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이랑 같이 하교 하 (고 싶어하) 는 썰
"야 나 야자 뺐다."
느닷없이 꺼낸 말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동혁을 바라봤다.
정작 이야기를 꺼낸 당사자는 기분이 좋은지 가방끈을 각각 손에 쥐고는 앞뒤로 흔들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흥얼거린 멜로디가 밤공기를 타고 떠돌았지만, 그 소리에 장단을 맞춰줄 수 없었다.
"왜?!"
어둑어둑한 보도블럭 위로 조금은 높고, 커다란 내 목소리가 울렸다. 내가 생각해봐도 조금 소리가 컸던 것 같다.
평소 같았으면 금방 뒤 돌아서는 눈을 치켜뜨고 쪽팔리게 밤중에 웬 큰소리냐 했을거면서,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이동혁은 나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어짜피 공부도 안하는 거, 그냥 집 가고 싶다고 했더니 담임이 마음대로 하라더라."
수학 그 인간, 죽어도 야자 안 빼줄 것 같이 굴었으면서 갑자기 왜?! 왜왜왜, 왜라는 소리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옆구리에는 항상 수학의 정석을 달고 사는 그 인간이 왜 갑자기 심보가 좋아져서 네 야자를 빼줘?
그래서,
" 내일부터 야자 안해?"
"엉, 8교시 끝나고 바로 집 감. 석식은 먹을 거야."
왜냐면 석식이 중식 보다 맛있거든. 큭큭 거리면서 웃는 목소리 사이로 멈춰서는 내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그럼 나는?"
"너는 뭐."
"나는 누구랑 집 가냐고."
"혼자 집도 못 가냐?"
...진짜 혼자 집에 못 가는 거 알잖아. 밤길 무서워서 야자하기 싫다고 했더니 같이 집에 가자고 한 거 너였잖아.
그럼 차라리,
"나도 야자 뺄까."
"너희 담임 학기 초에만 잘 빼준다며."
"몰라, 졸라보면 되지 않을까?"
"마음대로 해~"
왜 오늘따라 이렇게 밉게 굴어 이동혁!
야자 빼고 같이 놀자고 하던지, 아니면 시간도 많으니까 놀러가자고 하던지, 어짜피 공부 안 하면서 하고 놀리기라도 하던지.
너랑 같이 집 가려고 매일 재미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자습 시간을 버텼는데, 왜 너만 도망가. 매일 도망가.
학교에서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길 위로 노란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떨어졌다.
여주 의 발걸음은 늦어지고 무거워져서 직직 끌렸고, 동혁 의 발걸음은 가벼운지 타닥, 탁 소리를 내며 통통 튀었다.
어느새 거진 집 앞이 가까워지니 여주 가 다급하게 무리수를 꺼내어 보았다.
"그냥 나랑 계속 야자하면 안돼?"
핀잔이 날아들 걸 알면서도 한 번, 그렇게 질러 보았다.
사실은 나랑 같이 계속 이렇게 밤마다 10분씩, 단순히 집에 가는 길일지라도, 나란히 걸어주면 안되냐고 그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아 또 이렇게 밖에 못 물어봤다.
언젠가 가로등 아래에서 고백하겠다던 다짐도 이젠 다 필요없어졌어 이 멍청아.
괜히 미루다가 이동혁이랑 다시는 이렇게 하교 못하게 됐잖아.
수학 진짜, 갑자기 이렇게 야자 빼주는게 어디있어.
말을 꺼내놓고도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어서 바닥만 바라보며 자잘한 돌멩이들을 툭툭 차고 있으려니까, 머리 위로 손이 하나 얹어진다.
"뭐, 매일 데리러 와 달라는 말을 그렇게 돌려하냐."
어떤 분량으로 얼마나 써야하는지, 어느 정도로 가벼워도 괜찮은지 하나도 감이 안오네요 TAT
사실 같은 시간 같은 자리 생각하면서 썼어요.
진짜진짜 제대로 된 글 가져오게 되면 이번 글, 저번 글은 삭제 할게요.
(그러니 소재 좀 주세요 소곤소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