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을 훔쳐보고 있어요
박찬열 새끼 때문에 집 앞 슈퍼에서 참기름을 하나를 사고 터덜터덜 집으로 오는 길이다. 오늘따라 왜이렇게 더운지 땀이 쉴새없이 줄줄 난다. 하필 긴팔을 입고 나와서 백배는 더 더운거 같다. 나는 땀을 계속 닦다가 하는 수 없이 손으로 열심히 부채질을 해댔다. 한참이나 걸었을까, 더워서 그런지 갑자기 짜증이 났다. 개같은 박찬열만 아니였으면 나오지도 않았을거고, 이렇게 더워서 쩔쩔매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야. 집에가면 이유없이 정강이나 까줘야 겠다며 속으로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갑자기 핑크색 부채가 쑥 나왔다. 뭐지?
" 마니 덥져? "
열심히 손 부채질을 하던 나에게 뜬금없이 부채를 건네준 남자는 왠 외국인이였다. 외국인이라고 확신할 수있었던거는 발음이 살짝 꼬불꼬불 했기 때문이다. 남자의 머리는 검정색이였고, 푹 파인 보조개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나라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진짜 겁나게 잘생겼다. 확실히 그 무당말이 맞나보다. 하루만에 잘생긴 남자들을 몇명이나 만나는거야. 박찬열은 제외하고.
" 어.. 어.. 네 "
" 그럼 이 부채로 부채질해요. 손은 힘들어요 "
남자가 남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핑크색 부채를 나에게 건넸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게 왠 떡인가 싶어 냉큼 받아서 부채질을 했다. 확실히 손 부채질보다는 몇배 더 시원하다. 아 행복해.
" 감사합니다 정말 "
" 아니에요. 더워보이길래 쪼오기 슈퍼에서 샀는데, 이뽀요? "
나는 순간 고민을 했다. 이 남자의 '이뽀요?' 라는 말이 부채를 사온 자신이 이쁘냐는걸 물어보는건지, 부채가 이쁘냐는걸 물어보는건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나는 1초의 고민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설마 처음보는 사람한테 자기가 이쁘냐고 물어보겠거니 하고.
" 네 이뻐요! 핑크색이 참 이쁘고- "
" 아니요. 제가 이뽀냐구요~ "
남자는 질문에 거짓말따위는 없다는 듯이 활짝 웃어보였다. 아니 이거 뭐, 거짓말을 할 수도 없게 생겼네. 진짜 이쁘다 웃는거. 남자가 왜 나보다 이쁘고 난리야?
" 네 이뻐요 ㅎㅎ "
" 정말요? 고마워여~ "
이 남자가 진짜.. 사람한명 죽이려고 작정했나. 아까보다 더 활짝 웃는데,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나는 왜이렇게 금사빠일까? 아냐. 아직까지 나에겐 민석아저씨가 짱이다.
" 그럼 잘가요~ "
" 어? 거기 아파트 살아여? "
" 네. 왜요? "
" 저도 거기살아요~ 같이가요! "
" 그래요 그럼! "
어쩌다 보니 이 남자와 엘리베이터 까지 같이 타게 됬다. 남자와 한참 수다를 떨고보니 이 남자는 우리집 바로 윗집에 산다고 했다. 사실 나는 다른 집에 딱히 관심이 있었다거나 한게 아니였기때문에 몰랐었다. 남자가 계속 웃으면서 말하는데, 조금 미안했다.
" 저 먼저 갈게요! 부채 고마워요 잘쓸게요 "
" 네 잘가요~ "
남자는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힐때까지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나를 보며 입을 뻐끔 뻐끔 거렸다.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어서, 인상을 살짝쓰고 어깨를 위로 올렸다가 내리니 남자가 손으로 위를 찔러댔다. 남자가 위로 올라가고 입모양을 잘 생각해보니 ' 심심할때 위에 와요 ' 였다. 진짜 가야지! 심심할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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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무슨 참기름을 제조해서 오냐? "
" 닥치고 내가 사온거에 감사해라 "
" 어휴 "
박찬열은 내가 오자마자 주방에서 뛰쳐 나왔다. 그리고는 들고있던 주걱을 흔들거리면서 잔소리를 해댔다. 참나, 지가 무슨 엄마야?
" 밥~은~언~제~되~나~ "
" 노래 오지게 못부르네 "
" 뭐라고? "
" 아니야. 밥 다됬으니까 빨리 와 "
소파에서 시체놀이를 즐기고 있는데, 박찬열이 밥을 먹으러오라고 소리쳤다. 목소리도 낮은게 소리까지 지르니까 좀 무서웠다. 그래서 냉큼 식탁으로 거의 뛰듯이 걸어갔다.
" 긍데 차녕아 "
" 왜? "
" 징짜 종낭게 맛잉다 "
" 나도 알아. 그러니까 다 먹고 말해 "
" 응 "
항상 찬열이가 요리를 해주면 내가 먼저 먹거나 찬열이가 먼저 먹었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서 먹으려니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찬열와 나는 볼꼴 못볼꼴 다본 사이라 어색함도 채 몇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근데 박찬열 진짜 요리 천재인거 같다.
***
" 오늘 요리 맛잇었어. 그러니까 내일도- "
" 오라고 해봤자 안올거야 "
" 응 "
" 간다 "
" 빠이 찬열 "
맨날 싸워서 서로 지친 사이라고 해도, 왠지 간다고 하니까 아쉬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평소대로라면 내 방 침대에 누워서 잘가라고 소리쳤을 거다. 생각해보니까 좀 싸가지 없었던거 같다. 나중에 사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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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다가 갑자기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져서 집앞 CU 편의점에 가려고 나왔다. 확실히 밤이라 그런지, 낮보다는 조금 쌀쌀했다. 그래서 낮에 입었던 긴팔을 대충 다시 입고 위에 후드집업을 하나 더 걸치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 딸랑 '
" 어서오세요~ "
" 어? "
" 어어? "
아무생각없이 편의점 문을 열었는데, 인사하는 알바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익숙했다. 그래서 재빨리 카운터로 고개를 돌리니, 오세훈이 서있었다. 오세훈도 꽤나 놀랬는지 눈이 평소보다 2배는 커져 있었다.
" OOO? "
" 너 여기서 알바해? "
" 응ㅋㅋ 어제 시작했어 "
" 우와 신기하다~ 너 이제 알바하세훈~? "
" ㅋㅋㅋ뭐야 "
진짜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드립을 날렸는데, 그걸 또 웃어주는 오세훈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좀 착한거 같다. 아주 조금 말이다.
" 근데 뭐사러 왔어? "
" 나? 커피사러 왔어 "
" 커피 먹으면 키 안커. 우유 먹어 "
" 왜ㅡㅡ 우유 맛없다고 "
" 나 올려다보기 싫지? 그럼 먹어 "
" .... "
지가 무슨 박찬열이야? 나는 잔소리를 해대는 오세훈에게 인상을 한번 써준뒤, 한껏 투덜대며 우유 코너로 향했다. 난 우유 별론데. 사실 지금 찬찬히 생각해보면 내가 우유를 싫어하게된 큰 계기는 없는거 같다. 그냥 초등학교때 흰 우유가 나에겐 별로 맞지 않아서 지금까지 좀 꺼려왔던거 뿐이다.
" 초코우유? "
" 왜? "
" 초코우유 마시면 키 안- "
" 야! 차라리 그냥 올려다 볼게! "
" ㅋㅋㅋㅋ알았어 안할게 "
초코우유를 계산하던 오세훈이 갑자기 바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꽤나 심각하게 뒤적거리길래, 뭐가 나올까 싶어서 나도 괜히 인상을 찡그리고 집중하고 있는데 오세훈의 주머니에서 나온건 고작 츄파츕스 딸기맛 사탕이였다. 오세훈은 사탕을 찾자마자 활짝 웃으며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얘가 왜이러나 싶어서 사탕을 받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계속 가만히 있으니까, 오세훈이 미간을 살짝 구기며 내 손을 들어 사탕을 얹었다.
" 뭐야? "
" 사탕 싫어해? 여자들은 다 좋아한다던데.. "
" ㅋㅋㅋ아니야 좋아해. 고마워 잘먹을게 "
" 좋아한다니 다행이다. 그럼 조심히가! 지금 깜깜하니까 "
" 응 "
나는 사실 오세훈을 처음 봤을때, 왕자병이 있는 줄 알았다. 나에게 화내면서 했던 말이 ' 좋아하면 말로 하던가 ' 뭐 대충 이런식이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사람의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나도 그 많은 사람들과 별 다를거 없이 사람의 첫인상 하나만으로 평가할때가 많다. 그래서 나도 오세훈의 첫인상을 여자를 밝히고 질 않좋은 애라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세훈은 내 평가와는 전혀 다르게 사탕하나를 주는데도 얼굴이 빨개지고 여자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이런것을 보면 사람의 첫인상을 참 중요하지 않은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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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금 사온 초코우유와 오세훈이 준 사탕을 책상에 두고 바로 방에서 나갔다. 그리고는 내 방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 문 앞에 서자 조금 떨렸다. 사실 처음 들어오는 방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처음들어오는 방이라는말이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부모님이 내가 이 방에 들어오는것을 좀 많이 꺼려하셨다. 그래서 마침 부모님은 여행가셨고, 그 덕분에 이렇게 처음으로 방에 들어 올 수있었다.
" ...... "
방은 내 예상과는 달리 딱히 특별할게 없었다. 내 방과 다른점을 굳이 꼽자면 조금 더 넓다는것 뿐. 그런데 확실히 옷장이나 책상이 다 비어있으니 방이 텅 빈 느낌이였다. 나는 방에 대한 흥미를 잃어서 나가려고 했다. 정말 나가려고 했는데. 그 순간에 안방에 있는 창문이 눈에 띄었다.
창문은 커튼에 가려져있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 커튼 밖을 보고 싶었다. 사실 우리 아파트는 밖이 진짜 예쁘다. 특히 밤에는 더 이쁘다고 유명한 아파트이다. 나는 시간도 많았고 갑자기 이 방에 들어올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천천히 창문을 향해 다가섰다.
창문 앞에 서자 하얀 커튼 밖으로 희미한 불빛이 드리워졌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못해 커튼을 한번에 여니, 깜짝 놀랄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예상했던 광경은 우리 아파트에 있는 공원이던가 아니면 차도를 예상했는데, 그냥 평범한 빌라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이유는 내 예상과 다른것도 있었지만 빌라가 보이는게 아니라 빌라에있는 창문이 우리 아파트 창문과 손바닥 한 뼘정도 였기 때문이다. 창문에 좀 더 다가가 옆 빌라 창문을 훔쳐 보니 옆 집 방 전체가 다 보였다. 한참을 보니 아직 사람이 들어오지 않은거 같았다. 불이 다 꺼져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굉장한 보물이라도 찾은듯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래서 심호흡을 몇번 하고 내 방에 가서 책들을 다 안방책상에 옮겼다. 다행히도 안방 책상은 창문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에 옆집 빌라에 사람이 들어와, 불이 켜지는걸 바로 볼 수 있었다.
" 하 "
내가 정말 지독히도 심심했긴 심심했나 보다. 남의 집 불이 켜지기를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기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조용한 집에서 공부를 하면 미쳐버릴거 같았기 때문에 차라리 옆 집을 보며 공부하는게 나을거라는 생각을 했다.
***
책을 펴놓고 꾸벅꾸벅 졸았나보다. 깨보니 밖이 아까보다는 조금 밝았다. 책상에 올려져 있던 시계를 슬쩍 보니 새벽 4시 쯤이였다. 나는 깨자마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앞으로 향했다.
" 헐 "
커튼을 빠르게 걷자마자 보이는건 자신의 이름을 김민석이라 외치던 아저씨의 옆모습이 보였다. 무언가에 굉장히 집중하는거 같았다. 아저씨는 아까 우리집에 왔을 때와 다르게 검은 양복이 아니라 회색 티셔츠에 검은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이자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나는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서 아저씨의 옆모습을 구경했다. 아저씨는 책상에 앉아서 서류로 보이는 종이들을 이리저리 뒤적이고 있었다. 무언가를 적기도 했고 가끔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아저씨가 저번에 늦은 이유가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고 했었는데.. 그럼 회사 직원인가? 나는 졸음이 쏟아지는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이며 아저씨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 또 봐도 잘생긴거 같다. 한참을 넋놓고 쳐다봤을까, 서류에 온 집중을 하던 아저씨가 갑자기 우리집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나는 깜짝 놀라서 창문 아래로 숨었다.
한 20분을 숨어있었던거 같다. 원래는 더 숨어있으려고 했는데 발에 쥐가나는 바람에 살짝 일어나 보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저씨는 전혀 눈치 채지 않은 거 같다. 왜나면 아저씨는 20분전과 다른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와 똑같이 서류를 뒤적거리거나, 인상을 쓰고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다시 아저씨를 관찰했다. 사실 좋게말해 관찰이지 훔쳐보는것과 다를것이 없었다.
나는 계속 쏟아져오는 졸음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해, 구석에 있는 침대로 몸을 거의 던지듯 누웠다. 내가 침대에 눕자마자 책장에서 뭔가 떨어진거 같은데, 졸려서 아무것도 할 수가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불을 대충 덮고 떨어진 물건을 눈으로만 슬쩍 보니 활짝 펼져진 책이였다. 책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펼쳐진거 같았다. 나는 지금 줍기엔 너무 졸려서 안될것 같아서 책에서 눈길을 돌리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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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나온 펼쳐진 책은 야심차게 복선으로 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복선이라고 생각 안하실까봐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저 책은 시집이에요. 그리고 펼쳐진 부분은 용혜원 시인의 배신이라는 시이구요. 용혜원 시인의 배신이라는 시 내용은
배신 - 용혜원
이런 내용이에요. 좀 무서운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주를 배신한 남자가 한명 있어요! 딱 한명!
그리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힘든 독자님들 많을텐데 우리 같이 힘내요. 엑소는 처음부터 12명이였으니까 끝도 12명일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크리스가 무슨 선택을 하던 응원할거에요. 팬이 아니면 누가 크리스를 믿을것이며, 응원해줄까요. 분명 크리스도 힘든 시기일거에요. 그러니까 저희라도 크리스를 믿고 기다려요. 저는 제가 처음에 크리스를 좋아하던 감정 그대로 영원히 크리스를 좋아할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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