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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김도영] 디어 스페이스 | 인스티즈



샐러드 기념일 3

디어 스페이스

W. 문달











 Paper Tiger, Scissors Rabbit X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 자살 소재 트리거 주의 ※







1





2015




어차피 죽을 건데 뭣 하러 살아있지.




주호는 매일 1시간씩 빈 운동장을 달렸다.


정직하게 꽉 채우진 못해도 걷다가 달리고 걷다가 달리고 했다. 5분도 채 못 뛰어 옆구리가 찌르듯이 아팠다. 그러면 배를 부여잡고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뛰었다.


구령대 아래에서 시작해서 구령대 아래에서 끝나는 이상한 달리기는 날씨가 궂든, 몸 어디가 아프든지에 구애받지 않고 이어졌다.


반 아이들은 아침부터 주호에게서 나는 시큼한 땀 냄새를 맡았다.




주호는 자기가 머지않아 울게 되리란 걸 알았다.


누군가는 자신 때문에 울게 될 거란 것도 알았다.


심장이 덜컹거리는 게 감당이 안 될 정도가 되면 골이 흔들렸다. 거칠게 나오는 숨소리가 귓가를 세게 부딪치는 게 무서웠다. 가쁜 호흡이 주호를 집어삼켰다.


발이 금방 멈추지 않았다. 죽을 것 같아, 라는 말이 나왔다.



주호는 죽으려고 달렸다. 연습이었다. 발이 의지와 상관없이 미친 듯이 계속 내달리면 그대로 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한 시간을 꼬박 채우는 것이다.



그나마 주호 주변 자리에 앉는 아이들이 체력을 기르려고 매일 일찍 나오느냐 물었다. 주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실은 심장을 죽이려고 뛰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뒤따라오는 질문들로 관심받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의 기억 속에 우주호 를 남기기 싫었다. 바람처럼 불다 가고 싶었다. 있어도 자각하지 못하는 형체 없는 공기가 되고 싶었다. 존재감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죽고 싶었다.



주호는 왜 이다지도 죽음을 갈망하는 걸까. 본인도 꼬집을만한 이유는 없었다. 가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인간관계랄 것도 없고, 환경적으로 주호를 괴롭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주호는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왜?


어차피 죽을 건데 기왕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났으니 죽는 건 의지대로 하면 좀 안 될까. 미치진 않았다. 주호는 말한다. 미치진 않았어. 다만 스스로 선택을 하고 싶었다.













2





2015




김동영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사진을 찍어주시는 아저씨 옆에서 사자 한 마리가 기습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놀란 귀가 불쑥 솟은 채로 졸업 앨범에 실렸다. 재미없는 식순이 이어지는 강당 안에서 동영은 자기 사진을 보며 웃느라 죽어가는 이태용을 툭툭 쳤다.



"너만 잘 찍으면 다냐? 이게 뭐야 진짜…."



"괜찮아, 귀여워 또영이."



"됐거든. 나한테 말 걸지 말아줄래?"



단톡방은 동영의 사진으로 웃느라 난리였다. 까똑까똑 거리는 소리에 가까이 있던 담임 선생님이 주의를 시켰다. 이것들이 진짜.


동영은 몇 번이나 채팅방을 나왔고, 여러 번 초대 당했다.


모르는 사이인 척하고 있었으나 동영의 엄마가 다가와 둘이 가까이 붙어보라고 주문을 넣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동영은 서비스적인 건치 미소를 지으며 태용과 머리를 맞댔다.



“졸축 우리 아들~ 태용이도 축하해. 엄마 잠깐 회사 땡땡이쳐서 미리 꽃다발 주고 갈게. 사랑해 우리 동영이."





정신없는 엄마의 작별 인사를 받고 포옹까지 한 동영이 여주에게는 갔느냐며 쌍둥이 동생을 챙겼다. 급하게 뛰어나가는 엄마의 뒷모습에 대고 손을 흔들던 동영은 뒤돌자마자 놀라게 하는 태용에 또 놀랐다.



"여기서 나랑 친구 졸업도 하고 싶냐?"



"동영아, 나는 이성애자야. 근데 너라면 고민은 해볼게."



"돌았나 봐 진짜. 아는 척하지 마."



동영은 잠시 뒤에 태용이 사과의 의미라며 건넨 젤리를 야금야금 먹어치웠다.



그래도 노래를 부를 땐 엉엉 울며 태용을 얼싸안았다. 노래는 와중에 잘 불렀다.


사실 졸업 후에 영국으로 유학을 간다며 태용이 눈시울을 붉히며 고백했다.


포토타임 때 둘의 얼굴이 제일 빨갰다.


한국 오면 제일 먼저 단문대 음대 작곡과 김동영부터 찾아.


동영은 태용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 복사 코팅까지 다 했다.

















3






2018




주호는 2년제 전문대를 졸업한 지 5개월쯤 되어가지만, 이력서를 넣은 곳은 고작 열 군데였다. 그중에서도 연락 오는 곳이 거의 없었다. 집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압박이 심해 매일 밖을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주호는 이제 달리지 않는다. 대신 높은 곳을 찾아다닌다. 언제 죽을지는 주호도 몰랐다. 알 리가 있나. 선택은 할 수 있었다. 주호는 달력만 수시로 넘겨봤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서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사람, 참 안 죽더라.


책 제목은 주호를 서글프게 했다. 죽는 것도 쉽게 안 되나 보다. 사는 것도 어려운데. 안 좋은 생각을 머금게 하는 책은 읽고 싶지 않다. 주호는 목차라도 살펴보려다가 도로 덮었다. 주호에게 있어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의 글은 안 좋은 쪽에 속했다.






그 럼 에 도

      불 구 하 고

            살 아 야

                  한 다.







차가운 대리석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 내려가면서 주호는 중얼거렸다.


어차피 결말은 모두 시체일 텐데 뭘 그리 아등바등한담.


주호는 기왕이면 건강한 시신이 되고 싶더라. 그런데 요즘 같은 날씨에 내버려두면 성한 곳 없이 구더기들에게 갉아 먹히겠다. 냉동 가능한 겨울이 낫겠다 주호는 생각한다.






















4







2018







동네 서점 아르바이트가 공무원같이 시간도 정확하고, 주변에 교육 시설이 적으면 쏠쏠하기까지 하단 말만 믿었다. 동영은 밀려오는 배신감에 연결해준 동기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 들어온 EBS 수능 교재들을 던지듯 놓다가 혼이 났다. 아직 어디에 뭐가 있는지 다 외우지도 못해 버벅거렸더니 아이와 같이 온 아주머니는 동영에게 비켜보라며 짜증을 냈다. 키즈 카페처럼 서점 안을 종횡무진 하던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뛰다가 잡지 판매대 쪽을 휩쓸었다. 찢어진 잡지를 아이의 보호자는 지급하려 하지 않으려 하다가 동영이 강경하게 나오자 구시렁대며 돈을 냈다. 조만간 관두겠다고 동영은 다짐했다.



"이 책이요. 잘 팔려요?"



표지가 잘 보이게 책 한 권을 들고 또래 여자애가 동영에게 물었다. 처음 보는 책이라 멋쩍게 웃으며 글쎄요, 라고 답했다.



"사람 진짜 잘 안 죽을까요?"



계산하는데 대뜸 그런 질문이 튀어나왔다. 알바한 지 얼마 되진 않았어도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진상을 만나 봤는데 또라이류는 처음이다. 동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안 해봐서 모르겠다고 답했다. 당연히 안 해봤겠지. 해 본 사람은 이미 뒤져서 말을 못 해주지. 자기가 생각해도 웃긴 대답을 내놨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세 마디 들었지만, 목소리에 힘이 없다. 듣는 사람도 기운 빠졌다. 자동문이 열리고 바깥의 노을빛에 여자가 물들었다. 동영은 그 뒷모습을 잠깐 쳐다보다가 다시 책을 옮겼다.














5




가파른 축대벽이 마음에 들어 휘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간 한적한 아파트 단지는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동 간 간격이 넓고 어둠이 앉은 시간대에 불빛이 그다지 보이지 않는 게 적격이었다. 계단식이 아닌 긴 복도식은 지어진 지 오래된 건축물임을 알려줬다. 201동과 202동 사이엔 그곳을 지키는 큰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뿌리박고 있었는지, 두 개로 시작하여 하나의 머리로 만났다. 바람에 나부끼는 잎들의 소리가 우렁차다 느낄 정도로 무성했다. 주호는 두 나무 사이에 앉아 하늘이 점점 짙어지는 걸 지켜봤다. 주호는 몰래 들어가 코너에서 몸을 숨기고 좌우를 살피며 단지를 돌아다녔다. 가끔 공통된 형광 노랑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낮에 보았다. 펜스가 곧 쳐질 것이다. 외부인 출입 금지가 전면에 붙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 서울에 이런 곳이 몇 없다. 아파트는 주호를 기다릴 수 없는 처지였다.



1-201-2



201동 1~2라인에 터를 잡고 옥상까지 올라갔다. 발을 함부로 구르는가 싶어 한 발 한 발 신경 쓴다고 대신 힘 준 허벅지 근육이 땅겼다. 낯선 아파트의 낯선 옥상에서 제각각으로 생긴 202동의 베란다들을 보았다. 어두워서 윤곽만 대충 보이지만 예뻤다. 낮에도 201동의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싶지만 밝은 곳은 그림자부터 들키기 쉽다. 그나마 초토화된 꼴은 아닌 201동 옥상에 드러누워 본 도시의 하늘은 맑은 날씨여서 그런지 별이 뚜렷이 보였다. 주호는 요란스러운 해 보다는 침묵할 줄 아는 달을 목격자로 삼았다.
















6




여주는 먹던 마늘 바게트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고작 한 입 먹고 만 게 아깝긴 했지만 당장에 뭐라도 던지지 않으면 식탁을 엎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미도 없어."



"나 진지해."



"엄마 아빠가 퍽 진지하게 받아주겠다."



"원래 아무한테도 말 안 하려다가 너한테 처음 말해주는 건데 너무한 거 아니야?"



"김동영 너 왜 그래."



이 남매가 방울 같은 꼬리를 부들부들 떨면서까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냐. 10분 전 느긋하게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식탁에서였다. 먼저 앉아 제 입맛대로 밥을 먹고 있던 여주 앞에 시리얼이 든 그릇을 들고 앉은 동영이 우유를 부으며 말했다.



"나 외계인이야."



"이게 무슨 소리야? 밤새 sf 봤니?"



"진짜야."




"왜? 너희 별에서 너한테 그만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텔레파시라도 보냈어? 조만간 UFO 띄워준대?"



여주는 동영이 근엄한 표정으로 장난치는 줄로 알고 까불었다. 동영이 별 반응 없이 시리얼을 말자 할 거면 제대로 하지 하며 먹고 있던 바게트를 새로 꺼냈다.



"어느 날 나 없어져도 찾을 생각 마. 지구에선 못 찾을 거야."



"동영아. 왜 그래? 어디 아파? 군대 갔다 온 복학생이라고 후배들이 따 시켜?"



여주가 이마를 짚으려 손을 내밀자 동영이 의자를 뒤로 끌며 피했다. 누가 봐도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입에 집어넣고 있는 동영의 손을 붙잡고 여주가 물었다.



"말해. 무슨 일 있어? 어디서 머리 세게 부딪쳤어?"



"나 멀쩡해. 깨달은 거뿐이야. 나는 여기 있을 게 아니란 걸."



"와나 돌아버리겠네. 진심이야? 너 진심으로 네가 외계인이라고 믿는 거야?"



해괴망측했다. 왜 이럴까. 얘가 왜 이럴까. 여주는 답답하다 못해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충격적인 말을 꺼내놓고 당사자인 동영은 평온하고, 그리고 딱딱한 벽돌 같은 얼굴이었다. 여주가 일어나 동영의 옆으로 가 섰다. 뺨을 툭툭 치며 기분 나쁘냐 물었다. 동영이 여주의 손을 제지하며 올려다봤다.



"당연히 기분 나쁘지."



"너 나랑 병원 가볼래?"




"아니. 나 미친 거 아니라니까."



"그건 네가 아니고 선생님이 판단해 주시겠지. 가자. 지금 학점이 중요한 게 아니야."



"나 멀쩡하다니까?"



"그럼 이 자리에서 네가 외계인이란 걸 증명해봐. 그럼 내가 군말 없이 믿어줄게."



동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여주는 한숨을 쉬며 동영의 머리를 가볍게 쳤다.



"아침부터 스트레스 받게 하고 있어. 다시는 그딴 소리 하지 마?"



여주가 먼저 자리를 떴다. 동영은 여주가 제 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기다란 귀를 내려 눈두덩이 위를 덮고서 동영은 빨개진 코를 들썩거렸다.


야-우냐-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에 동영이 목을 가다듬고 아니라고 소리쳤다.




동영은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확신했다. 나는 외계인이야. 양치하면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탈을 잘 쓴 가짜일 뿐이었다. 맞다니까. 여주와 된통 다투고 나서는 합주실 앞 소파에 빨래처럼 늘어져 중얼거렸다. 아니면 어떡하지. 근데 맞는데. 내가 정말 미친 거면 어떡하지. 가족한테도 호되게 야단만 맞았는데 하물며 남한테는 더하면 더했지 손가락질 그 이상의 취급을 받을 게 뻔했다. 동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끙끙 앓았다.



"동영아~"



합주실 문이 열리더니 중국에서 유학 온 쿤이 나왔다. 동영은 괴로워한다고 흐리멍덩해진 눈으로 쿤을 바라봤다.



"동영아 안 들어오고 뭐 해?"



"들어갈게…. 들어갈게."



뭐든 흐지부지 결정하고 싶은 하루를 보냈다. 새벽까지 개인 레슨실에 있던 동영은 `이동혁이랑 나 결혼하는 건 보고 떠나라`는 여주의 문자를 보고 그제야 마음 놓고 웃었다.

































7




매달 1일, 통장에서 소액의 돈이 빠져나간다. 주호는 장애 아동들의 정기 후원자였다. 길 가다가 거리에서 후원 홍보를 하는 사람들에게 걸렸다가 그대로 신청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주호는 마침내 날을 정했다. 12월 1일 칸을 까맣게 칠했다. 이날 빠져나가는 돈이 마지막이다. 일부러 쌀쌀한 날씨를 기다렸다. 12월 9일에 철거를 한다고 공고가 붙었다. 주호는 더욱 주변을 살피며 잠입했다. 아예 캄캄한 밤보다는 해가 막 지려고 할 때부터 가 있는 게 더 운치 있더라고.

옥상에 대 자로 벌리고 누워 있다가 상체만 일으켜 손으로 뒤를 짚고 도시 풍경을 바라봤다. 장관을 혼자 본다는 게 아까웠지만, 혼자만 알아야 하기도 했다.


다리를 세우고 일어나 달렸다. 운동장보다 넓지 않은 아파트 옥상은 떨어지기 전에 멈추려면 얼마 달리지 못하고 속도를 늦춰야 했다. 주호는 계속 달리다 급하게 멈췄다. 빈손으로 허공을 헤집다가 넘어졌다. 바닥을 짚은 손바닥이 까졌다. 곧 있으면 따끔해지겠다. 손을 털고 일어나 난간 위로 올라갔다. 면이 반듯하지 못하고 둥그스름해서 균형 잡기가 까다로웠다. 다리를 건들건들하며 무릎을 완전히 폈다. 심장이 달리는 줄로 알았나 보다. 큰 소리로 쿵쾅거렸다.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주호는 턱에 힘을 주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찔했다. 아까 밟았던 땅이 보였다. 들풀이 무성한 흙바닥은 아프기만 아프지 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주호는 도로 내려가서 기침했다. 아까보다 어두워졌다. 난간에 매달려서 머리를 쑥 내밀었다.



"안돼요!"



별안간 공간보다 낯선 존재가 나타났다. 안된다는 외침에 뒤를 돌자마자 주호는 끌어내려 졌다. 놀래서 비명도 못 내고 자신의 허리를 꽉 끌어안은 남자를 주먹으로 치며 겨우 밀쳐냈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돈할 생각도 않고 남자가 거칠게 숨을 쉬며 안된다고 재차 말했다.



"누구세요?"



"죽으, 죽, 죽으려고 했죠?"





"제가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에요."



"안돼요!"



남자가 주호의 손목을 잡고 안쪽으로 억지로 더 끌었다. 주호는 발에 힘을 주고 버텼다.



"이거 놓으시라고요!"



"목숨은 소중한 거예요!"



그 큰 눈동자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지 마요. 분명 별은 밤하늘에 떠 있는데 언제 이 남자 눈으로 옮겨가 박혀있지. 주호는 간절해서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생각했다. 예쁜 눈을 가진 사람이다.



"소중한지 쓸데없는지는 내가 판단해요. 생판 남인 그쪽이 아니라요. 목격자 진술서 쓰는 게 귀찮으시면 지금 내려가 멀리 달아나세요."



두 사람은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서 있는 게 주호보다 더 힘들어 보이던 얄팍한 체구의 남자는 서 있던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주호는 잔뜩 경계하며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저한테 묻는 거예요?"



"그럼 누구한테 물어요."



"저…. 는. 높고 사람 없는 곳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왜 높고 사람 없는 곳을 찾아다녔는데요?"



동영은 눈을 굴리며 고민했다. 외계인 얘기를 꺼낸 뒤로부터 자기를 감시하기 시작한 여주 때문에 보이지 않는 철창에 갇힌 기분을 느끼며 일주일을 내리 보냈다. 안타깝지만 호랑이와 토끼의 혼인 잔치까지 참고 기다릴 순 없겠어-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편지를 쓰고 나온 동영은 자기가 어떻게 해야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지를 찾아냈다. 높은 곳에서 온 정신을 가다듬은 상태로 떨어지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동영은 한편으로 이래도 되나, 자살을 좋게 포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여기까지 왔다. 초면에 제가 외계인이라서요 라고 꺼내면 조현병 말고는 돌아올 말이 없겠다 여겼다.



"철거 직전인 건물들 구경하는 거 좋아해서요."



"특이 취향이시네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말. 죽으시려구요?"



"네. 근데 오늘은 아니었어요. 조만간 이요."



동영과 승강이를 벌인다고 팔뚝이 시멘트 바닥에 쓸렸다. 팔을 들어 상처를 확인하던 주호는 조금만 움직여도 움찔거리는 눈앞의 동영을 발견했다. 주호와 눈이 마주치자 동영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있잖아요. 뭐 때문에 죽으려고 그러시는진 모르겠지만…. 함부로 왈가왈부하는 것도 웃기고 그렇지만. 살, 이유를 찾아보는 건. 어때요?"



"목숨은 소중한 거라고 하셨죠?"



동영이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댁한테는 소중하겠죠. 저는 그다지 아니에요. 죽지 못할 이유도 없잖아요. 타의로 태어났어도 죽는 것쯤은 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내가 누구한테 종속된 것도 아니고."



동영은 거기에 대고 뭐라 말할 수 없었다. 도리어 그녀를 붙잡은 것이 미안한 짓이 되고 있었다. 자기가 그녀의 자유를 뺏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래도 한 번만 생각해 봐요. 언제 어떻게 죽을지, 타인에게 죽임당할지, 병에 걸려 죽을지, 당장 내일 죽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 알아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가 원하는 날에, 내가 원하는 나이에 죽는 거. 그게 오히려 더 괜찮아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목숨 끊을 생각 말고. 살 생각은 해본 적 있어요?"



눈이 피로했다. 느리게 감았다가 뜨며 주호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서점에서 알바를 하는데요. 피터 팬 죽이기, 앨리스 죽이기, 뭔 죽인다는 제목은 많은데 살리기는 없더라고요. 왜 죄다 죽지 못해 안달이지? 이런 생각 엄청나게 했어요. 하고 싶은 말은, 누차 얘기하지만 한 번만 다시 생각해 보시라고요. 아니면 제가 같이 해드릴까요? 같이 살 이유를 찾아볼래요?"



"서점 알바. 혹시 MD 문고 맞아요?"



"어? 네."



"저 거기서 책 산 적 있어요. 그러고 보니까 얼굴도 본 적 있는 것 같아요."



동영은 분위기가 아까보다 누그러진 걸 느꼈다. 동영은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띠며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주호는 반대로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누웠다. 동영은 뻘쭘하게 서서 주호를 보다가 저기, 하고 주호를 불렀다.






"옆에 누워도 돼요?"



"질문이 이상하긴 한데 마음대로 하세요."



"저도 말하면서 좀 민망했어요."



"네."



바람이 때때로 불었다. 어디서 단단한 게 꺾이는 소리가 났다. 동영은 목을 들어 올려 주위를 살폈다. 주호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


나무가 있어요. 잎들 다 떨구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들끼리 서로 부대끼는 소리예요.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는데 엄청나게 커요."



새애액-새애액- 소리를 내는 게 흡사 귀신이 우는 소리 같았다. 상상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럼 우리끼리 귀신 나무라 부르자고 동영이 우스갯소리 삼아 말했다. 주호는 우리라는 단어를 곱씹으며 동영 모르게 웃었다.

















8




쌍둥이 동생 여주는 오빠 동영에게 마음을 다독일 시간을 주기로 했다. 엄마 아빠에게는 비밀로 해두고 매일 동영의 상태가 어떤지 살폈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몰라도 동영이 모든 일상을 내버려두고 편히 쉬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릴 때나 하고 놀던 외계인 놀이를 하는 거라고 여주는 단정 지었다. 대학만 졸업하면 남자친구인 동혁과 외국에 나가 살기로 정했다. 양 측 집안 어른들도 다 상의한 이야기라 물릴 수 없었다. 출국하기 전에 동영을 원래의 김동영으로 되돌려놓고 가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김동영은 어때?



"나도 그게 궁금해. 집에 안 들어와. 엄마는 지방 출장 갔고, 아빠는 동창회 가서 집에 나밖에 없는데 전화를 안 받아."



- 학교에서 밤샘하고 있는 거 아니야?



여주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서 새벽 3시를 가리키는 시계를 쳐다봤다.



"동혁아, 같이 동영이 찾아주면 안 돼? 나 얘 너무 불안해서 그래. 나 책상에서 편지도 찾았어."



-울지 말고. 너희 집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전화를 끊고 여주는 입술 껍질을 뜯으며 집 안을 돌아다니다가 현관에서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 달려나갔다. 엎어지는 여주를 안아 든 동혁이 흐느끼는 등을 도닥이며 데리고 나갔다.



"이태용 표 끊었대."





"어? 이태용한테 말했어? 동영이 아프다고?"



"어쩌다가 말 나왔어."



길을 잘못 들었다. 핸들을 제법 거칠게 돌리며 동혁이 여주의 눈치를 봤다.



"미안해."



"아니야. 이태용한테 미안하지. 바쁜 애 괜히 불러들이고. 그리고 너한테도 미안해. 너도 경영 공부해야 하는데 우리 집 신경 쓴다고 자꾸."



"그런 말 한 번만 더 하면 키스할 거야."



동혁이 전방을 주시하면서 손을 더듬어 여주의 허벅지를 짚었다. 심각한 와중에 이러지 말자. 얼굴이 빨개진 여주가 동혁의 손이 움직이지 못하게 잡았다. 안 봐도 허탕 치는 꼴이지만 혹시 몰라 학교 먼저 돌았다. 음대 건물만 뒤졌는데도 거의 한 시간을 버렸다.



"갈만한데 어디 있을까 아…. 제발."



"여주야. 김동영 믿어. 애도 아니고 다 큰 성인인데 섣부른 감도 없지 않아 있어. 동기들이랑 술 마시고 있을 수도 있잖아."



"그래도 연락할 정신은 남겨둔단 말이야. 그런데 전화도 아무것도 안 받잖아."



동혁이 어디론 가로 달려가려는 여주의 어깨를 붙잡아 세웠다. 달래는 어투로 뺨을 어루만지며 눈을 맞췄다.





"나 봐. 여주야, 진정하고 나 봐줘. 네가 걱정해서 하는 행동이 김동영한테는 과보호라고 느껴질 수도 있어. 일단 침착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가자. 너도 쉬어. 자고 일어나서 그때까지도 애가 연락 두절이면 그때 심각해져도 안 늦어."



새벽 4시가 넘었다. 밤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 열린 문으로 어둡기만 한 바깥을 멍하니 응시하며 여주가 알겠다 대답했다.


















9






"여기서 자면 입 돌아가요."






깜빡 졸았다. 소심하게 가슴을 두들기며 동영을 깨운 주호가 손을 내밀었다.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킨 동영은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가 식겁하며 잠을 깼다.



"헐.."



넋을 놓은 동영을 보다 그가 든 핸드폰을 기웃거린 주호가 뒷짐을 지고 물었다.



"왜요? 누가 찾아요?"



"어우…. 네…. 어우…. 큰일났다. 어떡하지."



가져온 것도 없으면서 자기 몸 여기저기를 더듬으며 어떡하지를 중얼대는 동영에 보다 못한 주호가 내려가자며 옥상 문을 열었다.



"저 입 돌아갔어요? 잘 안 움직이는데."



"아니요. 멀쩡해요."



"다행이다. 와, 잘 줄 몰랐는데."



"그러게요. 엄청나게 잘 자시던데요."



아파트 모서리에 있는 돌출 계단을 빠르게 내려가던 동영이 느닷없이 중간부에서 멈추었다. 두세 칸 더 내려가던 주호는 동영이 저보다 뒤에 있는 걸 보고 따라 멈춰서 올려다봤다.



"이름이 뭐예요?"





"저요? 왜요?"



"그쪽이라 부르기가 뭐해서요."



갑자기 이름을 물어왔다. 주호는 되도록 처음 본 이 남자에게 그 어떠한 것도 가르쳐주고 싶지 않았다. 여태 그래 왔다. 주호가 알려주지 않자 동영은 아예 움직일 생각 없는 사람처럼 짝다리를 짚고 주호를 내려다봤다.



"주호요."



"나 자고 일어나는 동안 주호 씨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동영이 그제야 계단을 내려왔다. 눈높이가 같아지자 동영이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주호의 팔을 소심하게 쳤다. 먼저 내려가는 너른 등에 대고 주호가 말했다.



"너무 다정하지 마세요."



동영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거 사람 훅 가게 하는 데에 죽여주거든요."


“다정이 살릴 수도 있잖아요."



동영은 이번에 치아가 보이게 미소 지었다. 주호에게 얼른 가자고 손짓했다.








10




동영은 여자의 이름이 주호라는 것만 제대로 알았다. 그 외의 것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았다. 되도록 세상에 자기를 한 톨만큼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란다.



"저는 김동영 이에요. 도영이라고도 많이 불려요."



"안 물어봤는데 왜 알려줘요?"



"이런 반응 처음이라 당황스럽네요. 그냥…. 원래는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면 친해지려고 이름부터 알고 시작하긴 하는데. 주호 씨 이름을 제가 알게 됐으니까 공평하게. 뭐, 그런 거죠."



"제가 아까 말했잖아요."



"저도 말했잖아요. 살 이유 찾아보자고. 그중 하나라고 여겨주면 안 돼요?"



또박또박 대꾸하는 동영에 주호는 포기하고 동영이 가지고 온 붕어빵을 집어 들었다.



"안 먹겠다더니."



"치사해서 진짜. 알겠어요. 안 먹으면 되잖아요."



"먹지 말라는 게 아니고. 다 식고 나서 먹으려니까 속상해서 그렇죠. 몸 따뜻하게 해주려고 먹는 건데."





주호보다 더 입이 튀어나와서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정면에 대고 꿍얼거렸다.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벨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누구인지 확인하던 동영이 전화 좀 받고 오겠다며 일어났다.



가만있지 못하고 돌아다니면서 통화하는 편.

잔소리를 은근함.

말도 많음.

잘 먹음.



주호는 텅 빈 옥상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영을 관찰했다. 멀찍이 떨어진 거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전화를 하던 동영과 눈이 마주쳤다. 계속 같이 있었으면서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주호도 그에게 인사해주었다.



웃는 게 예쁨.

























11 

 

 

 

 한참을 부둥켜안고 놔주지 않는 태용 때문에 동영은 진이 빠졌다. 입만 뻐끔 움직이며 여주에게 얘 왜 여기 있는 거냐며 눈을 부라리고 물었다. 여주와 동혁은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거렸다. 

 

 

 "와서 기쁘긴 한데 갑작스럽다? 놔주지?" 

 

 

태용이 축 처진 눈매에 눈물을 송골송골 매단 채 동영의 반질반질한 얼굴을 확인했다. 

 

 

"우리 똥영이 살이 쪽 빠졌어…."

 

 

"쪘어. 잘 먹고 잘 자서 쪘어." 

 

 

"다크써클 좀 봐…."

 

 

"학기 중엔 이래." 

 

 

"까탈스러워.." 

 

 

"원래 그랬잖아. 팅구탱구통통구리이태용새끼야. 그만 놔 달라니까?" 

 

 

"욕하는 게 우리 도영이가 맞긴 맞네에." 

 

 

 멀리서부터 바다 건너 행차하신 이태용의 정성을 생각해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긴 한다만 동영의 정신은 월성 아파트 옥상에 있을 주호에게로 가 있었다. 

 

오늘이 결단한 날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너 어디서 지내게?" 

 

 

"나 동영이네!" 

 

 

"누구 맘대로." 

 

 

 요새 부드러워졌다 했더니 운전하던 동혁이 송곳니를 드러냈다. 예고 좀 하고 으르렁거리든 야옹 하든 해라. 조수석에선 여주가 땀을 삐질 흘리며 동혁을 달랬다. 

 


"성질 하고는. 농담이지. 호텔 방 하나 잡았지. 놀러 올래?" 

 

 

"나 바빠." 

 

 

"뭐가 그리 바빠? 졸업할 때는 한국 오면 자기 먼저 찾으라고 질질 짜더니!" 

 

  

"몰라. 건들지 마. 나 예민해." 

 

 

차창에 기대 있던 태용이 동영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어깨에 턱을 대고 엉덩이를 토닥이니 성추행이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에 도리어 몸을 움츠리며 구석에 도로 처박혔다. 

 

 

"나 면허 딴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뒤에선 조용히 하라고." 

 

 

 "얼마 안 됐다고? 초보 주제에 과감하게 밟던데? 너 여주 태울 땐 조심해." 

 

 

 

 

 

"말 시키지 마. 집중해야 해." 

 

 

 여주는 이제야 동영이 옛날의 김동영 같았다. 남모르는 바람으로는 태용이 동영의 곁에 계속 남아 있어 준다면 한시름 놓겠다 싶었다. 

 

 

 

 

 

 

  

 

 

 

 

 

 

 

12  

 

 

 

 

나는 내가 외계인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내가 미친놈 같아 보여요? 

 

 

네. 

 

 

망설임 없이 나오는 말에 동영은 내심 주호는 남다를 것이라 기대했다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저 미친놈 좋아해요. 자기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 치고 정상인 애 없거든요. 솔직해서 좋아요." 

 

 

 

 

 

"결론적으로 좋은 말 하는 거죠?" 

 

 

"네. 그럼요." 

 

 

 주호는 멀리 떠 있는 사람이었다. 밤이면 뜨는 달이었다. 그마저도 조각조각 잘려버려서 손톱만큼만 남은. 언제 검은 구름 뒤로 숨을지 모르는. 동영은 손가락만 꼼질 거리며 머뭇거리다 궁둥이부터 가까이 붙이고 봤다. 그래 봤자 팔을 옆으로 나란히 하고도 남았다. 

 

 

 "늘 똑같은 하늘인데 안 지루해요? 목 안 아파요?" 

 

 

"네." 

 

 

"으음.. 주호 씨 아직도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네." 

 

 

"그러면 안되는데…. 우리 내일 낮에 만날래요?" 

 

 

"낮에요?" 

 

 

대답봇인 줄 알았더니 반문도 할 줄 알았다. 동영은 속으로 됐다! 하며 기뻐했다. 혹시나 금방 아니요로 바뀔까 봐 재차 언급했다. 

 

 

 "네. 낮에요. 장소도 여기 말고 다른 데로." 

 

 

주호는 길게 고민했다. 길-게 고민했다. 동영이 옆에서 무릎에 얼굴을 묻고 꾸벅꾸벅 졸 때까지 고뇌에 빠져 이를 까득까득 갈았다. 

 

201동과 202동 사이에 있는 나무가 또 울었다. 비명 질렀다. 핫팩을 꼭 쥐고 자신에게 기대 조는 동영이 감기 드는 게 우선으로 걱정스러웠다. 

 

 

 "동영 씨. 일어나요. 자면 안 돼요. 동영 씨." 

 

 

 혹시 몰라 이마도 짚어보고 얼굴 가까이에 귀를 대고 숨을 쉬는지도 확인했다. 주호의 미간 사이에 그인 선이 점점 진해졌다. 두껍게 껴입은 동영을 살포시 껴안고 계속해서 불렀다.

 

 

 "동영 씨, 일어나요. 네? 동영 씨." 

 

 

 주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동영을 안고 있는 손도 덜덜 떨었다. 동영의 감은 눈이 작게 경련을 일으켰다. 다 뜨지도 못하고 애교살부터 밀어 올린다. 주호가 인상을 쓰며 동영을 나무랐다. 

 

 

 "제가 자지 말라고 했잖아요! 저보다 먼저 죽기라도 할 셈이에요?" 

 

 

"그니까…. 제가 낮에 만나자고 하잖아요…. 따뜻한 실내에서 따끈한 거 마시면서…." 

 

 

 동영이 손에 들린 핫팩을 얼음장같이 찬 주호의 맨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곤 또 배시시 웃었다. 

 

 

 "나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눈 너무 많이 온다. 주호 씨 앞으로는 목도리만 두르지 말고, 코트 말고 솜 빵빵한 패딩 입고 와요. 모자도 쓰고. 귀마개도 하고! 나 봐요. 할 거 다 했잖아요?" 

 

 

 "만나요. 어디서 만날건데요?" 

 

 

 동영이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들고 만세를 외쳤다. 그 두 손이 그대로 내려와 주호를 껴안았다. 아까 전의 주호가 그랬듯이.

 

 

 

 

 

"나 스물셋인데 주호 씨는요?" 

 

 

"어디서 만나느냐니까 나이는 왜 물어요." 

 

 

"말 안 해준다 이거지. 우리가 하루 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그럼 내 맘대로 나보다 많든 적든 반말할 거예요." 

 

 

주호는 군말 없이 축축한 엉덩이를 매만지며 일어났다. 12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싸락눈이 내려도 피할 곳 없는 옥상에 오래도록 죽치고 있는 짓도 못하겠다. 주호는 마지막 날 전까지 출입하지 않기로 했다. 

 

 

"눈사람 되기 전에 일어나요." 

 

 

"주호야." 

 

 

존칭 없이 불리는 제 이름에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일어나기만을 재촉했다. 문 앞까지 쌓인 눈을 발로 대충 밀어내고 문을 열었다. 

 

 

"주호-" 

 

 

"왜 자꾸 불러요." 

 

 

"성은 뭐야?" 

 

 

"없어요." 

 

 

"어? 혹시 가정사..라면 미안해." 

 

 

"됐어요. 거짓말이에요. 알려주기 싫어요." 

 

 

주호- 

이름을 부를 때 입안에서부터 메아리쳐지는 깊이감이 있다. 공허한 우주 같아서 주호 라고 부르고도 끌도 없이 오-오- 하고 늘어진다. 혀에 완벽하게 붙어 감기지 못했다. 몇 번을 불러도 낯설었다. 이상하지. 그래서 더 부르고 싶게 했다. 동영은 성을 안 알려준다며 징글징글하게 주절거렸다. 

 

 

"우." 

 

 

“어?" 

 

 

"우주호. 됐어요?" 

 

 

"우주호? 야, 주호야." 

 

 

"왜요 자꾸! 사람 귀찮게 하는데 재주 있네." 

 

 

마침내 신경질을 내며 돌아본 동영의 얼굴은 어쩐지 감동이 가득 들어차 보였다. 주호가 영문을 몰라하며 쳐다보자 눈꼬리는 우는듯하면서 입은 가로로 크게 째졌다. 

 

 

"너무 예쁘다. 계속 부르고 싶다. 내 이름이 우 주호 였다면 말끝마다 온점 대신 우주호라고 남겼을 거야." 

 

 

"이래서 알려주기 싫었어요. 상대가 내 이름을 안다는 건요, 그 이름을 남의 입을 통해 듣는다는 건요. 정말, 정말 끔찍해." 

 

 

동영은 흰 눈보다 굵고 사납게 떨어지는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러나 결국 주호가 사라질 때까지 굳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13 

 

 

 

주호는 머지않아 자신이 울 거란 걸 알았다. 반드시 슬퍼지리란 걸 알았다. 그게 예상해놨던 죽음이 아닌 전혀 생각지 않은 변수라는 게 흠이었다. 진입로로 좌우에 불법 주차된 차들이 줄 줄이었다. 주변이 전부 다 밝아진 게 아파트 단지에서 한참 아래로 내려왔나 보다.  주호는 북받쳐오는 감정을 내려 앉히고 단지 쪽을 바라보았다. 주민 이주율 95%를 달성한 월성 아파트 단지는 위협적으로 검은 안개가 자욱했다. 진정이 좀 되니 동영이 걱정이 됐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러 나오는 길은 하나여서 주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 동영을 아래 골목에서 기다렸다.

 

 

"동영 씨!" 

 

 

한 발 두 발 올라가다 멈춰 기다리고를 반복하더니 다시 단지 입구까지 와버렸다. 주호는 아까보다 목청을 더 크게 돋우며 동영을 불렀다. 접근 금지 경고문의 붉은 글씨마저 불안해 보였다. 

 

 

 

"김동영씨이" 

 

 

주호는 살면서 크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그럴만한 일을 만들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정작 울린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다리가 맞지 않아 치면 흔들거리는 헌 옷 수거함 옆에 쭈그리고 앉아 주호는 콧물을 삼켰다. 손등도, 손목도 눈물에 젖어서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발에 저릿하게 쥐가 날 때 즈음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동영이 걸어 내려왔다. 

 

 

"주호..씨 왜 그러고 있어요?" 

 

 

주호가 저린 발을 쩔뚝이며 동영에게로 걸어갔다. 동영의 품 안에서 가냘픈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동영은 주호의 물기 어린 눈을 보며 아직도 화나 있는 줄로 오해했다. 

 

 

"주호 씨, 아까는 제가 무례했어요. 미안해요." 

 

 

"괜찮아요." 

 

 

"진심이에요. 미안해요. 정말." 

 

 

"걱정했어요. 하도 안 내려오길래 무슨 일 생긴 걸까 봐 걱정했어요." 

 

 

"앗 그거는 얘 때문에. 어디서 새끼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찾아서 데려오느라고 늦었어요. 그것도 미안." 

 

 

"나 당분간은 여기 안 올 거예요. 그러니까 동영씨도 헛걸음하지 마세요." 

 

 

감기가 들려는 모양인지 코가 자꾸 막혔다. 동영은 콧방울을 잡아당겼다. 맹맹한 소리가 섞여 나왔다. 

 

 

 

"저는 매일 올 건데요." 

 

 

차가운 거 먹지 마라니까 아이스크림 통을 끌어안고 먹을 거라고 떼쓰는 아기 같았다. 훌쩍거리다가도 동영은 제 심장 가까이에 품어둔 작은 생명체를 신경 썼다. 

 

 

"나는 항상 있을 테니까 생각나면 와요. 죽을 생각 말고, 나 보러 올 생각." 

 

 

"..낮에 만나자면서요." 

 

 

"해 떠 있을 동안이 훨씬 낫긴 한데 시간을 쪼개 써야 하는 일들이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해 떠 있는 동안 만나고 싶으시다면야 다 무시하고 갈게요. 핸드폰 있어요? 메모할 거리라든가? 내 번호만 알고 가요. 공중전화든 남의 전화든 전화해요. 기다릴게요, 연락." 

 

 

번호를 알려달라는 건가 싶어 주호의 입이 비뚤어지려던 참이었다. 동영도 조금 전에 겪어서 알 텐데, 흔적을 남기기를 꺼린다는 것을. 그러나 다음에 이어지는 동영의 말에 안심하며 잠금이 풀린 핸드폰을 내밀었다. 액정은 뭐 하다 까먹었느냐며 동영이 웃으며 물었다. 주호는 따라 힘없이 웃었다.  

 

 

"주호씨는 꿈 잘 꾸는 편이에요?" 

 

 

"아니요." 

 

 

"그게 더 깊게 자는 거라던데. 다행이네요." 

 

 

동영이 핸드폰을 다시 건네주었다. 가족 말고는 연락처가 없는 주소록에 동영의 번호가 들어왔다. 인제 어쩌지. 잘 가란 인사는 나오지 않았어도 마무리 짓는 듯한 동영의 말에 먼저 혹은 있다가 따로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주호가 망설이자 동영이 대신 인사했다.

 

 

 

 

"기다릴게요. 잘 자요! 뻘쭘하니 저는 먼저 갑니다." 

 

 

"네..! 네네. 가세요. 조심히 가세요." 

 

 

동영이 경사진 길을 먼저 내려갔다. 급하게 걷는 스텝에 살짝 삐끗하기도 했다. 가만 지켜보던 주호가 어이쿠 하며 같이 몸을 기울였다. 동영의 뒷모습이 누구인지도 분간 안 갈 정도로 가버렸을 때 즈음 주호는 십부터 천천히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했다. 사,삼,이,일,영. 동영은 아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후다닥 내려가고 있을까. 

지금 내려가기 시작했다간 마주칠 것 같아 다시 십부터 셌다. 

 

오,사,삼,이,일,영. 후우우- 내쉰 숨이 길게 퍼졌다. 달리기로 단련된 폐활량인가? 중얼대다가 버스도 지하철도 다 끊긴 새벽이라는 걸 깨달았다. 뽀득뽀득 발로 쌓인 눈을 으깨어 가며 동영은 열심히 걷고 있겠구나,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안고. 주호는 가련하게 떨고 있던 새끼 고양이의 고갯짓이 떠올랐다. 머리도 잘 못 가누던 그 애는 심장도 콩알만 하겠지. 동영의 눈동자 크기쯤은 될까. 영문을 모르고 지르던 울음이 주호의 귓속에 맺힌다. 

 

 

 

 다음날의 동영은 대체로 울상이었다.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리고 들어왔다고 혼나서도 아니고, 수업이 없는데도 실기 시험 준비 때문에 학교에 가야 해서도 아니었다. 결국은 감기에 걸려서도 아니었고, 곡 마감을 끝내지 못해서는 더욱 아니었다. 오랜만에 만나 같이 밥을 먹기로 한 동기가 바로 눈앞에서 손가락 욕을 해도 말로만 작작해라 경고하고는 말았다. 산 송장처럼 있더니 전화 한 통을 받고 갑자기 살아나서는 건반을 미친 듯이 뚱땅거렸다. 빨리하자 빨리! 

음표 하나 그리는 데에만 1분 이상을 소비하던 애가 리딩 세션에 낼 자작곡 완성을 최단 시간에 끝내고 흩날리는 오선지들과 함께 사라졌다. 자판기에서 음료를 뽑아 마시던 후배가 가방도 대충 둘러메고 가는 동영을 보다 푸념했다.

 

 

"김선배는 좋겠다..작곡 쉽게 쉽게 해서. 저는 이번에도 지구 한 바퀴 돌고 와도 이 멜로디는 계속될 것 같다고 강차르트 교수님한테 조롱받았어요…." 

 

 

"김동영 수상한데. 마치 사귀게 된 지 일주일 밖에 안된 애인 연락 받고 뛰쳐나가는 뒷모습. 너는 힘내고. 강차르트한테 빠꾸 n번 후두랴 맞고 울며 밤샘 안 하면 작곡과 아니다." 

 

 

 

 

건반 위에서도 방정이라곤 모르고 우아하게 놀리던 손가락들과는 정반대로 동영의 두 발은 넘어질 듯 아슬하게 뛰었다.  

 

동영은 주호를 향해 달려가는 데에만 온 힘을 다 썼다.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그래서 매번 처음부터 느꼈던 건데, 주호 씨한테 약간 마음이 가요. 라는 말을 못 하고 숨을 색색 골랐다. 

 

 

 

주 호 씨 나 당 신 을 

 

 

 

 

 

 

 

 

 

 

 







14 

 

 

 

 뭔 놈의 카페가 돈은 많은지 4층까지 있었다. 치사하게 두 사람이 통행하기엔 좁은 계단만 많아서 동영은 뛰어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사람이 있으면 멈춰서 벽에 바짝 붙었다 다시 뛰고 했다. 밤 옥상이 아닌 낮의 카페에서 처음 만나고 난 뒤로 주호는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동영과 만났다. 계단이 많아도 동영처럼 뛰지만 않으면 오는 데 무리는 없었다. 

 

 

"..주호 씨! 아, 숨차.." 

 

 

 

"저 도망 안 가요. 천천히 오시지." 

 

 

"그런 게 아니고요. 헉…. 아무튼…. 아니에요." 

 

 

의자에 풀썩 앉아 가슴을 들썩이던 동영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주위를 살피며 앉아있는 남들에게 들리지 못할 작은 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 

 

 

"설마 아직도 죽고 싶단 생각," 

 

 

"살 생각은 더 없어요." 

 

 

"한 번 더 생각해 봐요." 

 

 

한 달 안 되게 주호를 만나왔지만 동영의 입에서 제일 자주 나오는 말이었다.  생각 한 번만 더. 동영은 말하는 중에도 자기가 하게 되는 말이 지겨워 하품이 나올 지경이었다. 

 

한 번 더 생각해 봐요. 

 

대답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똑같으니까. 하지만 지루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다른 말은 없어요?" 

 

 

다른 말. 다른 말. 뭐가 있지. 다른 말. 주호에게 하고 싶은. 

 

 

"좋아해요." 

 

 

동영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고 있다가 늦게서야 자기가 어떤 말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숨 먹는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막자 주호가 빙긋이 웃었다. 

 

 

"그 말은 마음에 들었어요." 

 

 

빨갛지 않은 부분이 없는 동영과 달리 주호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관망했다. 

 

 

"제가 좋은 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주호가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귀가 솔깃해진 동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뭐냐 묻자 한 음절 한 음절 끊어 말했다. 

 

 

"저 내일모레 아파트 옥상으로 갈 거예요." 

 

 

"내일모레가 언젠데요? 12월…. 12월 1일?" 

 

 

"네. 그 날 가면 다신 안 가요. 못 가는 거지만." 

 

 

달력으로 1일이 무슨 요일인지 확인하던 동영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주호를 쳐다보는 눈빛에 처연함이 묻어났다. 

 


"이게 왜 좋은 소식이에요." 

 

 

"고마웠어요." 

 

 

"왜 그런 말을 해요." 

 

 

"그동안 애써줘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난 마음이 굳어진 지 오래됐어요. 생각을 고쳐먹을 의향도 없고요. 전 동영 씨가 안쓰럽네요. 본의 아니게 평생 모를 수도 있었을 남의 죽음을 겪게 해서." 

 

 

 

주호는 이만 일어나 가보겠다고 했다. 의자를 뒤로 끌며 트레이를 들고 일어나 가려는 걸 동영이 입을 엶으로써 세웠다. 

 

 

"날짜 알려주는 건, 나보고 경찰을 불러서든 뭐든 해서 막아달라는 소리죠?" 

 

 

주호는 순간 아차 싶었다. 차라리 하루 전날 잠적을 할 걸 과하게 친절을 베풀었다. 그러나 동영에게는 담담한 척을 했다. 

 

 

"그러면 미뤄야겠네요." 

 

 

주호가 떠나고 나서 부동의 자세로 앉아 있던 동영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조용히 울었다. 

 

 

 

주호씨나당신을사랑하고있어요 

 

 

 

 

 

 

 

 

 

 

 

 

 

 

 

 

 

 

 

 

 

15 

 

 

 

김동영은 성적 장학금을 놓쳐본 적이 없다. 그래 봤자 군대 갔다 온다고 몇 학기 안 다녀 많이 받아 본 것도 아니지만, 앞으로도 꼬박꼬박 받을 천재였으므로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자네가 15학번 음악 천재인가, 하고 물으면 손을 번쩍 들던 김동영은 복학하고 맞는 두 번째 학기 모든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르지 않았다. 

 

 

"하아…. 동영씨." 

 

 

옥상 파수꾼이 되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건 오직 눈이어야 한다 외치고 있었다. 

 

 

"제발! 제발!" 

 

 

"동영 씨 나 알아요? 나에 대해 얼마나 잘 알아요? 나는 동영 씨 이름이랑 나이 말고는 아무것도 몰라요. 전혀 상관없는, 알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는 관계없는 남이라고요. 그러니까 절 좀 내버려둬요. 무시하세요. 못 본 척하세요." 

 

 

"몰라요. 모르지만 알고는 싶어요. 아무것도 몰라요. 난 주호 씨 이름 말고는 아는 게 없어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난 당신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정리가 안 되는데, 오늘은 아니에요. 응?" 

 

 

주호 씨 저 좀 봐주세요. 

 

절박하게 애원하는 동영의 앞에서 결국 주호는 주저앉았다. 동영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주호도 슬픔을 굳이 참으려 하지 않았다. 

 

 

"내 우주가 끙끙 앓아요*" 

 

 

 

 

 울음을 갓 삼키고 갈라져 버린 목소리로 동영이 말했다. 주호가 동영을 바라봤다.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주호가 머리를 저었다. 바닥을 짚고 있는 주호의 손에 시선을 두고 있던 동영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욕심내서, 내가 당신이 살고 싶은 이유가 됐으면 좋겠어요." 

 

 

심장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서 머리끝까지 열이 훅훅 올랐다. 악으로 달리는 주호를 말리는 건 육신을 살리고 싶은 발이었다. 죽겠으니까 우주호보고 멈추라고 그래. 주호는 감각이 불탄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달리는 게 죽을 때와 비슷하리라 생각해왔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옥상에서 1층까지 쑥 내려가는 소름 돋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죽기로 마음먹은 지 얼마나 오래됐어요? 나랑 딱 그만큼만 만나봐요." 

 

 

"미친 소리 하지 마요." 

 

 

"미친놈 좋다며." 

 

 

"대체 나 살려서 뭐하게요? 동영 씨가 이 동네 영웅이에요? 나 말고도 오늘만 자살한 사람 엄청나게 많을 텐데 그 사람들은 다 구조했어요?" 

 

 

"비꼬지 마요." 

 

 

"왜! 왜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게 해? 살기 싫다는데, 내 목숨은 내건대, 왜 말려요. 자꾸!" 

 

 

 

 

"나 외계인 아니에요!" 

 

 

주호는 이제 기가 찼다. 웃음이 맨 먼저 나왔다. 그다음은 연거푸 한숨을 길게 풀어냈고, 점차 울음이 섞였다. 동영은 여전히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자리에 주호와 똑같은 자세로 앉아 소리쳤다. 눈보라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귀신 나무가 매섭게도 흔들렸다. 

 

 

"나도 사실 죽고 싶었나 봐요! 잘 알겠지만 죽고 싶은 데에 거창한 이유 있는 거 아니잖아요? 그저 내가 잡은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고 싶고, 귀찮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싶고. 그런데 자살 생각하면 모두가 걱정부터 하잖아요! 그래서 둘러댔나 봐요. 나 사실 외계인이라고! 웃기죠? 딱히 노린 건 아니었는데, 나도 깨달은 지 얼마 안 됐어요! 변명을 외계인으로 한 나 자신이 우습고 한심해서 창피하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온 거예요? 취미가 아니고?" 

 

 

"네. 저는 여기 저만 아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주호 씨 만났을 때 놀랬고, 반가웠어요.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저는 지금 동반 자살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동반 생명 연장을 밀고 있는 거죠!" 

 

 

"동영 씨 진짜 또라이구나!" 

 

 

"마음대로!" 

 

 

입을 크게 벌려 발음하다가 그만 눈을 먹었다. 말하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 동영은 말하는 중간에 멈추고 눈과 입을 닫았다. 주호 역시 안되겠다 싶어 빨개진 손바닥을 비벼 털고 일어나 작은 처마가 있는 벽에 바짝 붙었다. 

 

 

"동영 씨! 일단 우리 안으로 들어가요!" 

 

 

문이 위협적으로 닫혔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동영이 핸드폰 손전등을 켰다. 

주호가 잠기지 않은 호수가 있다고 했다. 13층까지 내려간 주호와 동영은 복도를 지나 1305호


로 들어갔다. 문과 창을 때리는 소리가 미약하게 들리긴 하였으나 훨씬 고요했다. 난장판인 집 안을 손전등으로 밝혀보던 동영은 눈앞에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으스스하다며 겁을 먹었다. 

 

 

"여기 설마 자주 와봤어요?" 

 

 

"아니요. 저도 해 완전히 지고 나서는 들어온 거 처음이에요." 

 

 

"대낮에 와도 무서울 것 같은데 여기. 놀라게 하지 마요, 진짜. 저 그러면 울지도 몰라요. 와아! 불 켜고 싶다. 당연히 전기 안 들어오겠지만." 

 

 

"겁쟁이 많네요." 

 

 

"저 진지해요. 그래도…. 따듯 은 하네요." 

 

 

벽지가 다 뜯어지고 버리고 간 원목 가구가 부서진 너저분한 거실에 마주 보며 쭈그리고 앉았다. 둘은 한참 동안 오가는 말이 없었다.  

 

 

"동영 씨가 택한 방법은." 

 

 

피곤함에 누그러지기 시작한 동영의 몸이 퍼뜩 잠을 떨쳐냈다. 

 

 

"사랑이에요? 그거면 저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동영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역시 살금살금 누적된 공허함과 허무함에 사로잡혀 인생을 의미 없다 치부하고 핑계를 대며 세상에서 사라지려 했으니까.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그깟 것을 가지고 나를 살게 하려 했느냐 호통을 치는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가 목숨을 두고 철없는 장난이나 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주호 씨, 미안해요. 말리지 않을게요. 괴롭게만 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있잖아요." 

 

 

다리가 저렸다. 동영은 자기 주변을 손으로 대충 쓸어 정리하고는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앉았다.

 

 

"저번에 내가 여기서 구조했던 새끼 고양이 기억나요? 애기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뒷다리 하나는 아예 못 쓰게 됐고, 영양실조로 죽기 직전이었대요. 애기 이름은 우주라고 지어줬는데. 우리 우주 한 번 보고 갈래요?" 

 

 

"동영 씨." 

 

 

"강요는 안 할게요. 저는 제안을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싫으면, 거절, 해도 돼요. 네. 아..미안. 자꾸 주책없게 나네요." 

 

 

동영은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다. 별개로 울컥 울음이 터지는 게 문제였다. 그녀를 만나는 옥상이 동영에게는 특별한 장소가 됐다. 굳게 닫히는 옥상 철문이 이곳은 다른 차원의 작은 세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비좁은 세계에서 동영은 자신이 주장하던 터무니없는 외계인이 되었다. 거기서 만나게 된 주호는 동영에게 별까지 닿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가 되어줬다. 주호는 내내 우울한 기운만 내비쳤다 여길지 몰라도 동영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다만 안타까운 건 본인은 정작 주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뿐이었다. 

 

 

"토끼 씨 웃는 게 예쁘네요. 그래서 오늘은 미룰게요." 

 

 

그만 울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동영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주호는 옅게 미소 지었다. 주호가 동영의 등을 토닥이다 일어났다. 달나라는 고사하고 집에나 가요. 여기서 밤새는 건 달갑지 않아서. 내민 손을 잡고 동영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에둘러 말하는 주호더러 어떻게 알았느냐 묻고 싶었지만 메마른 입이 굳어서 잘 떼어지지 않았다.  

 

 

"좀 자고. 일어나서 만나요." 

 

 

 어디서, 라고는 말하지 않아도 동영은 알아듣고 머리부터 끄덕였다. 주호가 동영의 얼굴을 감싸 아래로 살짝 당기자 등을 구부정하게 숙였다. 이마를 딱 붙여온 주호에 동영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허리를 끌어안는 것으로 참았다. 아슬한 거리에서 주호가 속삭였다. 

 

 

 

당신의 우주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6 

 

 

야트막이 동이 트기 시작했다. 여주는 평소보다 눈이 빨리 뜨진 자신을 원망했다. 실은 붙어있는 동영의 방에서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에 깬 것이었다. 몸은 아직 꿈속을 벗어나지 못해 비틀거리며 벽까지 느직느직 걸어가 귀를 댔다. 코를 팽 푸는 소리가 들렸다. 훌쩍거림이 짧아지는 걸 보면 안정을 찾아가는 중인가보다. 평소 같았으면 노래를 듣다 짙어진 감수성에 혼자 울며 가사를 적어 내려가고 있겠거니 하는 발상에 그쳤겠지만, 여주는 이번에는 벽을 뚫을 듯이 귀를 붙인 채 침대로 돌아가지 못했다. 왜 우느냐고 묻고 싶었다. 그래서 발소리를 죽이고 살금살금 방문 앞에까지 다가갔다. 돌돌 말아쥔 주먹은 문을 두드리지 않고 내려갔다. 동영 혼자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생겼다. 여주는 침대로 돌아가 힘겹게 잠이 들었다. 말로 하는 위로보단 우울한 감정들이 잠식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게 오히려 위안이 될 것 같았다. 


 

 

 

17 

 

 

 

부지런하기를 제일 잘하는 인부들은 공고한 철거 당일 이른 아침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멀리서부터 뛰어오던 동영은 굴착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 만날 때마다 공중전화를 이용하던 주호는 평범한 열 한 자리 숫자로 동영에게 전화했다. 나는 지금 올라가요. 모든 준비를 다 마쳐놓은 상태로 주호의 연락만을 기다리며 다리를 떨던 동영은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작업복을 입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한 인부 한 명이 동영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지만 단지 구조를 꿰차고 있던 동영은 잡히기 전에 숨어버렸다.

 

 

월성 아파트 2단지 철거는 뒷동부터 이루어졌다. 주호가 그것까지 계산하고 앞동인 201동 옥상에 터를 잡은 건지는 모르지만 동영은 속으로 천만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다. 15층이나 되는, 엘리베이터도 되지 않아 계단으로만 올라가야 하는 옥상까지 동영은 쉬지 않고 도착했다. 무거운 철문을 열면 공사현장을 배경으로 두고 열린 문 쪽을 바라보는 주호가 있었다.  

 

 

"뛰어왔어요?" 

 

 

입으로 크게 숨을 뱉는 동영에게 주호가 물었다. 동영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말했다. 

 

 

"네. 엄청나게." 

 

 

"매번 뛰어오네요." 

 

 

"매번 조급했으니까요." 

 

 

"뛰니까 어땠어요? 심장이 엄청나게 쿵쾅거리죠?" 

 

 


"네. 그것도 엄청나게." 

 

 

"그래서 달렸어요." 

 


동영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가뜩이나 힘에 부쳐하는 표정이 더 심각해졌다. 

 

 

"심장이 목젖을 쳐올릴 정도로 뛰다 보면 진짜 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매일 달렸어요. 이제는 달릴 필요가 없지만." 

 

 

주호가 빈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거렸다. 동영이 뜨거워지는 눈을 내리깔았다. 주호는 동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뒤로 걸었다. 가만히 자리에 서 있는 동영에게 주호는 더 먼 사람이 되었다. 

 

 

"나도 이제 안 붙잡아요." 

  

 

무정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말투에 천천히 뒷걸음치던 주호의 발이 굳었다. 사이를 노려 동영이 거침없이 다가왔다. 바닥에 얇게 쌓인 눈 위에 먼저 찍힌 주호의 발자국이 지워졌다.

 

 

"설득할 생각도 없어요. 달랠 생각은 물론이고." 

 

 

"..잘됐네요." 

  

 

주호가 쌓인 눈을 털어내고 난간 위로 올라갔다. 동영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아니, 흔들리고 있는 건 그 눈에 비친 주호일 수도 있겠다.  

 

 

"선택만. 태어나는 걸 제외하고는 뭐든 다 주호 씨 의사대로 결정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선택만 해요." 

 

 


동영이 주호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거기로 떨어지든지, 나한테 떨어지든지. 나는 두 눈 꼭 감고 있을게요." 

 

 

감은 두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제발. 동영은 제 두 손이 부디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쓰이지 않으면 좋겠다 빌었다. 막무가내인 동영을 앞에 두고 주호는 곤란에 빠졌다. 아무에게도 기억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동영에게 그윽한 한 줄을 남기게 되었다. 안 붙잡겠다고 말로만 해놓고 온몸으로 동영은 주호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동영 씨." 

 

 

나지막이 주호가 불렀다. 네. 하고 동영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나 많이 좋아하는구나." 

 

 

"그럼요." 

 

 

망설임 없이 대답하며 동영은 어쩐지 주호의 목소리가 붕 뜬다고 생각했다. 작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도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다. 벽이 허물어지는 시끄러운 기계 소리만 들렸다. 동영은 불안함에 눈을 뜨고 싶었다. 동시에 자기 앞에 놓인 결과를 확인하는 게 두려웠다. 동영은 하나 둘 셋 하면 눈을 뜨기로 했다. 여러 번 결심이 무너지고 세워졌다. 

 

팔 근육이 땅겨왔다. 동영은 주호가 느껴지지 않았다. 찔끔찔끔 눈물이 감긴 속눈썹 사이 사이로 빠져나왔다. 팔이 절로 내려가려다 멈췄다. 정신없이 뛰는 와중에 부른 119구급차 소리가 들렸다. 확성기에 댄 목소리가 거기서 내려오시라 소리쳤다. 동영은 자기에게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나 사랑하는구나." 

 

 

 

 

 

동영이 눈을 게슴츠레 뜨는 순간 둑 터지듯 쏟아지는 눈물과 함께 주호가 와락 안겼다. 그제야 편히 내려간 팔이 몸의 주인과 같이 얼떨떨해하고 있었다. 미친 듯이 뛴 건 한참 전인데 또 숨이 가빠왔다. 동영은 안도감에 나오는 탄성만 짧게 내지르며 주호를 세게 끌어안았다.

 

 

저물어가는 석양에 두 인영이 물들었다. 

 

 

 

 

 

 

 

 

 

 

 

 

 

 

 

 

 

 

18 

 

 

그럼요, 사랑하죠. 

 

 

 

많이. 

 

 

 

 

 

 


 

☆ 

 

 

 

"뱀?" 

 

"응." 

 

"무독성?" 

 

"비단뱀. 무독성이라니. 딱풀도 아니고." 

 

"와우. 어쩐지 귀가 쭈뼛 서는 때가 있더라." 

 

 

 

 

 

 

☆ 

 

 

 

다이나믹 토끼즈. 큰 토끼 옆엔 비단뱀이 있고 작은 토끼 옆엔 호랑이가 있는 광경에 북극곰 부부는 동시에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토끼즈의 아빠인 라경 씨는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광택이 반지르르 나는 동혁과 여주 부부 사진을 품에 꼭 안았습니다. 주호는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바짝 긴장한 채 그들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름은 주호고 나랑 사귀어, 라는 말을 한 이후에 이어지는 침묵 속에서 마찬가지로 동영은 눈치를 보았습니다. 엄마 혜라 씨의 주먹이 부들부들 떠는 걸 확인한 동영은 주호의 손을 잡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도와주세요. 

 

 

"진짜…." 

 

 

"응..엄마." 

 

 

 

"진짜 멋있다 내 새끼들! 라경아,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여주랑 동영이 너무 잘난 것 같아. 어떻게 결혼해요 하면 호랑이고, 사귀어요 하면 뱀이고 그래? 크- 자부심. 동영아~ 우리 토깽이 네가 엄마아빠의 자랑이다~" 

 

 

라경 씨가 흥분에 차서 동영과 주호를 한 번 끌어안고 물러나 다시 감탄사를 연발하는 혜라 씨를 말렸습니다. 미안하다 주호야. 주호라고 불러도 되지? 미안해.  

 

 

"동영아?" 

 

 

"응 엄마!" 

 

 

"매우 찬성. 밥 먹을까? 주호는 뭐 좋아해? 토끼 고기 빼고 다른 고기 다 사줄 수 있어. /엄마 방금 좀 그렇다 / 우리 외식할까? 여주랑 동혁이는 알고 있니? 라경아 너도 주호 마음에 들지? 아, 내가 여보 보다 이름 부르는 거에 정을 느껴서 이름으로 부른단다. 라경이 직업은 아빠야." 

 

 

홀로 분주해서 요리조리 다니다가 결국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혜라씨였습니다. 

 

 

"엄마. 진정해." 

 

"여보 침착해. 천천히 숨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거야." 

 

"나 지금 괜찮아." 

 

"아니야. 주호는 내가 잘 바래다줄 테니까 아빠는 엄마를." 

 

 

두 남자의 방해로(?) 혜라 씨는 주호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을 기약한 채 현관문이 닫히고 한숨을 쉰 동영이 주호에게 바로 사과했습니다. 

 

 

"미안해. 우리 엄마가 평소에도 텐션이 좀," 

 


"아주 좋아! 어머님 매우 귀엽고 발랄하셔." 

 

"그래…? 다행이다. 주호도 귀여워." 

 

"그러지 마." 

 

"네." 

 

"김동영이 제일 귀여워." 

 

 

비단뱀이라 휘어잡는 것도 잘합니다. 

 



 

☆ 

 

 

 

네가 종이처럼 펄럭이는 나를 아예 조각조각 잘라. 

 

우주에 흩뿌려진 은하수가 많기도 하다. 

 

 

 

 

 

참고 

 

*김경주-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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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36.167
저의 최애글과 최애글의 콜라보.......사랑해요 문달님
5년 전
독자1
요거거든이에요! 샐러드 기념일 글이 다시 업뎃 돼서 정말 기뻐요.. 인티 아팠을 때 다시 못 보는 줄 알고 ...ㅠㅠㅠㅠ 작가님 글은 언제나 좋아요..ㅠㅠ
5년 전
비회원84.194
옹달샘이에용... 작가님 진짜 저 작가님 세계관 속에 살고 싶어요 그 안에서 살면 상처는 사랑의 씨앗이 되고 모든 시련은 만개 직전의 꽃망울이 되는 것 같고든여...... 진짜 후 버리는 캐 하나두 없이 딱딱 세계관에 맞춰 외전 같은 새 글도 던져주시구 ㅠㅠ 넘 조아용 진짜 자기 전에 정화하고 가요 감삼다
5년 전
비회원54.75
아... 작가님
5년 전
비회원54.75
아.... 작가님.... 진짜 소설 한 편 읽은 것 같아요 여운이 남네요
5년 전
독자2
유에스에요! 도영이 귀여워요ㅠㅠㅠㅠ주호 너무 다행이에요ㅜㅠㅠ진짜 도영이 품에 안안길까봐 심장 쫄렸어요ㅎㅎ이제 둘이 그런 생각 말고 행복하길!!그나저나 비단뱀이라니! 몇번이나 치이는지 모르겠어요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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