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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DAS 3 

: BOLD ASSISTED SUICIDE
 

 

 

 

 

 

 

 

 

 

 

 태형은 결국 정국을 찾아가 추문을 한 끝에 숨겨서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아냈다. 넓은 마음으로 사과를 받아 준 태형은 정국과 함께 정국의 자취방에서 함께 축구를 보기로 했다. 맥주 몇 캔과 치킨을 사 든 태형의 가벼운 발걸음을 보고 정국은 쯧쯧 혀를 찼다. 기왕 축구를 볼 거면 여러 사람 모아서 보는 게 더 재미있을 텐데. 지민이라도 부를까 싶은 마음에 정국이 입을 열었다. 

 

 

"야, 지민이랑 같이 볼래?" 

"뭐?" 

"둘이 보면 재미없어. 찌질이냐?" 

"그럼 너도 찌질인데." 

"아 그러니까 형 데려 오자고. 야, 너 문자 옴." 

 

 

 문자? 어 맞네. 정국이 저를 속이는 줄로만 알았던 태형이 문자 발신인이 지민이라는 걸 발견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왜 얘는 이름만 보여도 불길할까? 하여간 좋은 팔자는 아닌 것 같았다. 태형이 할 수 있는 한 가장 느리게 홀드를 해제했다. 

 

 

[ 야 너 지금 윤기 형 집으로 오셈 ] 

 

 

 지민의 문자를 읽고 난 후의 태형의 감상은 '또 저 멤버구나'였다.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보는 것 같은 것들ㅡ요정과 모기ㅡ에 태형은 신믈이 날 지경이었다. 근데 저것들은 또 뭘 하려고 날 부르는 거야 미친. 불길한 예감은 엇나간 적 없다던데 진짜면 어쩌지. 뭐래? 생각에 잠겨 손톱 끝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태형의 어깨를 정국이 툭 쳤다. 

 

 

"지금 당장 윤기 선배한테 가라는데?" 

"오, 좋지. 그럼 오늘 축구는 형님네에서 본다."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택시를 잡아 세우는 정국에 태형이 정국을 따라 타며 손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아, 아 망했어. 또 저 인간들이야. 아, 인간이 아니야. 태형의 멘탈이 바삭바삭 조각이 나려고 할 때쯤 정국이 입을 열었다. 

 

 

"우리 뭐 더 사 가야 하는 거 아냐?" 

"너 돈 많잖아, 네가 뭐 좀 사 오던가." 

"그럼 그럴게." 

 

 

 기가 팍 죽어선 끙끙 앓는 태형이 좀 안쓰러운 게 아니라 정국은 순순히 대답했다. 집에 가면 멘탈 가루 날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정국은 속으로만 생각하며 택시를 멈춰 세웠다. 먼저 가 있어라. 죽지 말고. 태형에게 인사한 정국이 휘적휘적 걸어가다 보이는 왠지 익숙한 얼굴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저거 누구더라……. 하여간 인간은 아닌데. 요정이었나? 이름이 뭐지? 

 

 요정이고 뭐고, 인간이 아닌 건 너무 많이 접해서 웬만한 강렬한 인상 아니면 잘 기억도 못 하는데.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애매하게 기억이 날 듯 안 날 듯 하는 게 더 짜증이 나 정국이 그 자리에 멈춰 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곁을 지나치려던 그 익숙한 얼굴이 정국을 붙잡고 반가운 얼굴을 했다. 

 

 

"어! 이게 누구야! 전정국이! 진짜 오랜만이다 야, 잘 살고 있냐?" 

"하하하, 네. 형은요?" 

"난 요새 일이 너무 많아 가지고, 아 정국이 너 어디 가냐?" 

"치킨 사서 윤기 형네 집이요." 

"그럼 나도 같이 가자! 윤기 형도 엄청 오랜만인 것 같은데!" 

 

 

 정국은 촉에 모든 걸 맡기고 그 익숙한 얼굴이 형일 거라는 것과 윤기를 알 거라는 것까지 두 개를 찍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은 듯 했다. 정국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마터면 오랜만에 본 형도 기억 못하는 미친 놈이 될 뻔 했어……. 속으로 생각하던 정국의 팔을 그 형이 툭 쳤다. 

 

 

"아, 맞다! 너 며칠 전에 성인 됐다면서! 축하한다 전정국이!" 

"감사해요." 

 

 

 정국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가는 형의 정체를 생각해내려 미친 듯이 머리를 쥐어짰다. 

 

 

 

 

 

"야, 여기 앉아 봐." 

"또 왜 뭐에요?" 

"또 왜 뭐라니. 좀 중요한 사안이다." 

 

 

 태형이 집에 들어섰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 두 개와 익숙하다 못해 때려 패고 싶은 얼굴 두 개가 보였다. 물론 때려 패고 싶은 얼굴은 윤기와 지민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중요한 사안이라는 윤기의 말에 태형은 치킨 봉지를 내려 놓았다. 

 

 

"왠지 불길하니까 이거 먹으면서 얘기하죠." 

"식으니까 빨리 풀어. 근데 머릿수가 몇 갠데 이거밖에 없냐?" 

"그럴 줄 알고 정국이한테 더 사 오라고 했어요. 원랜 둘이 축구 보면서 먹으려고 했는데 정국이가 선배랑 박지민이랑 같이 봐야 된다고 해서. 그리고 안 그러려고 했는데 박지민이 문자까지 보내서요." 

 

 

 아, 그래? 근데 축구 보기 전에 두 개만 정리하자. 네. 태형은 윤기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치킨 봉지를 풀었다. 방금 막 튀겨 온 거라 그런지 따뜻한 치킨에 윤기가 만족한 웃음을 띄고 태형을 툭 쳤다. 왜요? 태형의 물음에 윤기가 지민의 쪽을 대충 손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민이 깨워." 

"선배가 지민이 파트너 아닌가요." 

"맞다면 어쩔래 새끼야. 빨리 깨워." 

 

 

 예예. 태형이 몸을 일으켜 소파에 누운 지민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옆에 있던 낯선 둘이 자동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아 맞다, 그 옆에 둘은 안 그래 보이지만 왕자고. 덧붙이는 윤기에 태형이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지민의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야, 일어나." 

 

 

 지민의 몸을 약하게 흔드는 손길에 지민이 손을 들어 태형의 팔을 퍽 내리쳤다. 아, 이게 진짜. 입술을 깨물고 지민의 손목을 붙잡은 태형이 나머지 한 팔로 지민을 흔들어 깨웠다. 야, 일어나라잉? 박지민! 태형이 버럭 소리까지 지르는 통에 일어나지 않는 지민을 보고 윤기를 포함한 셋은 지민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소리까지 지르는데도 안 일어나다니. 사실 알고 보면 다른 게 아니고 낮잠의 요정이라던가 그런 게 아닐까. 

 

 

"야, 안 일어나? 박지민! 좋은 말로 할 때 일어나라." 

 

 

 자는 지민이 그걸 들을 리는 만무했다. 한참 열을 식힌 태형이 지민의 목덜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끝을 구부려 지민의 목을 툭 건드리자 지민의 턱이 움찔 떨렸다. 이 놈 봐라? 태형의 한쪽 눈썹이 잔뜩 휘어졌다. 구부린 손가락으로 지민의 목을 마구 간지럽히자 그제서야 지민이 고개를 푸드덕거리며 눈을 떴다. 

 

 

"야! 왜 남의 목을 막 만지고 그래!"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그래도 그렇지!" 

 

 

 역시 인간들이란 예의가 없네. 꿍얼거린 지민이 태형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아, 땀 묻었잖아! 마지막으로 덧붙여 소리 지른 지민이 태형을 지나 소파 밑으로 미끄러지듯 내려와 앉았다. 쟤 뭐야? 깨워 줘도 저래? 덕분에 태형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몇 초간 더 서 있었어야 했다. 

 

 

"아, 맞다. 이쪽은 파괴의 신 김남준이고 그 옆은 조리의 요정 김석진. 둘이 형제임." 

"오, 파괴의 신이라면 막 집도 파괴하고 지구도 파괴하나요?" 

"아니. 이어폰이나 방문 같은 게 주 타겟이지." 

 

 

 에이. 실망한 기색을 가득 내비친 태형이 테이블에 놓인 치킨을 집어들었다. 인간보단 낫지. 되돌아오는 윤기의 대답에 태형은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맞는 말이네. 그나저나 파괴의 신이라더니 이어폰이나 부수고, 다른 요정은 조리의 요정이라니. 요정이나 신이라고 해서 다를 거 없구나 생각한 태형의 뒤통수를 지민이 퍽 내리쳤다. 

 

 

"야, 깨작깨작 먹지 마!" 

"무슨 상관인데!" 

"보기 싫으니까." 

"허, 참." 

 

 

 무슨 요정이 밥상머리 예절까지 따져? 조금 짜증이 난 태형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요정들도 사투리를 써요? 태형의 물음은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 묻혔다. 쾅! 하는 굉음을 내며 열린 현관문으로 나타난 건 다름아닌 정국과 낯선 누군가였다. 태형이 저건 또 누군가 하고 멍해질 쯤 윤기가 반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 정호석!" 

"형님!" 

"어떻게 여길 왔냐?" 

"마침 일 없는 날 정국이랑 길에서 만났죠!" 

 

 

 저 빼고는 대충 다 아는 사이인 것 같아 태형은 저 인간 아닌 것들이 모두 인사를 나눌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야, 윤기 형님이랑 얘기는 했냐? 제 옆 바닥에 털썩 앉으며 묻는 정국에 태형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할 말이 두 가지나 있다면서 말은 시작도 안 하고 아까부터 인사만 하고, 심부름만 시키고. 아무래도 저는 윤기의 심부름 셔틀이 될 운명이었나보다.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축구나 보자." 

 

 

 결국 이럴 속셈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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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ㅋㅋㅋㅋㅋ아드디어애들이다나왔네여 ㅋㅋㅋㅋㅋㅋ 파괴의신과조리의신이라닠ㅋㅋㅋㅋㅋ 어마무시할줄알았는데 귀욤귀욤이네욬ㅋㅋㅋㅋ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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