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렇듯, 쌓인 일들과 피곤한 시간들에 치였던 하루가 끝나고 도착한 집엔 항상 따스한 기운이 돌아다닌다. 또 꼭 문을 열면 나는 향이 있다. 딱히 이렇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지않은 그런 모호한 향. "어, 왔어요?" 그런 사소함들은 모두 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축 처진 몸뚱아리도 항상 꼬박꼬박 저녁을 차려 주겠다며 앞치마를 입은 네 모습에 홀린듯 어느새 기운을 찾고 네게 안겨버린다. 순간 놀란 듯 하다가도 프스스 웃는 너의 웃음소릴 들으며 나도 슬쩍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이구, 신발은 좀 벗고 안겨요. 형이 청소하는것도 아니고." "원시가, 재화니 오늘 힘들어쪄." "그랬어요? 일단 가방 주고 씻고 와요. 어깨 주물러 줄게요." "...그래." 괜히 너를 떠보려 애교도 부렸지만 결국 재촉하듯 내민 네 손에 가방을 쥐어주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사실 너무 딱딱하게 굴지말고 저도 내게 혀를 반쯤 접은듯한 말 한마디만 내어주면 좋으련만. - 다시 축 늘어진 몸을 대충 씻고는 의자에 앉아 식탁위에 엎드렸다. 이런 내 맘을 아는지 열심히 요리만 하는 저 얄미운 뒷모습에 차마 말은 못하고 텔레파시만 수십번 보냈다. 그러다 결국 이렇다 저렇다 할 답도 내지 못한채 무작정 뒤로 다가가 흔한 신혼부부마냥 허리를 껴안으며 어깨에 얼굴을 올려보았다. "언제쯤 다 될거같아?" "5분?" "그럼 5분동안 이러고 있어야지이-." "에이, 그냥 앉아있어요. 괜히 불편하잖아요." "나 불편해?" "아, 그게 아니라" "하고싶은 말 똑바로 해. 내 맘에 들지 않는 얘기한다고 너 내보낼 일 없어. 조금 섭섭한 마음에 결국 너에게 못된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껴안고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고 너는 조금 앓는 소리를 냈다. 원체 말도 못하는데 말 잘하는 네가 반박하면 나는 무슨 얘길 해야하나 싶어 아무 말 오가지않는 정적속에 뒷 말을 예상하며 레퍼토리를 지어나가기도 했다. 아,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불 쓰고 있잖아요. 혹시나 다칠까봐 그래요. 말이 헛나왔나봐요. 미안해요. 삐졌어요?" 그럼에도 다정한 너는 꼭 내 맘에 드는 말을 해 주었다.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괜히 틱틱댄 것 같아 미안해졌다. "...조금?" "어떻게 하면 우리형 화가 풀리려나?" "뽀뽀?" "무슨 그런...!" 너는 짖궂은 장난엔 항상 얼굴이 붉어졌다.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임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드러나 괜히 킥킥 웃다 벌겋게 달아오른 귓볼을 두세번 깨물어보았다. "안 해줄거야?" "일단... 밥먹고." - 한 집에 있으면서도 유독 아쉬운건 내가 자주 볼 수 있는게 네 얼굴이 아닌 네 뒷모습이라는 사실이다. 나도 얼굴보며 얘기하고싶은데 우리 엄마마냥 집안일에 바쁜 쓸쓸한 뒷모습을 보며 나는 혼자 네 등에 말을 걸곤 했다. 돌아오는 대답이 있을때는 괜히 신나 혼자 들뜨기도 했다. 너와 같은 공간에 있음에도 혼자하는게 많다.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 "원식아, 이리와." "응." 바닥을 두어번 툭툭 치자 너는 피곤했는지 두 눈을 반쯤감고는 머리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다가왔다. 헤어드라이기는 우웅거리는 시끄러운 소음을 흘리며 네 머리의 물기를 털어냈다. 졸린듯 꾸벅꾸벅 고개가 앞뒤로 기울어 결국 다 말리지도 못한 채 침대에 눕히고 나도 누웠다. 두 눈을 꼬옥 감은채 살짝 벌어진 입 틈새에서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이렇게 마주보며 누운채로 하루의 끝을 마주하는건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내게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나도 피곤한지 하품이 밀려왔고 결국 잘자라는 말과 덜마른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는 눈을 감았다. 언제인지 모르게 나는 잠이 들었고 언제까지나 함께일듯한 그런 달콤한 꿈을 꾸었다. - 제가 상상하는 신혼을 써보았읍니다. 일끝나고 문을 딱 열었는데 남편이 앞치마 입고 애 안고 딱 서서 어 왔어? 하고 물어보면 저렇게 찡얼대면 남편이 받아주고... 막... 예... 제 로망이예요... 남편은 집에 있고 제가 일하고... 처음이라 그런가 새벽이라 그런가 되게 짧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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