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게 뭔줄 알아?
: 김석진 첫사랑은 좋겠다
탄소: 이 결혼 해도 괜찮은 걸까
호석: 석진형 방에서 지금까지 뒹굴다가 나온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탄소: 난 왜 김석진의 처음이 아닌거지? 나만 처음이야 나만... 몸도 마음도 나만 처음이야...
호석: ....???????
호석은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설마 방에서 안 나오던 이유가 그렇고 그런...?
탄소: 표정이 영 구린데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호석: 아, 역시 아니죠?
탄소: ㅎ,,, 내가 그만 보라고 하지 않았니? 뼈 삭는다고 했잖아,,,
호석: 아 요새 안 봤어요! (울컥)
윤기: 뭘 안 봐?
호석: 그거요!
윤기: ...그게 뭔데?
호석: 누나가 작작 보라고 하는, 거 있잖아요!
윤기: 누나가 작작 보라고 하는 거면... 진형? 너 설마...
탄소: 뭐야 정호석 그렇게 안 봤는데 이젠 하다하다...!
호석: 아 뭔데!
호석의 수난시대. 탄소와 윤기가 서로 투닥거리지만 않는다면 정말 최고의 쿵짝이란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어쨌거나 탄소는 요즘 석진의 첫 여자친구가 궁금해 미칠 지경이라고 하네요. 왜냐면,
정국: 남자의~ 첫사랑~ 무덤까지 간다고~ 사랑의~ 기준은~ 언제나 너였어~~
탄소: ? 야 전정국 너 잠깐만 일로 와봐
정국: 왜여?
탄소: 그거 노래 맞아?
정국: ;;;? 그럼 노래가 아니고 뭐겠어요
탄소: ...헐 진짜 있는 노래네?
정국: 뭐야 누나 이상해... 나 갈래요
탄소: 가든가 말든가
정국: ;;;;;;
정국이 흥얼거리던 노래의 정체는 에프티아일랜드의 남자의 첫사랑은 무덤까지 간다, 였습니다. 탄소에게 매우 큰 고민을 안겨다 준 문제의 노래죠. 남자한텐 첫사랑이 그렇게 소중해? 아니, 침착하자. 침착해 탄소야. 네 상황을 떠올려보자. 넌 첫사랑도 없었니?
탄소: 씨바 김석진이 첫사랑이잖아요...
윤기: 뭐야 누나 왜 저래?
정국: 몰라요... 이상해...
탄소: 그동안 인생 헛살았어... 맨날 나만 처음이라 설레죽고 김석진은 그래봐야 이미 해본 건데...
호석: 아 진짜 누나 단어 선택 좀 올바르게 합시다!
탄소: 니 정신머리가 불건전한 걸 왜 내 탓으로 돌리는데 이 양반아!
석진은 탄소의 지나친 애정에 오히려 불안을 느꼈다면 탄소는 반대인데요. 표현하는 만큼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지만 적어도!
탄소: 내 청혼에 대한 대답은 예스인지 노인지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냐!
남준: 이미 끝난 얘기 아니었어요?
탄소: 네가 결국 결혼할 사람은 나야, 이게 대답이니? 내가 김석진하고 결혼하는 건 당연하고 김석진이 나랑 결혼하는 건 고려해본다는 거야 뭐야
남준: (뭔 소리야)
탄소: 반지 호수를 안 알려주는거면 거절인가?
남준: 설마 커플링 맞추고 그럴 생각으로, ...ㅎ 아니죠?
탄소: ...알았어, 다이아 박아서 생일선물로 주려던 생각 접어두도록 할게... 후, 아니 왜, 이 남자가 내 미래남편이다 말을 못해? 주변에 여자가 없어? 아니? 조올라게 많아서 환장파티잖아! 진짜 김탄소 이 미친아 넌 왜 아이돌이랑 연애를 한다고 난리쌈싸라를 해서... 김석진은 왜 잘생겨서... 물론 그게 최고지만... 김석진은 왜 이름도 김석진이어서... 왜 이름부터 설레게 생겨서...
남준: 진정하세요 누님 진짜 주접 떠는 거 장난 아니네요
탄소: 이러다가 결혼하는 날에 뜬금없는 첫사랑 타령하면서 나 버리고 가면 어떡해?
남준: 형이 그렇게 비인간적이진 않아요...
탄소: 아 왜 첫사랑이 무덤까지 가고 쳐 X랄인데!
지민: (화들짝)
탄소: ? ㅎㅎ 지민이 안녕...
갑자기 분위기 박지민. 남준은 체하는 줄 알았습니다. 러브메이즈의 남준 가사. 네가 밀면 넘어질게 날 일으켜줘. 내가 당겨도 오지 않아도 돼. 탄소도 그와 비슷한 입장이지만 석진은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차라리 밀어버리고 일으켜줬으면. 손 내밀면 잡아주고, 당기면 와주는데 정작 먼저 뭘 하는 법이 없잖아요. 며칠 사이 이어지는 탄소의 첫사랑 타령에 질린 남준이 석진을 찾아갔습니다.
남준: 누나한테 표현 좀 해줘요 형
석진: ...어?
남준: 물론 본인 입으로 옆에 있어주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지만 그래도 사랑은 일방적인 게 아닌 거 잘 알잖아요
석진: ... ...
남준: 할 말 있어요?
석진: 내가 왜 탄소한테 표현하고 싶어도 조심스러운지 알아?
남준: ...그래요? 왜요?
석진: 주변에서 욕할까봐 그래
남준: 예?
석진: 아니 김탄소 좀 예뻐? 걔가 평범한 구석이 어딨어, 노래 잘하지 춤 잘 추지, 키도 크고 얼굴도 요만한데, 막 어딜 가나 소개시켜달란 말은 들어오고 그런 애인데 나만 좋아해, 근데 여기서 나도 탄소한테 똑같이 해봐 친구들이 너 복에 겨웠다고 욕한단 말야
남준: ...ㅎ;
더 들을 것도 없는 내용이라 자리를 박차고 나온 남준은 호텔 로비를 돌아다니며 과자를 먹는 탄소를 발견합니다. 무슨 생각을 한다고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건지, 분명 석진의 첫사랑에 대한 고민일 게 뻔하지만요. 정작 석진은 자기가 과거에 사귄 여자친구가 있긴 했는지, 살면서 탄소 말고 다른 이성이 존재했는지도 모를 만큼 탄소만 생각하는데 참 쌍방삽질이 대단합니다. 왜 이 둘은 이어진 후에도 이러고 있을까요.
남준: 누나만 아니었어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다
탄소: 김~남준이 이렇게 하극상을 벌이죠~
남준: ?! 들렸어요?
탄소: 나 청력 완전 좋거든
이튿날. 본인 개인 무대에 오르기 전 석진을 찾아간 탄소가 한쪽 무릎을 꿇고 장미 꽃다발을 내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태 점검해야 할 사람이 참 로맨틱하겠다고 가지가지해요.
호석: ㅋㅋㅋㅋㅋㅋ미쳤나봨ㅋㅋㅋㅋ
탄소: 이 꽃은... 조화야...
석진: ... ...
탄소: 평생 시들지 않는 이 꽃처럼 널 조화해... (수줍)
태형: 나 속 울렁거려
지민: 울렁거리면 양반 아냐? 내 앞에서 자랑하지마, 누구는 지금 몇 번째로 차이고 있는건지 세지도 못하고 있는데...
정국: 큽, ㅋㅋㅋㅋㅋ ㅎ, 아 지민형 아 미안해요 아 내가 비웃은 게 아니고, 악, 아 아파요!
윤기: 맞아도 싸다 전정국 (그러는 본인도 웃음 참느라 입꼬리 경련 옴)
남준: 지민이가 언제부터 저런 말을...
장미꽃다발 속에서 나온 반지에 다이아가 박혀있는데요.
석진: 이건 또 뭐야...
탄소: 결혼 예물
매니저: (푸흡)
해외투어를 돌면서 시차 적응은 진작 끝냈는데 왜 정신을 못 차리는 건지 탄소를 이해할 수 없는 매니저. 몇 년을 봐왔지만 참 한결같이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얼굴도 모르는 석진의 첫 여자친구에 대한 탄소의 질투는 어디까지 가게 될까요? 그날 공연이 끝나고 탄소의 방에 찾아온 태형은 침대 위에 대자로 뻗은 탄소를 물끄러미 내려다봤습니다. 어째 살이 좀 붙은 것도 같고. 얼굴에 반질반질한 윤기가 도는 것 같네요.
태형: 미국 와서 기름진 것만 먹더니...
탄소: 너도 같이 먹었다
태형: 누난 형이 그렇게 좋아요?
탄소: 앞뒤 맥락 상관없는 화법 좀 고칠 생각은 없니?
태형: 내가 보자 보자 하니까 하던 말도 막 무시할 만큼 만만한 보자기로 보이죠
탄소: ...어? 그게 아니라,
태형; 여보자기, 흐흫
탄소: ?
태형: 누나가 형한테 뭐라고 하든 나도 만만치 않을 걸요~
탄소: 정말 당황스러운 걸?
거창 오빠와 서울 누나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졌다는 말은 유명했는데, 막상 서울 누나는 거창 오빠의 유별난 개성을 낯설어하는 모양입니다.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아직도 적응이 안됐나보네요.
석진: 내가 살다가 살다가 다이아 박힌 반지로 결혼 예물을 다 받아보네, 근데 이거 신랑이 신부한테 하는 거 아냐?
윤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석진: 얘 내 반지 호수는 어떻게 맞췄대? (소름)
윤기: 아 나 진짜 그 누나 때문에 미치겠넼ㅋㅋㅋㅋㅋㅋㅋㅋ
석진: 와, 내 생일 각인해놨어...
석진은 마치 잘생기고 돈 많고 자상한 예비신랑에게 사랑받는 어린 신부가 된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하필이면 예물이라고 반지를 줘서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 것도 있고요. 옆에서 석진의 생일이 각인된 반지를 구경하던 윤기는 아무렴 어떻겠냐며 웃기 바빴습니다.
윤기: 성별을 떠나서 누나는 정말 최고의 이상형이에요 형ㅋㅋㅋㅋㅋ
석진: 난 탄소가 좋은거지 걔가 가진 돈을 좋아하는게 아니야...
윤기: 누나도 형을 좋아하는거지 형의 얼굴을 좋아하는건 아니랬어요
석진: ㅎ; 그냥 네 방 가서 자라
윤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곡 작업도 미뤄두고 한참 끅끅거리며 웃다 돌아간 윤기는 비트를 짜다가도 탄소 생각에 흐느꼈다고 합니다. 진짜 정상은 아니야, 그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