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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P/대영] - royal plaza. 05 | 인스티즈

 

[B.A.P/대영] - royal plaza. 05 | 인스티즈

 

[B.A.P/대영] - royal plaza. 05 | 인스티즈

 

 

 

 

 

 

 

 

[대현/영재] - royal plaza 05

 

 

 

 

 

W. 깔로레

 

 

 


무거운 눈을 들어올렸다. 나른한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눈동자만 굴려 뎄다.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데자뷰같은 느낌이었다. 피식 혼자 웃곤 그제서야 제 옆자리를 보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그림과는 달리 옆자리는 텅 비어있었다. 빈자리를 손으로 쓸다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가버린 건가.. 그때 인기척이 들렸다. 현관이 아니 다른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욕실 문이 살며시 열리고 뿌연 김과 함께 남자 나왔다. 어쩐지 안도감이 들어 다시 자리에 누웠다. 젖은 머리를 털며 내게 다가와 침대에 걸쳐 앉았다. 남자에게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과 동시에 달큰한 샴푸향이 났다. 그러고 보니 난 또 어느새 깔끔하게 옷까지 갈아 입혀 져있었다. 남자가 매번 씻겨..주는 건가? 나 그렇게 가벼운 편도 아닌데.. 남자가 저를 안고 욕실까지 간 모습을 쉬이 상상할 수 없었다. 


"아직 새벽 이예요 더 자요"


"지금 일어난 거예요?"


"일 때문에.."


그가 말 꼬리를 흘렸다. 이럴 거면 그냥 밤에 오지 말고 집에서 가서 푹 쉬지.. 이러다 과로로 쓰러져도 난 몰라요. 입을 삐죽대며 말하자 남자가 힘없이 웃었다. 이렇게 시간을 쪼개지 않으면 당신을 못 만나는 걸. 나른한 목소리로 그가 나지막이 말했다. 삐죽거렸던 입술을 말았다 놓았다. 속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이 사람 집에 갈 수도 없는 일이고.. 그가 카페를 오지 않는 이상,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답답한 마음을 뒤로 하고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보내기 전에 차라도 한 잔 먹이려 부엌으로 쫄쫄 걸어 들어갔다. 아직 잠기운이 빠지지 않은 뻑뻑한 눈을 비비며 주전자에 물을 올렸다. 가스레인지 열기가 얼굴에 홧홧이 와 닿았다. 찻잔을 내어 식탁에 올려 둔 뒤 부엌을 나왔다. 그가 한 손에 젖은 수건을 들고 피아노 앞에서 건반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쓸었다. 주전자의 불을 좀 더 줄이고 그에게 다가가 피아노 의자에 풀썩 앉았다. 의자 옆자리를 팡팡 손바닥으로 두드려 그에게 앉으라고 신호했다. 젖은 수건을 잠시 바닥에 놓고 내 옆에 앉았다.


"피아노 쳐 줄 거예요?"


"내 연주는 맨날 듣잖아요?"


"듣기 좋잖아요."


"그래도..피아노 쳤다면서요? 한번 만 쳐 주면 안돼요?"


"네? 안 쳐본지가 너무 오래 되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할걸요?"


"되는데 까지만이라도요. 나도 듣는 입장 좀 되 볼래요"

 

남자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잘 못 친다며 두 손 저었지만 나는 조금 이라도 쳐 달라며 졸라댔다. 난처한 표정을 계속 짓고 있던 그가 뒷머리를 살짝 긁적인다. 좋아, 반 쯤 넘어 온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부탁하는 거 이번이 처음이잖아요.. 눈꼬리를 내리며 말하니 남자가 드디어 완벽히 두 손을 들었다. 나는 언제 울상을 지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편히 치라고 자리까지 더 내주었다. 못 쳐도 웃기 없기예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았다. 두 손을 쥐었다 폈다, 깍지를 껴 쭉 피는 둥 급기야 손에 땀까지 바지에 쓱쓱 닦아 내었다. 그 모습마저 흥미로웠다. 정말 조금이라고 내게 신신당부 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어서 연주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건반에 살며시 내려앉은 남자의 손가락에 왠지 나까지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드디어 첫 건반을 내리 눌렀다. 장난기를 없애고 진지하게 듣기 시작했다. 남자의 손은 바르고 옳게 음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남자가 치는 곡은 굉장히 유명하지만 내 선에서는 생소한 곡이었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 비해 찾아 듣는 작곡가는 아니었다. 취향이 아니라고 할까 평소에 좋아 하지 않았지만 이 곡은 꽤 좋았었다. 남자가 치고 있는 곡은 헨델의 '울게 하소서' 라는 곡으로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느린 템포로 낮은 음들이 차분하면서도 웅장하게 들려왔다. 한창 곡이 진행이 될 즘 그가 손을 멈추었다. 잠깐의 정적이 자리 잡았다.


"이 다음부터는 악보가 기억이 안 나네요."


"..우와"


"못 치죠?"


"생각보다 너무 잘 쳐서 놀랬는데요.. 손이 굳어서 이 정도면 전공으로 치기 시작하면 얼마나 잘 친다는 거예요? 나 같은 건 상대도 안 되겠네"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요"


진짠데.. 흘리듯 말했다. 새벽에 피아노 쳤다고 이웃 분들이 뭐라고 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가 멋쩍은 듯 화제를 돌렸다. 나는 여긴 방음이 좋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살짝 떨어져 앉아 있던 간격을 다시 좁혔다. 한 손으로 엘리제를 위하여를 장난삼아 쳐 내렸다. 같이 피아노 쳤으면 좋겠다. 내말에 그가.. 다음에 꼭 해요. 라고 다정히 조근 거렸다. 나는 양 입 꼬리를 올리고 건반에서 손을 내렸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커튼이 젖힌 창문으로 새벽녘 푸르스름한 빛이 옅게 그의 얼굴을 비쳤다. 간밤에 보았던 남자의 표정과 어쩐지 비슷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잠들기 전에 저한테 뭐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어떤.. 말?"


어떤 말이냐구? 가만있자 무슨 말이었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잠들어가는 나를 보고 입을 움직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말 토씨는 물론 주제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결국 그에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꿈 아니에요?"


"꿈..?"


"응, 꿈."


꿈이라고 하니 정말 꿈같기도 했었다. 좀 붕 뜬 느낌도 그렇고 그의 목소리도 아득히 멀리 들렸었던 같으니까. 너무 생생했던 터라 찝찝한 마음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순 없었지만 실마리로 잡히지 않는 기억에 나는 결국 꿈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꽃"


"응?"


"많이 시들었네요"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고 멍한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맞은편에 보이는 책상위의 꽃병에 담긴 예전에 자기가 준 꽃송이를 보고 하는 소리였다. 그의 말대로 수분을 잃은 흰 꽃은 이제 많이 갈색을 띄고 있었다. 새로 한 송이 가져다줄까요? 그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저거는 저 나름대로도 좋은 것 같아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뗬다. 작은 담소를 나누는 사이 물이 끓었는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어서 불을 꺼달라고 신호를 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가 가스레인지 불을 껐다. 홍차 티백을 까서 찻잔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내렸다. 은은한 향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 핸드폰 진동소리가 나 몸이 놀라면서 뜨거운 물을 살짝 밖에 쏟아버렸다.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은 식탁 맨 끝자락에서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내 것이 아니니 분명 남자의 핸드폰 일 것이다. 그가 소리를 듣고 달려와 전화를 붙들었다. 그는 무표정으로 단답형으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나는 제자리에 서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홍차를 의미 없이 바라보았다. 잠시 후 그가 전화를 끝냈다.


"어떡하죠? 지금 바로 나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차는.."


"아, 괜찮아요."


정말 괜찮은데 남자는 너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계속 괜찮다며 그를 현관까지 배웅했다. 정말 괜찮았지만 무슨 일이기에 사람을 이 꼭두새벽부터 부르는지..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속으로 투덜거렸다. 

"되도록 어디 안 나가게 좋겠지만 나갈 땐 꼭 나한테 문자나 전화해요"


"갑자기 웬 과보호예요?"


"약속해요"


남자의 고집에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를 한 번 꼬옥 안아 주었고 현관을 나가는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텅 빈 집을 쭈욱 한 번 둘러보고 슬리퍼를 찍찍 끌며 안으로 들어갔다. 피아노 앞에 다시 앉아 남자가 쳤던 곡을 더듬거리며 쳐 보았다. 역시 평소에 잘 치지 않는 곡이라 연주 하기란 쉽지 않았다. 악보 자체도 기억도 나지 않고 말이다. 자리에 일어서 악보가 꽂혀진 책장을 뒤적거렸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을 텐데.. 헤져버린 종이자락을 쓸어가며 악보를 뒤졌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젖은 우산을 접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 나는 검은 차를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운전석에 있던 사람의 희미한 인영이 고개를 까닥이는 것 같았다. 차가 매캐한 연기를 내뿜고 좁은 골목에서 빠져 나갔다. 한 손으론 작은 쇼핑백을 손목에 걸고 빗물이 뚝뚝 흐르는 우산을 바닥을 탕탕 내리쳐 물기를 털어내었다. 계단을 오르면서 한 손으로 핸드폰을 쥐고 간략한 메시지를 써서 보냈다. 딸랑 거리는 문을 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카페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이른 시간에 와서 그런지 카페에는 손님이나 직원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우산을 한쪽에 세워 두고 몇 발자국 들어서니 진한 원두향이 났다. 어서 오세요. 손님을 맞이하는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커피를 내리는 카페 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가자 바리스타 복장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오너가 보였다. 보통 가게전체를 보는 오너이지만 저녁에 비해 한가한 아침에는 이렇게 카페에서 커피를 내린다. 커피머신에서 김을 내뿜고 있던 오너가 저를 발견하자 반갑게 인사했다. 쫄쫄쫄 바테이블 앞에 앉았다. 오너는 포근한 웃음을 지으며 뒤 돌아서 무언가 금방 만들어 내왔다. 내 앞에 내려진 것은 따뜻하게 데워진 흰 우유였다. 항상 그렇지만 오너는 내가 학생 때부터 봐와서 그런지 나를 항상 어린애 대하 듯 군다. 호로록 우유를 한 모금 넘겼다. 뜨끈한 우유가 위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몸은 좀 괜찮냐는 물음에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너는 다행이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 나오는 날이었나?"


뜬금없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식자재를 모아둔 창고 문이 열리더니 우유박스를 들고 나오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너는 바에서 일하는 사람 아니었냐?"

 

"알바"


"무슨 알바를 한 곳에서 두개를 뛰어? 오너, 쟤 쓰면 후회 할 텐데요?"

 

오너는 껄껄 웃으며 마침 음료를 주문하러 온 손님에게 가버렸고 우유박스를 냉장고에 넣은 김힘찬이 나에게 다가왔다. 후회한다는 말은 무슨 말? 김힘찬이 평소 일하면서 자주 하던 가짜미소를 지으며 내 볼을 꼬집었다. 밤에 일하던 사람이 낮에 하는 일에 맞겠냐고? 볼이 아파도 할 말은 했다. 김힘찬이 볼을 놔주자 아릿한 볼을 문질렀다. 그러다 김힘찬이 내게 작은 카드를 내밀었다. 이거 뭐야? 너랑 친한 그 누님들. 나는 카드를 받고 정갈한 글씨를 읽어 내려갔다. 알고 보니 요제피나양과 상드양이 내게 쓴 카드였다. 그녀들은 내가 아프다고 들었는지 내 몸 걱정을 하며 당분간 일이 바빠서 얼굴을 못 볼 것 같다는 내용을 적어 놨다. 이 카드를 본 다는 건 너가 나아서 카페에 나왔다는 거겠지? 이 카드를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글 끝에는 붉은 루주의 키스마크 찍혀있었고, 귀여운 표정의 이모티콘이 작게 자리 잡았다. 나는 흐뭇하게 웃고 카드를 안쪽 주머니에 소중히 넣었다. 그리곤 발 언저리에 내려둔 쇼핑백의 존재를 느끼고 집어 들고 김힘찬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냐며 받아 들고 안을 뒤적거렸다.


"언제 네가 길바닥에서 갖고 싶다고 지랄했던 거랑 비슷해 보이 길래"


"..비슷한게 아니라 똑같은 건데?"


"그래? 몰라 난.."


"너 설마,"


"뭐? 왜?"


"그때 일 때문에 고마워서 주는 거야?"


"그때? 무슨 일? 난 모르겠는데?"


"하여간 유영재.. 부끄러워서 그러지?"


"부끄럽고 자시고 난 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내가 인정 할까보냐.. 김힘찬 앞에서 계속 능청맞게 모르는 척 연기했다. 김힘찬은 큭큭 웃으며 쇼핑백을 한 쪽으로 치워 올리며 오늘 라이브 하냐고 물었다. 음, 할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속으로 고민했다. 쇼핑백을 두고 온 김힘찬이 내 위에서 뒷머리를 톡 쳤다. 몸을 세우고 몰라 봐서. 라고 애매한 대답을 내렸다. 힘찬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라고 물었다. 귀찮게 자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만 한다.


"왜? 치기 싫어? 아직 좀 그래?"


"아니 그건 아닌데.."


"아아, 그 남자 오는 거 봐서 치려고?"


"뭐?"


예상치 못했던 그의 언급에 굽었던 허리를 피고 어중간 했던 시선을 김힘찬을 향해 정확히 내 던졌다. 김힘찬의 행동에 자기를 경계했다던 어젯밤 남자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김힘찬은 카페 조리대 안으로 들어가 찬장에서 원두를 꺼내 원두 그라인더에 원두를 채워 넣었다. 어느 정도 채운 뒤 버튼을 눌러 기계를 작동 시켰다. 원두가 갈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나기 시작했다. 나는 김힘찬을 가만히 앉아 쳐다 보다가 기계음에 소리가 묻히던 말든 입을 열었다.


"거기서 그 사람이 왜 나와?"


"그 사람 말고 다른 이유가 있어?"


"없을 건 또 뭐야? 저번부터 왜 계속 그 사람 의심하고 그래?"


요란스러운 기계음이 멈췄다. 김힘찬이 옆에서 일을 하는 오너의 눈치를 보다가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자기가 한 일에 자각을 못 하고 있는 건가. 어쩐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잠자코 김힘찬이 스스로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식어 버려 비릿해진 우유가 담긴 머그잔은 치워 버린 지 오래였다. 김힘찬이 숨을 들이쉬며 앞으로 살짝 숙였던 상체를 옳게 세웠다. 그리고 곧 내게 뱉는 김힘찬의 말은 내 심기를 건드리게 충분했다.


"내가 그랬어? 몰랐네"


"정말 무책임한 말이네. 방금은 정말 억지였어"


"화났어?"


"썩 기분 좋진 않네"


".. 그래, 미안해 물론 기분 나쁘겠지 네 사람을 자꾸 몰아가니까. 근데, 그 남자 만나고 나서부터 너 좀 심란해 진건 사실 아니야? 그리고 너 무대에서 실수한거 그 사람이 단 1퍼센트도 관계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어? 이러는데 내가 일일이 그 사람을 걸고넘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어?"


"넌 지금 이게 사과라고 하냐? 그리고 내 사람을 떠나서 자꾸 상관없는 사람을 오해하니까 그렇지!"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왜 상관이 없어? 옛날 일 때문에 그 남자랑 그 여배우사이에 널 끼워놓고 뒤에서 까는걸. 들었는데도?"


"다른 사람이 나한테 뭐라고 하던 난 신경 안 써. 내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봤어?"


"그게 아니라..!"

 

음료를 받고 지나가던 손님이 큰 소리에 우리 쪽을 흘깃흘깃 보며 지나갔다. 오너가 다급 하게 달려오더니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따박따박 쏘아 붙이던 입을 멈추고 김힘찬이 오너를 쪽으로 돌아보며 눈치를 보았다. 나는 그 틈에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가 스텝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쾅 닫고 소파에 신경질적으로 앉았다. 멍청이. 저절로 그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김힘찬의 행동을 이해 할  수 없었다. 단순히 주변사람들이 떠드는 소리만 듣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고개를 돌려 블라인드 너머로 보일 김힘찬을 생각하며 입술 강강 물었다. 괜히 나왔어.. 그리곤 몸을 웅크리곤 소파에 몸을 뉘였다. 두 눈을 감고 머리를 비비자 소파 가죽 냄새가 났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눈을 감은 체로 핸드폰을 찾아 꺼내고 번호를 확인할 때서야 눈을 떴다. 가만히 내려다 보다 진동을 멈추고 귀에 대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여보세요? 이 순간 조금은 절실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한 번 듣기 위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내게 응답을 재촉했다. 웅크렸던 몸을 조금 피고 그제야 대답을 해주었다. 여보세요..

      

[..오늘 카페 나간다고 해서 전화했는데.. 무슨 일 있어요? 목소리에 힘이 없어요]

 

하필 이럴 타이밍에 전화를 한데다가 우울한 상태를 단번에 눈치 채는 남자에 나도 모르게 울컥버렸다. 코를 한 번 훌쩍거리고 입을 열었다.


"귀신이네"


[무슨일 인데요?]


"..친구랑 다퉜어요."


[바텐더 친구 분? 크게 싸웠어요?]


"아니 조금."


[매일 투닥거리긴 해도 형제싸움 같았는데, 이번에 좀 달랐나보네요?]


"뭐 그냥.. 너무 자기 멋대로 생각해 버리니까.."


[혹시 저번에 내가 집에서 말 한 것 때문에 싸운 거예요? 그거 정말 별거 아니었는데..]


"아니에요 그런 거"


[신경 쓰여요?]


"뭐가요? 싸운 거? 김힘찬?"


[둘 다]


"...모르겠어요"


[계속 심란해 하는 것 보다 먼저 사과하고 빨리 화해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남자가 달래는 어투로 그렇게 말했다. 난 잘못 한거 없는데.. 나는 입술만 작게 움직여 말했다. 걔가 자꾸 당신 나쁜 사람으로 모는걸. 후자는 입으로 말하진 않았다. 남자는 작게 웃더니 다시 차근차근 마치 선생님처럼 이럴 땐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 보다 먼저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야 이기는 사람이 된다며 내게 말했다. 그 후론 나는 그의 말을 듣는 다기 보다 음성을 듣기 있는 것이 맞는 듯 내용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팔걸이에 올린 다리를 데롱데롱 흔들었다. 그러다가 몸을 돌려 등받이에 얼굴을 기대고 정면에 보이는 작은 창을 보았다. 비가 아직도 많이 오는지 창문위로 물기가 줄줄 흘렀다. 내일도 오려나.. 속으로 그런 걱정을 했다. 잔뜩 검은 먹물을 먹은 구름을 보다가 남자가 이야기 끝났는지 알았죠? 라며 내게 확인시켰다. 나는 처음 말 빼고는 전혀 하나도 듣지 않았지만 네 알았어요. 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 전화기 너머로 누군가 말을 걸어 입을 다물었다. 작게 남자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일 때문이겠지. 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며 무심하게 생각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그의 목소리가 나를 향해 선명하게 들려왔다.


[미안해요 일이 좀 생겨서]


"..신기한 게"


[응?]


"당신이 안오면 비가 계속 와 그때도 그랬는데.."


팔에 얼굴을 묻었다. 전화기 너머로 남자가 무슨 말을 했지만 부스럭대는 소음에 묻혀 뭐라고 하는지 알 수 가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는 창문을 때리는 소리로 내 귀에 내렸다. 어쩐지 그 소리가 듣기가 싫어 핸드폰을 더 가까이 가져다 댔다. 지독히도 시끄럽고 듣기 싫은 소리였다. 빨리 와요 나, 비 싫어. 마치 어린아이가 투정하는 듯 했다. 옅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좀 더 본심으로 들려 줬으면 좋겠는데. 그의 단정하고 차분한 톤이 뒤따라 들려왔다. 나는 작게 입을 벌렸다. 돌려 말하지 말고. 그가 덧붙여 말하는 순간 목구멍에서 소리를 내었다.


보고 싶어. 빨리 와

 

 

 

 


**


 

우산을 쓰지 않고 차에서 내려 폴짝폴짝 뛰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오늘도 운전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비가 오는데도 창문을 내리시며 제게 목례를 해주셨다. 다시 창문을 올리고 차가 후진을 했다. 내가 내린 검은 차가 후진을 하자 뒤에 세워 진 다른 검은 차가 눈에 들어왔다. 차 안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시동은 걸어져 있었다. 이 좁은 골목에 차 두 대가 동시에 들어 올리는 없고..계속 저러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지? 뭔가 꺼림직 했지만 고개만 갸웃하고 그냥 카페에 올라왔다. 우산을 놓고 오너에게 인사를 한 뒤 커튼으로 가린 단상위로 갔다. 평소에 펼치지 않는 창문 쪽의 붉은 천의 큰 커튼을 열어 젖혔다. 한 쪽을 잡고 문을 밀듯 열고 다시 다른 한 쪽을 잡고 열었다. 어두웠던 단상이 밝아졌다. 먼지가 묻은 손을 털고 피아노 의자에 앉았다. 카페 주변거리가 한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좀 더 화사한 느낌 이었던 것 같은데 찝찝하게 내리는 비 덕분에 거리가 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며칠 간 멈추지 않는 비였다. 창 밖에 머물렀던 시선을 돌려 피아노 건반을 내려다보았다. 한 동안 보지 못 했었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건반을 손으로 쓸 때 누군가 단상의 커튼의 젖히고 무대 위로 올라왔다. 차림세로 봐서 무대를 봐주시는 분들 인 것 같았다.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내려가기 위해 엉덩이를 떼었는데 한 분이 나를 말렸다. 그 분을 쳐다보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인사를 하셨다. 그리곤 조명위치 맞추기 위해 잠시 자리에 앉아 달라고 부탁하셨다. 나는 가만히 서서 의아스럽게 보았다. 바쁘세요? 내가 가만히 서있자 부탁했던 분이 그렇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 자리에 다시 앉았다. 옆에 작은 사다리를 놓고 다른 한 분이 사다리를 잡아주자 올라가 조명을 매 만지셨다. 곧 하얀 조명이 켜졌다. 내가 딱 앉아 있는 위치의 머리위로 조명이 흔들거리면서 적절히 맞춰졌다. 곧 그 분은 내게 감사하다고 하고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하고 무대를 내려왔다. 짧은 계단을 내려왔을 때 나는 등을 돌려 무대를 손보는 직원들은 보았다. 한 참을 보다가 오너가 어디 있는지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카운터? 생각에 잠겨 걷고 있을 때 누군가와 툭 하고 부딪혔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고 그 분 또한 내게 사과를 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멍청하게 입을 살짝 벌리고 서있었다. 넥라인이 훤히 들어난 흰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하나로 높게 묶은 긴 갈색 웨이브 머리를 어깨 너머로 넘겼다. 그리곤 나를 보곤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아, 영재씨!"


"안녕하세요?"


"오랜만 이예요 며칠 병가 내셨다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으세요? 그때도 아파서..아, 죄송합니다 괜히 쓸때없는 말을.."


"아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 이제 안 아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행이에요. 바빠서 그때 이후로 저도 못 왔거든요 오랜만에 라이브를 들을 수 있겠네요"


활짝 웃는 그녀에 나도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를 금방 거두고 그녀의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았다. 그리곤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그녀에게 다시 눈을 옮겼다. 달싹거리는 입으로 힘겹게 물어봤다.


"..혼자 오셨어요?"


"네?"


"항상 같이 오시던 남자분이 안 보 이셔서"


"아.. 오늘은 저 혼자 왔어요"


그녀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긴 머리의 끝자락을 매 만졌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시선을 조금 들어 올려 저를 바라보다가 주변을 살짝 살폈다. 들을 만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작게 소리를 내었다.


"아니요 무슨 일 일거까지야 없는데.. 영재씨도 여기서 일 하시니까 아시잖아요? 저희 마음 맞아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거. 그런 사이인데 관계가 오래가는 게 오히려 이상하죠. 아직 매스컴 쪽은 모르는데 저희 이제 안 만나거든요. 대현씨가 착하셔서 절 대놓고 못 밀어내신 거지 막상 대화 해보면 상대가 저를 어떻게 생각하지 다 아니까요. 나중엔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저한테 말씀하시더라고요. 느낌으로는 대충 알고는 있었어요. 이해는 해요 대현씨를 원망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대현씨도 대현씨만에 사정이 있는 거니까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다고 하는 것도 거짓말이죠.. 아.. 죄송해요 궁금해 하지도 않으신데 저 혼자 그만.."     

"아니요 저야 말로 실례했네요"


"무슨 그런 말씀을.."


그녀는 내게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한 숨을 푹 쉬고 조금은 체념한 듯 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다.


"사실은 이런 거 하소연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하거든요. 알다시피 제 직업상 어디에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우연이지만 영재씨를 빌어 이렇게 잠깐이라도 말 할 수 있게 되서 조금은 마음이 편하네요"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죄송합니다"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충분히 위로받았어요. 뭐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고, 이런저런 사람도 있는 거겠죠. 그 사람과는 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밑거름이라고 생각 할래요.. 너무 자기 합리화인가?"


그녀는 평소처럼 밝고 화사하게 웃었다. 그러다 자신을 부르는 지인에 나에게 작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조금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뭘까 죄책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 때문에 실연당하고 마음고생하고 있는 건데 난 너무 내 편 한대로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몸을 살짝 돌려 바에서 일을 하고 있는 힘찬이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사과를 해야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눈이 마주치려니 나는 시선을 피하기 바빠 고개를 돌렸다. 등신 같은 유영재. 스스로를 자책했다.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힘찬이는 등을 돌려 음료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소도 장소고 서로 일이 있으니 나중에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느린 걸음을 내가 걷은 창의 커튼이 어느새 굳게 닫혀 있는 단상 앞에 섰다.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잠깐 확인한 뒤 다시 집어넣고 계단에 올라섰다. 자리에 앉고 머리 위 조명이 환하게 켜질 때 나는 살며시 건반을 눌렀다.  


 

 


 
모두가 나가길 기다린 후 넓은 회의실에 아무도 남지 않을 때 나는 마른세수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뻐근한 목을 돌리며 갑갑한 회의실을 나갔다. 뒤따라 김 비서님이 나를 따라 나섰다. 비서님은 조심히 나를 따르며 피곤해 보이는 내 상태를 걱정하셨다. 나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실은 조금 괜찮지 않았지만 말이다. 입사 한 후 몇 번 갖는 회의지만 저한테 쏠리는 시선들이 여간 견디기 힘들게 아니다. 정말 나중에 아버지 자리에 앉을 때는 이보다 더 심하겠지. 그 생각을 하니 그때 느낄 피곤함이 벌써 부터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옥죄는 넥타이를 살짝 끌어내렸다.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려다보았다. 얼마나 만지작거렸는지 액정에 지저분한 지문이 여기저기 찍혀 있었다. 불투명한 화면에 내 모습이 희미하게 비쳐보였다. 지문을 엄지로 문질러 지워 버렸다. 역시 안 하는 게 낫겠지? 핸드폰을 들고만 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회사 밖으로 나섰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대기한 차에 올라탔다. 다리를 꼬고 앉아 다시 핸드폰을 꺼내 들고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 사람 잘 데려다 주고 계세요?"


"네 말씀 하신대로 차를 타시고 내리시고 하는 것을 일일이 보고 받고 있습니다."


"불편해 하진 않나요?"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워 하셨던 있으셨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계십니다."


"다행이네요"


"제가 모시러 갔을 때는 가끔 대표님의 안부도 물으시고 그러셨습니다."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번졌다. 항상 전화를 하는데 굳이 내 안부를 물었다는 것은 아마 비서님과의 어색한 분위기 때문 일 것이다. 끙끙거리며 대화를 해나 갔을 그 사람의 모습이 절로 눈앞에 아른거렸다.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훤히 빛나는 화면에 손을 굴렸다.


"실장님은 어떠세요?"


"계속에서 눈을 때고 있지 않지만 특별히 수상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워낙 철두철미한 분이시니 놓친 것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좀 더 신경 쓰겠습니다"


"부탁드려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 보고 받은 것 중.."


"네"


"카페 앞에 저희 쪽 차가 아닌 다른 차가 세워져 있었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액정을 바라보던 시선을 들어 올려 날카롭게 눈을 뜨고 룸미러를 통해 비서님을 보았다. 어떤 의도를 가진 차를 말씀하시는 거죠? 나의 질문에 비서님은 아직 거기까지 알아보지 못했다며 말 꼬리를 흘리셨다. 아버지 쪽에서 보낸 차인가. 실장님의 차라면 내 쪽 사람이 단박에 알아봤을 텐데.. 항사 제 손으로 일을 처리 하던 사람이 이번엔 스스로 움직이는 것 보다 누구를 시켜서 움직이는 건가.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며 번호를 찍고 전화를 걸었다.


"예, 오늘은 안 가셔도 됩니다."


곧 바로 전화를 끊자 차가 얌전히 가던 차가 유턴을 하면서 몸이 살짝 옆으로 쏠렸다. 소매를 걷어 시계를 보았다. 지금 이라면 늦지 않겠지.

 


   


      

차를 골목길에 세워 두고 빗물이 흐르는 창문을 통해 카페 입구를 지켜보았다. 입구에서 한명 두 명 사람들이 빠져 나왔다. 그리고 이후론 또 아무도 나오지 않다가 시간이 지난 뒤 두세 명씩 무리를 지어 나오기도 했다. 무료함도 없이 언제까지고 그곳을 바라보며 기다렸다. 한 동안 계속 낯선 사람들만이 카페에서 나왔고 정작 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 이젠 조금 걱정이 되어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확실히 카페 안에 있는 게 맞겠지. 조금 마른 입술을 혀로 쓸었다. 거뭇한 입구에서 여전히 나오지 않자 나는 결국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가기 시작했다. 빗소리와 섞인 신호음이 귀에서 꾀나 길게 이어졌다. 입구에선 눈을 때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시선처리는 조금 정신 사나웠다. 계속 되는 신호음에 나는 결국 비서님에게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을 내리는데 기계에서 작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다시 귀에 가져다 댔다.


"어디예요?"


"네..? 아아, 대현씨구나? 번호를 확인 못 했네.."


"어디예요?"


"저 이제 집에 갈려구요 카페에서 나오고 있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구에서 그 사람이 보였다. 우산을 펼쳐 올리자 핸드폰에서 잡음이 들렸다. 나는 통화를 끊어버리고 핸드폰을 재킷 주머니에 넣었다. 우산을 쓴체 차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 사람은 차문 손잡이를 잡고 벌컥 열었다.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


난 문을 여는 순간 충격을 먹은 체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마.. 이 차를 항상 집을 데려다주던 차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는 나를 보고 많이 놀란 듯 말을 하다 말고 놀란 토끼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열린 문으로 비가 들어가 시트가 조금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계속 저러고 있으면 본인도 비에 맞을 것이 뻔해 차에 오르라고 했다. 내 말을 듣더니 잠깐 멍하게 있다가 이내 어색하게 대답을 했다. 우산을 접고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고개를 돌려 반대쪽 창밖을 보았다. 창문에 물줄기를 따라 시선을 내리다가 비서님에게 말했다. 앞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주세요. 그러자 차는 아주 천천히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는 약간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창안에 정적이 돌았다. 난 혼란스러운 눈을 가다듬고 여태껏 기다렸던 사람을 똑바로 직시했다. 평소랑 분위기가 다른 것을 느꼈는지 조금 내 눈치를 보았다. 나는 살짝 격양된 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항상 이랬어요?"


"뭐..가요?"


"방금처럼 누가 탔는지 확인도 안하고 벌컥벌컥 문 여냐고요?"


"전 당연히 기사님 차인 줄 알고,"


"당연히요? 이 차랑 비슷한 차는 밖에 나가면 널리고 널렸어요. 그리고 만약에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여기 앉아 있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요?"


"아무 일 없었으면 된 거잖아요 왜 이렇게.."


"그렇게 대충 넘어갈 문제가 아니잖아요?"


"뭐가 문제인지 전 모르겠어요"


"잠시만요.. 김 비서님, 제가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경써주시고 기사님한테도 전하라 했을 텐데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상사가 하는 말은 말도 아닙니까?"


"아닙니다. 면목 없습니다.."


"잠깐만!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좀 진정해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내 큰 언성이 좁은 차 안에서 울렸다. 작은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역했다. 나는 계속 눈을 못 마주 치고 살짝 시선을 돌렸다.


"..조심성 없었던 게 그렇게 화가 났어요?"


"아니에요"


"제 부주의 때문에 피해가 가서 그래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화를 내더라도 정확한 이유는 알려주고 화를 내야죠 영문도 모르고 이렇게 당하는 거 굉장히 불쾌해요 알아요?"


"..."


"차를 보내는 이유도 안 알려줬잖아요? 단순히 관계를 숨기는 거면 오히려 이러는 건 티를 내는 거예요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


"차 멈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가 멈추었다. 차가 멈춘 곳은 카페 보다는 더 한 적한 골목이었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발아래 두었던 작은 우산을 집어 들고 차 문을 벌컥 열었다. 우산을 펼치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서 차 안에서 내렸다. 운전석 쪽을 지나면서 나는 창에 대고 따라 내리지 말라고 손을 살짝 들어 올려 손짓했다. 큰 한 숨을 내쉬고 길이 나 있는 곳으로 그냥 무작정 걸었다. 간간히 배치된 가로등 덕에 길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몇 걸음 걸었을까 등 뒤에서 차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 제 뒤를 쫓아오는 철벅철벅 물웅덩이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말하는 중이었잖아요"


그 사람이 나와 대화하기를 원했지만 나는 무언으로 대답했다.

 

"나랑 말하기 싫어요?"

 

"..."

 

"이러지 마요..답답해"


"..."


"적어도 이유는 좀 알자는 거예요"


"..."


"그리고 나한테 화내는 건 둘째 치고 비서님한테는 그러면 안됐었어요.. 물론 그쪽이 상사지만 비서님이 좀 더 연세가 있으시잖아요"


"..."


"화 많이 났어요..?"


걸음은 멈추고 않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속도로. 골목 텅 비어 자그마한 소리도 크게 울렸다. 잘잘한 돌이 굴러가는 소리도. 한 동안 입에서 나오는 말소리는 골목에서 울리지 않았다. 두 발걸음의 소리가 교차해서 들리는 것으로 그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 뒤에서 눈치를 보고 있을 그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결국 이럴 거면서 홧김에 행동하고 말았다. 빗속을 헤쳐 가던 발걸음의 속도가 점차적으로 느려졌다. 우산이 흔들려 빗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결국 난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몸을 돌려 그에게 걸어갔다. 물웅덩이를 밟아 바짓단을 더럽혀도 상관하지 않았다. 우산 속에 갇혀 있는 그 사람에게 다가 섰을 때 나는 내 우산을 펼친 친 체로 던져버리고 그를 안았다. 손으로 뒷머리를 꼭 감쌌다. 


"미안해요.."


내가 아닌 그가 내게 안기자마자 사과를 했다.


"당신한테 사과 받으려고 이런 거 아니에요 그리고 잘 못 한 것도 없어요. 나쁜 건 나예요 미안해요 난.. 당신에게 이쪽 일에 관 한건 보여주기도, 듣게 하기도 싫어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어"


"..."


"차 안에서 소리 질러서 미안해요 놀라게 한 것도 잘못은 내가 다 한거야 당신이 나한테 잘 못했다고 빌어선 안 돼요 당신은 그러면 안 돼.."


"난 괜찮아요"


내 목울대가 떨리는 것처럼 그를 안은 몸 또 한 떨려왔다. 볼품없이 떠는 몸을 그 사람이 작은 손으로 등을 토닥 거려주었다. 내 품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와서 마주섰다. 자신이 들고 있던 우산을 내 쪽으로 좀 더 내밀었다. 두 손으로 우산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손을 잡고 다시 그 사람 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나를 향해 힘없이 웃었다.


"진심으로 내가 싫어서 화낸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요"


"그게 좀 무서웠어"


그의 고개가 살짝 수그러들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아파 그의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수그러졌던 고개가 다시 올곧게 세워 졌다. 미안하다고 말을 하려 입을 열다가 다시 닫았다.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 같아 계속해서 우울해 할 것 같았다 이 사람이. 결국 평소처럼 표정을 밝게 잡고 말했다. 좀 걸을까요?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리던 그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골목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우산 하나는 손에 들고 하나의 우산으로 같이 비를 피했다. 조금은 밝아진 얼굴로 걷고 있는 그의 옆모습을 보았다. 혼자 피식 웃곤 손잡고 싶다. 흘리듯 말했다. 그 사람은 못 알아들은 듯 했지만 나는 바로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내가 들고 있던 우산을 그에게 쥐어주고 가까운 손에 깍지를 꼈다. 어리둥절해 하다가 반대편 내 어깨에 맞는 비를 신경 쓰는 듯 보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아했다. 그러자 곧 그 사람도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좁은 골목을 나오니 이제는 더 큰 골목이 나왔다. 여기도 지나가는 사람 없고 어두웠다. 여기저기 갈림길이 매우 많았다. 갈림길에 서서 신기하듯 쳐다보며 나는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깍지를 낀 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손도 같이 딸려 올라왔다. 그 손으로 이 골목 저 골목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저기로 가면 뭐가 나와요? 큰 길이 나와요. 저기는요? 저기로 돌면 다시 카페로 돌아가게 되요. 그럼 이쪽은? 아마 주택가가 나왔던 같은데. 골목을 가리키던 손을 내리고 깍지를 다시 고쳐 잡았다.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이대로 손잡고 도망갈까요?"


"어디로요? 옆 동네로?"


나름 진심으로 말 한 건데 그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웃음은 전염된다고 했던가, 나도 따라서 웃어버렸다. 그 사람이 계속해서 약하게 내리는 비를 허공사이에 두고 가만히 보면서 그 웃음을 희미하게 지워 내려갔다. 근데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긴 하다.. 나한테만 들릴 정도의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혹시 오늘 카페 앞에 세워져 있던 차 때문에 그랬어요?"


갑작스럽게 물어와 조금 당황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무슨 짓 했어요?"


"그냥 계속 서 있기만 했던 것 같아요"    


"..소름 끼치죠?"


"음? 아뇨 딱히.. 그냥 이상한 차라고는 생각했지만요"


차마 누군가가 해코지하기 위해 지켜보고 있다고 그렇게 불안하고 잔인한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실은 나랑 관계되지 않으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내가 정말 마음먹고 이 사람이과 헤어져 버리면 이렇게 잔인한 일을 당하지 않을 텐데.. 내가 그것을 못하고 있다. 이 사람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는 꾀나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위험한 차예요? 가까이 가면 안 되는 거예요?"


"..네"


"차 보낸 것도 그렇고, 어디 갈 때 마다 연락하라는 것도 그렇고 나 좀 찍혔죠? 그죠? 진작 말해주지 몰랐으니까 그렇게 팔레팔레 돌아다니죠.."
 


차라리 서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말도 못 하겠다. 이런 사람을. 이런 사람을 두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말 했잖아요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바보 되는 것 같잖아요"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


깍지 풀고 우산 안에서 마주보고 섰다. 빗물에 살짝 젖은 어깨를 털어주었다. 나는. 그 사람이 운을 떼자 어깨에서 얼굴로 시선이 올라갔다.


"나는 생각하는 것 보다 그렇게 여리지 않고 나름 각오하고 대현씨 만나고 있는 거니까, 싫었으면 진작 말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를 이기적이게 만드는 것은 이 사람이 아닐까 하고 순간 생각했다. 잠깐 멍하게 굳었던 얼굴에서 살풋이 미소가 올라왔다.

 

 

 

 

 

 

 

 

 

 

너무 괴롭혔던 걸까 평소보다 더 힘에 부쳐 쌕쌕거리는 숨을 내쉬며 침대에 너부러져 있는 그 사람을 내려다보았다. 조금 뒤에선 쌕쌕거리는 그 숨마저 잦아졌다. 반 쯤 감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씁쓸한 얼굴을 짓고 갑자기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당신이 나를 후회하게 되면 어쩌지"


그 사람은 내 말을 들으려 안간힘을 써는 것 같았지만 눈이 깜빡거리며 점점 눈이 감겨 들어갔다. 눈이 완전히 감길 때 즘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땐.. 내가 완전히 놓아 줄 수 있을까? 아마 그건 내겐 너무 어려울 일 일지도 몰라."

 


그땐 당신이 나를 필사적으로 밀어내야만 해.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말을 써야 할까요 ㅋㅋㅋㅋㅋㅋ 겁나 긴데 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망글인가요...

항상 쓰면서 느끼는 건데 대사를 지어내는게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 피말리는 데 뭐 있는 것 같아요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ㅋㅋㅋㅋㅋ

그냥 행쇼해 대영이들 ㅠㅠㅠㅠ 주변에서 왜케 괴롭혀..<<<<<

아..대현이가 가끔씩 툭툭뱉는 반말은..

기본적으로 설정이 대현이의 존댓말은 습관으로 잡고 있어서

대현이는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영재에게 나름대로 반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중.ㅋㅋㅋㅋㅋ

반존대 쓰시는 정대표님..=_=ㅋㅋㅋ

실제로도 영재가 더 어리죠 년생으로 따지면 빠른94니까ㅎㅎ

형동생했으면 뭔가 이상했을 것 같네여 친구니까 단짝의 그 투닥거림이 있기 때문에

두사람의 케미가 있는 것 같기도 ㅎㅎ

뭐레..ㅋㅋㅋㅋㅋㅋㅋ

 

잡담이 길어졌네요..ㅋㅋㅋㅋㅋㅋ

정말 애정을 갖고 쓰는 데도 불구하고 글이 재밌게 잘 안써지네요ㅜㅜ

이제는 완결을 짓는데에 의미를 둬야겠어요^ㅡ;ㅋㅋㅋㅋㅋ

안뇽~ 열심히 글쪄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중간에 중간에 단편으로도 찾아 뵐지 모르겠지만

로얄을 최우선 순위로 쓰고 있습니다 ㅎㅎ

이제 정말 안뇽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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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반존대 정대현ㅠㅜㅠㅜㅠㅜㅠㅜㅠㅜ
오늘도 재미있게봤는데 맨날 겸손하셔ㅠㅜㅠㅜㅠㅜ
뒤에 뭔가 일터질꺼같은 느낌적느낌..
오늘도 잘보고갑니당♥3♥

9년 전
깔로레
죄송합니다 답글이 늦었네요 ㅠㅠ ㅎㅎㅎㅎ 쓰차가 걸리는 바람에 ㅠㅠㅋㅋㅋㅋ
그러게 뭔가 터질것 같이 꿈틀꿈틀합니다! ㅎ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9년 전
독자2
이걸 이제보다니ㅠㅠㅠㅠ대영이들 항상 불안불안하네요ㅠㅠㅠㅠ잘보고 갈께요!!
9년 전
깔로레
신알신들이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전에도 가끔 독자분이 알림 안울렸다고 하구 ;ㅁ;
보셨으니 다행입니다 ㅎㅎ

9년 전
독자3
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까님 기다렷ㅇ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망글 절~~ 대!!!!!!! 아닙니다ㅠㅜㅠㅠㅠ

9년 전
깔로레
으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쓸대없이 글만 긴 화인것 같아서 올리고도 영 꺼림칙했습니다 ㅠㅠ
망글아니라고 해주시니 한시름놓네요 ㅠㅠㅎㅎㅎ 감사합니다 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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