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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Cher! 

 

w. 포뉴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 나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라 물으면 나는 단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선생님!"하고 당차게 외쳤었다. 초등학생 때는 초등학교 선생님, 중학생 때는 중학교 선생님으로 바뀌어가면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종착했기는 했다만, 언제나 분필을 들고 칠판을 가득 채워가는 것에 대한 환상은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더란다. 

그렇게 미친 듯한 대한민국의 대학 가기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수학 교육과의 학생으로 살아가면서, 지난 20여 년간의 내 개고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대학만 가면 공부를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갖고 있지도 않았지만 덜 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내심의 기대를 품고 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내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았다. 봄의 시작이 조금 지난 계절의 햇빛을 받으면서, 교내 매점 앞 벤치에 앉아 삼각김밥을 대충 욱여넣으며 다음 수업 자료를 넘겨보던 중이었다. 뭔 놈의 쪽지시험을 그리도 많이 보는지.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내 이마 주름을 꾹 누른다. 

 

 

 

 

"곽영민 손 치워라" 

 

"너 그렇게 인상 쓰다가 주름 생겨 인마" 

 

 

 

 

눈을 치켜뜨며 노려보니 피식하고 웃더니 자기도 앉겠으니 옆으로 좀 가보라며 내 다리를 발로 툭툭 친다. "아 진짜..." 구시렁구시렁 짜증을 내면서도 옆으로 슬쩍 자리를 옮겨주니 힘 없이 풀썩 앉아버리는 녀석이다. 

 

 

 

 

"강여주 너 교생 가는 거 학교 떴더라?" 

 

"어, 확인했어." 

 

"내 것도 확인해 봤어?" 

 

"아니? 내가 왜." 

 

"와 진짜 섭섭하다 강여주. 베스트 프렌드한테 이렇게도 관심이 없냐." 

 

 

 

 

누가 네 베스트 프렌드래. 남은 삼각김밥을 한입에 털어 넣고 포장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졌다. 동그랗게 구겨진 포장지가 쓰레기통 가장자리를 맞고 튕겨 나간다. 젠장.. 터덜터덜 일어나 볼품없이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다시 쓰레기통에 넣었다. 

 

 

 

"강여주, 너 나랑 같은 학교로 교생실습 가!" 

 

"뭐?" 

 

"대박이지!" 

 

 

 

 

영민아, 우리 실습 가서는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내자. 

 

 

 

 

곽영민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본디 수학 교육과였던 사람이었다. 과에서 모든 사람의 중심이 되던 애가 어쩌다가 매번 구석자리에 앉는 나와 친해졌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곽영민은 항상 시끄럽게 사람들과 떠들며 놀다가도 마지막에는 "나 여주한테 가봐야 해!" 하고 떠나버려서, 은근히 사람들에게 선을 그음과 동시에 나와 곽영민은 수학 교육과에서 가장 이상한 조합이 되어버렸었다. 

 

그렇게 멀쩡히 잘 살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영문학과로 전과했다는 사실을 알려줬을 때, 정말 '입이 쩍 벌어졌다' 말고는 그때의 당혹감과 놀라움을 표현할 수 없다. 그 이유 좀 들어보자 들들 볶아 겨우 한다는 말이, 자기는 원래 수학을 너무 싫어했는데 부모님이 모두 수학과를 나오시면서 수학 쪽으로 가기를 강요했고, 어쩔 수 없이 온 곳이 여기 수학 교육과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몰래 전과를 준비했고, 통보성 문자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집은 난리가 났지만 전화를 모두 차단해 놨으니 괜찮다며 웃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토록 수학이 싫다던 곽영민은  

 

 

수학 교육과를 떠나기 전까지 모든 학기 과탑을 한 번도 뺏긴 적이 없었다. 

 

 

 

 

"강여주 가서 첫 수업할 때 나 참관해도 되지?" 

 

"볼 것도 없는데 봐서 뭐 하게" 

 

"뭐 하긴! 영상까지 찍어두려고 캠코더 준비했단 말이야" 

 

"... 장난하는 거지?" 

 

 

 

 

세상에 맙소사. 얘는 진짜로 한다면 하는 놈이라 한마디 한마디를 장난으로 우습게 넘기기가 두렵다. "여주야 시험 파이팅이야!" 손으로 힘내라는 제스처까지 취해가면서 응원의 말을 남기고 돌아가는 곽영민에게 순식간에 그의 친구들이 모여들어 동그란 뒤통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전과한 거라 친구 없을까 걱정했는데, 타고난 인싸 기질은 어디 안가나 보다. 

 

 

 

 

 

 

 

 

 

 

 

황민현 빙의글 Hwang, Cher! 

 

 

 

 

 

 

 

 

 

 

 

 

삐비비빕- 삐비비ㅣㅣ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고개도 들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 껐다. 특별히 교생 실습 나가는 날이라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설정해 놓은 알람이었다. 긴장이라는 것을 잘 안 하는 성격이기는 하다만 버로 다음 날에 선생으로서의 본격적인 준비과정의 첫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확인한 시간, 

 

 

 

 

"8시????" 

 

 

 

 

1시간 일찍 일어나기는 개뿔, 오히려 더 늦게 일어났다. 그제서야 핸드폰 알림 창을 가득 메운 곽영민의 부재중이 보였다. 미쳤어, 진짜 미쳤다. 3분 만에 씻고 나와 급하게 화장을 찍어발랐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서 부시시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온 친오빠 강동호가 나중에 말하건대 손이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방에 일단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은 모두 팔로 쓸어 담은 뒤 총알처럼 현관을 뛰쳐나왔다.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강여주 너 아침 안먹구 그냥 가?" 

 

 

 

 

현관 복도 저 끝에서 강동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눈치 없는 오빠 놈이 지금 밥이 문제냐고.. 

 

 

 

 

 

 

 

 

 

어떻게 잡았는지도 모를 택시를 타고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고등학교에 반가운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추억에 잠길 새도 없이 나는 달려야 했다. 

다른 교생들은 조례 때 학생들과 첫인사를 하기 위해 먼저 다 교실로 올라갔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올라가라는 담당 선생님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뛰어 올라갔다. 

 

 

 

 

"죄송.. 헉헉... 죄송합니다!" 

 

 

 

 

2학년 6반의 문을 벌컥 열자 도통 소식이 없어 없는 줄만 알았던 교생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순식간에 교실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푸릇푸릇 한 고등학생들과 까르륵 거리며 서로를 소개하고 얘기하는 것만을 상상하던 나에게 너무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알만 굴리다가 교탁에서 조례를 진행하다 멈춘 담임과 눈이 마주쳤다. 

 

 

 

 

"헉" 

 

 

"여러분 인사하세요. 우리 반 교생 선생님입니다." 

 

 

 

 

동시에 내 핸드폰이 진동하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고 수많은 미확인 문자 중 알림 창에 뜬 곽영민이 방금 보낸 문자, 

 

 

[ 참, 너 늦어서 모를까 봐 미리 알려주는데 너네 반 담임 황민현이야 ] 

 

 

정말... 말도 안 돼 

 

 

[ 파이팅 ]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살면서 황민현을 모른다면 그는 분명 간첩일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민현은 유명한 선생이었다. 유일하게 모든 인강 개인회사들의 강사들보다 잘 나가는 EBS 강사, 자신의 회사로 오라는 수많은 요청들을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은 공교육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참 스승이 되어 수학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많은 학생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사람, 바로 황민현이었다. 

그제서야 황민현이 일하고 있는 학교가 뉴동고등학교라는 것이 기억났다.  

 

 

 

 

"교생 선생님 나와서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주세요" 

 

 

 

 

 

귀 옆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교실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 

 

 

 

 

한 번에 서른 명의 아이들의 시선을 받아낸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빨리 내가 말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였지만, 어제 그렇게 준비했던 멘트들은 왜 입 밖으로 하나도 나오지를 않는지 나는 "안녕하세요 저는 강여주입니다." 이후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숨 막히는 정적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선생님 가르치시는 과목은?" 

 

"수... 수학입니다." 

 

"지금 다니시고 있는 학교가 어디죠?" 

 

"저는 현재 Y대 수학 교육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기저기서 의외라는 듯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지각에다가 어리바리하기까지 한 교생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교 학생이라니, 나였어도 웃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생 선생님께 궁금한 거 있는 사람"이라는 황민현의 말에 대학 생활이 어떻냐라는 질문부터 남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까지 아이들의 끊임없고 때로는 짓궂은 질문들에 정신없이 답하며 조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 얘들아, 오늘도 수업 잘 듣고 반장은 이따가 가정통신문 신청서 제출해야 하는 것 걷어서 내려오세요" 

 

 

 

 

황민현이 형식적인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가고, 함께 나가는 타이밍을 놓친 나는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을 상대해야 했다. 

 

 

 

 

 

 

 

 

 

 

"야 3반 교생 봤어? 존나 잘생김" 

 

"3반 애들 신나가지고 벌써부터 빼빼로 하트를 만들겠다, 초콜릿을 직접 만들겠다 이런 말 하고 있잖아" 

 

 

 

 

아이들에게 쩔쩔 되며 정말 가봐야 한다고 몇 번의 부탁 끝에 겨우 풀려난 후 터덜터덜 걷는 학교의 복도는 온통 교생 얘기로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나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누군가 뒤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좋은 얘기이던, 나쁜 얘기이건 항상 신경 쓰이게 한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빈속에 에너지를 과하게 쓴 탓인지, 위가 쓰라려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교생들의 임시 집합 장소로 정해진 1층 교사 휴게실로 향하는 길에 교무실에서 수업을 위해 나오는 황민현과 마주쳤다.  

 

 

 

 

"저... 황민현 선생님, 아까는 정말로 죄송했었습니다." 

 

"아, 늦은 것에 대한 사과라면 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평소대로 조례를 하면 됐지만, 며칠 전부터 기대하던 교생선생님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것은 우리 반 학생들이었으니까요." 

 

 

 

 

뭐지. 생각해오던 것과 너무 다른 황민현의 말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또는 해봤자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합시다' 정도의 말을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다 큰 타격을 주는 말에  한 마디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방법은 좋은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충고해 드릴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아까 같은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수준 높은 수업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책임감 있게 수업을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2 학생들이고, 고3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니까요." 

 

 

 

 

그럼 저는 수업하러 가야 해서 이만. 짧은 인사의 말을 남기고 뒤돌아가는 황민현의 뒤통수를 보면서 손을 파르르 떨었다. 

 

 

부여잡았던 위가 더 쓰라려오는 듯했다. 

 

 

 

 

 

 

황민현 빙의글 Hwang, Cher! 

 

 

 

 

 

 

 

"푸하핫- 그래서 엄청 쪽팔렸다고?" 

 

"말도 마... 아침부터 얼마나 달렸는지." 

 

 

 

 

학교가 4교시를 끝마칠 때 까지, 학생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교생들도 나름 바쁘게 보냈다. 앞으로 참관할 때 기록해야 할 내용들, 실제로 수업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정말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었다. 두툼히 쌓인 유인물을 보며 다 기억할 수 있을까 한숨을 쉬다가도 오랜만에 먹는 급식이라며 신난 곽영민의 손에 이끌려 밥을 먹으러 갔다. 

 

 

 

 

"참, 너는 어땠어? 나 늦게 오는 바람에 네가 몇 반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 나 3반." 

 

"뭐? 그럼 그 잘생겼다는 교생이 너야?" 

 

"벌써 소문이 그렇게까지 났어? 아이고, 쑥스럽구먼." 

 

 

 

 

요즘 애들은 정말 보는 눈이 다르구나. 쟤가 그렇게 잘생겼나.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긴 곽영민 여자친구도 꽤 여러 명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까 곽영민 얘 

 

 

 

 

"바람둥이 끼가 있네." 

 

"나 말하는 거야? 갑자기?"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휘휘 내젓고 숟가락을 들었다. 음, 역시 급식의 맛.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양과 질의 음식을 4천 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래도 너 그렇게 덤벙댔어도 다행이다. 너희 반 담임 황민현 선생님이잖아." 

 

 

 

 

푸훕- 급식의 맛을 음미하며 먹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황민현이라는 이름에 마시고 있던 국물에 사레에 걸리고 말았다. "뭐..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곽영민이 깜짝 놀라며 휴지 몇 장을 건넨다. 컥컥거리며 가슴을 두들기다가 물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황민현 선생님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야, 그 사람 되게 유명하잖아. 그래서 성격도 어지간히 좋겠구나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진짜 멀쩡하게 생겨서는 성격 완전 재수탱. 말하는 거 한마디 한마디가.... 어휴." 

 

"그 정도라고?" 

 

"그으래. 황민현 별명이 황제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 아, 아니다. '황민현 재수탱' 줄여서 황재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게 뭐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짜증 나는 마음에 던진 말인데, 하여간 이런 이상한 개그 진짜 좋아한다니까. 남은 밥을 싹싹 긁어모아 입에 넣었다. 아직 이 학교에 남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3시간도 넘게 남았구나. 버틸 수 있을까. 내 능력에서 너무 벗어나는 직업을 선택해 버린 걸까.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강여주, 너 나랑 같은 학교로 교생실습 가!" 

 

"뭐?" 

 

"대박이지!" 

 

 

 

 

영민아, 우리 실습 가서는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내자. 

 

 

 

 

곽영민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본디 수학 교육과였던 사람이었다. 과에서 모든 사람의 중심이 되던 애가 어쩌다가 매번 구석자리에 앉는 나와 친해졌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곽영민은 항상 시끄럽게 사람들과 떠들며 놀다가도 마지막에는 "나 여주한테 가봐야 해!" 하고 떠나버려서, 은근히 사람들에게 선을 그음과 동시에 나와 곽영민은 수학 교육과에서 가장 이상한 조합이 되어버렸었다. 

 

그렇게 멀쩡히 잘 살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영문학과로 전과했다는 사실을 알려줬을 때, 정말 '입이 쩍 벌어졌다' 말고는 그때의 당혹감과 놀라움을 표현할 수 없다. 그 이유 좀 들어보자 들들 볶아 겨우 한다는 말이, 자기는 원래 수학을 너무 싫어했는데 부모님이 모두 수학과를 나오시면서 수학 쪽으로 가기를 강요했고, 어쩔 수 없이 온 곳이 여기 수학 교육과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몰래 전과를 준비했고, 통보성 문자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집은 난리가 났지만 전화를 모두 차단해 놨으니 괜찮다며 웃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토록 수학이 싫다던 곽영민은  

 

 

수학 교육과를 떠나기 전까지 모든 학기 과탑을 한 번도 뺏긴 적이 없었다. 

 

 

 

 

"강여주 가서 첫 수업할 때 나 참관해도 되지?" 

 

"볼 것도 없는데 봐서 뭐 하게" 

 

"뭐 하긴! 영상까지 찍어두려고 캠코더 준비했단 말이야" 

 

"... 장난하는 거지?" 

 

 

 

 

세상에 맙소사. 얘는 진짜로 한다면 하는 놈이라 한마디 한마디를 장난으로 우습게 넘기기가 두렵다. "여주야 시험 파이팅이야!" 손으로 힘내라는 제스처까지 취해가면서 응원의 말을 남기고 돌아가는 곽영민에게 순식간에 그의 친구들이 모여들어 동그란 뒤통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전과한 거라 친구 없을까 걱정했는데, 타고난 인싸 기질은 어디 안가나 보다. 

 

 

 

 

 

 

 

 

 

 

 

황민현 빙의글 Hwang, Cher! 

 

 

 

 

 

 

 

 

 

 

 

 

삐비비빕- 삐비비ㅣㅣ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고개도 들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 껐다. 특별히 교생 실습 나가는 날이라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설정해 놓은 알람이었다. 긴장이라는 것을 잘 안 하는 성격이기는 하다만 버로 다음 날에 선생으로서의 본격적인 준비과정의 첫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확인한 시간, 

 

 

 

 

"8시????" 

 

 

 

 

1시간 일찍 일어나기는 개뿔, 오히려 더 늦게 일어났다. 그제서야 핸드폰 알림 창을 가득 메운 곽영민의 부재중이 보였다. 미쳤어, 진짜 미쳤다. 3분 만에 씻고 나와 급하게 화장을 찍어발랐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서 부시시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온 친오빠 강동호가 나중에 말하건대 손이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방에 일단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은 모두 팔로 쓸어 담은 뒤 총알처럼 현관을 뛰쳐나왔다.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강여주 너 아침 안먹구 그냥 가?" 

 

 

 

 

현관 복도 저 끝에서 강동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눈치 없는 오빠 놈이 지금 밥이 문제냐고.. 

 

 

 

 

 

 

 

 

 

어떻게 잡았는지도 모를 택시를 타고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고등학교에 반가운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추억에 잠길 새도 없이 나는 달려야 했다. 

다른 교생들은 조례 때 학생들과 첫인사를 하기 위해 먼저 다 교실로 올라갔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올라가라는 담당 선생님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뛰어 올라갔다. 

 

 

 

 

"죄송.. 헉헉... 죄송합니다!" 

 

 

 

 

2학년 6반의 문을 벌컥 열자 도통 소식이 없어 없는 줄만 알았던 교생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순식간에 교실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푸릇푸릇 한 고등학생들과 까르륵 거리며 서로를 소개하고 얘기하는 것만을 상상하던 나에게 너무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알만 굴리다가 교탁에서 조례를 진행하다 멈춘 담임과 눈이 마주쳤다. 

 

 

 

 

"헉" 

 

 

"여러분 인사하세요. 우리 반 교생 선생님입니다." 

 

 

 

 

동시에 내 핸드폰이 진동하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고 수많은 미확인 문자 중 알림 창에 뜬 곽영민이 방금 보낸 문자, 

 

 

[ 참, 너 늦어서 모를까 봐 미리 알려주는데 너네 반 담임 황민현이야 ] 

 

 

정말... 말도 안 돼 

 

 

[ 파이팅 ]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살면서 황민현을 모른다면 그는 분명 간첩일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민현은 유명한 선생이었다. 유일하게 모든 인강 개인회사들의 강사들보다 잘 나가는 EBS 강사, 자신의 회사로 오라는 수많은 요청들을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은 공교육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참 스승이 되어 수학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많은 학생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사람, 바로 황민현이었다. 

그제서야 황민현이 일하고 있는 학교가 뉴동고등학교라는 것이 기억났다.  

 

 

 

 

"교생 선생님 나와서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주세요" 

 

 

 

 

 

귀 옆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교실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 

 

 

 

 

한 번에 서른 명의 아이들의 시선을 받아낸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빨리 내가 말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였지만, 어제 그렇게 준비했던 멘트들은 왜 입 밖으로 하나도 나오지를 않는지 나는 "안녕하세요 저는 강여주입니다." 이후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숨 막히는 정적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선생님 가르치시는 과목은?" 

 

"수... 수학입니다." 

 

"지금 다니시고 있는 학교가 어디죠?" 

 

"저는 현재 Y대 수학 교육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기저기서 의외라는 듯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지각에다가 어리바리하기까지 한 교생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교 학생이라니, 나였어도 웃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생 선생님께 궁금한 거 있는 사람"이라는 황민현의 말에 대학 생활이 어떻냐라는 질문부터 남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까지 아이들의 끊임없고 때로는 짓궂은 질문들에 정신없이 답하며 조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 얘들아, 오늘도 수업 잘 듣고 반장은 이따가 가정통신문 신청서 제출해야 하는 것 걷어서 내려오세요" 

 

 

 

 

황민현이 형식적인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가고, 함께 나가는 타이밍을 놓친 나는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을 상대해야 했다. 

 

 

 

 

 

 

 

 

 

 

"야 3반 교생 봤어? 존나 잘생김" 

 

"3반 애들 신나가지고 벌써부터 빼빼로 하트를 만들겠다, 초콜릿을 직접 만들겠다 이런 말 하고 있잖아" 

 

 

 

 

아이들에게 쩔쩔 되며 정말 가봐야 한다고 몇 번의 부탁 끝에 겨우 풀려난 후 터덜터덜 걷는 학교의 복도는 온통 교생 얘기로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나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누군가 뒤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좋은 얘기이던, 나쁜 얘기이건 항상 신경 쓰이게 한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빈속에 에너지를 과하게 쓴 탓인지, 위가 쓰라려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교생들의 임시 집합 장소로 정해진 1층 교사 휴게실로 향하는 길에 교무실에서 수업을 위해 나오는 황민현과 마주쳤다.  

 

 

 

 

"저... 황민현 선생님, 아까는 정말로 죄송했었습니다." 

 

"아, 늦은 것에 대한 사과라면 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평소대로 조례를 하면 됐지만, 며칠 전부터 기대하던 교생선생님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것은 우리 반 학생들이었으니까요." 

 

 

 

 

뭐지. 생각해오던 것과 너무 다른 황민현의 말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또는 해봤자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합시다' 정도의 말을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다 큰 타격을 주는 말에  한 마디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방법은 좋은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충고해 드릴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아까 같은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수준 높은 수업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책임감 있게 수업을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2 학생들이고, 고3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니까요." 

 

 

 

 

그럼 저는 수업하러 가야 해서 이만. 짧은 인사의 말을 남기고 뒤돌아가는 황민현의 뒤통수를 보면서 손을 파르르 떨었다. 

 

 

부여잡았던 위가 더 쓰라려오는 듯했다. 

 

 

 

 

 

 

황민현 빙의글 Hwang, Cher! 

 

 

 

 

 

 

 

"푸하핫- 그래서 엄청 쪽팔렸다고?" 

 

"말도 마... 아침부터 얼마나 달렸는지." 

 

 

 

 

학교가 4교시를 끝마칠 때 까지, 학생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교생들도 나름 바쁘게 보냈다. 앞으로 참관할 때 기록해야 할 내용들, 실제로 수업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정말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었다. 두툼히 쌓인 유인물을 보며 다 기억할 수 있을까 한숨을 쉬다가도 오랜만에 먹는 급식이라며 신난 곽영민의 손에 이끌려 밥을 먹으러 갔다. 

 

 

 

 

"참, 너는 어땠어? 나 늦게 오는 바람에 네가 몇 반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 나 3반." 

 

"뭐? 그럼 그 잘생겼다는 교생이 너야?" 

 

"벌써 소문이 그렇게까지 났어? 아이고, 쑥스럽구먼." 

 

 

 

 

요즘 애들은 정말 보는 눈이 다르구나. 쟤가 그렇게 잘생겼나.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긴 곽영민 여자친구도 꽤 여러 명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까 곽영민 얘 

 

 

 

 

"바람둥이 끼가 있네." 

 

"나 말하는 거야? 갑자기?"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휘휘 내젓고 숟가락을 들었다. 음, 역시 급식의 맛.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양과 질의 음식을 4천 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래도 너 그렇게 덤벙댔어도 다행이다. 너희 반 담임 황민현 선생님이잖아." 

 

 

 

 

푸훕- 급식의 맛을 음미하며 먹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황민현이라는 이름에 마시고 있던 국물에 사레에 걸리고 말았다. "뭐..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곽영민이 깜짝 놀라며 휴지 몇 장을 건넨다. 컥컥거리며 가슴을 두들기다가 물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황민현 선생님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야, 그 사람 되게 유명하잖아. 그래서 성격도 어지간히 좋겠구나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진짜 멀쩡하게 생겨서는 성격 완전 재수탱. 말하는 거 한마디 한마디가.... 어휴." 

 

"그 정도라고?" 

 

"그으래. 황민현 별명이 황제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 아, 아니다. '황민현 재수탱' 줄여서 황재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게 뭐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짜증 나는 마음에 던진 말인데, 하여간 이런 이상한 개그 진짜 좋아한다니까. 남은 밥을 싹싹 긁어모아 입에 넣었다. 아직 이 학교에 남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3시간도 넘게 남았구나. 버틸 수 있을까. 내 능력에서 너무 벗어나는 직업을 선택해 버린 걸까.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강여주, 너 나랑 같은 학교로 교생실습 가!" 

 

"뭐?" 

 

"대박이지!" 

 

 

 

 

영민아, 우리 실습 가서는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내자. 

 

 

 

 

곽영민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본디 수학 교육과였던 사람이었다. 과에서 모든 사람의 중심이 되던 애가 어쩌다가 매번 구석자리에 앉는 나와 친해졌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만, 곽영민은 항상 시끄럽게 사람들과 떠들며 놀다가도 마지막에는 "나 여주한테 가봐야 해!" 하고 떠나버려서, 은근히 사람들에게 선을 그음과 동시에 나와 곽영민은 수학 교육과에서 가장 이상한 조합이 되어버렸었다. 

 

그렇게 멀쩡히 잘 살던 애가 어느 날 갑자기 영문학과로 전과했다는 사실을 알려줬을 때, 정말 '입이 쩍 벌어졌다' 말고는 그때의 당혹감과 놀라움을 표현할 수 없다. 그 이유 좀 들어보자 들들 볶아 겨우 한다는 말이, 자기는 원래 수학을 너무 싫어했는데 부모님이 모두 수학과를 나오시면서 수학 쪽으로 가기를 강요했고, 어쩔 수 없이 온 곳이 여기 수학 교육과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부모님 몰래 전과를 준비했고, 통보성 문자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집은 난리가 났지만 전화를 모두 차단해 놨으니 괜찮다며 웃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토록 수학이 싫다던 곽영민은  

 

 

수학 교육과를 떠나기 전까지 모든 학기 과탑을 한 번도 뺏긴 적이 없었다. 

 

 

 

 

"강여주 가서 첫 수업할 때 나 참관해도 되지?" 

 

"볼 것도 없는데 봐서 뭐 하게" 

 

"뭐 하긴! 영상까지 찍어두려고 캠코더 준비했단 말이야" 

 

"... 장난하는 거지?" 

 

 

 

 

세상에 맙소사. 얘는 진짜로 한다면 하는 놈이라 한마디 한마디를 장난으로 우습게 넘기기가 두렵다. "여주야 시험 파이팅이야!" 손으로 힘내라는 제스처까지 취해가면서 응원의 말을 남기고 돌아가는 곽영민에게 순식간에 그의 친구들이 모여들어 동그란 뒤통수가 잘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전과한 거라 친구 없을까 걱정했는데, 타고난 인싸 기질은 어디 안가나 보다. 

 

 

 

 

 

 

 

 

 

 

 

황민현 빙의글 Hwang, Cher! 

 

 

 

 

 

 

 

 

 

 

 

 

삐비비빕- 삐비비ㅣㅣ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을 고개도 들지 않고 손으로 더듬어 껐다. 특별히 교생 실습 나가는 날이라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설정해 놓은 알람이었다. 긴장이라는 것을 잘 안 하는 성격이기는 하다만 버로 다음 날에 선생으로서의 본격적인 준비과정의 첫 시작을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확인한 시간, 

 

 

 

 

"8시????" 

 

 

 

 

1시간 일찍 일어나기는 개뿔, 오히려 더 늦게 일어났다. 그제서야 핸드폰 알림 창을 가득 메운 곽영민의 부재중이 보였다. 미쳤어, 진짜 미쳤다. 3분 만에 씻고 나와 급하게 화장을 찍어발랐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서 부시시 눈을 비비며 방에서 나온 친오빠 강동호가 나중에 말하건대 손이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가방에 일단 책상 위에 있던 것들은 모두 팔로 쓸어 담은 뒤 총알처럼 현관을 뛰쳐나왔다.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강여주 너 아침 안먹구 그냥 가?" 

 

 

 

 

현관 복도 저 끝에서 강동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눈치 없는 오빠 놈이 지금 밥이 문제냐고.. 

 

 

 

 

 

 

 

 

 

어떻게 잡았는지도 모를 택시를 타고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고등학교에 반가운 마음이 솟아올랐지만 추억에 잠길 새도 없이 나는 달려야 했다. 

다른 교생들은 조례 때 학생들과 첫인사를 하기 위해 먼저 다 교실로 올라갔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올라가라는 담당 선생님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뛰어 올라갔다. 

 

 

 

 

"죄송.. 헉헉... 죄송합니다!" 

 

 

 

 

2학년 6반의 문을 벌컥 열자 도통 소식이 없어 없는 줄만 알았던 교생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순식간에 교실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푸릇푸릇 한 고등학생들과 까르륵 거리며 서로를 소개하고 얘기하는 것만을 상상하던 나에게 너무도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알만 굴리다가 교탁에서 조례를 진행하다 멈춘 담임과 눈이 마주쳤다. 

 

 

 

 

"헉" 

 

 

"여러분 인사하세요. 우리 반 교생 선생님입니다." 

 

 

 

 

동시에 내 핸드폰이 진동하며 문자가 왔음을 알렸고 수많은 미확인 문자 중 알림 창에 뜬 곽영민이 방금 보낸 문자, 

 

 

[ 참, 너 늦어서 모를까 봐 미리 알려주는데 너네 반 담임 황민현이야 ] 

 

 

정말... 말도 안 돼 

 

 

[ 파이팅 ] 

 

 

 

 

 

 

 

대한민국의 고등학생으로 살면서 황민현을 모른다면 그는 분명 간첩일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황민현은 유명한 선생이었다. 유일하게 모든 인강 개인회사들의 강사들보다 잘 나가는 EBS 강사, 자신의 회사로 오라는 수많은 요청들을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은 공교육에 남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참 스승이 되어 수학의 '황제'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많은 학생들의 칭송을 받고 있는 사람, 바로 황민현이었다. 

그제서야 황민현이 일하고 있는 학교가 뉴동고등학교라는 것이 기억났다.  

 

 

 

 

"교생 선생님 나와서 간단하게 자기소개해 주세요" 

 

 

 

 

 

귀 옆으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교실 앞으로 걸어나갔다. 

 

 

 

 

"어..." 

 

 

 

 

한 번에 서른 명의 아이들의 시선을 받아낸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아이들은 빨리 내가 말을 시작하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였지만, 어제 그렇게 준비했던 멘트들은 왜 입 밖으로 하나도 나오지를 않는지 나는 "안녕하세요 저는 강여주입니다." 이후로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 숨 막히는 정적을 어떻게 끊어내야 할지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는데,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선생님 가르치시는 과목은?" 

 

"수... 수학입니다." 

 

"지금 다니시고 있는 학교가 어디죠?" 

 

"저는 현재 Y대 수학 교육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여기저기서 의외라는 듯한 감탄사가 튀어나온다. 지각에다가 어리바리하기까지 한 교생이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꾸는 대학교 학생이라니, 나였어도 웃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생 선생님께 궁금한 거 있는 사람"이라는 황민현의 말에 대학 생활이 어떻냐라는 질문부터 남자 친구가 있냐는 질문까지 아이들의 끊임없고 때로는 짓궂은 질문들에 정신없이 답하며 조례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럼 얘들아, 오늘도 수업 잘 듣고 반장은 이따가 가정통신문 신청서 제출해야 하는 것 걷어서 내려오세요" 

 

 

 

 

황민현이 형식적인 말과 함께 교실을 나가고, 함께 나가는 타이밍을 놓친 나는 우르르 몰려드는 아이들을 상대해야 했다. 

 

 

 

 

 

 

 

 

 

 

"야 3반 교생 봤어? 존나 잘생김" 

 

"3반 애들 신나가지고 벌써부터 빼빼로 하트를 만들겠다, 초콜릿을 직접 만들겠다 이런 말 하고 있잖아" 

 

 

 

 

아이들에게 쩔쩔 되며 정말 가봐야 한다고 몇 번의 부탁 끝에 겨우 풀려난 후 터덜터덜 걷는 학교의 복도는 온통 교생 얘기로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나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누군가 뒤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좋은 얘기이던, 나쁜 얘기이건 항상 신경 쓰이게 한다는 점이 나를 힘들게 했다. 빈속에 에너지를 과하게 쓴 탓인지, 위가 쓰라려  뭐라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교생들의 임시 집합 장소로 정해진 1층 교사 휴게실로 향하는 길에 교무실에서 수업을 위해 나오는 황민현과 마주쳤다.  

 

 

 

 

"저... 황민현 선생님, 아까는 정말로 죄송했었습니다." 

 

"아, 늦은 것에 대한 사과라면 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평소대로 조례를 하면 됐지만, 며칠 전부터 기대하던 교생선생님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것은 우리 반 학생들이었으니까요." 

 

 

 

 

뭐지. 생각해오던 것과 너무 다른 황민현의 말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괜찮습니다.' 또는 해봤자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합시다' 정도의 말을 생각했었는데 예상보다 큰 타격을 주는 말에  한 마디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방법은 좋은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충고해 드릴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아까 같은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수준 높은 수업을 기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적어도 책임감 있게 수업을 진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2 학생들이고, 고3 못지않게 굉장히 중요한 시기이니까요." 

 

 

 

 

그럼 저는 수업하러 가야 해서 이만. 짧은 인사의 말을 남기고 뒤돌아가는 황민현의 뒤통수를 보면서 손을 파르르 떨었다. 

 

 

부여잡았던 위가 더 쓰라려오는 듯했다. 

 

 

 

 

 

 

황민현 빙의글 Hwang, Cher! 

 

 

 

 

 

 

 

"푸하핫- 그래서 엄청 쪽팔렸다고?" 

 

"말도 마... 아침부터 얼마나 달렸는지." 

 

 

 

 

학교가 4교시를 끝마칠 때 까지, 학생들의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교생들도 나름 바쁘게 보냈다. 앞으로 참관할 때 기록해야 할 내용들, 실제로 수업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점... 정말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었다. 두툼히 쌓인 유인물을 보며 다 기억할 수 있을까 한숨을 쉬다가도 오랜만에 먹는 급식이라며 신난 곽영민의 손에 이끌려 밥을 먹으러 갔다. 

 

 

 

 

"참, 너는 어땠어? 나 늦게 오는 바람에 네가 몇 반인지도 모르고 있어" 

 

"나? 나 3반." 

 

"뭐? 그럼 그 잘생겼다는 교생이 너야?" 

 

"벌써 소문이 그렇게까지 났어? 아이고, 쑥스럽구먼." 

 

 

 

 

요즘 애들은 정말 보는 눈이 다르구나. 쟤가 그렇게 잘생겼나.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하긴 곽영민 여자친구도 꽤 여러 명 봤던 것 같기도 하고... 가만, 생각해 보니까 곽영민 얘 

 

 

 

 

"바람둥이 끼가 있네." 

 

"나 말하는 거야? 갑자기?" 

 

 

 

 

아무것도 아니라며 손을 휘휘 내젓고 숟가락을 들었다. 음, 역시 급식의 맛. 요즘 같은 세상에 이런 양과 질의 음식을 4천 원대에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그래도 너 그렇게 덤벙댔어도 다행이다. 너희 반 담임 황민현 선생님이잖아." 

 

 

 

 

푸훕- 급식의 맛을 음미하며 먹다가 갑자기 들려오는 황민현이라는 이름에 마시고 있던 국물에 사레에 걸리고 말았다. "뭐..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곽영민이 깜짝 놀라며 휴지 몇 장을 건넨다. 컥컥거리며 가슴을 두들기다가 물을 급하게 들이마셨다.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 Hwang, Cher! A | 인스티즈 

 

"황민현 선생님이랑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야, 그 사람 되게 유명하잖아. 그래서 성격도 어지간히 좋겠구나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진짜 멀쩡하게 생겨서는 성격 완전 재수탱. 말하는 거 한마디 한마디가.... 어휴." 

 

"그 정도라고?" 

 

"그으래. 황민현 별명이 황제라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 그래. 아, 아니다. '황민현 재수탱' 줄여서 황재 맞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게 뭐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짜증 나는 마음에 던진 말인데, 하여간 이런 이상한 개그 진짜 좋아한다니까. 남은 밥을 싹싹 긁어모아 입에 넣었다. 아직 이 학교에 남아있어야 하는 시간이 3시간도 넘게 남았구나. 버틸 수 있을까. 내 능력에서 너무 벗어나는 직업을 선택해 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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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황민현 재수탱을 줄여서 황재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곽영민 그만 웃어." 

 

 

 

 

어떻게든 해봐야지. 힘내라 강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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