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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와 누나의 차이
: 사실은 동갑과 연하의 차이지만




윤기: 꿈에 스물 둘인 누나가 나왔다고요?

석진: 신기하지

윤기: 그래서 뭐 어쨌는데요?

석진: 그냥 각자 할 말하다가 잠 깨던데?

윤기: (그게 뭐야)

석진: 내 꿈인데 왜 한심하게 보는 거야




다음 날 아침입니다. 아침에 약한 정국은 아직 딥슬립 중이고, 따뜻한 사람 체온에 파묻혀 마찬가지로 깊게 잠들었던 탄소는 감감무소식이죠.




태형: 누나가 방에서 아무 소식이 없어요... 휴대폰도 꺼져있는데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에요? (근심)

석진: 아 걔 아마 정국이랑 자고 있을 거야

태형: 왜요????!!!

윤기: 누가 누구랑 잔다고요?

석진: ...내가 가만히 있는데 왜 니들이 난리야?

윤기: 아니 형! 다 큰 남녀가 한 방에서 잔다는데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은 거에요?!

석진: 상대가 정국인데 너 같으면 질투를 하겠냐!

윤기: 여자친구 문제면 당연히 하죠!

석진: 아니 정국이라고!!!




어쩌다보니 스물 둘의 탄소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석진: 왜 하는건데?

호석: 형들이 먼저 하고 있던 거 아녜요? 왜 나한테 묻는 거야...

석진: 아니 난 가만히 있었는데 윤기랑 태형이가...

호석: 일단 전 반말 하고 싶어요

석진: 야 이 친구 이거...!

호석: 야 김탄소석

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석진: 미친 거 아냨ㅋㅋㅋㅋㅋㅋ

호석: 아 왜욬ㅋㅋㅋㅋ 어차피 실제로 일어날 일도 아니구만, 게다가 스물 둘이면 나보다 세 살 어리니까 반말해도 되죠




방에서 작업하다가 재밌는 놀이를 하고 있다는 호석의 카톡에 잠깐 머리를 식힐 겸 하던 걸 멈춰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킨 남준은 그게 뭐냐고 물었는데요. 금방 돌아온 답장은 스물 둘의 누나를 만난다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생각하기, 라고 합니다. 흥미로운 주제네요.


음, 나라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스물 둘의 누나는 어땠더라. 휴대폰 갤러리에 들어가 아주 오래전에 탄소와 함께 찍었던 셀카를 찾은 남준이 픽 웃었습니다. 정작 탄소는 언제 찍었는지도 까맣게 잊고 있을 사진이거든요. 아마도 마이콜 머리를 하기 전에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며 지나가던 탄소를 붙잡고 찍은 기억이 납니다.




남준: 확실히... 어리네 뭔가 기분도 이상하고, 울컥하고




갑작스런 요청에 놀랄 법도 한데 익숙하게 포즈를 취한 탄소를 보고 있자니 약간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앳된 얼굴을 보니 새삼스럽게 감정이 파도처럼 덮쳐오는 느낌. 지금에야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탄소가 데뷔 전부터 인터넷 상으로 유명했던 이유 중 하나가 주변 친구들이 SNS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으니까요. 연예인이 되기도 전부터 그들같은 일상에 익숙해져야 했던 생활. 어느 순간에도 들이밀어지는 카메라에 자연스러워야 했던 매일. 언젠가 윤기에게 흘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윤기: 누나 정도면 친구가 되게 많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작 연락하고 지내는 건 단역 알바하면서 친해진 배우들인 이유를 알았어

남준: 뭔데요? 그 이유가

윤기: 주변에서 누나를 인형처럼 다루니까 그나마 말이 통하고 자기를 사람처럼 대해주는 게 이미 그런 대접에 질린 연예인이었던거지, 그 사람들도 누나한텐 먼저 다가선 이유가 그거였을거야 일개 단역 배우고 알바하러 온 애인데 이런 일상에 지친 자기랑 너무 동질감이 느껴져서

남준: ...누나가 연예계에 뜻 없다고 했던 말이 거기서 비롯된 거겠죠? 하지만 모두 누나가 연예인 아니었으면 뭐했을 거냐고 반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주변의 난리로 어쩔 수 없이 얼굴이 알려질 수 밖에 없었던 탄소. 그게 성인도 되기 전의 나이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고문에 가깝지 않았나 싶네요. 지한을 챙기기에도 바빴을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더욱. 지한이 괜스럽게 학교를 다닐 때 누나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던 게 아닐 거예요.




윤기: 누나가 SNS는 하지도 않았는데 사진이 그렇게 많이 돌아다니는 거 보면 기분이 참 이상해




연예인도 아닌데 연예인처럼 매 순간을 사람들의 시선 속에 갇혀야만 했던 학창 시절. 학교에서 뭘 먹고 어딜 가고 수업시간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든 걸 조심하고 신경써야 했던 유년기. 집에선 동생이 걱정할까 어디서도 제대로 쉬지 못하던 생활. 질리도록 팔린 얼굴에 그 흔한 알바 자리도 쉽게 고를 수 없어 결국 선택했던 게 엑스트라, 단역 배우.


탄소의 얼굴을 팔아 떨어지는 콩고물을 노린 주변. 어떻게든 친분을 과시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 자신을 이용하려고만 하는 환경 속에서 부모님의 방치를 통해 의지할 곳 없이 혼자 참아야 했던 여자아이. 동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에 짓눌려, 지켜줘야 한다는 압박에 숨막혀 어느 곳에서도 안식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미성년. 그나마 순수하게 친해진 사람들은 유명한 연예인. 더욱 난리치는 사람들.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인터넷에 올라가는 일상들.


사생활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일반인. 그만큼 무례하고 얕잡아보는 시선들, 손길. 사람을 인형처럼 다루고 만지려드는 순간들. 거부하는 순간 부풀려지는 헛된 소문. 덕분에 생판 모르는 남이 다가와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자연스럽게 굴어야 했던 시간들.




윤기: 누나는 이미 사람들한테 닳을 대로 닳아있던 거야, 부산에서 서울로 막 올라온 정국이보다 어렸던 나이에

남준: 난 그래서 누나가 불안해요 눈을 못 떼겠어

윤기: ... ...

남준: 다들 나한테 리더라는 자리를 주고 그 역할에 맞게 행동하길 바랄 때, 갓 성인이 된 남자애한테 너무 버거운 책임감을 요구할 때




누나는 아직 어린데 벌써부터 많은 걸 책임질 필요는 없다고 말해줬어요. 유일하게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에요. 나를 방탄소년단 리더가 아니라, 스무살 김남준으로 대해줬어요, 누나만 그렇게 대해줬어요.




남준: 시간이 지나 내가 스물 둘이 되었을 때에도 누난 여전히 좀 더 어려져도 된다고, 너무 일찍 철들 필요 없다고 말했어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냐면. 누나는 그럼 왜 그렇게 일찍 철들었던 건지. 묻고 싶은데 물어볼 수가 없어서 그만큼 누나한테 눈을 뗄 수가 없게 됐어요. 어떤 상황에서든 짐이 되지 않으려 기를 쓰는 게 가끔 보여서, 그마저도 금방 숨길 만큼 애를 쓰는 걸 모를 수가 없어서.


내가 왜 형이나 호석이한테 누나가 더 많은 걸 얘기해도 서운하단 말을 못하게요. 누나가 어떤 마음일지 가늠을 할 수 없어서 그래요. 아무리 그래봐야 집안에선 막내였을 텐데 팀에서나 형 노릇한다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결국 더 많이 안다고 해도 누나의 모든 걸 아는 정도는 아니잖아요. 결국 다 똑같은데 뭘 서운하고 말겠어. 그런 티를 내는 순간 누나한테 오히려 미안한 감정만 더 들게 할 텐데.




남준: 앞으로 어떤 일이 생겨도, 팀내에서 누나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쳐도 나는 누나를 편들 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 걸 동시에 느껴요




이때는 S1에서 탄소가 아직 무너지기 전의 대화입니다. 그나마 말 못한 데뷔 전의 일화를 툭툭 흘리던 윤기에게 상처 받고 가장 가깝게 지냈다고 볼 수 있는 호석이 끝내 등을 돌렸을 때, 남준은 꿋꿋하게 탄소의 사정을 먼저 생각했죠. 오멜라스의 지하실에 갇힌 아이에 빗대어 말하면서까지 탄소를 우선적으로 보려고 한 남준이었습니다.


그때의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찾아온 위기. S2에선 지한의 사고 소식을 듣던 탄소를 옆에서 챙기기도 했고요. 탄소와 멤버들의 관계성을 설명할때 남준에 관해선 유독 말을 아꼈는데 이렇게 S2에서 풀어나갈 예정이었어요. 글이 지워지지만 않았어도 특별편이 아니라 제대로 다룰 수 있었을 텐데... 후.


윤기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니 새삼 복잡해진 심경의 남준은 탄소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생각을 입 밖으로 소리내어 말해봤습니다. 늘 속으로만 삼켜두던 문장을 뱉고나면 조금은 후련해질까요.




남준: 내가 어렸듯이 누나도 똑같게 어렸구나 싶어서 뭔가, 나는 내가 여전히 어리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때의 누나는 본인도 어리면서 다른 멤버들의 어리광을 받아줘야 한단 생각을 당연시한 거잖아




내가 그래서 누나한테 약한 거야. 제 나이에 맞게 지내고 싶은 마음을 너무 잘 알아주니까. 겉으로는 괜찮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아닌데, 하고 생각하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니까. 자기보다 남을 위하느라 정작 자신이 망가지는 걸 모르는 사람에게 될 수 있는 한 약자가 되어 나를 이용해도 괜찮다는 마음이 드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남준: 아, 누나 보고 싶네 갑자기




화면 가득 채워져있던 스물 둘의 김탄소와 스무살의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옆으로 넘기니 이듬해, 봄이 오기 전에 찍은 사진이 나왔습니다. 마이콜을 탈출한 남준이 차 안에서 이동하는 동안 옆에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탄소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당겨 셔터를 눌렀던 건데요. 초점이 맞지 않아 뿌옇게 나온 사진에서도 예쁨이 묻어나는 걸 보며 느닷없는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이미 언급된 적이 있지만 기억이 안 나네요. 연재하다가 날린 회차의 내용인지 어쨌는지 찾아봐도 안 나오지만! 남준은 탄소의 합류 당시, 이렇게 예쁜 사람이랑 같이 살게 된다니! 꿈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고민도 많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근심이나 걱정보다도 정말 그 나이대에 맞는 반응이었죠. 워낙 비현실적인 일이기도 했으니 막상 와닿는 게 없었습니다. 지금 보면 정말 철없음의 극치같아요.




남준: 진지한 생각하다가 이러고 있으니까 되게 웃기네




탄소에게 전화를 건 남준은 전원이 꺼져있다는 소식에 당황하며 태형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태형: 무슨 일이에요?

남준: 누나 혹시 네 옆에 있어?

태형: ...말도 마요! 누나 정국이랑 같이 자고 있대요! (분통)




쩌렁쩌렁한 목청에 눈을 질끈 감은 남준이 침착하게 통화를 종료합니다. 정국의 방이 어디더라. 벨을 누르고 기다리니 머리가 산발인 탄소가 나오네요.




남준: ...ㅎ....

탄소: 김남준 좋은 아침...

남준: 누나가 왜 여기서 나오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탄소: 애가 보내주기 싫어해서...

남준: 세수도 안한 얼굴로 너무 당당한 거 아니에요?




얼굴을 반쯤 가리고 내려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면서 안으로 들어간 남준은 탄소의 양 어깨를 잡아 욕실로 들어갑니다.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 비몽사몽한 누나 얼굴을 씻겨주려니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탄소: 내가 할, 어푸흨

남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탄소: 아 코에 물 들어갔어...

남준: 그러게 왜 갑자기 움직여서..ㅋㅋㅋㅋㅋㅋ




허우적거리는 몸을 잡아주다 탄소를 보기 전까지 울적했던 것도 잊은 남준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그래도 지금 잘 지내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자.




남준: 애도 아니고 칠칠맞게

탄소: 너도 조만간 말 놓겠다?

남준: ...누가 뭐라고 했어요?

탄소: 민윤기가 말 놨어

남준: 와 진짜 배신감, 나도 말 놓을래요! 탄소야 오늘은 나랑 같이 놀아줘!

탄소: 야잇 버르장머리 없는 인간아 암만 그래도 누나 소리는 붙이거든?!

남준: 어쨌든!

탄소: 너 왜 점점 민윤기랑 정호석 닮아가는데???




정신이 번쩍 든 탄소가 눈을 째리자 냅다 물을 뿌린 남준이 수건으로 누나 얼굴을 덮어버리네요. 물기를 닦아준다는 핑계로 입을 열지 못하게 막아버립니다. 그 와중에 살 쓸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닦아주는 행동 너무 좋다... 김남준은 정말 너무 다정해요.




정국: 아 누나 괴롭히지 마여!

남준: 든든한 막내가 있어서 좋겠네요, 아니 좋겠네

탄소: 요자 어디 갔는데

남준: 형은 되고 나는 안되는 거 너무 억지 아녜요?

탄소: 아침부터 머리 아프게 그럴래?

남준: 누나 오늘은 나랑 같이 보내요

정국: 절대 안,

남준: 막내들이라서 어리다고 놀아주는 거면 나도 팀에서 지민이 다음으로 어리잖아요

정국: ?!?!?!?




정국은 남준의 처음 보는 모습에 안 그래도 커다란 눈이 믿기지 않을 만큼 동그래졌습니다. 그 사이 탄소를 데리고 방을 나온 남준은 누가 볼세라 빠른 속도로 자신의 방에 돌아왔는데요.




탄소: 전정국 표정 봤어?

남준: 나중에 누나도 한 번 해봐요 나도 어디어디 모임에선 막낸데, 하고

탄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준: 데뷔 전부터 친하게 지낸 배우들하고 갖는 모임에선 누나가 제일 어리지 않아요?

탄소: 아니 그건 맞는뎋ㅎㅎㅋㅋㅋ

남준: 그... 음료수 이름인거 하나 있었는데 이름 뭐랬지?

탄소: 사이다

남준: 갑자기 궁금한 건데 왜 이름이 사이다예요?

탄소: 옛날에 킨사이다 있었잖아 그래서 그래, 원래 이름은 김탄소였어 나 데뷔하고 나니까 사이다로 바뀐 거지

남준: ...? ㅋㅋㅋㅋㅋㅋ잠깐만요, 그거 진짴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빅히트 회식 자리에 껴서 건배사로 김탄소 만만세를 외친 인싸력이 어디 갈까요. 행복하다고 볼 수 없는 학창 시절이었지만 십대의 중후반기에 배우들과 친해지는 접점이 생기면서 나름 즐거운 시간이 남아있긴 했던 것 같아 다행입니다.




남준: 누나 되게 예쁨 받았구나..ㅋㅋㅋㅋㅋㅋ

탄소: 왜 웃는데

남준: ...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을 웃은 남준에게 고개를 저은 탄소는 알아서 소파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술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탄소: 다들 새해 전날에 하는 시상식에 나가서 수상소감으로 뭐할지 얘기하더라고 그러다가 누가 아, 우리 막내가 성인되기 하루 전이잖아! 무조건 마지막에 사랑하는 우리 탄소의 스무살을 축하합니다 외치는 거 어때 이러는 거지 그때 진짜 미치고 팔짝 뛰는 줄 알았어 농담인 건 아는데 배우니까 모두 진짜처럼 해가지고... (아찔) 부모님보다 더 주책이었지... 그거 진짜로 했으면 나 얼굴 들고 못 다녔을 걸




남준과 탄소의 즐거운 일화시간에 소외된 정국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방을 나오다 윤기에게 잡혀갔습니다. 언제 온 건지 모를 지민까지 있는 자리에 동공이 떨린 정국은 지금 탄소는 남준이 데려갔는데 왜 이러냐고 발뺌했습니다.




석진: 그래 오늘은 김남준이 같이 자겠대?

윤기: 아니 형! 이걸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니까요!

석진: 김탄소가 좋아하는 게 난데 뭘 걱정해!

지민: 와 형 내 앞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석진: 부럽냐?

태형: 너 지한이 있잖아

지민: ...진짜 다들 내가 만만하지?

석진: 아니? 천천한데?

호석: (오만상)




하지만 남준은 탄소에게 점심만 같이 먹이고 방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누구보다 건실한 사람이거든요.




탄소: 난 니가 참 좋아! 왜냐면 나한테 집착하지 않거든!

남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맑게 돌아간 탄소는 정국의 방에 덩그러니 놓고 온 자신의 휴대폰이 떠올랐습니다.




탄소: ㅎㅎ 다신 가고 싶지 않은데

석진: (띵동)

탄소: 누구세, ...김석진 같은데? (두근두근)




탄소의 탁월한 감지능력에 박수라도 쳐주고 싶네요. 찾아온 사람은 방금 헤어진 남준을 뺀 여섯인데 바로 석진인 걸 알아채다니.




탄소: 석진아!

석진: ...어?

탄소: ...자기 발로 온 사람이 왜 놀라는 건데...

석진: 아니 네가 나한테 석진이라고 부르니까...

탄소: 니 이름이 그럼 석진이지 석중이야?

석진: 여기서 우리 형 이름이 왜 나와

탄소: 그럼 무슨 이름이 나와야 하는데...




석진의 팔 한쪽을 끌어안고 예쁜 짓을 해대는 탄소를 보고 있노라니 뒤에 있던 호석이 탄식했습니다. 지민은 이미 고개를 돌린 후였죠.




호석: 아...

탄소: 어쩐 일?

지민: 누나 너무 극단적으로 반응하는 거 아니에요?

탄소: 내가 뭘 어쨌길래ㅎ




그렇습니다. 석진이 멤버들에 한해선 관대하게 이해해주는 이유.




탄소: 언제는 편애적인 사람이라고 했으면서

지민: 날 편애하던 거잖아요 그건

호석: 난 언제나 편애의 대상이었던 적이 없어서 그 정돈 익숙한 것 같네요, 뭐 씁쓸하지만

탄소: 괜찮아 어차피 김석진 말고 다 똑같으니까 상심할 필요 없어!

호석: (짠내)




탄소가 너무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거든요.




석진: 난 이래서 애들한텐 불안하지가 않아

탄소: 아니 좀 나한테 집착을 해줘봐

석진: 구속하는 애인 싫다고 하던데

탄소: 다른 사람이면 싫겠지만 너는 나한테 좀 그럴 필요성이 있어

호석: 야 지민아 우리 여기 왜 왔냐, 그냥 가자

지민: 형이 오자고 했잖아요 (어이 가출)




스물 둘의 김탄소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다들 말로 하진 않았지만 나름대로 생각이 깊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와서 비트를 짜던 윤기는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밖을 보면서 낮 동안 온통 그 생각에 묶여있었다는 게 신기하단 느낌을 받았어요. 한 사람의 과거를 만난다는 상상으로 긴 시간을 보내다니, 얼마나 특별하다고 여기고 있으면.


밀려오는 피로감에 잠깐 눈이나 붙일 겸 소파에 기대누운 윤기에게도 찾아온 어린 탄소는 석진이나 정국의 꿈과 달리 데뷔하기 직전, 쇼케이스 바로 전날 밤늦도록 연습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탄소가 자신의 뜻도 아닌 연예계로 데뷔하는 걸 거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을 시간. 왜 하필이면 이때인건지 암만 꿈이래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탄소: ...내가 아는 얼굴이랑 뭔가 느낌이 좀 다른데 혹시 말로만 듣던 민윤기 형님...?

윤기: 누나, 아니 탄소야아




무것도 모르겠다는 말간 얼굴. 경계 어린 몸짓. 속이 답답해진 윤기는 손을 꽉 쥐고 어렵게 말을 꺼냈습니다.




윤기: ...네 선택에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항상 원하던 평범한 일상 모두 포기해야 할 거야. 그렇게 아끼는 동생도 자주 보지 못할 거고 지금껏 지내온 일상보다 더 지친 매일이 이어지겠지.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서 지내는 누군가로부터 상처 받아 괴로워질거야. 겨우 진심을 보일 수 있다 생각한 상대방에게 철저히, 외면 받게 될 수도 있어. 같이 생활하고 있다는 자체에 신물이 날 정도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외로운 넌, 이렇게 어린 너는.




윤기: 많이 아플거고 때로는 감당 못할 시련에 벅차서 울고 싶어질 텐데 마음껏 울지도 못할 거야 그래도 괜찮겠어?

탄소: 엥 아니 저기... 얼굴 보자마자 그런 말을 하시면 제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윤기: 지금이라도 괜찮으니까 싫으면 솔직하게 싫다고 거절해도 돼, 애써 가시밭길 안 걸어도 되니까

탄소: 울 것 같은 얼굴로 거절하라고 하면 누가 넙죽하고 알겠습니다, 대답하겠어요




머쓱한 표정의 탄소는 휴지를 뽑아 자기보다 네 살 많은 스물 여섯의 윤기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연습이 중단된 것에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일단 우는 사람부터 달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탄소: 걱정해주시는 건 감사해요 근데 전 괜찮으니까 울지 마세요

윤기: ... ...

탄소: 딱 봐도 네다섯살은 많아보이는데 그럼... 이십대 중반? 후반? 그 나이에 이렇게 풍부한 감수성이라니 대단하네요 요즘 세상 많이 각박한데 힘내시고 화이팅하세요 전 정말 괜찮으니까!




웃는 얼굴을 끝으로 짧은 단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윤기: ... ...




오늘 작업하긴 땡쳤구나. 직감적으로 느낀 윤기는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꿈에서도 한결같아, 어떻게 된 사람이.




호석: 넌 아까 무슨 생각했어?

지민: 스물 둘의 누나를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이요? 나야 뭐 뻔하지 않나?

호석: ...반말하기?

지민: 내가 형인줄 알아요?

호석: 아님 뭔데?

지민: 모르면 말고요




그때의 누나는 아직 누구를 좋아하기 전이니까 고백해야지. 형이든 누구든 누나를 좋아하기 전이니까, 내가 제일 먼저 고백할 거야. 괜히 마음 찔려서 물러서지 않고 선수쳐야지. 무모하게 들이대고 차일 때 차이더라도 후련하게, 적어도 남의 입으로 내 진심이 들통나는 일은 없도록.




지민: 아, 나 그때 찍은 누나 사진 있을 텐데

호석: 너 그때 누나 안 좋아했잖아 (돌직구)

지민: 형이 그렇게 뼈를 때려버리면 내가 많이 아프잖아요

호석: 미안

지민: 괜찮아요 사실인걸 뭐 어쩌겠어

호석: 그래서 사진은 왜 찍은 건데?

지민: ㅎ;

호석: 아 뭔데에~

지민: 나도 몰라요, 순간 너무 예뻐서 혹했나보지

호석: 괜히 물었다가 귀만 버렸네 (후비적)

지민: 윤기형도 누나 예쁜 건 인정하는데 형은 왜 그래요?

호석: 몰라 소름끼쳐, 우리 누나보다 더 친누나 같애

지민: ... (할 말 잃음) ...정작 자기 누나는 예쁘다고 자랑하면서 탄소 누나한테만...

호석: 그래서 그때 찍은 누나 사진이 어딨다고?

지민: 말 돌리지 마요

호석: 진형한테 가서 확 불어버린다

지민: 잠깐만 있어봐요 갤러리에,

호석: 폴더명 뭐야;? 괄호 열고 중요 괄호 닫고?? 아니 뭔놈의 사진이... 이건 또 어디서 나온 사진이람;;

지민: 이거요? 이거 아마 아니쥬 활동 때 팬사인회에서 (종알종알) ...아, 찾았다! 이게 방금 말한 사진이에요 확실히 누나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 같네요 근데




아직 연애 생각 없던 때네.




호석: 왜 말을 하다 말어?

지민: 아무것도 아니에요 ㅎㅎ

호석: ...?




마음 속으로 해보는 고백.


그럼 나 좀 좋아해줄래요? 되게 욕심난다. 나쁜 마음이 막 들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채가고 싶어.


변함없이 여전한 누나라서 예나 지금이나 설레요. 기회가 생기면 바로 노릴 생각부터 하고 있을 만큼 많이요. 어차피 나 혼자 설레고 설레다 무뎌질 텐데 이 정도면 양호하죠. 누나를 조금만 더 일찍 좋아할 걸. 스물 둘에도 이렇게나 예뻤는데. 어느 때건 사랑스러웠는데 왜 몰랐을까. 진작 용기내서 고백할걸! 암만 봐도 아까워서 큰일났다.




호석: 지민이 광대로 등산하러 가도 되겠는데?

지민: 오바하지 마요

호석: ㅎ...




그래도 누나 덕분에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사랑이 뭔지 알았어요. 고마워요.




태형: 난 지금 필이 딱 왔어, 오늘 꿈에 누나 나올 거 같아 그러니까 일찍 자야겠어




설레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침대에 누운 태형. 그런다고 쉽게 잠이 오진 않는데 말이죠. 게다가 정국과 석진의 꿈에 차례로 다녀가느라 바쁜 어제를 보낸 탄소가 윤기의 단잠에도 재빨리 들어갔다 나오면서 지치진 않았을까요? 본체는 스물 일곱인데 멤버들의 느닷없는 과거 회상은 스물 둘이라니 참 재밌네요. 한편, 석진과 같이 있는 탄소는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 전해듣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탄소: 지금 내 나이가 스물 일곱인데?;;

석진: 사건사고가 많았으니까 만약 그때의 너를 만나게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많나보지

탄소: 말해봤자... 끽하면 누나 힘든 길 걸으려 하지 말고 그냥 애쓰지 마요 엉엉 이런 거 아냐? (윤기 팩폭)

석진: 엉엉 뭔뎈ㅋㅋㅋㅋㅋㅋㅋㅋ

탄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반말 하고 싶다면서 나대거나 (호석 저격)

석진: ....? ㅋㅋㅋㅋㅋㅋㅋㅋ

탄소: 당시의 누나는 정말 어른 같았는데 사실 무척 어린 나이였어요 힝힝, 아 이건 전정국이 할 법한 생각이다 (막내 잘알)

석진: 뭔데 그렇게 구체적이얔ㅋㅋㅋㅋㅋㅋㅋ

탄소: 근데 열일곱인 애가 스물 둘을 보면 당연히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맞음) 가끔 보면 애들이 너무 순수한 것 같아서 무슨 말을 못하겠어

석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탄소: 웃지만 말고 제대로 들어봐, 겨우 중학교 졸업한 애 눈에 대학생은 당연히 어른으로 보이지 그럼 뭐겠냐고

석진: 틀린 말은 아닌데 너무ㅋㅋㅋㅋㅋㅋㅋ

탄소: 당시의 저를 유일하게 그 나이에 맞게 봐준 사람이었는데 다시 보니 누나도 자기를 그 나이대에 맞게 대해줄, 그런 사람을 찾았겠구나 마음이 쓰라리다 아 감성 자르륵... 이런 생각이나 할 게 뻔하다 정말 (남준 간파)

석진: 그건 누군뎈ㅋㅋㅋㅋㅋㅋㅋㅋ

탄소: 몰라, 암튼 이런 애 있으면 가서 전해줘 당시의 네 나이가 어려서 어린 대접을 해준건데 왜 난리냐고... 난 알아서 잘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랐으니까 어쩔 수 없다 치는데 그거 가지고 혼자 불쌍하고 가련한 비극의 여주인공을 만드는 건 실례지 누가 보면 소녀가장인줄 알겠어 아주~! 정작 내가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물론 빡친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한텐 지한이가 있었단 말야 게다가 돈도 많고~ 룰루~~ 대학 그까짓거 안 가도 건물주 인생이었던 사람 누구? 나야 나~~

석진: 결론이 왜 그따위야?

탄소: 아무리 너라고 해도 우리 지한이를 욕하는 건 용서못해

석진: 뭐래... 너 약간 좀 브라더 콤플렉,

탄소: 요놈의 입, 입 입! (꼬집)




깨발랄하네요. 금방 본주제로 돌아온 탄소가 석진의 손을 조물거리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탄소: 여하튼 그래서 애들이 단체로 스물 둘 김탄소 비극의 여주인공 만들기 난장파티를 했다고?

석진: 너도 입이 문제야 입이, 글 썼다는 애가 뭔 작명센스가 이렇게 구려

탄소: 때릴거면 입술로 때려줬음 해

석진: 윤기가 너 변태라더라

탄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정할 수 없는 팩폭에 뼈를 맞아버린 탄소. 와, 이샛기 말 놨다고 아주 막 나가네.




석진: 무슨 생각해?

탄소: 으응 민윤기 참 기특하다고 ㅎ!

석진: 얼굴에 경련 일어나겠다 거짓말도 작작 쳐야지...

탄소: 넌 날 너무 잘 알아

석진: 좋아하니까

탄소: 어머어머 얘 말하는 것 좀 봐! (꺄항항)




온 몸으로 좋아하는 탄소의 반응에 빵 터진 석진은 같이 침대 위를 뒹굴었습니다. 같이 있기만 해도 행복해서 좋겠네요.




탄소: 아 자꾸 삼천포로 빠지잖아 나 완전 멋진 말하고 싶은데

석진: 난 가만히 있었어

탄소: 그래서 홀렸지

석진: 내가 여우도 아니고 홀리긴 뭘 홀려

탄소: 요새 보는 웹툰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짱잘 구미호가 암만 생각해도 너같아, 그러니까 내 다음 생은 이담이다

석진: 이담이 누군데?

탄소: 있어 웹툰 여주인공

석진: 그래서 하려던 멋진 말은?

탄소: ...또 까먹고 있었네 ㅎㅎ

석진: 금붕어야?

탄소: 아니, 개복치야

석진: 왜?

탄소: 너만 보면 숨이 멎는 개복치♡




그래서 한참 뒤에 겨우 나온 탄소의 멋진 말이란 무엇이었는가.


특별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늘 하던 얘기죠 뭐.




탄소: 스물 둘의 김탄소랑 스물 둘의 아무개랑 어떻게 같은 무게를 짊어지겠어 각자 사정이 있고 환경이란 게 있는 건데 나이만 놓고 따질 게 아니라 다른 걸 같이 봐야지, 애들은 자꾸 어린 나이에 너무 어른스러웠다 어쩐다 하는데 그때 애들 기준으로 보면 어른 맞아 지금도 마찬기지고 ...전정국이 그때 내 나이랑 같은 게 뭐 어때서? 나도 그만큼 나이 먹었어 얘네는 서른이 되어도 나보다 어리고 마흔이 되어도 동생들이야,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나보다 성숙하게 행동하진 못해




게다가 성공하고 싶다는 목표가 가장 컸던 민윤기나 김남준이 보기엔 나이를 떠나서 그냥 그렇게 보였던 게 당연해. 데뷔하고 나서 직접 본 것도 있고, 워낙 좁은 바닥이라 들은 것도 많았을 테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명한 내가 낯설었을 거고 스태프들이 직급을 떠나서 아는 체를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겠지. 그 사람들을 쳐내는 내가 멀게 느껴졌을 거야. 자기들은 그런 걸 상상도 못하니까.


유명 연예인이랑 아무렇지 않게 수다떨고 사진찍고, 연락하라며 인사하는 게 얼마나 신기했겠어.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데, 자기들도 몰랐는데 사실 엄청 친한 사이였구나. 이런 거 알았을 때 완전 낯설게 느껴졌겠지. 아직 잘 알지도 못하겠는 누나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면서.




탄소: 사람은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걸 경험한 상대방을 무의식적으로 더 대단한 인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막상 지금 나이에 스물 둘인 나 보면 어른스럽다는 생각 와장창일걸? 게다가 기억은 왜곡되기 마련이니까




상대적으로 익숙한 환경이라 덜 어색해하는 모습을 어른스럽다고 느낀 거야. 굳이 나이를 생각하면서 얘기하자면 또 그것도 그렇지. 자기보다 연하인 멤버들만 있는 팀의 스물 둘이랑 자기보다 연상인 멤버들만 있는 팀의 스물 둘. 누가 봐도 전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더 커.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어쩐다, 그거 너무 갔지. 그때로 돌아가면 걔네도 다시 어려지는데.




탄소: 내가 스물 둘인데 민윤기가 스물 여섯이면 많이 어긋났지, 그때의 민윤기는 스물 하나여야 맞는건데 내가 어렸던 건 알겠고 자기네들 어렸던 건 왜 몰라?

석진: 자기들 어렸던 걸 아니까 더 그러는 거지

탄소: ... ...

석진: 스물 둘이라는 나이만 같지, 다른 건 전부 달랐던 걸 아니까 더 마음 아픈 거고 이 상태에서 시간은 지나,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면 또 반복할 거야 지금의 넌 고작 스물 일곱의 나이에 이런 거 저런 거 다 생각하고 행동했구나 싶어서




동생들의 입장에선 그래. 같은 나이가 되었을 때 체감하는 형 또는 누나의 무게가 너무 숨막히고 버거워서 그때 이걸 어떻게 버텼을까 궁금하고 대단하고, 마음이 아리고. 자기보다 더한 압박을 받았을 텐데 정말 힘들었겠다, 생각하고. 평생 자기는 모르고 지낼 테니까 더 걱정이 되는 거야.




석진: 내가 우리 형을 생각하면 그렇거든 애들도 마찬가지겠지




집안에서나 팀에서나 맏이의 입장만 겪어본 탄소가 모르는 동생들의 입장을 아는 석진. 조곤조곤하게 일러주는 말에 시선을 떨군 탄소에게 조금 전 문자를 보낸 태형의 소식을 알려주네요.




석진: 오늘 꿈에 네가 나올 것 같은데 잠이 안 와서 큰일이래, 태형이가

탄소: ...그래서?

석진: 다녀오라고 하는 말인거 알잖아




망설이는 탄소를 욕실에 밀어넣고 씻는 동안 잠자코 기다리던 석진은 천천히 나온 탄소를 앉혀놓고 머리를 대신 말려주며 영 신경 쓰이면 같이 있어줘도 괜찮다며 웃었습니다. 직접 태형의 방문 앞으로 데려간 석진이 내일 아침에 보자며 자기 방으로 돌아가네요. 주저하다가 벨을 누른 탄소는 금방 열리는 문 틈새로 보인 태형의 얼굴에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태형: 진짜 누나에요?

탄소: 나 보고 싶어한다길래,

태형: 거짓말 안 하고... 진짜 누나? 아, 좀 누나 생각하다가 오히려 잠이 다 깨가지고 되게 싱숭생숭했거든요 보고 싶다는 생각하자마자 짠하고 나타나니까 마법 같다




나란히 침대에 누워 태형이 보여주는 사진들을 물끄러미 넘기던 탄소가 말이 없자 태형은 막 데뷔하고 누나랑 자기가 짱친이었을때 찍은 사진들이라며 한장 한장, 사진마다 담긴 일화를 얘기했습니다.




태형: 이건 누나 자고 있을 때 찍은 거

탄소: 교복 입고 있네

태형: 학교 갔다 오는 날이었는데 누나가 차 안에서 자고 있었어요, 나랑 지민이 데리러 매니저 형이랑 같이 왔었는데 많이 피곤했었나봐요

탄소: ... ...

태형: 이거는 누나 생일에 내가 팔찌 사준 거, ...아직 갖고 있어요?

탄소: 네가 준 건데 당연히 가지고 있지

태형: 정말?

탄소: 한국 돌아가면 보여줄게, 아까워서 제대로 하고 다니지도 못했어

태형: 어 그 정도로 좋은 건 아닌데...ㅎ... 이제 더 멋진 거 선물할 수 있으니까 너무 아까워하지 마요 누나 ...아, 요 사진은 누나랑 같이 햄버거 먹으러 나왔을 때!

탄소: 이건 나도 기억난다 네 생일선물로 신발 사줬을 때잖아

태형: 완전 감동, 이 신발 진짜 좋아했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탄소: 목소리 보니까 졸린 것 같은데 그만 잘까?

태형: 아니요

탄소: ...자야지 그럼 안 자?

태형: 나 잠들면 누나 갈 거잖아요

탄소: 안 가고 옆에서 같이 잘 거야

태형: 그치만 형이,

탄소: 김석진이 보냈어

태형: ...좀 울어도 돼요? 되게 감동적이다

탄소: 아직도 혼자 못 자고 그래...? (의문)

태형: 그건 아닌데 말했잖아요 누나 보고 싶었다고

탄소: 겉만 자랐지 속은 아직도 열아홉 그대로네

태형: 그래서 지금 너무 만감이 교차해요




시간이 이만큼 지났는데 난 아직도 누나 앞에선 열아홉이고 어린애 같아서.




탄소: 열아홉까진 아니어도 어린 건 맞지

태형: 정국이는 나한테 애기에요

탄소: 페스타에도 적었잖아 추천하는 책에 동화책이라고 쓰고

태형: 그럼 옛날에 누나 이때 진짜 어렸구나

탄소: ... ...

태형: 아직도 정국이가 애기로 보이는데 우리 데뷔했을 때 누나 나이가 지금 정국이랑 동갑이었구나 전혀 상상도 못했어요 나한텐 언제나 어른으로 보여서... 그럼 고작 스물 둘인데, 아직 어렸는데,




그동안 탄소의 나이를 딱히 생각하지 않고 지낸 태형. 그냥 누나는 항상 누나였으니까요. 낮 동안 형들과 함께 스물 둘의 탄소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다 깨달은 사실에 무척 놀라는 건 당연했습니다. 같은 막내라인이지만 두 살 어린 정국을 더 애처럼 보는 태형에게 그와 같은 나이에 데뷔했다는 탄소가 마음 쓰이지 않을 리는 없죠.




태형: ...진짜 우리 누나 어떡해요 이제 행복만 해야겠다 정말 정말로

탄소: 왜 우는 얼굴을 하고 그래

태형: 울진 않을 건데... (울먹)

탄소: 잘 울지도 않는 애들이 내 앞에서 유독 잘 우는 거 같더라 (머쓱)

태형: 이제 누나 귀찮게 안 할게요

탄소: 네가 언제 귀찮게 했는데

태형: ...지금도 나 때문에 석진이형하고 같이 있다가 와서 편하게 못 자고,

탄소: 나한테 김석진만큼 소중한 게 너희들이야 물론 김석진을 더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널 싫어하는 소리는 아니잖아

태형: ... ...

탄소: 편하게 자고 말고가 중요한 것도 아니지, 당장 내 동생이 악몽을 꾸게 생겼는데 혼자 넓은 침대 굴러다니면서 자는 게 더 우선이겠어?

태형: 누나가 내 동생이라고 말하는 거 처음 듣는데...ㅠㅠㅠ

탄소: ...왜 여기서 감동하는 거야...

태형: 너무 좋아서요 (큽)




정말 눈물 흘리면서 우는 건 아니지만 훌쩍이는 소리를 내는 태형을 달래기 위해 토닥토닥 안아주는 탄소. 그리고 먼저 잠들었습니다. 역시 사람 체온에 약한 특성은 어디 가지 않네요.




태형: 누나 자요?

탄소: ... ...

태형: 좋은 꿈꾸고 잘 자요 누나




어제를 견디고 오늘을 보낸 만큼 다가올 내일이 무엇보다 눈부신 하루이길 바라요.


눈을 뜨는 아침, 아무것도 두렵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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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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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42.10
청포도에요!! 항상 작가님의 글에 탄소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네요ㅎㅎ오늘도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5년 전
독자1
초록하늘입니다
아 정말
생각이 많아지네요
오늘도 잘 읽고 가요!

5년 전
독자2
홉흅이에요!!! 서로에 대해 생각하면서 서로를 ㅇ해하려고 하네요ㅠㅜㅜㅜ 잘읽고갑니당
5년 전
독자3
두유망개에요 울컥하네요ㅠㅠㅠㅠㅠㅠ 정말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ㅠㅠㅠ
5년 전
비회원219.232
밍숭늉입니다ㅠㅠㅠ 방홍왜남김만 보면 왜이렇게 슬픈지.. 아 ㅠㅠ 사랑해요..
5년 전
비회원19.154
방보라해탄이에요
특별편2ㄴ.ㄴ 생각이 참 많아지게하는 구ㅡ

5년 전
비회원19.154
방보라해탄이에요
특별편2ㄴ.ㄴ 생각이 참 많아지게하는 것 같아요
언제나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은 여주가 안쓰롭다는 생각이 들어요ㅠㅠ

5년 전
독자4
동생들을 잘 아는 여주 모습도, 석진이 말도 공감되고 안쓰럽고 보기 좋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5년 전
독자5
0846이에요 동생들이 생각하는 그때의 누나가 너무 슬퍼요 석진이가 해주는 말들이 너무 공감되고 그때의 탄소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도 생각하게 되는것 같아요 오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8
5년 전
독자6
하...드디어 정주행 다했네요 계속 평일에도 이거보느라 늦잠자고 그랬어요 계속 바로바로 다음 내용 넘겨보느라 댓글도 못달았어요ㅠㅠ 너무 늦어서 암호닉 신청은 못했지만 계속계속 댓글 달게요! 이 좋은 글에 댓글을 안달고 그냥 가는건 제 양심에 찔릴거같거든요ㅎㅅㅎ 작가님은 글써주시고 독자인 저는 댓글달고 이정도면 쌍방인가요..? 암튼 오늘도 잘보고가요! 다음화부턴 글에대한 댓글 달게요! 글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5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5년 전
독자7
앗 다행이에요ㅠㅜ 저는 뒷이야기 04까지만 받으신다고 잘못봐서ㅠㅜㅜ 그럼 저 곰더리로 암호닉 신청할께요!! 작가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5년 전
비회원247.234
김어빠 탄소갘ㅋㅋㅋㅋ 애들이 자기를 보면 어떻게 반응할지 너무 잘 알아서ㅋㅋㅋ 역시 방잘알 김탄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기가 말하는 것도 짠하구,,, 남준이가 말하는 것도 짠했는데,,, 막상 탄소 잎에서 나오니까 본인이 자각하는 것보다 애들이 더 본인을 사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5년 전
독자8
싹이입니다!!역시 애들을 잘 알고있어 정말ㅠㅠㅠㅠㅠ여주가 힘들었다는게 정말 보이네요ㅠㅠㅠㅠㅠ
5년 전
독자9
스리에요ㅠㅠㅠ추석은 잘보내고있으신가요? 저는 덕분에 매우 아침부터 행복해요ㅠㅜ 이런특별편도 너무좋아요
언젠간 지민이가 진짜 여주를 보내줄수있는날이 올때쯤 그땐 저는 광광울거에요ㅜㅜ 사랑해요♡

5년 전
독자10
소소입니다!! 여주가 역시 애들을 잘 알고 있는게 제가 다 뿌듯해요ㅠㅠㅠㅠ
5년 전
독자11
여주는 22살의 여주를 보면 무슨 얘기를 해줄까 생각하면서 읽었더니 더 눈물 터지는 그런 느낌...ㅎ 진짜 어떡하년 좋지 완전 여주 내 눈물ㅈ ㅣㄹ ㅚ야
4년 전
독자12
ㅠㅠ태형아 ㅠㅠㅠ💜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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