 화를 낸 적 없던 내가 너무하지 않느냐며 화를 내니 그는 당황한 듯 보였다.
너무 좋아해서 화를 낼 수도, 투정을 부릴 수도 없었으니 낯설겠지 싶었다.
끝끝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그를 보고 한숨이 절로 쉬어졌다.
“관심 가는 게 커져서 호감이 됐고, 호감이 커져서 좋아하게 됐어요. 근데 그 마음이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커져서, 사랑하게 됐고.”
“○○○.”
“근데 이제 그만하려고요. 나 혼자 아프면 너무 억울해서, 선생님 놓아버릴라고요.”
“……….”
“더 붙잡고 있다가 집착으로 변할 것 같아서 무섭단 말이에요…. 관심이 갔던 단계에서 그만했어야 했나 봐. 갈게요.”
차에서 내리는 날 잡아주길 바랐다. 잡고서 말해주길 원했다. 귀찮았다고. 차라리 그렇게 말하면 마음 정리가 더욱 쉬울 것 같아서.
하지만 신은 내 편이 아닌 듯 선생님은 끝끝내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이제 더이상 흐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눈물은 또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화가 나서 눈물이 나는 걸까, 그 사람이 미워서, 너무나도 야속해서 눈물이 나는 걸까.
우는 이유를 모른 채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버렸다. 차라리 비라도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내 몸을 타고 빗물이 흘러내리면 선생님을 향한 내 마음도 같이 흘러내려 갔으면 했다.
보고 싶어 종인아.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계단에 주저앉아 울며 종인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갔는지, 안 갔는지도 모르도록 신 나게 울어버렸다.
내 울음 섞인 목소리를 들은 종인이는 곧바로 오겠다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품이 어떤 것인지 몰라서인지, 마냥 기대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다.
변백현, 그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종인이 다음으로 기대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종인이보다 더욱 많이 기대고 싶은 사람이다.
누구에게 기대본 적이 없는 나로선 그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혼자서 몰래 좋아하다 편지를 쓰고, 연락하고, 내 마음을 전하고.
여태껏 했던 행동들 모두가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꿈이라 생각하면 차라리 좋았던 기억들만 남겨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었다.
내 인생에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어서, 그래서 행복을 찾아 끊임없이 달린 것 같다.
“좋아, 그런데 복잡해. 넌 어려서 잘 모를 거야.”
종인이가 올 때까지 밖에서 기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늘을 바라본 채 멍하니 있을 때,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소리의 주인공을 찾았고,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 사람이었다.
좋아, 그런데 복잡해. 내가 좋긴 한데 복잡하다는 말인 건가. 하기야, 복잡하기도 하겠다.
이미 그는 결혼 4년 차가 된 남자이고, 난 아직 열여덟 밖에 되지 않은 고등학생이니. 불륜과 더불어 난 청소년이다. 그렇지만 두려울 건 없다고 생각했다.
좋으면 그저 좋아하는 마음만 똑바로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는 말, 지긋지긋했다. 어려서 뭘 모르니 무서운 것도 없다는 걸 잘 알아뒀으면 하는 마음이다.
“좋으면 그냥 마음 가는 데로 행동해요. 난 무서울 거 없어.”
“난 이미 한 여자의 남편이야.”
“누가 뭐래요? 신경 안 쓴다고 했잖아요. 그런 거 신경 썼으면 나 선생님 1년 넘도록 안 좋아했어요.”
“뒷감당이 두렵지도 않아?”
“두려워질게 뭐가 있는데요? 내가 이리저리 다 퍼뜨리고 다닌다고 안 했잖아. 그냥 선생님만 내 옆에 있으면 돼. 그걸로 난 행복하니까.”
“정말 후회 안 할 자신 있는 거야?”
후회할 것 같았으면 시작도 안 했어요. 멍하니 그 사람만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모든 말에 대답했다.
그 사람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흥분하는 게 보였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도 못하는 것만 같았다.
‘후회’ 후회를 하려 했다면 시작도 안 했을 거라는 내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후회할 거였다면 그 1년을 왜 허비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겠지만 난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도, 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사람과 함께 웃고 떠들고 여느 연인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을 갖고 살아왔다.
그 사람이 날 장난감 가지고 놀듯 놀아도 상관없었다. 그렇게 가지고 놀아도 그 순간만큼은 그 사람은 완전히 나의 것이 되기 때문에.
“조건이 있어. 그 누구에게도 우리의 관계를 들키지 않는다는 조건.”
“좋아요. 난 그냥 선생님이랑 행복하게 연인처럼 지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게, 조건과 함께 선생님과 나의 엇갈린 운명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의 와이프에게 갈지, 나에게 올지 모르는 그런 도박 같은 연애를 시작했다.
항상 두 번째여도 좋았다. 그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세 번째로 밀려나겠지만, 그래도 좋았다. 세 번째여도 그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니까.
나의 열병처럼 아프고 뜨거웠던 짝사랑은 결국 결실 아닌 결실을 맺게 되었다.
틀어진다면 더 틀어질 것이고 아프다면 더 아프겠지만, 그동안 버텨왔던 그만큼 앞으로도 더 악착같이 버텨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저돌적이게 다가오는 그와의 입맞춤을 시작으로.
『 눈두덩 〃 찌릉 〃 비타민 〃 예찬 〃 모카 딸둥이 〃 으르렁 〃 시카고걸 〃 자판기 〃 쌀과자 메론빵 〃 라인 〃 웨하스 〃 리인 』 매일 연재할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일 연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주 뵙고싶다던 독자님!! 자주 뵈요! 저도 자주 뵙고싶네요 ~ 그리고 지금 작가는 예전처럼 무뚝뚝하게 형식적인 주저리를 쓰지 않을 예정이예요 마지막인만큼 독자님들과 더욱 다가서자는 마음으로 제 성격 그대로 주저리에 담아볼 예정입니다! 요즘 감기가 엄청 독하다던데, 우리 예쁜 독자님들은 다들 감기 안걸리셨나 모르겠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제 지인들도 감기에 심하게 걸려 엄청 고생중이더라고요. 우리 독자님들은 감기 안걸렸으면 좋겠어요ㅠㅠ 독자님들이 아프면 작가는 가슴이 찢어져요 (애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프지마세요 내 사랑 독자님들!! 우리 내일이나 내일 모레 또 봐요!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 들어갈것 같으니 다들 아프지 말고 만나요 ~ 기다려준 독자님들 내가 사랑하는거 알죠? ♡ 이제 암호닉은 매 회 아무때나 받으려고요 ~ 암호닉 신청 놓쳤다!! 하신 분들은 그냥 댓글로 달아주시면 암호닉 채워드려요 ~ 암호닉 Baby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