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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T/황인준] 이웃집 고딩이 자꾸 친한 척 해요 -1- | 인스티즈


샐러드 기념일2

이웃집 고딩이 자꾸 친한 척 해요

W. 문달






 최악의 이웃 X Ordinary heart drop

























"나 결혼할 거야."



뜨듯하게 데워진 허벅지를 베고 소파에 둘이 얽혀 있는 지루한 밤이었다. 심심할 때면 세상 근심 없이 떠들어대는 텔레비전이 오디오를 채우기에는 적임자였다.

돌리는 채널마다 딱히 끌리는 게 없는 와중에 흥미로운 발언이었다.



"저기랑?"



옆집과 맞붙어 있는 벽 쪽을 가리키며 올려다본 얼굴이 발그레하다.


아래서 보니까 못생겼다.


내 엉덩이를 찰싹 치며 표정을 굳히더니 이내 다시 활짝 웃으며 괜스레 부끄러운 걸 남 머리카락을 꼬는 것으로 푼다.



"응."



카톡,카톡.

누구 핸드폰은 충전한다고 열나는데 결혼한다는 누구는 자기 애인한테서 온 카톡으로 뜨겁다. 내 팔뚝에 네 핸드폰 올리지 마라 덥다. 앙칼지게 굴어도 바보스러운 웃음소릴 내며 앙탈을 나한테 다 부린다.



"나 잠깐 갔다 올게."




매정하게 내 머리를 내치고 방 안으로 달려가더니 눈빛이 초롬 해져선 나온다.



"잠깐은 무슨, 안 와도 돼. 그만 와."



"이잉, 여령아앙"



"제발.. 그런 건 네 남친 앞에서나 해."



팔을 들어 올려 번갈아 냄새를 맡아보더니 내 얼굴 앞으로 몸을 막 들이대며 물었다. 쿱쿱한 냄새 안 나? 캐리어에 대충 뭉쳐놔서 그런가.

질린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고 옷장으로 가보라고 하니 나밖에 없다며 손등에 기습 뽀뽀를 하고 도망친다. 내가 아는 길우린은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는 애였는데, 사회생활 한다고 못 본 근 몇 년 사이 바꿔치기 당한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똑똑똑~"



"방음 테스트는 해줄 필요 없고 얼른 나가줬으면 좋겠어."


후딱 가지 않고 벽을 콩콩콩 두드리는 길우린에게 한마디 했다. 입을 샐쭉거린다고 통하지 않는다. 소파 위에 여전히 늘어져 있는 채로 손만 대충 흔들어주었다. 문이 닫히고 집은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텔레비전의 볼륨을 겨우 들릴 만큼까지만 낮춰놓고 리모컨을 아무 데나 던졌다. 잘못 나가떨어진 리모컨의 비명에 미안해져서 안타까운 소릴 내었다.



"외롭네."



카톡.


느닷없는 알림음에 펄쩍 튀어 오르며 충전기선을 빼냈다.

누구지 하고 알림창 스크롤을 내리자마자 눈에 힘이 풀렸다.




-선생님, 저 내일 제가 후원하는 애들이 파티해준대서 수업 못 할 거 같아요ㅠㅠ



만나는 사람도 길우린 말고는 딱히 없으면서 뭘 기대했을까.

개인 과외 해주는 학생에게서 온 일정 취소에 편의점에서 맥주나 사 오려고 몸을 일으켰다.



-최애 팬 미팅 간다고 솔직히 말해 바보야


-선생님..사랑합니다ㅠㅠ 엄마한텐 비밀로 제발 ㅠㅠ



사랑하긴 무슨, 진짜 사랑은 자기 최애한테 퍼다 주면서. 간단히 이응 두 개만 보내고 핸드폰도 같이 집어 던졌다. 물론 소파로. 몇 캔 정도 사야 기분이 좋아지려나. 

알코올 쓰레기는 도수 낮은 맥주를 건드리며 개수를 고민했다. 마음이 허해서 채운 영양가 없는 술값만 삼만 원어치였다.



 갔다 온다더니 포롱거리는 새 소리에 눈을 뜬 아침, 난 혼자였다.

오늘은 과외 알바도 없는데. 쓸데없이 부지런함이 몸에 배 한 번 눈이 떠지면 다시 잠드는 게 어려웠다. 오늘은 뭘 하며 하루를 이겨내냐, 나오는 하품에 말이 늘어졌다. 기지개를 켰다. 무기력함이 서 있던 등을 도로 눕혔다. 정신만 깨운 채로 침대에 눌어붙어 있다가 아려오는 배고픔에 겨우 일어나 바닥에 발을 딛었다.


 달걀 하나를 꺼내 프라이팬에 깼다가 기름도 안 둘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급하게 들이부었지만 이미 엉겨 붙은 모양에 포기하고 접시에 담았다.

개수대에 산처럼 쌓아놓은 설거지거리에 고민하다 냉장고로 발을 틀었다.

길우린이랑 어쩌다 동거 비슷하게 지내다 보니-핑계다.- 냉장고 안이 텅텅 비었다.

마지막 남은 사과 하나를 꺼내 물에 씻고는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들고 와작 깨물었다. 폐인 같은 삶이었다.


흔한 취미 하나 없고, 제일 잘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기였다. 그러나 좋아하지는 않는다. 듣고 싶은 음악이 생각나 노래를 틀었지만 랜덤 재생으로 돌아간 노래들이 하나같이 듣기 싫은 멜로디였다. 꽂히는 노래가 나올 때까지 넘기기만 하다가 아예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다음으로 손이 향하는 건 리모컨이었다.






"오늘 수요일이구나."



주말인 줄 알았는데 채널들이 하나같이 재미없는 프로그램들뿐이었다.

그나마 관심 있는 음악 방송이 왜 편성표에 없지 했더니 평일이었다.


일주일은 짧은데 하루는 길고 나의 활동 영역은 비좁았다.

무엇을 집어넣든 욱여넣는 족족 빠져나가는 걸 보면 내 몸 구석구석 구멍이 숭숭 뚫려있기라도 한가보다. 듣지도 않는 음악을 몇 시간 내내 켜놓고,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몇 시간씩 방치해가며 나는 어떻게든 외로운 티를 감추려고 했다.













 꽉꽉 뭉친 감정을 던져도 다 받아주는 건 치사하다고 틱틱 거려도 결국엔 친구인 길우린이었다. 나랑 있으면서 애인 얘기 안 하면 옛날 그 길우린 나오지.

기분 전환 겸 나가서 맛있는 거라도 먹자길래 귀찮은데 하면서도 화장실로 달려가 머리부터 감았다. 우린이랑은 계속 통화를 스피커로 켜 놓은 상태로 문을 활짝 열고 중간중간 소리치듯 큰 소리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럴 거면 그냥 남친이랑 동거를 하라니까? 어차피 결혼한다며."



나도 맘 같아선 그러고 싶은데 엄마가 안 된다 그러잖아.



"이모 진짜 어릴 때부터 느낀 거지만 너한테 너무하심."




잠깐만 여령아,나 오빠한테 전화 와서 그거 받고 다시 전화 걸게.



"어어."



홧김에 탈색을 저질렀더니 머리를 감고 나면 빳빳했다. 잘 풀어지지도 않는 머리칼을 헤집어가며 속만 말린 다음 에센스를 넘치게 펌핑해 치덕치덕 발랐다.

습관처럼 음악을 틀고 간만에 화장했다. 대단하신 오빠님이랑 통화가 길어지나 보네. 연락이 없는 우린 대신 엉뚱한 알림들만 내 기분을 조였다 풀었다 했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더니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여차하면 약속 시각보다 늦겠다 싶어 현관문을 세게 닫고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

가까운 곳에서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옆에 교복 차림의 남학생이 섰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 번씩은 보는 옆집 애였다. 우린이 남친이랑 어떤 관계인지는 몰라도 같이 사는 모양이었다. 뭐, 관심 없다. 가볍게 목을 까딱거리며 인사를 해오길래 같이 눈인사를 하며 어색한 이웃 사이임을 못 박았다. 엘리베이터 안에 달린 거울로 상태를 확인하다 같이 비친 학생의 얼굴을 보며 별다른 뜻 없이 생각했다. 잘생겼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예의가 바르다.




"미친,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내가 또 기상청을 믿어버렸네."



술 한 잔 걸치고 운전했다가 면허 정지를 당한 지라 후회를 하며 인성 버리는 대중교통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 내려가는 길에 재색 빛 구름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더니 비가 똑, 똑 떨어졌다. 집으로 되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해 머리 위로 손만 올려 정수리를 감싸곤 빠르게 걸었다. 그러고 보니 옆집 애 손에 우산이 들려있는 걸 본 거 같기도 한데 김여령 너 진짜 아무 생각 없었냐. 자책하는데 먼저 갔던 옆집 학생이 정류장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아직 몇 걸음 더 남았는데 한쪽에서 버스들이 연달아 오는 게 보였다.

내가 탈 버스인지는 몰라도 일단 뛰고 봤다. 고데기고 뭐고 다 풀리네.




다행히 줄이 느리게 빠져서 타기는 탔으나 사람 많은 버스 안이 습해 들어가 자리를 찾으면서부터 인상을 썼다. 내 붕붕이 그립다 너무.

뒷문 가까이 손잡이를 잡고 흔들거리며 한 손으로 핸드폰을 만졌다.


나 좀 늦을 수도 있어, 라는 말을 보내는 게 어려웠다. 팔에 건 핸드백이 가뜩이나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키패드를 치는 내 손을 잡아당겼다. 버스가 달리는 속도에 따라 삐뚤어진 빗줄기가 창에 선을 그어댔다. 그칠 생각이 없나 보네. 편의점에 들려 우산 사는 헛돈 들이겠구나 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다음 정류장은 무다디자인고등학교 정문이었다.

떼거리로 많은 학생이 내리려 꼼지락거리길래 뒷문에서 좀 물러서서 앉을 자리를 눈으로 찜하고 있었다. 급정거한 버스에 몸이 휘청거려 자동으로 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누군가 방황하는 내 팔을 꽉 움켜쥐었다.



"학교 바로 앞이라서, 이거 쓰고 가세요."



샛노란 우산을 내 손에 쥐여주고 바로 뒤돌아 내리는 옆집 남자애를 넋 놓고 보다 근처 자리에 털썩 앉았다.



비는 아까보다 끊겨 내렸다.




















"김여령 뭐야? 병아리 같은 우산 쓰고 왔네."



"내 거 아니야."



만나자마자 들고 있던 우산으로 시선을 꽂는 우린에게 팔짱을 끼며 매표소 쪽으로 몸을 돌려세웠다.


 

"누구 건데?"



"네 남친 동생."



"으응..? 서영호 외동아들인데?"



"왜, 같이 사는 애기 있더구먼. 그리고 너보다 나이 많은 사람한테 서영호가 뭐냐, 서영호가."



"사랑해서 괜찮아."



"응, 퍽도."



"그나저나 걔 우산이 왜 너한테 있어?"



"걔가 줬어. 나중에 돌려주려고. 네가 돌려줄래? 어차피 네 남친 보러 갈 거 아니야."



우린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렁뚱땅 넘기듯 한 내 대답이 석연치 않은 눈치였다. 그러나 중요한 게 아니니 서로 넘어갔다. 영화는 그래서 뭐 봐?

로코. 미쳤어? 그런 건 네 남친이랑 보시라고. 여령아아 서영호 바쁘단 말이야.

팔짱을 낀 채 나를 당기며 떼를 쓰는 바람에 억지로 싫어하는 장르를 보게 됐다.



내 주위 사람들은 다들 뭘 그렇게 로맨스에 목말라 파고들 다니는지 의문이었다.

피곤하고, 없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남자친구의 사촌 동생인데 지방 살다가 학교 때문에 서울로 올라온 애라고 했다.

그 애가 너에 대해 몇 개 묻더라며 연하에게 인기 있는 타입이다 뭐다. 하는데 듣기 싫어 다른 주제로 대화를 틀었다.



자기 전에 개똥벌레 노래 맨날 듣고 자는 애가 이런 얘기엔 발작을 하고 그러냐



"너 연애 중이라고 남들까지 똑같은 자리에 앉혀놓고 보려 하지 마."



여령..화났어?



"아니? 그래서 오늘 우리 집으로 넘어올 계획 없고?"



내가 갔으면 좋겠어?



"그런 소리 할 때마다 절교장 만들어서 주고 싶어."



웃음소리만 들려올 때 희미하게 삐진 티를 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눈치껏 비켜주자고 통보식으로 전화를 끊었다.



식욕은 줄었는데 사람이 고팠다. 미쳤나 싶을 정도로 고독해 했다.

연락도 잘 않는데 서로 친구라고 올라가 있어 소식을 볼 수 있는 sns야 말로 갈증 유발의 메카이다. 가족 이름 앞에서 누를까 말까 하는 손가락으로만 망설이는데 초인종 소리가 났다.



"낯설게 웬, 그냥 들어오지."



장난 좀 치다 들어오겠거니 무시하고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이번에는 쿵쿵쿵- 하고 문을 두들겼다.



"야! 그냥 들어와!"



부동의 자세로 목소리만 키워 소리치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으로 현재 시각을 확인하고 나서 나는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우린이는 아니겠구나 확신했다. 내게는 올 택배도, 시킨 배달 음식도, 연락 없이 올 사람도 없었다. 112를 눌러놓고 발소리를 죽여가며 잠잠해진 현관으로 다가갔다.



"..누구세요?"



여차하면 모서리로라도 찍어버리려고 핸드폰을 위로 들고 쇠 문고리를 쥐었다.



" 저 옆집 사는 앤데요."



그 말에 바로 문을 밀었다.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눈에 익은 얼굴이 보였다.



"형이랑 형 여자친구가 지금 저희 집에 있어서요. 누나 친구가 저희 형 여자친구라면서요?"



"어어.."




"잠깐 여기 있다가 만 갈게요. 현관 앞에 가만히 서 있을게요. 아무것도 안 하고."



사실 누군가의 집에 얹혀산다는 게,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 해도 완전히 싹 가시지 않는 불편함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내적 친목 만렙 쌓일 정도로 자주 오는 사촌 형의 여자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밤늦게까지 무엇을 할까.

그동안은 어떻게 지냈는지는 몰라도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큰 스트레스일 것 같아 들어오게 몸을 내뺐다. 그러니까 정말 제가 뱉은 말대로 현관에 발을 모으고 서서는 뚫어져라. 나를 쳐다봤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런데 얼마나 있다가 갈 줄 알고?"



"1시간…. 이면 되지 않을까요?"



"1시간이나 그러고 서 있게요?"



"..."



긴장이 아까보다 풀렸다. 경직됐던 어깨를 편안히 내리며 거실로 걸어갔다.



"거기 계속 있으면 센서등 깜빡여요."



나름 내 식대로 표현한 호의였다. 알아들었는지 실례합니다 라고 인사하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길우린이야 너나들이하는 사이라 먹을 것도 알아서 꺼내 먹는다지만 뻘쭘하게 소파에 겨우 걸터앉은 어린 손님에게 뭘 해줘야 할지 몰라 부엌에서 오래 서성거렸다. 집안을 둘러 보던 눈과 마주치자마자 냉동실 문을 열었다. 쌓아놓고 먹는 아이스크림 통을 꺼내 들고 오면서 물었다.




"우린이가 한 두 번 놀러 간 게 아닐 텐데 그동안은 어떻게 했어요?"



"전에는.. 자거나, 야자하고 늦게 들어오거나…. 그런데 오늘부터 야자를 안 해서."



"몇 시까지 야자 하는데요?"



"심화반이라서 11시 반까지 했어요."



말하는 동시에 핸드폰 화면이 켜졌다. 숫자가 금방 바뀌었다. 열 시 오십팔 분이니 야자를 아직 하고 있을 때였다.



"버스도 끊기고 어떡했대."



"친구 아버지가 같이 데려다주셨어요."



또박또박 어땠어요, 뭐 했어요 대답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였다.

나도 모르게 지어지는 흐뭇한 미소에 혼자 찔려서 입꼬리를 서둘러 내렸다.



"우산 잘 썼어."



"네."



"음..이름이 뭐야?"



"황인준이요."





"몇 살이야?"



"고삼이요."



또 무슨 말을 꺼내야 하지. 올곧이 묻기만 하는 나를 쳐다보는 눈을 무시하고 어딘가에 나동그라져 있을 리모컨을 찾아다녔다. 웬만하면 거실장 캔들 워머 옆에 놔두긴 하는데 제자리에 없었다.



"텔레비전 보는 거 좋아해?"



"누나는요?"



"어? 나? 난.. 그냥 켜놓고 살아."



"누나는 몇 살인데요?"



"나 나이 많아."



"이름은 뭐예요?"



"..김여령..?"



"누나가 지금 찾고 있는 거, 누나 뒤에 있는 것 같은데."



손짓 대신 가리키는 눈빛에 좌우로 산만하게 몸을 틀어가며 둘러보다 엉덩이 밑에 깔린 불쌍한 리모컨을 발견했다. 미지근한 온기에 민망해서 전원 버튼을 여러 번 누르며 텔레비전을 켰다. 




 요즘 하는 프로그램들이 재미가 없는 것인지 인생이 따분해서 모든 게 전염된 것인지 채널을 빙빙 돌다가 한창 2부 중간쯤 흐른 공포 영화에서 멈췄다. 당시 상영 때 인기 아이돌이 주연이지만 쓰레기다. B급 감성이다. 해서 줄거리만 대충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인준이 옆에 찰싹 붙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으 므야 무야 뭐야 저거 뭐야!"



"누나, 제가 이거 본 적 있어서 아는 데 좀 있다가 나와요."



"ㅁ, 뭐,뭐,설마 저거? 저거?"



겁에 질린 주인공의 얼굴이 어지럽게 쏴지는 무대 조명 빛을 받아 여러 빛으로 바뀌었다. 강하게 들어오는 얼굴 클로즈업과 교차하여 멀리 보이는 수상한 실루엣의 전신 샷을 보고 저게 맞냐며 물었다. 주인공이 울먹였다. 검은 물체가 점점 화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큰 화면은 사치지, 하고 작은 크기를 산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차마 똑바로 보지는 못하고 인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저도 무서운 거 잘 못 봐서 처음 봤을 때 소리 질렀는,질렀는데! 저 누나 보고 있을래요."



"무서운 거 잘 못 본다는 애가 애초에 왜 보냐? 으아아 온다, 온다, 아니야,아니야아 나도 너 볼래!"



인준과 포개어 잡은 손을 얼굴에 갖다 대고 눈을 감았다. 울음에 가까운 비명이 들렸다.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 얼굴을 드니 바로 순진한 소 눈망울이 보였다.



"이제 무서운 건 없는데, 좀 징그러워요."



"그건 더 싫다…."




 화면에서 나오는 푸른색이 인준의 얼굴에 묻었다. 잡은 손에도 묻었다.

한쪽으로 진 그림자마저 잘나 빠진 애라고 생각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거실과 이어진 부엌에서도 들릴 볼륨의 소리가 절로 작아졌다. 아무래도 눈앞의 아이에게 내가 집중을 하고 있는가보다.



"예쁘네요."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이 벌어졌다. 입가가 메말라 느리게 떼어진다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속으로 응 이라고 반문했다.



"누나 눈 예쁘다고요."



잡고 있던 손부터 빼내 등 뒤로 감췄다. 무안함의 표현은 딴청이었다.

영화 다 끝났나 보다 하고 소파 끝으로 어기적 움직이며 거리를 두었다.



"늦은 밤 실례했습니다. 감사해요."



"가, 가게? 그래! 잘 가."



"내일 어디 가요, 누나?"



"내일? 내일..과외 해주는 학생 집에. 왜?"



"비 오락가락한다니까 그때처럼 맞지 말고 우산 챙겨요."



"아하, 고마워."




 장마가 곧 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비가 오는 건.

인준이 현관문을 열자 바깥에 가득 있던 서늘한 바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신발 뒤축이 접힌 그대로 슬리퍼처럼 끌며 나가던 인준이 닫히던 문을 붙잡았다.

 

"누나."




잠깐 새나가던 정신을 도로 환기시키는 부름이었다.

내 시선은 동그랗게 도드라진 발 뒤꿈치에서 타고 올라가 그 애의 휘어진 눈매에 다다랐다.

사각지게 잘린 틈 사이로 섬섬옥수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부드러운 미소 따라 닫힌 문 앞에서 봉긋 솟은 광대를 문지르다 뒤돌아 거실로 향했다. 오그라든 마음 가장자리가 나붓하게 펴진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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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1.3
옹달샘이에요,, 황고딩 모먼트 어쩜 좋죠 너무 좋잖아요ㅠㅠㅠ 진짜 벤츠도 저런 벤츠가 없는데 8ㅁ8. 저런 고딩 마주칠 수만 있다면 ME매일매일 폭우 맞을 수 잇어~~~
5년 전
독자1
헙 작가님 글 너무 좋고 분위기도 너무 좋아요 ㅠㅠ
5년 전
독자2
왜 제 옆집에는 저런 고딩이 없지요..?ㅠㅠㅠ진짜 평생을 잘해줄 쑤 있어 내게 와,,ㅜㅜ
5년 전
독자3
작가님 진짜 누나누나하는 인준이를 데려오실 생각을 하시다니요ㅠㅜㅠㅜㅜㅠ너무 좋잖아요😭😭여주친구에게 고맙네요..앞으로 더더 남친집 가서 놀아죠ㅜ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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