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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 참 싫다

-두번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열기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넌 도대체 내가 뭘했길래 사사건건 나를 모욕하는 걸까. 이쯤되면 정말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빛이라곤 세어나오지 않는 집에 들어섰다. 곧 무언가 발에 걸렸다. 불을 켜보니 작은 반상에 덮개가 덮어져있었다. 엄마는 상을 차려놓은뒤 일찍 잠에 든 모양이었다. 나는 식어버린 밥을 푹푹 퍼 입에 넣고 차가운 콩나물 건더기를 뒤적거리며 애써 상을 비웠다.      

나는 방으로 가기전 닫힌 문을 두번 두드린 뒤 다녀왔다고 말했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지만 엄마가 조그맣게 말해서 들리지 않은거라 생각했다.      

옷을 갈아입은 뒤 별다른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나는 이불을 편 뒤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전등 불 및에 나방 한마리가 요란하게 날고있었다. 나는 너를 잠시 떠올렸다. 본래는 순진하게 생겨서 쏘아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고, 하루밖에 되지 않은 학교생활에 벌써부터 생긴 적이었다. 얼핏 지나쳐 들은 애들의 말로는 너와 관련된 어떤 애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듣는 이를 찾지못한 말은 허공에 흩어졌다. 상종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나는 내일부터 너를 철저히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언제 잠이든건지도 모르면서 맞은 아침이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거실로 나가자 언제일어났는지도 모를 엄마가 밥을 차리고 있었다.      

     

"씻고 밥먹어."     

"네."     

     

대화는 간단명료 했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했다. 나는 화장실로 가 거울을 쳐다봤다. 엄마가 예전으로 돌아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도 모른다. 나는 괜히 거울에 물을 뿌리며 잡념을 떨쳐냈다.     

     

조용한 아침 식사가 끝난 뒤 나는 가방을 들었다. 곁에 다가온 엄마는 도시락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가방에 잘 담은 뒤 현관문을 열었다. 엄마는 문켠에 선 채 내 뒷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학교 근처에 다다르자 같은 반 아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근 이틀만에 무리에 자연스레 섞여 들어간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의 내용이라 하면 또래 남자애들 사이에서 뻔하게 나올 법한 연예인, 만화 등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런 분야에서도 유명한거 외에는 잘 알지 못했기에 아는 주제가 나오면 종종 맞장구를 치며 거들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앞자리인 준면이 제일 먼저 나를 반겼다. 서울을 동경하는 순수한 아이. 순수하게 겉모습만 보면 준면은 나보다 더 서울에 살던 사람 같았다.      

     

"아, 맞다."      

     

나는 준면이 어제 하교길에 부탁했던,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때 쓰던 교과서를 건넸다. 준면은 눈을 반짝이며 그것을 받아든 뒤 그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공부를 별로 안했던 터라 깨끗했던 책이었다. 책에서 시선을 때지 않은 채 준면이 입을 열었다.      

     

"혹시 문학이나 소설 같은건 없어?"     

     

준면의 말에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형이 종종 책상 아래에 숨겨두었던 책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불 타 재가되버린 책들. 엄마와 내가 이런 시골로 올수밖에 없었던 이유. 모두 하찮은 책 한권이 가져온 결과였다. 준면도 심각해진 내 표정을 눈치챈건지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애써 괜찮다고 말한 뒤 떨리는 손을 감추려 가방을 뒤적거렸다.      

     

넋을 놓기도 하고 펜을 이리저리 굴리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 이었다. 준면과 나는 한 책상에 서로의 도시락을 꺼낸 뒤 나누어 먹었다. 억지로 먹었던 어제 저녁탓에 뒤늦게 속이 좋지 않았다.      

결국 나는 도시락을 절반 가량 남긴 채 뚜껑을 덮으려했다.      

     

"서울 사는 놈들은 쌀 아까운 줄 모르나보다."     

     

너는 또다시 나의 행동에 트집을 잡았다. 내 속이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너는 이제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도 이제 네가 나를 왜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보다는 그저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길 바랬다.      

     

"자기들 밖에 모르고 이기적이고. 그러니 잘난 서울에서 이런데로 왔겠지."     

     

속이 뒤틀리는 듯 했다. 내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생전 처음 듣는 모욕들을 이 근래에 그것도 모두 너한테서 들었다. 너를 무시하기로 먹었던 마음이 폭발했다.      

     

나는 도시락을 들고 너의 앞으로 다가갔다. 뚜껑을 열었다. 내용물을 모두 입안에 욱여넣다시피 한뒤 천천히 씹었다. 속은 뒤틀렸고 입안은 터질것 같았지만 당황한 너의 표정이 모든 것을 잊게 했다. 나는 위장속에 모든 음식물을 밀어넣었다.      

     

나는 더이상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충동적이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지만 다소 넋나간 너의 표정이 그것이 먹혔다는 걸 짐작하게했다.      

너는 어제처럼 교실문을 박차고 나갔다. 내게 진게 분해서 일 것 이다.      

     

오후 수업이 시작 되고 내 속은 급격히 울렁이기 시작했다. 억지로 밀어넣은 음식물이 요동쳤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런 내 상태를 네가 보지못한 다는 것이었다. 너는 어제처럼 오후 수업을 듣지 않을 모양이었다. 나는 아픈 배를 감싸며 최대한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그렇게 차츰 안정되갈 때 쯤 이었다.      

     

교실 앞문이 거세게 열리더니 굵은 몽둥이를 든 선생이 들어왔다. 동시에 나는 형을 잡으러 들이닥쳤던 그 사람들이 떠올랐다. 손바닥에 식은 땀이 배어나왔고 설상가상 안정되었다고 생각한 배가 다시 요동쳤다. 나는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았다.      

     

"학교에서 어떤 새끼들이 담배질이야. 좋은 말 할때 자수해라."     

     

입술이 바싹 말라왔다. 잡혀가는 형의 모습이 눈앞에 일렁였다. 거친 몽둥이에 정신을 잃은 채 끌려가던 형이. 나는 눈에 보일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다. 선생은 몽둥이를 들고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오해를 한게 분명했다.      

     

"너냐? 찔리니까 떠는 것 같은데."     

     

당연히 나는 아니였고 아니라고 하면 그만이었다. 소지품을 검사한다 한들 담배가 나올리가 절대 없었다. 그러나 생각은 몽둥이에 압도 되어 짓눌려 버렸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못한 채 간신히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정신만 붙잡고 있었다.      

     

"이 새끼가 왜 대답이 없어!"      

     

몽둥이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가는게 보였다. 이미 단단히 오해를 사버린듯 했다. 더군다나 지워내려 애썼지만 형의 모습이 자꾸만 사라지질 않았다. 차라리 정신을 잃는게 나을거라 생각했다.      

     

"제가 피웠습니다."     

     

나는 마지막 힘을 사용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 몽둥이가 올라가는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내가 쓰러졌다는 걸 알고있었기에 눈을 떴을 땐 당연히 양호실이었다. 해가 거의 저문걸 보니 수업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남아있는 잔상들의 여진이 얕은 두통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덮고있던 이불을 걷어냈다. 땀에 젖어 달라붙은 옷을 떼어냈다. 머저리 같게도 내가 피우지 않았다 이 한마디를 입밖에 꺼내지 못했다. 정작 걱정해야 할건 엄마가 아니라 나였다. 지난 일에서 여전히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던 것 이었다. 나는 자리에 서 일어나 누군가 벗겨 놓은 신발을 대충 구겨 신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이제껏 내 모습을 지켜보던 네가 눈에 들어왔다.      

     

"괜찮냐."     

     

많이 풀이 죽은 목소리였다. 나는 다시금 너에 대해 지금껏 낙인해왔던 것 들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가 버릴 것 같았다.      

     

"왜 여깄어, 너."     

     

나는 딱딱하게 물었다. 금방이라도 네가 다시 나에게 말도 안되는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가 데려왔으니까. 두고 그냥 가기도 뭐했다."     

     

너는 원래가 무뚝뚝하고 재수가 없냐고 물을 뻔 했다. 정신을 잃기 전 기억 속에 어렴풋한 너의 모습이 떠올랐다.      

     

"혹시 니가 나 대신, 아니 난 담배를 피지 않았지만. 니가 나 대신 피웠다고 했어?"     

     

아니라고 해주길 바랐다. 실로 네가 나에게 다짜고짜 그런 선행을 베풀리가 없었다.      

     

"그래."     

"어째서?"     

     

어거지로 꼬투리를 잡았던 아까의 일에 조금이나마 미안함을 느끼는 걸까. 나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왜 서울에서 온 애들은 항상 그러냐?"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너는 그걸 알면서도 말하는 듯 했다.      

     

"자꾸만, 너를 보면 그 애가 떠올라. 그래서 싫어."     

     

너는 나를 남겨두고 그대로 양호실을 나갔다. 네가 말하는 그 애가 누군지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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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넨님 (이렇게 하는거 맞나요 ㅠㅠ 처음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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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ㅠㅠㅠㅠㅠㅠㅠ첫벗째편읽고 좋았는데 두번째편읽고 완전............................취향저격!!!!!!!!!!!신알신하고가요!!
9년 전
비회원14.224
아 좋다... 담편도 부탁드려요ㅠㅠㅠㅠ
9년 전
독자2
에네넨이에요!! 헐ㅠㅠㅠㅠ 종대야 아프지마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백현이의 그 아이는 누굴까요ㅠㅠㅠㅠ
9년 전
비회원119.231
헐헐 재미이써여ㅠㅠ 첫편도 잘읽었습니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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