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24/7 1년 내내, 너를 그리다 BGM 말해줘요 - 타루 w.bom×2 꽤나 소란스러웠다. 이 동네 부근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용국에게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너는 없었다. 너를 흉내낸 밀랍인형 하나 뿐이 싸늘하게 뉘어 있었다.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너를 볼 수 없었다. 피는 딱딱하게 굳어 제 색을 잃었고, 너는 뭐가 그리 미련이 남았는지 눈도 못 감은 채로 초점을 잃어버렸다.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네 손에 들린 흰 꽃은 너를 대신하듯, 생생히 피어있었다. '아무도 슬퍼해 주지 않을까봐. 꽃 한송이라도,' 네가 평소에 누누이 말했던 그 말이 내 가슴을 아렸다. 너와 대조되듯 아직 싱싱하게 피어있는 그 꽃을 조금 더 세게 쥐어주었다. * "형, 나는 아무도 없어요. 아무에게도 없어요." "나는." "형은.." 그냥, 형이잖아요. 대현이 쓰게 웃었다. 손에 들려있는 작은 병을 쉴 새 없이 만지작거렸다. 병 안에 들어있는 알약들이 달그락거리며 소리를 냈다. 제 시선 아래 있는 동글동글한 정수리를 보며, 용국은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보지 못했다. 더 나쁜 놈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일종의 자기합리화이자 회피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곧 대현이 고갤 들어 용국과 시선을 마주했다. 축축히 젖은 두 눈이 크게 일렁였다. 요즘 많이 피곤했다 보다, 눈 밑이 어둡네. 말을 돌리기 위한 나름대로의 시발점이었다. 대현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말을 돌리는 용국이 원망스러웠다. 죄스러운 기분이었다. 자신이 꼭 죄인이 된 것 같아서. "형이 제일 미워요." "..왜." "형만 없으면 나 맘놓고 떠날 수 있는데. 형이 계속 미련만 남게 하잖아." "그럼 안 가면 되잖아. 굳이," "그러기엔 내가 너무 지쳐." 대현이 용국의 말을 끊어 단호하게 대답했다. 형, 답답해. 형도 답답하고 나도 답답해. 대현이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손에 힘이 풀려 병을 놓치자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알약이 도르르 굴러 대현에 발치에 닿았다. 고요했다. 누구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숙연의 뜻이었다. 대현이 일어서 먼저 자리를 떴다. 홀로 남은 용국이 묵묵히 유리 파편들을 주워 담았다. 병 안에 접혀 들어있던 종이 조각에 선명히 적혀있는 글자가 용국의 마음을 애렸다. '우울증 및 불안장애' * 네가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밤, 너는 유난히 예뻤다. 달빛 때문인지 네 눈은 더 선명히 빛났고, 신비로웠다. 더운 오후 날씨에 맞춰 입은 무지 반팔에 드러난 네 팔뚝에는 갖가지 상처와 흉터들로 가득했다. 마치 널 보는 듯 했다. 지울 수 없었다. 네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그러나 소리가 공기를 메우지는 못했다. 서로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네 감정. "달이 참 크고 예뻐." "..." "별도 예뻐. 빛나고." "현아, 너도 그래." "별이 되고싶어. 그 땐 바라봐 줄래요." 그러면, 나 이제 미련마저 없을 것 같아. 아니라도, 맞다고 해 줘요. 지쳐 보였다. 네 표정, 몸짓, 말투 하나하나가 말 해주고 있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기엔 네 마음이 너무 커버려서, 그러지 못했다. 입술이 말라갔다. 말을 꺼내지 못했다. 미안하다고, 내가. 노력해보겠다고. 어느 새 네가 부쩍 커버려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난 사실.. "이제 아니라고, 안된다고 그만하고.. 한번만, 한번만 맞다고 해 줘요." "..현아, 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심이 담겨있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 혼자 믿을게. 내 감정이 맞는거라고." 생각보다 널 좋아한다고. 지금도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말라 비틀어진 꽃에 물을 준다고 다시 살아나지 않는 것처럼, 네가 꼭 그랬다. 더욱 썩고 문드러지게 만들 뿐 이었다. 이젠 독이 되어버렸다. 우린 생각보다 더 어긋나 있었다. 흙바닥에 작대로 아무렇게나 그린 그림처럼, 불분명하고 약했다. 네 표정은 더욱 일그러지지 않았다. 더이상 일그러질 것이 없었다. 숨소리만이 고요한 공중을 메웠다. 그의 말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맞아." "..." "난 생각보다 더 어리석어. 네 생각보다 난 더 많이.." "형," "널 좋아해." 마지막 말을 내뱉자 대현이 고개를 숙였다. 흙바닥이 조금씩 젖어들어갔다. 잠깐이지만 똑똑히 보았다. 어렴풋 웃던 네 모습을. 네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두 볼을 두 손으로 잡았다. 생각보다 따뜻했고, 앳된 향이 났다. 네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직 애구나, 넌. 용국이 대현의 눈을 한 손으로 덮어 주었다. 곧 두 입술이 맞물렸다. 용국의 손에 물기가 스몄다. 새벽바람이 기분좋게 피부를 스쳤다. 달빛이 둘을 비춰내렸다. 정말, 마지막이었다. "정말, 마지막이구나." * 너의 장례식장을 치뤘다. 네가 예상했던 대로, 사람은 많지 않더라. 향이 네 영정사진을 감싸돌면서, 위로해주는 듯 했다. 울지 않았다. 네가 조금이라도 맘이 편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너와 나는 너무 멀었고, 닿지 못했다. 우리의 한계였다. 이제 약에 의존하던 너도, 너에 의존하던 나도 없다. 우린 생각보다 더 허무하게 식어버렸다. 1년은 꽤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도 않네. 사진 속 너는 행복해 보였다. 그 행복, 끝까지 안고 가길. "이제 맘 껏 말할 수 있겠다." 많이 사랑했어, 현아. + 얼마 후 작은 택배가 왔다. 작고 낡은 일기장이었다. 네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줬으면 한다는 작은 쪽지와 함께였다. 네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그 일기장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가슴이 먹먹했다. 네 고사리같은 손으로 혼자 묵묵히 써내려갔을 모습을 상상할때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일기장의 거의 마지막 장에 적혀진 너의 필체를 보고, 나는 너를 그리워하며 마지막으로 울었다. '답을 얻고 갈 수 있어서 기쁘다. 이제 정말 미련 같은 건 없으니까, 울지 않아도 돼요, 형.' 처음 인사드립니다 (꾸벅) bom×2 이에요! 많이 부족한 필력이지만^^.. 제 글의 반은 브금빨이니 브금과 꼭 함께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많이 찾아뵙도록 노력할게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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