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지?
: 누나한테 예쁨 받으려고요
지민: 오랜만이네
지한: 나 조만간 퇴원한다
지민: ...와, 너 진짜 회복 속도 장난 아니구나
지한: 누나한텐 비밀이야
지민: 왜? 엄청 좋아할 텐데
지한: 퇴원해도 어차피 병원은 와야 돼, 더 괜찮아지면 그때 말하려고
지민: 영상통화하면서 바로 들키지 않아?
지한: 너한테 말하는 이유가 그거야
지민: ...ㅎ
지한: 누나가 나한테 영상전화 걸겠다고 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지민: 내가 하루 종일 누나 옆에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래, 거기다 니 말을 안 들으면 누구는 오죽하려고?
지한: 작고 귀여운 거에 약하니까 혹시 모르지
지민: 야 끊어
지한: ㅋㅋㅋㅋㅋㅋ 미안
많이 밝아진 지한의 목소리. 곧 퇴원한다는 말에 시간을 헤아리다 벌써 몇달 전의 일이구나, 놀란 지민입니다. 그래도 워낙 크게 다쳤던 몸이니 한참은 더 입원하고 있을 줄 알았거든요. 문득 아주 오래 전, 자신이 탄소에 대한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게 되었던 계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때 탄소도 상당히 늦은 치료 시기였지만 빠른 속도로 부상을 회복한 기억이 나는데요. 집안 유전자가 참 대단한 건지 뭔지... 새삼 감탄스러운 지민이 지한의 농담에 욱하며 전화를 끊으려 하자 영 찝찝한 사과가 신속히 전해집니다.
지한: 근데 진짜야, 누나가 작고 귀여운 거에 약한 거
지민: 됐거든
지한: 예전에 짱아 키웠을 때도 엄청 예뻐했어
지민: 아, 누나 고양이 키웠댔지
지한: 넌 ...뭐더라 나 그거 봤는데, 아, 개냥이? 강양이? 그거니까 대충 비슷하잖아
지민: 그건 또 어디서 본 건데
지한: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누나 좀 부탁할게 하루 종일은 아니어도 반나절 넘게 얼굴 보는 건 사실 아냐?
지민: 넌 부탁하는 태도가 글렀어 임마
지한: 존경하는 지민님 부탁드리옵니다
지민: 그리 애걸복걸하는 것을 어찌 모른 체 할까, 내 특별히 받아주도록 하마
지한: ...ㅋ...
지민: 뭐 왜
지한: 아무것도 아냐
간단한 안부인사가 오가고 통화는 종료되었습니다. 영상 전화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라니, 내가 무슨 수로? 골똘히 생각하던 지민은 약간 어이없는 방법을 떠올렸습니다.
지민: 누나가 나한테 정신 팔려서 아무 생각 못하게 하면 되나?
그로 인해 시작된 지민의 탄소한테 관심 받기 대작전^^! 별다른 방안은 없고 그냥 머릿속을 스치고 가는 게 이것뿐이었다고 하네요. 약간 사심도 섞인 기분이에요.
탄소: 당신 조지 부시야?
윤기: 어디서 주접 부리는 것만 날로 늘어와선... 이번엔 뭔데?
탄소: 내 맘을 조지고 부시잖아
석진: (부끄러움)
호석: 아...
탄소: 아니 난 김석진한테 한 말인데 반응은 왜 니들이 하는 거야?
남준: 누나, 영어로 키스가 순우리말로 뭐게요
탄소: 개뜬금없다 정말... 입맞춤 아니야?
남준: 그거 말고요
탄소: ...주둥이 박치기? 주둥이 접선?
남준: 그걸 줄이면 주접이죠
탄소: ?
남준: 누나 주접 장난 아니라고요
탄소: 얘 아무말 쩐다
호석: 누나 때문이잖아요!
탄소: 자기야 얘네가 나 되게 미워한다
윤기: 고막 썩잖아
탄소: ...아 왜 이렇게 버르장머리 없게 들리냐
석진: 저건 존댓말로 해도 기분 나쁜 말이잖아...
탄소: 뭐야 내가 예민보스인줄
남준: 누나가 자기라고 불렀는데 형 놀라지도 않는 것 봐
호석: 어머 어머 웬일이래~!
탄소: 쟤네가 방탄만 아니었어도 한대 쳤다
윤기: 근데 난 왜 치는데
탄소: 기분 나빠서ㅎ
석진: 아 뭐하는뎈ㅋㅋㅋㅋㅋㅋㅋ
그 무렵 탄소는 어김없이 형라들과 모여 반복된 상황에 갇혀 있습니다. 전에도 말했죠. 나랑 얘는 왜 항상 이 패턴이야? 탄소가 멤버들을 잘 파악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아무래도 한결같이 일관된 일상의 되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콘서트 공연하랴, 다른 스케줄 소화하랴 해외에 나와서 한참 바쁜 시기에 지민은 이 즈음부터 탄소에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다가갔다고 합니다.
정국: 얼마나 깔았을까
지민: ... ...
하루는 신발에 자신감 좀 넣었다고 막내에게 극딜 당하던 지민인데요.
탄소: 하늘 위를 나는 기분인가요?
애가 대체 누굴 닮아 이렇게 까불거리나 싶었는데 사춘기를 보내던 시절, 가장 가까이에서 정국을 육아하듯 돌본 당사자가 김탄소라고 합니다. 탄식이 나오는 순간이죠.
지민: 누나 미워요
탄소: 그런 말 들으면 속상해
정국: 속상하다잖아여
다른 때였다면 입술 한 번 삐죽이고 말았을 지민이지만 지한에게서 들은, 귀엽고 작은 것에 약하다는 말이 떠올라 일부러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냥 갑자기 신경이 쓰여서요. 나도 마냥 작고 귀여운 거 아닌데. 팀에서 귀여운 것도 나, 섹시한 것도 나라고 다들 인정하는데 누나는 맨날 귀엽다고만 생각하니까!
탄소: ...?
호석: 하극상 쩐다
눈썹 한 번 씰룩이며 탄소의 볼을 꼬집은 지민을 본 호석. 항상 반복되는 패턴을 벗어난 지민에게 당황해 굳어버린 누나가 재밌어 보입니다. 얼마나 높아진 건지 정국보다도 키가 커진 지민과 운동화를 주로 신는 탄소는 지금 이 순간, 지민보다 탄소가 더 작아보였는데요. 귀엽고 앙증맞은 지민이 저보다 커진 걸로 모자라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예고없이 불쑥 몸에 손을 대는 법이 없던 것마저 잊어버리니 충격이 큰 모양입니다.
정국: 형 되게 용감하다
탄소: 내가 아는 애가 아닌 거 같은데...
지민: 나도 누나한테 관심 받고 싶으니까요
호석: 못 들을 거 들었다 정말
지민: 왜 항상 뻔하게 행동하냐고 말한 건 누나잖아요, 뭘 그렇게 놀라요?
탄소: 도발하는 건가?
정국: 어, 음...
지민: 나 봐요
탄소: ...???
호석: 지민이가 부릅니다, 누난 내 여자니까
탄소: 나대지마
윤기: 너~라고 부를게
탄소: 아 미친 정호석 갠팬샛기...
지민이 마음 먹고 수작 부려도 결론이 이렇지만요.
지민: 누나 뭐해요?
탄소: 지한이한테 나 어디 가는 지 보여주려고!
지민: ...!
다급한 위기 의식이 찾아온 지민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잠시 사랑을 미뤄두고 우정을 앞세웁니다.
지민: 시차가 있어서 한국은 지금 밤일텐데 지한이 말고 내가 대신 보면 안돼요?
탄소: 뭐를?
지민: 지금 이렇게 수트 입고 있는 누나 모습, 내가 봐뒀다가 지한이한테 전해줄게요
탄소: 그럴 바엔 그냥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두는 편이...
지민: 뭘 입어도 예쁜 누나였다고 말하면 되겠죠?
탄소: 예???
지민: 그리고 나랑 커플룩이라고 해야지
탄소: 그게 무슨 망측한...? 그렇게 따지면 너 지금 방탄 전부랑 커플룩 맞춘 거야...
지민: 의미 부여는 누나한테만 하는 걸요
탄소: 나 되게 부담스럽다
지민: 그러라고 들이대는 거잖아요, 몰랐어요?
탄소: (황당)
지민: 나 말고 다른 생각하지도 말고 어디 보지도 못하게 하려고
사실은 지한에게 영상통화 못 걸게 하려고요.
지민: 이름도 비슷한데, 지한 지민
탄소: 얘가 왜 이럴까
지민: 태형이만 안아주지 말고, 정국이만 예뻐하지 말고, 같은 막내고 동생인데 차별없이 관심 달라고요
탄소: 민윤기네 홀리가 슈퍼관종이라는데 혹시 같은 부류니?
지민: ㅎ,,, (그래도 전화 거는 건 막았다)
탄소: 차별없이 예뻐하고 안아줄 테니까 칭얼대지 말고 다가오세요, 박지민씨
지민: ...어
웃는 얼굴 반칙이라니까 또 예쁘게 웃어. 내가 진짜 아직 모르는 건 많아도 누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알고 있어요. 굳이 상기시켜 주지 않아도 잘 아는데 너무하네. 아니지, 이번엔 내가 제 무덤을 팠구나.
윤기: 둘이서 뭐해?
탄소: 니 뒷담화
윤기: 굉~장하다
탄소: 아무렇지 않게 웃는 것 좀 봐, 너무 소름돋지 않니
지민: 아 장난 아니죠
윤기: 너까지 이러기야?
지민: 방금 누나한테 새삼 반했거든요
탄소: ...ㄴ, 네?
지민: 석진이형 진짜 전생에 나라 구했나봐, 나도 이번 생에 좋은 일 많이 해서 다음 생에 누나 만나야지
윤기: 저게 고백이야 뭐야...
지민: 다음 생의 누나한테 미리 고백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그걸 모른대?
탄소: 이 흐름에 따라갈 수 없는 걸
지민: 그땐 누나가 나보다 어렸으면 좋겠어요
윤기: 너도 말 놓고 싶어?
지민: 마음껏 예뻐해주게
탄소가 결국 달아났습니다. 한참 웃던 지민이 지한에게 문자를 보내네요. 자고 일어나면 봐라. 너한테 영상통화 못 걸게 막는다고 이상한 소리 완전 많이 했어.
윤기: 그렇게 좋냐
지민: 한창 접어가는 중인 마음이니까 다시 펼치고 싶은 생각 들게 하는 말은 거절할게요
이대로 가면 정말 누나한테 동생으로 다가설 날이 머지 않은 것 같아요. 후회하지 않도록 표현하고 있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