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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조태오X최택

 그 남자







 

 

 이른 아침부터 동네가 소란스러웠다. 몇주전부터 시작된 소란이었고, 점점 가깝게 들렸다. 택은 한껏 잠에 빠져있는 유리를 안아올린 뒤 마당으로 나갔다. 11월의 아침공기가 꽤 쌀쌀했다. 녹슨 수도꼭지가 뻑뻑하게 돌아갔다. 쏟아지는 물을 손으로 받으며 택은 유리의 얼굴을 씻겼다. 갑작스럽게 얼굴에 물이 닿자 유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버둥거렸다. 으이그 더러워. 눈곱이 눌러붙은 유리의 눈주변을 씻기며 말한 뒤 택은 작게 미소지었다. 칭얼거리는 유리의 머리까지 감긴 후 택은 다시 유리를 안아들어 방으로 데려왔다. 젖은 유리의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털어말렸다. 등 뒤로 살짝 열린 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왔다.  

 

 "유리야, 오늘 준비물 뭐라고 했지?" 

 

 어젯밤 물어보긴 했지만 잠결이라 기억이 잘 나질 않아 택은 유리의 머리를 빗기며 물었다.  

 

 "도화지." 

 "도화지만?" 

 "......응." 

 "정말? 어젯밤에 물어봤을 땐 색연필도 있어야 된다 그런거 같은데."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말한 택의 물음에 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택은 유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올려 묶은 뒤, 유리를 돌려 앉혔다. 택은 주머니에서 반듯하게 반으로 접힌 돈뭉치를 꺼낸 뒤 만원짜리 한장을 유리에게 건넸다. 유리는 쭈뼛거리다 돈을 받으며 택을 올려다 보았는데, 그 눈빛을 보니 울컥 눈물이 쏟아질것만 같아 택은 잠시 입을 앙 다물었다.  

 

 "오빠가 준 돈으로 도화지 사고, 색연필도 사고 남은 돈으로 유리 맛있는것도 사먹어. 알았지?" 

 "진짜?" 

 "그럼, 진짜지. 오빠 돈 많이 벌었어." 

 

 주머니에 돈을 넣은 유리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가질 않았다. 택은 집에 하나뿐인,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슬슬 유리가 학교에 갈 시간이었다. 이제 학교가자 유리야. 택의 말에 유리는 가방을 멨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택은 주머니 속 어제받은 월급을 가만히 만지작 거렸다.  

 대문밖까지 유리를 배웅했다. 마음같아선 유리를 학교앞까지 데려다주고 싶었지만 여건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탈길을 내려가는 유리의 자그마한 뒤통수가 사라지고 나서야 택은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새삼 낡아보이는 집 외부와 들어선 내부 역시 다를것이 없었다. 오래 살아왔던 집인데 요근래따라 처량하고 쓸쓸하게만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신문기사 속 크게 적혀있는 유명 기업 덕분이기도 했다. 신문기사속 크게 적힌 '신진그룹' 밑으로 한 남자의 사진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 택은 자신이 가져왔지만 보기 싫은 신문을 구석으로 밀어버렸다. 

 택은 아침을 먹었던 상을 정리한 뒤 늘어져있는 이불을 개 옷장위에 올렸다. 시계를 쳐다본 뒤, 벽에 걸린 옷걸이가 사치스러울 만큼 단 한 벌 걸려있는 옷을 입으려고 막 손을 뻗는 찰나였다. 누군가 대문을 두드렸다. 택은 옷을 급하게 입으며 마당을 지났다. 누구세요? 택의 물음에 대답하듯 열어주지 않은 대문이 열렸다. 반듯하게 정장을 입고있는 남자가 서있었다.   

 

 "누구신데......" 

 "일주일내로 집정리하란 말 못들었을리는 없고." 

 "네?" 

 "이런식으로 버틴다고 달라질건 없어." 

 "......가세요." 

 "빈털털이로 쫓겨나기 싫으면 당장 정리하고 나가지. 돈 주겠다 잖아." 

 "그딴 돈 안받으니까 가라고요." 

 

 택의 단호한 말 뒤로 남자의 주먹이 날아왔다. 주먹은 녹슨 철문을 강타했고 큰 소음을 일으켰다. 택은 순간적으로 눈썹을 찡그리면서도 시선은 똑바르게 남자를 향해있었다. 남자는 주먹을 거둔 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반듯한 정장안으로 썩어있을 속을 생각하니 아까와 다른 이질감이 느껴졌다. 남자는 택의 발 언저리에 보란듯 침을 뱉은 뒤 몸을 돌렸다. 택은 곧장 대문을 닫은 뒤 대문을 걸어 잠갔다. 삐걱거리는 쇳소리를 내는 문을 부여잡은 택의 손에 녹슨 쇳가루가 묻어났다. 소란은 코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택의 하루 일과는 편의점에서 시작되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끝이나면 곧장 식당으로 달려가 늦은밤까지 또 일을 했다. 일이 끝나면 모든 마트가 닫은 시간인지라 어쩔수 없이 편의점에서 유리가 먹을 것들을 샀다. 한참 자랄 나이인 유리에게 제대로 된 것을 해주기엔 모든 게 너무 역부족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 학교를 안 나간지도 오래되었다. 처음엔 찾아오던 선생님들도 어느 순간부터 찾아오지 않았다. 선생님도 지친것이었고, 택 역시 그랬다.  

 손에 봉지를 들고 택은 비탈길을 올랐다. 흔히들 말하는 달동네가 택의 집이 있는 곳 이었다. 몇주전 갑작스럽게 달동네에 드리워진 현수막 속엔 재개발이라는 말이 써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에 재개발을 반대하는듯 했지만 재개발을 추진하는 기업이 신진그룹이란 것이 알려지자 반대를 하던 사람들의 기세는 점차 수그러 들더니 이윽고 원래 없었던 것 처럼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그저 방패막도 될 수 없는 낡은 자신들의 집에 숨어 하루하루 불안한 눈빛으로 살아갔다. 그리고 예정됐던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어둠 속 지나치는 집들의 깨진 유리창이 눈에 들어왔다. 발 밑으로 소리를 내며 깨지는 유리조각도 부서져 나뒹구는 어느 집의 것인지 모를 대문도 더 이상 이곳에서 살 수 없다는 걸 느껴지게 만들었다. 택은 고개를 숙인 채 비탈길을 올랐다. 들고있는 봉지가 바지를 스치며 바스락거렸다. 가로등 불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곳 그저 익숙한 발길만으로 자신의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왔다. 택의 머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고개를 들었고 조그마한 빨간 불이 보였다. 그것이 담뱃불이라는 것을 알아채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택은 걸음을 멈췄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사람이 서 있었고, 서 있는 사람 뒤로 또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자신의 집이 있었다. 어렴풋하게 서 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는데 어쩐지 낯이 익는것 같았다. 택은 눈을 살짝 가늘게 뜨며 걸음을 조금 더 옮겼다. 얼굴이 보였다. 아는 얼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택 혼자서 일방적으로 아는 얼굴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여기 온거예요?" 

 "......호기심이지." 

 "호기심?" 

 "이렇게 누추한 동네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서. 맨날 시키기만 하고 찾아와 본적이 없거든. 다 밀어지고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나서야 봤었으니까." 

 "제정신이야?" 

 "그럼." 

 "사람이냐?" 

 "물론. 계급의 차이가 존재할지 언정 너와 내가 사람이란 건 똑같아." 

 "미친새끼." 

 "면전에서 그런 말 듣는 건 처음이네." 

 

 길을 걷다가도 어느 전광판에서, 어느 신문을 집어들어도 신문 1면에 줄기차게 자리잡고 있는 그 남자가 지금 택 앞에 서 있었다. 조태오. 언젠나 신문을 보며 매일 재개발 현수막을 지나며, 깨진 유리조각을 밟고 가로등 불빛이 들지 않는 비탈길을 올라갈 때에도 항상 가슴 한켠에 증오를 품게만든 그 남자였다. 꽉 쥔 택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단 한번도 남에게 주먹을 날려본적이 없었고 그런 마음을 먹은적도 없었지만 정말, 태어나 처음으로 주먹을 올리고만 싶었다. 조태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둘 사이 거리가 가까워졌다. 택은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조태오를 올려다보았다.  

 

 "이름이 뭐야?" 

 "왜 궁금한데? 니가 망하게 한 동네 살고있는 사람 한 명 정도는 알고 있으려고?" 

 "꼬였긴." 

 

 택을 스쳐 지나가며 조태오의 손가락이 택의 볼을 툭 건드렸다.  

 

 방 안으로 들어오니 이불도 덮지 않고 잠이 든 유리가 보였다. 택은 옷장위에서 이불을 내린 뒤 유리에게 조심스럽게 덮었다. 잠든 유리 옆에 가만히 누웠다. 옅은 숨소리를 내뱉는 유리를 보며 비로소 이것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조태오. 내뱉은 세글자에 다시금 증오를 느끼며 택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먼저 잠에서 깬 택은 평소처럼 유리를 씻겼다. 어제 한쪽에 놓은 봉지를 뒤적거려 사온 것 들과 냉장고에 있는 반찬들을 상위에 올렸다. 밥을 우물거리는 유리를 바라보다 택은 숟가락을 들었다.  

 

 "오빠, 수진이 이사갔다." 

 "수진이?" 

 "응. 파란대문집." 

 "아, 수진이." 

 "학교도 이제 안 나와. 어디로 갔을까." 

 "다른 학교 갔을거야. 걱정하지말고 밥먹어 유리야." 

 "응." 

 

 재개발이 뭐냐고 묻는 유리를 애써 외면했던 날이 생각났다. 택은 결국 내려놓았던 숟가락을 다시 들지 못했다.  

 

 대문을 나서는 유리를 따라나섰다. 평소처럼 손을 흔들고 비탈길을 내려가는 유리의 모습을 바라보려 했지만, 어제의 일들이 자꾸 떠올랐다. 택은 가만히 유리의 자그마한 손을 잡았다. 유리는 멀뚱하게 서 있는 택을 쳐다본 뒤 잡고있는 손을 앞뒤로 흔들었다. 그제서야 택은 정신을 차렸다. 

 

 "오늘은 오빠랑 학교 같이갈까?" 

 "정말?" 

 "응." 

 "그...... 아니야.  혼자 갈 수 있어." 

 

 유리는 손을 흔들며 비탈길을 내려갔다. 택은 유리가 사라지고도 한참동안 비탈길을 쳐다보다,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다. 애써 붙잡고는 있었지만 실수가 계속되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머리가 조금 지끈거렸다. 택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가며 버텼다. 평소보다 이른시간에 아르바이트가 끝이났다. 택은 서둘러 마트로 향했다. 유리가 먹을 반찬거리를 샀다.  코너를 지나는 도중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매일보는 유리의 낡은 가방이 떠올랐다. 택은 결국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손에 들었다.  

 한손에는 봉지, 다른 손에는 유리에게 줄 새가방이 들려있었다. 아직 날이 저물지 않아 철거작업이 계속되는듯 했다. 택은 기뻐할 유리를 생각하며 서둘러 비탈길을 올랐다. 곧 눈앞에 집 대문이 보였다. 평소와 달리 열려있는 대문, 그리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택은 황급히 열린 대문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몇명이 집안을 이리저리 뒤적거리고 있었다. 마당에 주저앉아 울고있는 유리가 보였다. 택은 유리에게 달려갔다. 택의 얼굴을 보자 유리가 더욱 울음을 터트렸다. 택은 유리를 안아올렸다.  

 

 "뭐하는 짓이에요!" 

 

 택의 목소리에 일제히 남자들이 다가왔다. 유리는 바짝 택에게 안겨 고개를 묻었다.  

 

 "왜 남의 집에서......" 

 "집 정리하라고 나가라 했잖아." 

 "그렇다고 다짜고짜 남의 집에 와서 이게 무슨......" 

 "난리? 진작 나가라고 돈까지 주는걸 안 나가고 버틴 주제에 뭐, 난리?"  

 "당신들 같으면 평생을 살던 집인데 하루아침에 나갈수 있냐고!" 

 "택아, 유리야!" 

 

 대문밖에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서 있었다. 종종 택을 대신해 유리를 보살펴주던 아주머니였다. 유리 좀 데리고 있어주세요. 택의 말에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황급히 유리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꺼질것들이 끼리끼리 잘하네." 

 "내 집에서 꺼져." 

 "이 병신새끼가 아까부터 자꾸 기어오르네?" 

 

 택의 오른쪽 뺨으로 주먹이 날아왔다. 그리고 곧 사방에서 날아온 발길질이 온몸에 충격을 전했다.  

 한참동안의 구타가 끝이났고 택의 몸위로 침을 뱉은 남자들이 대문밖으로 사라졌다. 마당에 가만히 웅크려 누워있는 택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간신히 뜨고있는 눈에 짓밟힌 새가방이 보였다.  

 

 

  이웃집 아주머니의 얼굴이 보였다. 몸을 일으키자 온몸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택은 고통에 표정을 찡그렸다. 찢어진 입술이 따끔거렸다.  

 

 "그 사람들은요?" 

 "갔어. 오늘 철거도 일단 끝난 모양이야." 

 

 사방이 고요했다. 엎드린 채 옆에 잠들어있는 유리의 모습이 보였다. 택은 자신이 덮고있던 이불을 끌어다 유리에게 덮어주었다.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일때면 통증이 계속해서 엄습했다. 지금 몇시예요? 택의 물음에 아주머니는 새벽5시라고 말했다. 곧 있으면 유리를 씻겨 학교에 보낸 뒤 일을 하러 나가야 했다. 택은 애써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무리하지마. 며칠은 그냥 누워만 있어야 될거니까. 유리는 내가 챙길게." 

 

 감사합니다. 낮은 택의 목소리 뒤로 침묵이 흘렀다.  

 

 

 

 

 

 

 

 

 

 며칠동안 택은 대부분을 몸져 누워 지냈다. 시간이 약이긴 한지 차츰 고통도 줄어들었고 상처도 아물었다. 무슨 일인지 철거도 며칠동안 진행되지 않았고 동네가 조용했다. 유리는 아주머니의 보살핌 아래 학교를 다니며 학교가 끝나면 곧장 달려와 택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김없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유리의 책가방을 보자 택은 잊고만 있던 새로 산 가방을 떠올렸다. 택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비틀거리긴 해도 걸을 수 있었다. 택은 문을 열고 들어오려던 아주머니를 지나쳐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발목에는 통증이 있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숨을 쉴 때 마다 입김이 나왔다. 아주머니의 집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택은 금방 대문 앞에 다다랐다. 살짝 열려있는 대문을 밀었다. 조태오가 서 있었다. 택이 찾으러 온 가방을 손에 들고 있었다. 택은 절뚝거리며 조태오에게 다가갔다. 조태오의 손에 든 가방을 빼앗아 손에 들었다.  

 

 "얘네들이 누굴 때렸나 했더니,  너였구나." 

 "나가." 

 "고생은 또 내가하고 나만 욕먹고." 

 "나가라고!" 

 "근데 왜 안 나가서 맞고있냐? 돈 줬잖아?" 

 "......뭐?" 

 "돈 줬으니까 그걸로 다른 집 사서 거기서 살면 되는걸, 왜 맞고있어?" 

 "조태오. 니가 진짜, 사람이냐?" 

 "어." 

 

 택은 뒷덜미가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대답하는 조태오에게서 순간 유리의 모습이 비춰졌다. 정말 아이같이 순수하게, 그것이 진실인것처럼 생각하는 말투. 조태오를 쳐다보는 택의 눈빛에 처음으로 두려움이 서렸다. 거의 아물어가던 택의 입술에 다시 피가 맺혔다.  

 

 "너 피나." 

 "너 때문에." 

 "나?" 

 "그래." 

 "내가 널 다치게했어?" 

 "나 뿐만이 아니라 여기 사는 다른 사람 모두. 전부 다." 

 "내가 뭘 어쨌는데?" 

 "평생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강제로 빼앗고, 폭력과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하고. 그게 잘못이야." 

 "잘못......이라고?" 

 

 말을 하는 조태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마치 처음 벌을 받아보는 어린아이처럼 불안정해졌다. 택은 그런 모습을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로 자신이 잘못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듯 행동하는 모습에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무도 나한테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중얼거리는 조태오를 남겨놓고 택은 걸음을 옮겼다. 들고있던 가방을 품안에 꽉 안았다.  

 

 

 

 

 

 

 

 

 

 조태오가 찾아온건 바로 다음날이었다. 택은 어느정도 몸이 나았기에 유리를 학교에 데려다 주려던 찰나 누군가 찾아왔다는 아주머니의 말에 나가보았을 때 조태오가 서 있었다. 택은 유리를 다시 집에 들여보낸 뒤 조태오를 마주했다.  

 

 "어젯밤 내내 생각했는데, 도통 모르겠거든?" 

 "그만찾아와, 나가줄테니까." 

 "내 주변 누구한테 물어봐도 똑같아. 난 잘못하지 않았데, 근데 왜 너만 내가 잘못했다고 그러는거지?" 

 "뭐?" 

 "난 잘못한게 없다니까!" 

 

 갑작스러게 달려든 조태오에 밀려 택은 대문에 부딪혔다. 조태오의 팔에 갖힌 택은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택은 두려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그러니까, 나 좀 혼란스럽게 하지마."  

 "왜 그런줄 알아?" 

 

 택은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며 한글자씩 또박또박 내뱉었다.  

 

 "주변사람들 모두 너랑 똑같이 미쳤으니까." 

 "......" 

 "하나같이 똑같거든. 돈이면 모든게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니가 정말 잘못하지 않은 거 같아? 아니야. 그냥 사람들은 니가 무서워서 아니라고 하는 것 뿐이야." 

 "그럼 어떻게 해야 돼?" 

 "나가줄테니까 이제 그만 가." 

 "어떻게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해야되냐고? 사과해. 니가 상처 준 사람들 전부한테. 그리고 평생 반성하며 살아." 

 "그게...... 나쁘지 않은거야?" 

 "니가 여태껏 한짓이 없어지진 않을테지만, 적어도 더이상 죄를 짓진 않게 되는 거지."  

 

 조태오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뒷걸음질치며 물러나는 조태오를 택은 가만히 바라봤다. 어쩌면 정말로, 조태오는 어떤게 선하고, 악한것인지 모르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자신의 세상이 흔들린듯 위태로워 보였고 또 한편으로는 호기심에 가득차 보이기도 했다.  

 

 조태오가 그렇게 사라진 뒤 택은 난장판이 된 집에서 필요한 것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아주머니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고 비탈길을 유리의 손을 잡은 채, 그렇게 달동네를 떠났다. 마지막으로 돌아본 달동네의 모습은 한없이 처량하고 쓸쓸해 보였다. 유리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을지, 택은 알 수가 없었다. 

 

 

 

 

 

 

 

 

 

 "유리야 잘 갔다왔어?" 

 

 유리가 손목에 메달은 신발가방을 흔들며 뛰어왔다. 택은 유리를 품에 쏙 안았다. 오늘따라 유리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택은 유리를 데리고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택과 유리는 현재 서울을 떠나 어느 지방 센터에 잠시 정착했다. 영구적인 거주지는 될 수 없으나, 어느정도 정착을 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이 되어주고 있었다.  

 

 "학교 잘 갔다왔어?"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선생님의 물음에 유리는 한껏 웃으며 인사했다. 선생님은 택에게 할말이 있는듯 눈짓했고 택은 유리에게 먼저가 있으라고 말했다. 열린 복도창문을 통해 봄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왔다. 다가온 선생님은 택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또 왔어." 

 "센터를 위해 써주세요." 

 "택아, 선생님은 이게 맞나싶다. 이렇게 큰 액수를......"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요." 

 "그래...... 아, 근데 이번에는 좀 달라." 

 "네?" 

 "이런게 들어있던데?" 

 

 선생님은 봉투에서 반듯이 접힌 하얀 종이를 건넸다. 택은 그것을 받아들었다. 선생님은 왔던길을 돌아 사라졌고 택은 종이를 들고 센터 바깥으로 나갔다. 햇살이 따뜻했다. 택은 벤치에 앉았다. 손에 든 종이를 천천히 펴보았다. 글을 읽어내려가는 택의 눈빛이 점점 흔들렸다. 

 

 아직, 정확히는 잘 모르겠어.  

그래도 모든 사람을 찾아가고 있어.  

대부분 사람들은 날 싫어해, 때로는 용서해 주기도 하고.  

금씩 갈피를 잡아가는 것 같아.  

그리고 나면 정말 알게 되겠지. 

다시,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방으로 돌아온 택은 침대 머리맡에 두었던 신문을 손에 들었다. 여전히 그 남자는 1면에 있었다. 이전과는 다른 내용의 글과 함께.   

 

 

 

 

 

 

 

 

 

 

 

 

 

 

 

 

 

 

 

 

 

 

 

영상 하나를 보고 느낌이 딱 꽂혀서 써봐었요. 감독님 인터뷰에서 조태오는 선과 악, 죄라는 것에 대해 알지못한다는 내용을 보고 써 봤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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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저 코로나에요.기억하시나요?꽤 오랜 시간 제가 작가님을 잠시 잊고 살았던 것처럼 작가님 기억속엔 제가 누군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인티는 계속 들어오고 있었지만 한동안 글잡에는 발길을 끊었는데 작가님 신작 알림 뜬거 보고 다시 들어와 봤어요.여전히 글 분위기와 배경,그리고 음악까지 정말 좋아요.돌아오셔서 기쁩니다.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8년 전
레이니무드
이런 저를 기억해 주시고, 다시 읽어주셨다는 사실에 너무 감동했습니다. ㅠㅠ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8년 전
독자2
와...대박...진짜 완전 말이 안 나와요...
배경음악이랑 내용이랑 너무 잘 어울려서 진짜 한번도 다른생각 하지않고 다 읽었어요.

8년 전
독자3
와....왜 저는이걸 이제서야 본걸까요... 진짜 장난아니에요ㅠㅠㅠㅠㅠ
8년 전
독자4
너무 좋아요ㅠㅠㅠ작가님사랑해요ㅠㅠ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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