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남편
삐빅. 탁.
태형은 오늘도 같은 시간에 눈을 떠 알람을 껐다. 매일 출근 시간이 일정한 직장인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여주와 같은 침대를 쓴 지 일주일 째, 오늘도 팔베개를 베고 자신에게 폭 안겨 있는 여주의 모습이 보였다. 매일 밤마다 안 그럴 거라고 다짐하며 잠에 드는 여주지만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 듯 했다. 태형도 이제는 반 포기 수준이다.
"야. 일어나."
매일 여주를 깨우는 말도 똑같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푸드덕거리며 놀라 떨어지더니 이제는 느릿하게 눈을 뜨는 여주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반대쪽으로 뒹굴어 태형의 팔베개를 벗어난다. 그러고선 다시 잠드는 듯 한 여주에 태형은 헛웃음을 지었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자냐?"
"..."
태형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퉁명스럽게 불러봤지만 역시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요즘 좀 우울해보이던데 잠은 참 잘 잔다, 생각한 태형이다.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난 태형이 오늘도 바닥에 떨어진 여주의 인형을 주워 여주 옆에 놓아두고, 욕실로 들어갔다. 바뀐 아침의 작은 일상이라면 일상이었다. 점차 '둘의 아침'이 익숙해지고 있었다.
"으..."
태형이 씻는 동안 꿀잠을 자던 여주가 시끄러운 벨소리에 인상을 쓰고 싫은 소리를 냈다. 참고 자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에 결국 눈도 못 뜬 채로 몸을 일으켰다. 비몽사몽인 정신으로 화면을 확인하곤 잠이 확 달아나 서둘러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아. 드디어 받으셨네요. 도통 연락이 안 돼서.'
"죄송해요.. 일이 좀 있어서.."
'괜찮습니다. 오늘은 시간 괜찮으세요? 원래 며칠 전에 만났어야 되는데.'
전화 너머로는 다정한 말투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다시 한번 새로운 담당자라고 소개한 남자는 오늘은 시간이 괜찮다는 여주의 대답에 약속 장소와 시간을 문자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알겠다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으니, 어느새 옷까지 갈아입고 넥타이를 메고 있는 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
"..머리 좀."
담당자와 전화를 하면서 안 그래도 부시시하던 머리를 더 헝클였나 보다. 태형이 언급하자 헉 하며 서둘러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는 여주다. 곧 도착한 문자 메세지를 확인했다. 약속 장소는 집 근처였고, 시간은 오후 6시였다. 핸드폰으로 장소를 검색해보는 여주를 힐끔 바라본 태형은 넌지시 툭 물었다.
"누군데?"
"출판사 직원."
간결한 질문과 간결한 대답. 태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여주는 검색을 마친 핸드폰을 탁자에 내려놓는다. 짧지만, 둘 사이엔 확실히 대화가 늘었다. 잘 다녀왔어? 밥 먹었어? 하는 애정이 담긴 말들은 전혀 없지만. 곧 태형이 출근을 하러 나가고, 침대에서 한동안 뒹굴거리던 여주도 거실로 나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와 반찬거리를 해두시는 아주머니 덕에 냉장고에는 음식이 떨어질 날이 없었다. 하지만 태형은 그것조차 잘 먹지 않았고 여주도 입이 짧은 편이라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오늘도 밥을 겨우 반 공기 퍼놓고 깨작거리는 여주다. 적은 양의 밥을 겨우 비우고 일어난 여주는 곧장 설거지를 하고 집을 청소했다. 글을 쓰지 않는 날에 보통 하는 일들이었다.
"태형아. 바빠?"
"어..아니. 들어와."
태형이 곧 새로 시작할 사업 기획안을 검토하는데,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지민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지민은 태형의 10년지기 친구로, 힘들때나 기쁠때나 늘 함께 하던 가족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태형의 회사에 볼일이 생겨 들렀다가, 오랜만에 친구 얼굴이나 볼까 해서 태형이 있는 이사실로 올라온 지민이다. 지민도 직장인이기에, 태형처럼 단정한 셔츠와 슬랙스 차림이었다.
"친구 얼굴 보기 힘드네-"
"요즘 일이 좀 많다 친구야."
"됐고. 여주랑은 잘 지내?"
"..걔 얘기는 왜 또. 밥 안 먹었으면 밥이나 먹자."
"왜 인마. 제일 중요한건데."
태형의 책상 앞 소파에 늘어지게 앉아 농담을 건네던 지민이 여주와의 안부를 물었다. 쌓여있던 서류를 정리하며 맞장구를 치던 태형이 지민의 입에서 나온 여주라는 말에 정리를 그만두고 걸어와 지민의 앞에 앉는다. 주제를 돌리려는 듯 한 태형에 지민이 제일 중요한 이야기라며 놀리듯 웃는다.
"하여간 관심은 엄청 많아요."
"친구. 오랜만에 식사 한 판 때릴까."
불만스럽게 툴툴거리는 태형을 따라 일어난 지민이 장난스럽게 어깨동무를 한다. 태형이 치워 인마, 하고 팔을 툭 쳐내자 어이 친구! 하면서 쫄래쫄래 따라가는 지민이다. 두 사람은 자주 가는 식당으로 들어가 익숙하게 주문을 했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빠르게 나온 식사에 지민이 아주머니께 애교를 떨며 인사한다. 감사해요 아주머니! 태형은 그런 지민이 익숙한 듯 그저 고개만 절레절레 저으며 수저를 놓는다.
"그래서."
"뭐?"
"결혼생활은 원만하시냐구요."
"..너 뭐 들은 거 있지."
자꾸만 결혼 이야기를 꺼내는 지민에 태형이 뭔가를 눈치채곤 지민을 의심했다. 처음엔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던 지민이 결국 눈웃음을 지으며 태형을 바라본다. 자신의 어머니와 지민의 어머니도 절친하다는 사실을 잠시 잊은 태형이다. 뭐, 계약 결혼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지민인데 뭐 어떤가. 태형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민을 보다, 고개를 젓곤 다시 숟가락을 든다.
"근데 너 잠은 좀 자냐? 혼자서도 잘 못 자는 애가."
"..."
"뭐, 얼굴 보니까 예전에 불면증 심했을 때 보단 훨씬 좋은데. 여주랑 자는 거 괜찮나봐?"
태형은 잘 때 굉장히 예민했다. 게다가 스트레스 지수가 지속적으로 높아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최근들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일주일 쯤 전부터는 몸이 피로를 풀 수 있을 만큼 깊게 잠을 자는 태형이다. 아니, 애초에 일주일 쯤 전부터 자신이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 걸 잊을 정도였다. 여주와 함께 자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사건이라서 조금 잊었다가, 이후로 완전히 잊었다.
"뭐야. 표정 왜 그래?"
"..나 요즘 완전 깊게 자."
"그러니까. 여주랑 같이 잔대서 걱정했는데. 얼굴 좋아보인다고, 전보다."
태형은 요 며칠의 밤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다른 점은 하나도 없는 그저 반복적인 생활이었다. 따로 약을 챙겨 먹는다거나 하는 노력도 없었다. 바뀐 거라면, 단지 여주의 유무였다. 그렇다면 태형이 잠을 푹 잘 수 있게 된 것은 여주의 존재 때문이라는 결론이 지어진다.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태형이 잠시 미래를 떠올려본다. 반 년 뒤에는, 다시 불면증이 오려나.
*
여섯시가 되기 오분 전, 여주는 손님들을 둘러보며 빈 자리에 앉았다. 예약을 하셨냐는 친절한 직원의 물음에 고개를 저어보이곤 메뉴를 건네받았다. 천천히 살펴보는데, 누군가가 여주의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온다. 자연스레 고개를 든 여주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듯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태형만큼 큰 키에, 단정하게 정리된 머리와 셔츠, 슬랙스 차림의 남자는 여주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는다.
"안녕하세요."
"아..혹시,"
"작가님을 담당하게 된 김남준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자신을 김남준이라 소개한 남자는 직원을 불러 예약한 식사를 부탁했다. 머쓱해진 여주는 들고 있던 메뉴를 내려놓고 남준이 건네는 명함을 두 손으로 받았다. 그 잠깐의 찰나에도 부드럽게 미소짓는 얼굴이 참 따뜻해 보였다. 그 앞으로 스쳐 지나가는 태형의 딱딱한 얼굴에 여주는 눈을 꾹 감았다 떴다. 누구랑은 완전 다르네.
"음식은 입에 맞으세요?"
"네. 맛있어요."
"저 여기 단골이거든요. 제가 먹어보고 맛있던 걸로 골랐는데, 입맛에 잘 맞아서 다행이에요."
남준은 다정한 사람이었다. 한 마디, 한 단어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과 태도가 묻어났다. 딱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자주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남준에 여주도 점차 어색한 분위기를 떨쳐내고 있었다. 남준은 식사를 하는 동안 여주에게 어떠한 일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저희 출판사 사람이랑 주기적으로 만나는 거,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몇 년 전까지는 좋았는데, 작품 텀이 길어지면서 좀.."
"그랬겠네요. 그게 잘못도 아닌데."
근처의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긴 남준과 여주. 남준이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이제 일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싶어 여주가 자세를 고쳐앉곤 긴장을 한다. 여주의 달라진 표정을 본 남준이 잠시 고민하다, 최대한 부담이 가지 않을 방향으로 이야기를 꺼내본다. 조금 경직되었던 여주가 잘못이 아니라는 남준의 한 마디에 거짓말처럼 스르르 긴장이 풀렸다.
"..그러게요."
"저한테는, 직접적인 일 이야기보다는 작가님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에 대한 거요?"
"네. 무슨 글을 쓸거다, 이런 주제는 어떠냐 하는 것들 보다는 작가님이 즐겨 읽는 책, 좋아하는 주제, 아니면 그냥 일상적인 것들도 다 좋아요."
햇수로 4년 차, 출판사 직원에게서 일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것은 처음이었다. 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는 걸 좋아하지 않는 여주의 성격때문이기도 하고, 여태 모든 직원들은 그저 여주의 신작을 뽑아내기에 바빴으니. 의외의 요구에 여주가 그저 멍하게 남준을 바라보았다. 함께 눈을 맞추던 남준도 여주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덧붙여 설명을 한다.
"그렇게 찍어내듯이 진행하는 새 작품은 저희한테도 작가님한테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요. 작가님에 대해서 좀 더 알면 더 좋은 홍보방법이나, 아이디어를 저희가 드릴 수도 있고."
"아..네.."
"부담되시면, 한마디씩만 해주셔도 괜찮아요."
여주는 남준의 스윗함에 점점 빠져드는 것 같았다. 그럴만도 한게, 사회생활이라곤 출판사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제외하곤 전부 태형과 함께였다. 항상 서로에게 차갑기만 한 태형과 여주에게는 스윗의 시옷자도 나올 수가 없었다. 항상 긴장하고, 몸을 꼿꼿이 세우기만 하다 이렇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과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니 뭔가 익숙하지 않다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 느낌이 좋았다.
"시간 좀 늦은 거 같은데, 데려다 드릴까요?"
"아 괜찮아요! 근처가 집이라서.."
"그래도.."
"저 진짜 진짜 괜찮아요. 얼른 들어가세요! 내일도 출근하셔야 되잖아요."
데려다 주겠다는 남준을 극구 말린 여주가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 남준을 배려해 얼른 꾸벅 인사하곤 집 쪽으로 발걸음을 서두르는 여주다. 벌써 10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각이라, 밝게 켜진 가로등과 반대로 하늘은 어떤 빛도 품고 있지 않았다. 낮보다는 조금 차가워진 바람에 팔짱을 꼭 끼곤 집으로 향한다.
삐리릭, 탁.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에, 소파에 앉아 있던 태형이 현관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여주가 조금 밝은 표정으로 집에 발을 들이고, 태형은 거실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바라보았다. 빠르지 않은 시각. 여주는 태형에게 눈짓하나 주지 않은 채 욕실로 곧장 들어간다. 예능 재방송을 틀어놓았던 태형은 지루함에 전원을 끄고 먼저 침실로 들어간다. 어두컴컴한 방 안 침대에 누워 팔로 눈을 가렸다.
"..야."
"..."
"자?"
씻고 옷까지 갈아입은 여주가 미동 없이 누워있는 태형을 보곤 작게 불러본다. 태형은 아직 잠에 들지 않았지만 일부러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그러고 싶었다. 눈을 가린 팔이 조금씩 저려왔다. 눕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이야기다. 태형은 여주가 조용히 내는 인기척들을 다 듣고 있었다. 탁, 하고 무드등을 켜는 소리까지. 태형의 옆에 등지고 누운 여주는 짧게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켰다.
[잘 들어가셨어요? 앞으로 미팅은 정기적으로 2주에 한 번씩 해도 되고, 원하실 때 연락 주셔도 됩니다. 작가님 편하신 대로 연락 주세요.]
딱 남준같은 단정하고 나긋한 문자에 여주는 왠지 모르게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과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대화를 한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핸드폰을 다시 테이블에 올려놓은 여주가 인형을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방 안을 은은하게 밝히는 무드등이 조금 뜨거워질 때 쯤, 태형이 천천히 눈을 떴다. 오전 12시 30분. 꼬박 두 시간을 잠에 들지 못했다. 자꾸만 무언가가 머리 속을 어지럽혔다.
"..."
자신을 등지고 누워 고르게 숨을 내쉬며 잠에 든 여주를 본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벌써 여주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는 인형을 다시 안긴다.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을 것 같지만. 여주가 아끼는 무드등까지 끄고 나서야 완전히 깜깜해진 방에 태형이 침대에 편히 눕는다. 조금씩 노곤함이 느껴지고, 잠결에 여주 쪽으로 몸을 돌려 누운 태형이 곧 깊은 잠에 빠져든다. 여주만 모르는, 태형의 일상이었다.
------------
섭남은 준이였습니다 여러분
맞추신 분들이 있어서 쪼큼 놀랐어요... ㅎㅎ
아 맞다
글 올리기 전에 메일함 확인하는데, 저한테 답메일 보내신 어느 귀염뽀짝 독자님 덕분에 광대승천했어요 ㅋㅋㅋㅋ
여기 댓글들에도 하나같이 애정표현이 넘쳐나서 ㅋㅋㅋㅋㅋ 읽는 내내 입꼬리가 안 내려가요
귀여운 싸람들..
모두들 정말 감사해요!
암호닉 신청은 가장 최신 화에 해주세요
다음 화가 업로드 되고 난 후 달아주신 댓글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양식 : [암호닉]
★암호닉 목록★
태태네 탄이 / 꾸기97 / 저장소666 / 빙구 / 이불속돼지 / 단팥빵 / 탄탄면 / 밤쥬 / 새싹이 / 피치크러쉬 / 디즈니 / 우울쨕 / 반지 / 도리도리 / 러블리별 / 태태야 / 귤 / 컨버스로우 / @불가사리 / 하리보 / 고로케 / 모란 / 퍄퍄 / 정연아 / 초록하늘 / 예찬 / 싱글벙글 / 치킨 / 무네큥 / 프라코 / Aiyana / 떡볶이 / 럽럽 / ■계란말이■ / 사용불가 / 현 / 궁금이 / 잠만보 / 찐빵 / 퓨퓨 / 요정 / 캔디 / 복숭꾹 / 슈가나라 / 몽9 / 갤3 / 짐느러미 / 보라색하늘 / 베네 / 설 / 글읽다 돌연사 / 망밍이 / 0207 / 꾹토끼 / 뚱띠 / 안온 / 새우버거 / 보예 / 단비 / 나리 / 앙팡앙팡 / 밍숭늉 / 태이프 / 찌미니 / 호비 / 오앙 / 여름봄 / 레이나 / 유자몽 / 정구기소스 / 뺌 / 인형 / 필연다 / 미니마우스 / 워더 / 뀨뀽 / 온기 / aidram / 김다정오빠 / 쁘오뇨오 / 꾸꾸 / 들국화 / 애기야 / 청포도 / 다니단이 / 찡긋 / 두유망개 / 페코 / 예징징 / 뜀박질 / 곰세마리 / 청춘소불고기치즈버거 / 김한성 / 620627 / 전졍극 / 다람이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