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record ; 지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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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Ost - 처음 사랑
오랜만에 뵙네요, 스물 다섯 박지민입니다. 완전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전 그동안... 군대에 다녀왔어요... ^ㅁㅜ
다행히 좋은 분들만 만나서 별 사고 없이 무사 전역 했습니다. 행군이나 화생방 같은 것들만 빼면 거의 즐거운 기억만 있는 것 같아요. 보초 서면서 귀신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웬 개가 튀어나와서 자빠졌다가 손목에 금 갔던 이등병으로 들어가서 갈굼당하는 후배 빼내고 px 데려가 스크류바 사주는 마음씨 따듯한 병장으로 나왔지 말입니다.
★ 퀸 여주 ★
〈
-
(오늘) 오후 1:49
부대입니다. 연락 주세요.
찌개입니다. 시른대용
부대입니다. 연락 주세요.
부대입니다. 연락 주세요.
부대입니다. 연락 주세요.
베나 가죽, 종이 따위로 만든 큰 자루를 뭐라고 할까요?
비슷한 말로 포대 따위가 있습니당!
부대입니다. 연락 주세요.
정답!
... 얘가 깐족거리지만 않았다면 더 행복할 수 있었을 것 같긴 합니다. 저 저장명도 다 자기가 가져가서 바꿔놓은 거예요.
/
너 여행 가냐?
여쥬킴
이별여행 다녀온다
웬 이별여행
너 남친 생겼는데 나한테 말 안했?????
여쥬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엄...
사실 한 번 생겼었긴 했는데
또 차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하는 짓이다
걔도 바람 피냐고 하디?
여쥬킴
ㅇㅇ... 대체 뭐가 문제지
이쯤되면 너 혹시 진짜루...?
여쥬킴
너까지 이러기냐 ㅠㅠㅠㅠㅠ
내 연애사 제일 잘 아는 새끼가 ㅅㅂ
니 절연이야
ㅋㅋㅋㅋ 미안미안 안그럴게
여튼 웬 여행? 그렇게 좋아했냐??
여쥬킴
ㅋㅋㅋ
그냥 이것저것 정리할 것도 있고
몸도 좀 안좋아지기도 했고
요양 가냐?
김할머니네 이제...
여쥬킴
이게 죽을라고;
민간인 되니까 세상이 아주 예뻐보이지?
걱정되니까 그러지 ㅡㅡ
어디 아픈데
여쥬킴
됐네요
그냥 스트레스가 원인이랬음
근데 지민아 너 프사 좀 내려
니 빡빡이 프사 보니까 다시 아파지는 것 같아
걱정을 해줘도 지랄이야 진짜
아파도 인성은 어딜 가지 않는구나
아프다니까 봐준다 진짜
여쥬킴
응 아니야~
다 낫기만 해봐라 진짜
여쥬킴
출국하기 직전에 싹 나아야징 ^0^
어휴 진짜
그 전에 얼른 나아 임마 ㅡㅡ
2년이 지나도 김여주는 바뀐 거 하나 없더라구요. 보이시죠? 아프다면서도 깐족거림은 잃지 않는 이 참된 인쓰의 이상향. 그거 김여줍니다. 그래도 이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그렇게 많이 아픈 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다 싶네요. 얜 진짜 아프면 아예 잠수타는 타입이거든요. 가서 오래 있다 온다길래 가기 전에 한 번 만나자고 해서 어제 보고 왔어요. 오랜만에 봤는데 마음 아프게 애가 완전 살이 쪽 빠져가지구. 본인 말로는 드디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면서 축하해달라는데, 그건 누가 봐도 다이어트로 빠진게 아니라 아프거나 스트레스 받아서 빠진 거였거든요. 중학교때부터 맨날 살 뺀다 살 뺀다 노래를 하긴 했는데 막상 이렇게 빠진 모습을 보니까...
" 이거 좀 먹어. "
" 싫어. 나 초바 싫어해. "
" ... 먹으라면 좀 먹어. "
예, 뭐... 좀 그렇더라고요.
/
뭐 여튼 그렇게 여주는 여주대로 출국 준비하고 저는 저대로 민간인 생활 적응하다보니 시간이 엄청 빨리 가는 거 있죠. 요즘은 막... 말도 너무 어렵고... 갑분싸 막 이런거 있잖아요. 언제는 저더러 빡빡이라고 놀리다가 제가 화내니까 근지너대~ 하길래 뭐냐고 물어봤더니 근데요 우리 지민이는 대머리에요를 줄인 거래요. 진짜 어이가 없어가지고...
뭐 여튼, 그러면서 하루하루 보내다보니까 어느새 김여주 출국 날이 되었더라구요. 아침에 안부차 잘 다녀오라고 연락을 넣었죠. 그러고 제가 그 날 친구 알바 대타를 뛰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그 뒤로 폰 확인을 못했거든요? 알바 하면서 잘 갔나 싶었는데, 집 가면서 겨우 쌓인 연락들 확인해보니 걱정 안해도 될 것 같습니다. 김여주... 외국에서도 존나 깝쳐.
여쥬킴
런던 디저트 개꿀
(사진)
미쳤네
그거 한국까지 싸와
받고 기념품도 사와
여쥬킴
염치없는 와중에 라임 오진다 지미나
미리 고마워 ^^
여쥬킴
음 근데 지민이에게 어울릴만한 기념품이 뭐가 있으려나
난 뭐 가볍게
바버에서 재킷 하나 정도면 ㅎㅎㅎ
여쥬킴
아 오늘 먹은 정어리 파이가 딱이겠다
푹 익은 정어리랑 눈이 마주쳤는데
아주 총기가 싹 가시고 흐리멍텅한게
너랑 똑가태 지미나 ^^
.....
너는 영국에서도
인성이 그모냥이네 ^^
여쥬킴
^^
김여주 진짜 최고의 친구... ^^...
Off the record ; 지민의 이야기
하여튼, 제가 볼 때 김여주 이별 여행 그거 다 거짓부렁이에요. 일편단심으로 김태형만 좋아하던 애가 대학에서 자꾸 누구 사귈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누군가는 좋아하게 되겠지 싶어서 별 말 안하고 지켜봤었는데 참견 좀 할 걸 그랬네요. 사람은 사람으로 잊는다는 공식이 얘한테는 안 통하는 것 같으니까. 계획은 가서 세울 거라고 하는데, 맛있는 거 먹기로 시작해서 해외에서 머리 좀 식히면서 김태형 깔끔하게 털어내기, 뭐 이럴 게 뻔하죠. 전 김여주의 이 여행 찬성입니다. 김태형이 김여주같은 애를 만나게 된다면 기쁘겠지만 전 김태형 친구인 동시에 김여주 친구라서, 제 친구가 자꾸 예전 기억에 묶여있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까요. 덜렁대긴 해도 똑부러지는 애니까 잘 할 거라고 믿습니다.
참. 사실 김여주가 알면 괜히 심란해할까봐 말 못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긴 한데... 사실 지금 김태형도 영국 가있거든요. 좀 찝찝하긴 하지만... 뭐. 아무리 그래도 타국에서 그 둘이 딱 마주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아, 마침 말 나온 김에 김태형 이야기도 좀 해보자면, 음... 뭐 부터 말해야 하나. 그 새끼도 만만찮게 스펙타클하게 살았거든요. 일단 이거부터 말하고 시작할게요. 걔 군 제대하고 복학했다가 1년 못채우고 대학 자퇴했어요.
/
태형이가 원래 술을 안좋아해서 군대 가기 전까지 거의 입에도 안 댔었거든요? 근데 입대 전전날에 자기랑 술 좀 마시자고 집으로 불러서 거기서 술을 한 잔 했었어요. 자기 주량이랑 술 버릇 좀 너랑 마시면서 미리 알아 놓겠다고 하면서 달렸는데, ㅡ그때 알아낸 태형이 주량과 술 버릇은 1병 반에 tmi 읊기였습니다.ㅡ 세 병째 까니까 애가 그때부턴 아주 술에 절여져서 갑자기 이것저것 줄줄 불더라고요. 그래서 여자친구 왜 안 사귀냐고 넌지시 물어보니까 말 못 했는데 사실은 자기 좋아하는 사람 있었다고 그러더래요. 누구겠어요? 안 들어도 뻔하지. 김여주냐고 그랬더니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하는 말이, 어떻게 알았냐는 거예요.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네. 바보같은 놈. 문과 반에 소문 퍼졌던 거 걔네 둘만 몰랐는데.
김여주 이야기 아니더라도 자기가 언제 뭘 했고 기분이 어땠고를 자판기마냥 뽑아내는 중이었어서 이때다 하고 마침 궁금했던 것도 물어봤죠. 뭐냐고요? 뭐긴 뭐예요, 졸업식이지. 김여주는 그 날 일에 대해서 죽어도 입을 안 열 기세였거든요. 들어보니까 진짜 가관에 가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는데 확신이 없어서 말을 못해준 내가 원망스러울 정도로. 아니, 졸업식때 말하려고 했는데 교실에서 딱 마주쳐서 차마 못 줬대요. 심지어 손에 무슨 쪽지가 들려있어서 다른 애 좋아하나보다 싶었대요. 글썽이던 눈물이 쏙 들어갔죠. 시발. 그 손에 들린 쪽지가 누구 건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지만 몰라요. 웬만하면 놀렸을텐데 술에 취한 주제에 표정이 너무 씁쓸해보여서 그냥 말았어요. 다음날 물어보니까 필름도 끊겼는지 기억 못하더라구요.
제가 진짜 이걸 김여주한테 말 할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거든요? 근데 그냥 안했어요. 제가 웬만하면 말했을텐데 그때 하필 김여주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그래서. 솔직히 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봐요... 남친까지 생긴 마당에 제가 거기서 뭐라고 해요. 니 첫사랑 김태형도 사실 너 좋아했다고? 그러니까 지금 그 남친이랑 헤어지고 김태형 잡으라고? 심지어 김여주랑 같이 나온 그 형님, 너무 사람 괜찮아보여서. 그 분이라면 애가 잘 잊고 지낼 수 있겠구나 싶었죠.
여쥬킴
나한테 이제 김태형 이야기 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엄...
좋은 일도 아예...?
여쥬킴
힘들어
걔 얘기 들으면
2년 전에 김여주가 부탁했던 것도 있고요.
Off the record ; 지민의 이야기
태형이가 군대를 되게 일찍 갔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자기는 2학년 끝나면 갈 거라고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애였는데. 왜냐고요? 이건 저 포함해서 몇 모르는 이야기인데... 비밀이에요. 대외적으로는 그냥 빨리 다녀오고 싶었다고 하는데 사실 그거 다 구라고, 도피성이었어요. 집안 사정 때문에. 원래 태형이네가 그렇게 넉넉하진 않은 편이긴 했어요. 근데 그래도 어머님 아버님이랑 태형이 셋이 적당하게 잘 살 정도는 됐었거든요? 게다가 태형이도 좋은 대학 갔으니 이제 잘 될 일만 남았다 싶었는데,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셨죠. 드라마에서 흔하게 나올 법한 그런 일. 근데 드라마랑 현실이랑 다른 게 뭔지 아세요? TV에는 있는 리모컨이 현실은 없다는 거예요. 보기 싫거나 재미 없고 힘들면 끌 수 있는데, 현실에선 그런 거 못하잖아요. 유일하게 경제활동 하는 사람은 쓰러졌고, 학교 다니려면 등록금은 내야하고. 거기서 김태형이 선택할 수 있는 선지는 몇 없었죠. 그 중에서 최선이라 생각했던 게 바로 군대였겠고.
애 성격이 워낙 싹싹한 편이니까 다행히 군대에서는 잘 지낸 것 같더라구요. 걔 군대에서 받은 월급 한 번도 안쓰고 그대로 모아서 제대했어요. 애 정성이 진짜 하늘에 닿기라도 했던 건지, 아버님도 일어나시고, 태형이 군대에 있는 동안 어머님 일도 잘 풀려서 다시 학교 다닐 수 있겠다 싶은 정도까지 일어섰어요. 문제는 제대한 다음인데, 한연우라고. 아시죠? 이름은 들어보셨을텐데.
네, 맞아요. 그 페북 연애중 걔요. 와, 걔는 진짜... 사탄도 혀를 내두르고 갈 악의 축 같은 애였습니다. 잘 사귀던 거 아니었냐고요? 와, 말도 마세요. 김태형한테 있어서는 재앙같은 년이었어요. 제가 김태형이 모솔이라고 말 했었나요? 무튼 김태형이 생긴 건 괜찮아도 공부만 보고 달려온 쑥맥이라 여자 보는 눈은 완전 바닥에 가까웠거든요? 언젠가부터 김태형이랑 학식 먹을 때마다 졸졸 붙어서 따라오더니 어느 날 갑자기 사귀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당황스럽긴 했는데 일단 축하는 해줬죠. 근데 정성이 하늘까지 닿긴 개뿔.
고 년이 아주 천 년 묵은 여우였죠. 저도 처음엔 눈치 못 챘는데 김태형 그 아무것도 모르는 갓 제대한 쑥맥이 뭘 알겠어요? 연애도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새낀데. 한연우 걔가 그거 노리고 대쉬한 거예요. 주변 지인들한테 자기네들 썸 탄다고 밑밥도 깔아놓고 고백도 사람들 앞에서 하고. 분위기에 못 이기고 받아줬대요. 그냥 며칠 가다가 안 맞는다고 하고 헤어질 생각이었다는데, 거기서 걔가 페북 연애중을 띄운 거죠. 김태형 걔가 군대 가면서 페북 지웠었는데 그거 굳이 깔아가지구. 어쩐지 보자마자 김태형 성격에 그런 거 올릴 애가 아닌데 웬일인가 싶더라니.
아니 근데 그거까지만 하면 말을 안해요. 근데 걔가 어느 날은 술에 떡이 된 상태가 되어서는 김태형 자취방으로 찾아간 거예요. 당황해서 안된다고 뜯어말리던 김태형을 어떻게 제끼고 들어간 모양이더라고요. 태형이가 그냥 자기가 나가겠다고 과제 준비중이던 노트북 정리하니까 거기다가 입술부터 들이대고선 자기 혼자 옷을 벗더래요. 김태형은 그대로 맨 몸으로 뛰쳐나와서 결국 12시까지 보내야 하는 거 못 보내서 그 수업 학점 망하고. 아, 생각하니까 더 빡치네. 그거 때문에 김태형 장학금도 놓쳤다니까요? 그 와중에 그 미련한 새끼가 덮어주겠다고 은혜를 베풀었는데.
연우
〈
-
(오늘) 오전 5:08
연우야 너 취해서 경황이 없었던 것 같으니까
오늘 일 없던 거로 할게 너한테 책임 물을 생각 없으니까 걱정 말고
마음만 같아선 3일 정도 쉬라고 하고 싶은데
시험기간에 어제 과제 제출도 못해서 그건 좀 힘들 것 같다 미안
잘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가
그리고 네 번호 차단할 생각이니까 굳이 답장 안해도 돼
내가 할 수 있는 배려는 이 정도가 끝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문자로 해서 미안한데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아무래도 좋은 선후배로 지내는게 맞는 것 같아
푹 쉬고... 잘 지내 연우야 그동안 고마웠어
/
ㅇㅇ대학교 대나무숲
이번에 복학한 경영학과 김x형 선배님... 저는 선배 정말 순수하게 좋아했는데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
제가 아는 선배는 항상 친절하고 남을 잘 위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건 모두 보이는 것을 위해 만들어낸 이미지였나봐요. 술 마시기 싫다고 했는데 억지로 먹이고, 술에 취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저를 무력으로 끌고가는 어젯밤의 선배가 선배의 진짜 모습이었나요.
어젯밤은 저에게 악몽과도 같은 밤이었습니다.
김x형 선배는 하기 싫다며 눈물을 흘리며 저항하는 제 머리채를 쥐어잡고 벽에 부딛히도록 두어차례 휘두른 뒤 발로 배를 가격하였습니다. 그리고 고통에 움직이지 못하는 제 두 팔을 잡곤 입을 맞추고 옷을 벗겨내었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려 그때 선배가 어떤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너무나도 무서웠다는 것 하나는 또렷이 기억납니다.
.
.
.
그동안 사랑했던 시간이 있으니까 선배 저한테 잘못했다고 무릎꿇고 사과하시면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 신고는 하지 않고 넘어갈게요. 문자로 저 차단하겠다고 하셨는데, 아닌 거 다 아니까 제 전화 그만 무시하고 받아주세요. 피한다고 되는 일 아닌 거 선배가 제일 잘 아시잖아요. 자꾸 연락 안 받으셔서 이렇게나마 전합니다.
사과 기다리고 있을게요...
#13997 #익명
좋아요 3.7만개 댓글 1.1만개 공유
ㅇㅇ대학교 대나무숲 진짜 개쓰레기다ㅠㅠ 힘내세요! #부관2 좋아요 548개
윤피망
김친구 박동기 이거 김태형 아냐? 걔 평소에 눈빛 존나 싸할 때부터 알아봤어; 좋아요 2391개
김친구 미친 맞는 것 같애
박동기 헐 방금 저희 학번 단톡에
박동기 누가 연우 태형선배 집에서 울면서 나오는 거 봤다는데요
윤피망 와 빼박이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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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엿으로 갚았죠. 그 대나무숲 게시글은 완전 난리났어요. 에타는 물론이거니와 커뮤니티에서도 퍼지면서 인터넷에 기사까지 뜨는 바람에 애 멘탈이 완전 나갔었어요. 저한테는 아마 별 말 안했는데, 연락도 엄청 왔을 거예요. 진짜냐는 악의는 없지만 날카로운 물음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라는 돌팔매질까지. 친해지고 싶어서 안달을 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손길이 아닌 칼을 겨누었겠죠. 제일 화가 나는 건,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죄다 김태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주둥이만 나불대는 새끼들이라는 거예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 애가 얼마나 순하고 모질지 못한 앤지 하나도 모르면서.
" 지민아...... "
저랑 마셨던 이후로 술은 정말 입에도 대지 않던 애가 어느 날은 아주 떡이 되어서 저희 집 앞으로 찾아올 정도면 말 다했죠. 아직도 눈에 선해요.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저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펑펑 울다가 쓰러지던 그 모습이, 우느라 숨이 잔뜩 엉켜서는 이제 나는 어떡해야 하냐며 더듬더듬 뱉어내던 그 밭은 숨이, 이질적일 정도로 항상 웃던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지던 그 순간이.
꿈과 목표가 일렁이는 그 눈빛에 항상 총기가 가득했는데, 인정하긴 싫지만 얼굴도 잘난 주제에 성격까지 잘나서 우리 과 교수님까지 예뻐해던 애였는데, 돌려받는게 없어도 사람들을 좋아해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마냥 베풀기만 하던 애였는데. 그렇게 반짝이던 애가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것 처럼 그 일 이후로 완전히 변해버렸어요. 많이 힘들었을텐데 꾸역꾸역 수업 들으러 등교하더라고요. 텅 비어서 멍한 눈을 하고,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검은 옷을 걸치고, 사람들을 피해다니며 죽은듯이 학교 다니는 모습을 보는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 좀 팍팍 먹, "
" ... 아. "
" ... "
" 박지민 인성. 사람을 막 때리려고 하네. "
" 와하, 너 할리우드 액션 지린다. 연영과로 옮겨. "
그냥 공강때 만고 점심때 밥 한 끼 같이 먹었을 뿐인데 저까지 똑같은 애 아니냐고 과 내에서 말 나왔을 정도니, 김태형은 오죽했겠어요. 맞고 다니지만 않았으면 다행...... 이 아니라. 맞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아니, 맞았어요. 언제 밥 먹다가 왜 그렇게 깨작깨작 먹냐면서 가볍게 치려고 손을 들었는데 눈에 띄게 움츠러들어서 왜 그러냐고 웃어넘겼던... 씨발. 그걸 왜 몰랐지.
후... 아무튼, 너무 힘들어보여서 휴학하라고 하면 항상 장학금 타면서 빨리 졸업 해버릴 거라면서 버텼어요. 조금만 조용히 지내면 사그라들겠지,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요. 아마 그때 온갖 커뮤니티에 가입해가면서 호소글을 썼던 것 같아요. 다 주작이라고, 하나하나 짚으면서 김태형이 그때 보낸 문자 화면까지 첨부해가면서. 글을 100개 쓰면, 1000개 쓰면 사람들이 다 진실을 믿어준다고 하면 전 아마 했을 거예요. 그깟 천 개가 뭐 어렵다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익명 1시간 전
나 경영과 대숲남 손 밟앗어 어떡해 ㅠㅠㅠㅠ?
대숲에 난리났던 그 경영과 남자 잇잖아ㅜㅜㅜㅜㅜ 오늘 교양 들으러 그쪽 건물 지나가다가 마주침
내가 짐이 좀 많앗는데 코너에서 갑자기 튀어나와가지고 부딛혓음 그 사람도 놀랏는지 죄송하다고 꾸벅거리면서 주워주는데 내가 실수로 대숲남 손가락을 밟아버린 거임 오늘 미팅 있어서 하이힐 신엇는데 ㅜ
옷도 다 시커매서 음침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근데 밟자마자 종이 줍다가 아! 하면서 나 올려다보는데 눈빛이; 진짜 존나 무서움
순간 몸 굳엇다가 딱 그때 다 주워서 건네서 최대한 안 닿게 받으면서 그럴 의도 없엇다고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허겁지겁 자리 피했다 ㅠ 나도 당하는 건 아니겟지? ㅠㅠㅠ 무서워 어떡해
♤ 54 ○181 ☆ 13
익명 헐 너 어캄
익명 (글쓴이) 그니까 ㅠㅠㅠㅠ 아 시발
익명 걔 우리 관데 원래 좀 냉하게 생김 그냥 쳐다본 건데 쓰니가 오해한 거 아냐?
익명 예전에 실수로 어깨 부딛혔는데 그때도 죽일듯이 노려봄 ㅠㅠ 쓰니 조심해
.
.
.
익명 애초에 대숲 글 자체가 주작이니까 이런 몰아가기 하지 마 걔 그런 애 아니니까
익명 이런 글 지양해주라 애 많이 힘들어 해
익명 너 김태형이냐? ㅋㅋㅋㅋㅋ 존나웃겨
익명 태하다 추형아~
익명 (글쓴이) 니가 김태형인지 걔 친군진 모르겠는데 난 진짜 무섭다고 느껴서 글 쓴 거야;
익명 오 본인 등판? ㅇㄷ
익명 네 다음 ㄱㅌㅎ
사람들은 진실을 궁금해하지 않아요. 그냥 물어뜯을게 생기면 그게 좋은 거지.
Off the record ; 지민의 이야기
태형님
지민아
나 영국 가려고
태형님
ㅋㅋㅋㅋ
언제 오는지는 모르겠어
가서 잘 쉬다 와
올 때 내 선물 까먹으면 죽는당
태형님
ㅋㅋㅋㅋ 오케
태형님
고맙다
내 맘 알지
한결같아서 좋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사진 찍어서 보내라
숙제임
스물 셋의 김태형한테는 이게 최선이었던 것 같아요.
/
계속 우울한 이야기만 하니까 분위기 다 쳐졌네. 음... 태형이 그래도 지금은 잘 지내요. 간간히 사진 보내오는 거 보니까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진짜 맨땅에 헤딩 하듯이 간 애 치고는 돈도 잘 버는 것 같고. 말은 또 잘 들어서 일주일에 한두번씩 사진 보내주고 그러거든요?
- 카톡!
어, 카톡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카톡이...
태형님
(사진)
어디게
태형님
ㅋㅋㅋㅋㅋㅋㅋ
만났다 여주
지금 이게 대체 뭐야...?
+) 초록글 1등 감사해요 ㅜㅁ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