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색정적이라는 건 사실 부정할 수가 없었다.
새로 세탁해 말린 부드러운 솜이불 위로 새하얀 몸이 푹 잠겨있고, 옆으로 돌아간 머리칼과 가림없이 툭 내던져져있는 음모만 죄 흑색으로 진하게 눈에 새겨졌다.
눈 앞이, 아무것도 아닌데도 눈앞이 아찔하니 놀라서, 들뜨는 숨을 억누른 채 조용히 남자를 내려다보는 것 밖에 별다른 행동을 취하질 못했다.
움직일 때마다 보이는 발긋한 뺨,
코끝과 입술,
숨을 쉴때마다 울렁이는 목울대와 가슴,
선연히 드러난 갈빗대의 들썩임에 잠시 숨이 멎었다.
후, 후...
시선을 내리깐 채 숨을 뱉고보니, 까만 두 줄이 그어진 흰 양말에 발목이 싸여있었다.
그 위로 곧게 뻗은 종아리,
동그랗게 튀어나온 무릎 뼈,
꽉 차오른 듯한 두 줄기 허벅다리가 진탕 흰 색으로 짜여있었다.
머리가 조금 어지러운 것 같다.
불거진 골반뼈를 따라 꾹꾹 손가락에 힘을 줬다. 이대로 밑으로 죽 내려가면 부숭한 음모사이로 미끄러 들 손가락이 잠시 배꼽 아래서 멈췄다.
아직까지도, 이 손으로 무엇을 할지 마음먹을 수 없다. 온 몸을 긴장시키는 이 느낌이 무엇에 기저를 둔 것인지 알 수 없다.
손가락은 배꼽 아래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살결을 긁었다. 손톱이 그새 길었는지 푹 패일것 같은 질감이었다.
으음.
크게 뒤척이며 남자가 왼팔을 들었을 때, 손목에 굵게 채워진 백금시계가 눈을 가렸다. 어쩐지
뺨이 좀
, 더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