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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님 전체글ll조회 339l 3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정체







  가게 입구에 달린 풍경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간만의 여유를 즐기며 지붕 위에 드러누워 있던 윤기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카운터로 순간이동한 그가 기계적인 멘트를 내뱉는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반기는 것이라고 하기엔 뭣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입구를 지나 포렴을 걷고 들어오는 태형의 모습이 보이자, 그 짧은 문장마저도 말끝을 흐리는 윤기다. 오만상 찌푸려진 표정은 덤이었다.




ㅡ 아, 왜 또. 뭔데.



 짜증스럽게 툭툭 내뱉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구슬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윤기에게 태형이 푹 눌러쓴 중절모를 벗으며 다가왔다. 지난 번 가게를 찾았을 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재빠르게 그의 표정을 캐치한 윤기가 턱을 끌어 당기고선 구슬 위를 토독 매만지며 물었다.



ㅡ 너, 인간 데려왔지.

ㅡ ...



  태형을 흘깃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매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치다. 순간 당황한 듯 토끼눈을 뜬 채 헛기침을 하던 태형이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구슬로 나 지켜봤구나, 심부름 제대로 하나 감시하려고? 정답, 하며 입동굴을 보인 채 윤기가 웃었지만, 결코 둔하지 않은 그가 단순히 심부름 확인을 하다 인간의 존재를 알게 됐을까. 이미 태형이 찾는 존재가 인간이란 걸 알아챘던 윤기에게, 인간계로 내려간 태형이 마주할 일만큼 궁금한 건 없었다. 당연히 그가 이번엔 심부름거리를 제대로 살피지도 못할 것이란 짐작도 이미 하고 있었고.




ㅡ 형 원두는 못사왔어.

ㅡ 엉, 알아.



태형의 사과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윤기가 구슬 위로 인간계에서 태형과 인간이 대치하는 상황을 띄웠다.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ㅡ 좌표 찍어준다고 찾을 땐 형상이 흐릿하게 잡혀서 몰랐는데,

 생후 3개월 치곤 너무 큰 거 아닌가?




 거울이 생긴 건 분명 3개월 전이 맞는데, 태어난 건 18년 전이래. 뭔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지. 간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며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는 태형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르다 마침내 태형이 윤기를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ㅡ 형, 혹시 과거도 볼 수 있어?




  윤기가 과거를 볼 수 있다면 여주가 태어났던 시점의 전후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녀를 낳은 범법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니까. 태형이 하려는 모든 일에 있어서 속내를 잘 알아채는 윤기는 이번에도 완벽히 그의 생각을 읽어내렸다.




ㅡ 그 인간의 과거를 보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 능력 범주 밖이라.




  안되겠다며 단호하게 손사래치던 윤기가 고개를 옆으로 까딱거렸다. 그 인간을 낳은 범법자의 정체가 궁금한 거라면 정호석을 찾아가면 되잖아. 걔가 자료 보관하고 있으니까.




ㅡ 형 미쳤지? 그거 하나 물었다가 그 깐깐한 성격에 얼마나 파고들지 몰라서 그래?

 차라리 나보고 인간 데려온 거 광고하고 다니라 그러지 그냥?




  호석에게 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에게 범법자 자료를 부탁했다간 '왜 찾는데?'부터 시작해서 각종 질문들이 날아들 테고, '사실 보고서 오류가 아니라 거울 오류… 범법자 아이의 거울이 만들어져… 그래서 그 아이가 신인 줄… 그런데 알고보니 신 아니고 인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인간의 거울이 생성…'까지 모든 사실을 실토해버리면 이 세계는 난리가 나겠지. 태형의 거울 공간에 인간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 비단 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절대 네버 결코. 애초에 그 인간이 신들의 세계와 엮인 탓에 일어나버린 일이니 세계가 들썩일 만한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인간이 지금 태형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까지 들켜 버리면 태형은….



   

솔직히 말해, 형 나 추방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지? 콧김을 씩 내뿜는 태형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갤 끄덕이는 윤기다. 응, 그래야 귀찮은 일거리가 좀 줄어들지.




ㅡ 그거 몇 번 좀 부탁한 거 가지고!

ㅡ 허, 몇 번 같은 소리하네. 문제만 생겼다하면 나한테 달려오는 게.

ㅡ 아, 됐고. 그럼 확인할 방법이 따로 없는 건가...

이미 짐작가는 자는 있는데. 난 그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고.

ㅡ 짐작가는 자가 누군데.




 그 인간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신세라고 했어.

 범법자들이 추방 이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기간은 대개 1년. 그렇다면 그 아이가 태어난 날에서 1년 전까지의 시기 중 추방된 범법자라는 얘긴데.

  그 해의 범법자 중 여성은 아마,




단 한 명 뿐이었지. 내 기억이 맞다면.




  구슬 위를 어루만지던 윤기의 손이 덜컥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느 새 잊혀진 그 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태형의 말이 믿기 힘든 눈치였다. 설마,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전 황태녀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현 황제 남준이 역모를 일으키고 몰살해버린 전 황실의, 첫째공주. 황위 계승 서열 1위로 올리기 위한 황태녀 책봉식에 인간을 데리고 온,




ㅡ 말도 안 돼.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했어.

ㅡ 그래. 하지만 백퍼센트 불가능이랄 것도 없지. 희박한 확률로 그녀가 인간의 아이를 품게 되었을 지 어떻게 알아.

인간을 데려와 정혼자로 받아들여달라 간청할 때,




  어쩌면 이미 뱃속에 품고 있었을지도. 태형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 황태녀가 벌이기 시작했던 알 수 없는 행동들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추어진다. 인간계과의 접촉이 죄악인 것을 아는 그녀가 갑작스레 인간을 데려온 것도, 혼약을 하였다 한 것도. 그 모든 것들이 다 뱃속의 아이 때문이었다면, 황실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함이었으리라. 전 황제의 대를 이을 자라고는 날 적부터 불임이라는 천명을 갖고 태어난 두 공주자매 뿐이었으니, 그 당시 세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권력의 자리가 교체될 것'이란 말은 뜬소문이 아니었다. 남준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전 황태녀가 몰랐을 리도 없을 테다. 그랬기에 인간과 혼인하겠노라 울부짖던 그 행동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하게 만들었을 뿐더러, 세간에는 그녀가 남준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배후자 역할을 하는 것이란 말까지 떠돌았다. 정말 인간의 아이를 품었던 게 맞다면 조금이나마 그 당시의 의문점들이 풀린다. 그런데,




ㅡ 그녀의 아이가 맞다면, 분명 일이 커질 텐데. 황제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황제가 알면 그 아일 데려온 너까지 죽이려 들 거야, 김태형. 윤기의 말에 태형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일은 진즉에 크게 터졌지. 인간이 이 세계와 엮인 것 자체가 큰 일인 걸. 이렇게 된 이상 그녀의 아이가 맞았으면 좋겠어, 난. 안 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현 황제폐하와 그의 수하들 모조리, 싹 다 밀어버리게.




  눈 하나 깜짝않고 현 황제를 모독하는 태형의 발언에도 윤기는 오히려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의 저주를 풀기 위해 세워진 황실을 그저 권력의 도구로서 여기는 추악한 역모자. 남준은 결코 황제의 자리에 걸맞지 않는 신이었다. 



ㅡ 하지만,



 윤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건드렸다. 



ㅡ 그 아이는 인간이잖아.

희박한 확률로 황태녀의 아이가 맞다면, 또 한 번의 희박한 확률로 인간이 아닌 신으로 태어났길 빌어야지.

ㅡ 인간인 걸 확실히 확인했잖아. 너도, 나도.

ㅡ 거울이 3개월 전에 나타난 이유.



 결코 단순한 이유는 아닐 거야. 형은 어느 쪽으로 배팅할래?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난, 그 아이에게 뒤늦게 천부능력이 발현했다 쪽으로 걸어보려고.

내 생각엔 그 아이, 아무래도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 같거든.








* * *






  지저분한 방구석을 둘러보던 여주가 힘없이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석진에 의해 방에 감금되다시피 갇힌 뒤로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간혹 저택 하인에 의해 식사거리가 담긴 쟁반만 오갈 뿐. 혼자 있는 것도, 환경이 뒤바뀌는 것도 이미 어릴 적부터 내성이 생겼기에 감금(?) 생활이 못 견딜 만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제멋대로 데려오더니 인간이 와서는 안 될 곳이었다며 가둬놓는 건 뭐야. 그 이후로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 태형에 이만 까득까득 갈던 여주다. 간혹 앵무새 석진이 이 저택의 티타임 시간에 맞춰 여주에게도 들렀으나,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 덕에 답답해 죽으려하는 건 여주 뿐이었고.



  어떻게 된 게 이 많고 많은 잡동사니 중에 달력 하나 없는지. 해가 뜨고 지는 횟수를 헤아리던 여주는, 그 숫자가 10에 다다르고 있다는 걸 알고서 결국 탈출을 감행했다. 아무리 그래도 방 하나에서 모든 생활을 하라는 건 범죄행위다. 진짜 감금이라고. 조심스레 방문을 연 그녀가 익숙하게 주위를 살폈다.



이렇게 탈출을 감행할 때마다 귀신같이 달려온 석진이,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인간, 아직 나오면 안 돼.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또 어딜 나올려고.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가게 입구에 달린 풍경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간만의 여유를 즐기며 지붕 위에 드러누워 있던 윤기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카운터로 순간이동한 그가 기계적인 멘트를 내뱉는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반기는 것이라고 하기엔 뭣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입구를 지나 포렴을 걷고 들어오는 태형의 모습이 보이자, 그 짧은 문장마저도 말끝을 흐리는 윤기다. 오만상 찌푸려진 표정은 덤이었다.




ㅡ 아, 왜 또. 뭔데.



 짜증스럽게 툭툭 내뱉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구슬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윤기에게 태형이 푹 눌러쓴 중절모를 벗으며 다가왔다. 지난 번 가게를 찾았을 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재빠르게 그의 표정을 캐치한 윤기가 턱을 끌어 당기고선 구슬 위를 토독 매만지며 물었다.



ㅡ 너, 인간 데려왔지.

ㅡ ...



  태형을 흘깃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매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치다. 순간 당황한 듯 토끼눈을 뜬 채 헛기침을 하던 태형이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구슬로 나 지켜봤구나, 심부름 제대로 하나 감시하려고? 정답, 하며 입동굴을 보인 채 윤기가 웃었지만, 결코 둔하지 않은 그가 단순히 심부름 확인을 하다 인간의 존재를 알게 됐을까. 이미 태형이 찾는 존재가 인간이란 걸 알아챘던 윤기에게, 인간계로 내려간 태형이 마주할 일만큼 궁금한 건 없었다. 당연히 그가 이번엔 심부름거리를 제대로 살피지도 못할 것이란 짐작도 이미 하고 있었고.




ㅡ 형 원두는 못사왔어.

ㅡ 엉, 알아.



태형의 사과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윤기가 구슬 위로 인간계에서 태형과 인간이 대치하는 상황을 띄웠다.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ㅡ 좌표 찍어준다고 찾을 땐 형상이 흐릿하게 잡혀서 몰랐는데,

 생후 3개월 치곤 너무 큰 거 아닌가?




 거울이 생긴 건 분명 3개월 전이 맞는데, 태어난 건 18년 전이래. 뭔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지. 간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며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는 태형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르다 마침내 태형이 윤기를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ㅡ 형, 혹시 과거도 볼 수 있어?




  윤기가 과거를 볼 수 있다면 여주가 태어났던 시점의 전후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녀를 낳은 범법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니까. 태형이 하려는 모든 일에 있어서 속내를 잘 알아채는 윤기는 이번에도 완벽히 그의 생각을 읽어내렸다.




ㅡ 그 인간의 과거를 보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 능력 범주 밖이라.




  안되겠다며 단호하게 손사래치던 윤기가 고개를 옆으로 까딱거렸다. 그 인간을 낳은 범법자의 정체가 궁금한 거라면 정호석을 찾아가면 되잖아. 걔가 자료 보관하고 있으니까.




ㅡ 형 미쳤지? 그거 하나 물었다가 그 깐깐한 성격에 얼마나 파고들지 몰라서 그래?

 차라리 나보고 인간 데려온 거 광고하고 다니라 그러지 그냥?




  호석에게 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에게 범법자 자료를 부탁했다간 '왜 찾는데?'부터 시작해서 각종 질문들이 날아들 테고, '사실 보고서 오류가 아니라 거울 오류… 범법자 아이의 거울이 만들어져… 그래서 그 아이가 신인 줄… 그런데 알고보니 신 아니고 인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인간의 거울이 생성…'까지 모든 사실을 실토해버리면 이 세계는 난리가 나겠지. 태형의 거울 공간에 인간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 비단 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절대 네버 결코. 애초에 그 인간이 신들의 세계와 엮인 탓에 일어나버린 일이니 세계가 들썩일 만한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인간이 지금 태형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까지 들켜 버리면 태형은….



   

솔직히 말해, 형 나 추방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지? 콧김을 씩 내뿜는 태형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갤 끄덕이는 윤기다. 응, 그래야 귀찮은 일거리가 좀 줄어들지.




ㅡ 그거 몇 번 좀 부탁한 거 가지고!

ㅡ 허, 몇 번 같은 소리하네. 문제만 생겼다하면 나한테 달려오는 게.

ㅡ 아, 됐고. 그럼 확인할 방법이 따로 없는 건가...

이미 짐작가는 자는 있는데. 난 그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고.

ㅡ 짐작가는 자가 누군데.




 그 인간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신세라고 했어.

 범법자들이 추방 이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기간은 대개 1년. 그렇다면 그 아이가 태어난 날에서 1년 전까지의 시기 중 추방된 범법자라는 얘긴데.

  그 해의 범법자 중 여성은 아마,




단 한 명 뿐이었지. 내 기억이 맞다면.




  구슬 위를 어루만지던 윤기의 손이 덜컥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느 새 잊혀진 그 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태형의 말이 믿기 힘든 눈치였다. 설마,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전 황태녀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현 황제 남준이 역모를 일으키고 몰살해버린 전 황실의, 첫째공주. 황위 계승 서열 1위로 올리기 위한 황태녀 책봉식에 인간을 데리고 온,




ㅡ 말도 안 돼.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했어.

ㅡ 그래. 하지만 백퍼센트 불가능이랄 것도 없지. 희박한 확률로 그녀가 인간의 아이를 품게 되었을 지 어떻게 알아.

인간을 데려와 정혼자로 받아들여달라 간청할 때,




  어쩌면 이미 뱃속에 품고 있었을지도. 태형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 황태녀가 벌이기 시작했던 알 수 없는 행동들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추어진다. 인간계과의 접촉이 죄악인 것을 아는 그녀가 갑작스레 인간을 데려온 것도, 혼약을 하였다 한 것도. 그 모든 것들이 다 뱃속의 아이 때문이었다면, 황실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함이었으리라. 전 황제의 대를 이을 자라고는 날 적부터 불임이라는 천명을 갖고 태어난 두 공주자매 뿐이었으니, 그 당시 세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권력의 자리가 교체될 것'이란 말은 뜬소문이 아니었다. 남준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전 황태녀가 몰랐을 리도 없을 테다. 그랬기에 인간과 혼인하겠노라 울부짖던 그 행동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하게 만들었을 뿐더러, 세간에는 그녀가 남준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배후자 역할을 하는 것이란 말까지 떠돌았다. 정말 인간의 아이를 품었던 게 맞다면 조금이나마 그 당시의 의문점들이 풀린다. 그런데,




ㅡ 그녀의 아이가 맞다면, 분명 일이 커질 텐데. 황제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황제가 알면 그 아일 데려온 너까지 죽이려 들 거야, 김태형. 윤기의 말에 태형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일은 진즉에 크게 터졌지. 인간이 이 세계와 엮인 것 자체가 큰 일인 걸. 이렇게 된 이상 그녀의 아이가 맞았으면 좋겠어, 난. 안 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현 황제폐하와 그의 수하들 모조리, 싹 다 밀어버리게.




  눈 하나 깜짝않고 현 황제를 모독하는 태형의 발언에도 윤기는 오히려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의 저주를 풀기 위해 세워진 황실을 그저 권력의 도구로서 여기는 추악한 역모자. 남준은 결코 황제의 자리에 걸맞지 않는 신이었다. 



ㅡ 하지만,



 윤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건드렸다. 



ㅡ 그 아이는 인간이잖아.

희박한 확률로 황태녀의 아이가 맞다면, 또 한 번의 희박한 확률로 인간이 아닌 신으로 태어났길 빌어야지.

ㅡ 인간인 걸 확실히 확인했잖아. 너도, 나도.

ㅡ 거울이 3개월 전에 나타난 이유.



 결코 단순한 이유는 아닐 거야. 형은 어느 쪽으로 배팅할래?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난, 그 아이에게 뒤늦게 천부능력이 발현했다 쪽으로 걸어보려고.

내 생각엔 그 아이, 아무래도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 같거든.








* * *






  지저분한 방구석을 둘러보던 여주가 힘없이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석진에 의해 방에 감금되다시피 갇힌 뒤로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간혹 저택 하인에 의해 식사거리가 담긴 쟁반만 오갈 뿐. 혼자 있는 것도, 환경이 뒤바뀌는 것도 이미 어릴 적부터 내성이 생겼기에 감금(?) 생활이 못 견딜 만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제멋대로 데려오더니 인간이 와서는 안 될 곳이었다며 가둬놓는 건 뭐야. 그 이후로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 태형에 이만 까득까득 갈던 여주다. 간혹 앵무새 석진이 이 저택의 티타임 시간에 맞춰 여주에게도 들렀으나,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 덕에 답답해 죽으려하는 건 여주 뿐이었고.



  어떻게 된 게 이 많고 많은 잡동사니 중에 달력 하나 없는지. 해가 뜨고 지는 횟수를 헤아리던 여주는, 그 숫자가 10에 다다르고 있다는 걸 알고서 결국 탈출을 감행했다. 아무리 그래도 방 하나에서 모든 생활을 하라는 건 범죄행위다. 진짜 감금이라고. 조심스레 방문을 연 그녀가 익숙하게 주위를 살폈다.



이렇게 탈출을 감행할 때마다 귀신같이 달려온 석진이,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인간, 아직 나오면 안 돼.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또 어딜 나올려고.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가게 입구에 달린 풍경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간만의 여유를 즐기며 지붕 위에 드러누워 있던 윤기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카운터로 순간이동한 그가 기계적인 멘트를 내뱉는다. 어서오세요. 손님을 반기는 것이라고 하기엔 뭣한,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입구를 지나 포렴을 걷고 들어오는 태형의 모습이 보이자, 그 짧은 문장마저도 말끝을 흐리는 윤기다. 오만상 찌푸려진 표정은 덤이었다.




ㅡ 아, 왜 또. 뭔데.



 짜증스럽게 툭툭 내뱉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구슬 앞으로 몸을 움직이는 윤기에게 태형이 푹 눌러쓴 중절모를 벗으며 다가왔다. 지난 번 가게를 찾았을 때와는 다르게 사뭇 진지한 얼굴이었다. 재빠르게 그의 표정을 캐치한 윤기가 턱을 끌어 당기고선 구슬 위를 토독 매만지며 물었다.



ㅡ 너, 인간 데려왔지.

ㅡ ...



  태형을 흘깃 쳐다보는 날카로운 눈매는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눈치다. 순간 당황한 듯 토끼눈을 뜬 채 헛기침을 하던 태형이 이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구슬로 나 지켜봤구나, 심부름 제대로 하나 감시하려고? 정답, 하며 입동굴을 보인 채 윤기가 웃었지만, 결코 둔하지 않은 그가 단순히 심부름 확인을 하다 인간의 존재를 알게 됐을까. 이미 태형이 찾는 존재가 인간이란 걸 알아챘던 윤기에게, 인간계로 내려간 태형이 마주할 일만큼 궁금한 건 없었다. 당연히 그가 이번엔 심부름거리를 제대로 살피지도 못할 것이란 짐작도 이미 하고 있었고.




ㅡ 형 원두는 못사왔어.

ㅡ 엉, 알아.



태형의 사과에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 윤기가 구슬 위로 인간계에서 태형과 인간이 대치하는 상황을 띄웠다. 무언가 이해되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ㅡ 좌표 찍어준다고 찾을 땐 형상이 흐릿하게 잡혀서 몰랐는데,

 생후 3개월 치곤 너무 큰 거 아닌가?




 거울이 생긴 건 분명 3개월 전이 맞는데, 태어난 건 18년 전이래. 뭔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지. 간만에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며 눈두덩이를 꾹꾹 누르는 태형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둘 사이에 정적이 흐르다 마침내 태형이 윤기를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ㅡ 형, 혹시 과거도 볼 수 있어?




  윤기가 과거를 볼 수 있다면 여주가 태어났던 시점의 전후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그녀를 낳은 범법자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니까. 태형이 하려는 모든 일에 있어서 속내를 잘 알아채는 윤기는 이번에도 완벽히 그의 생각을 읽어내렸다.




ㅡ 그 인간의 과거를 보려고? 미안하지만, 그건 내 능력 범주 밖이라.




  안되겠다며 단호하게 손사래치던 윤기가 고개를 옆으로 까딱거렸다. 그 인간을 낳은 범법자의 정체가 궁금한 거라면 정호석을 찾아가면 되잖아. 걔가 자료 보관하고 있으니까.




ㅡ 형 미쳤지? 그거 하나 물었다가 그 깐깐한 성격에 얼마나 파고들지 몰라서 그래?

 차라리 나보고 인간 데려온 거 광고하고 다니라 그러지 그냥?




  호석에게 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기 그지없다. 그에게 범법자 자료를 부탁했다간 '왜 찾는데?'부터 시작해서 각종 질문들이 날아들 테고, '사실 보고서 오류가 아니라 거울 오류… 범법자 아이의 거울이 만들어져… 그래서 그 아이가 신인 줄… 그런데 알고보니 신 아니고 인간…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인간의 거울이 생성…'까지 모든 사실을 실토해버리면 이 세계는 난리가 나겠지. 태형의 거울 공간에 인간이 비집고 들어온 것이 비단 그의 문제만은 아니다. 절대 네버 결코. 애초에 그 인간이 신들의 세계와 엮인 탓에 일어나버린 일이니 세계가 들썩일 만한 문제였다. 더군다나 그 인간이 지금 태형의 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까지 들켜 버리면 태형은….



   

솔직히 말해, 형 나 추방당하는 꼴 보고 싶어서 그러지? 콧김을 씩 내뿜는 태형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갤 끄덕이는 윤기다. 응, 그래야 귀찮은 일거리가 좀 줄어들지.




ㅡ 그거 몇 번 좀 부탁한 거 가지고!

ㅡ 허, 몇 번 같은 소리하네. 문제만 생겼다하면 나한테 달려오는 게.

ㅡ 아, 됐고. 그럼 확인할 방법이 따로 없는 건가...

이미 짐작가는 자는 있는데. 난 그 사실을 확인하기만 하면 되고.

ㅡ 짐작가는 자가 누군데.




 그 인간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신세라고 했어.

 범법자들이 추방 이후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기간은 대개 1년. 그렇다면 그 아이가 태어난 날에서 1년 전까지의 시기 중 추방된 범법자라는 얘긴데.

  그 해의 범법자 중 여성은 아마,




단 한 명 뿐이었지. 내 기억이 맞다면.




  구슬 위를 어루만지던 윤기의 손이 덜컥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느 새 잊혀진 그 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태형의 말이 믿기 힘든 눈치였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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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전 황태녀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현 황제 남준이 역모를 일으키고 몰살해버린 전 황실의, 첫째공주. 황위 계승 서열 1위로 올리기 위한 황태녀 책봉식에 인간을 데리고 온,




ㅡ 말도 안 돼. 그녀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고 했어.

ㅡ 그래. 하지만 백퍼센트 불가능이랄 것도 없지. 희박한 확률로 그녀가 인간의 아이를 품게 되었을 지 어떻게 알아.

인간을 데려와 정혼자로 받아들여달라 간청할 때,




  어쩌면 이미 뱃속에 품고 있었을지도. 태형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전 황태녀가 벌이기 시작했던 알 수 없는 행동들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추어진다. 인간계과의 접촉이 죄악인 것을 아는 그녀가 갑작스레 인간을 데려온 것도, 혼약을 하였다 한 것도. 그 모든 것들이 다 뱃속의 아이 때문이었다면, 황실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함이었으리라. 전 황제의 대를 이을 자라고는 날 적부터 불임이라는 천명을 갖고 태어난 두 공주자매 뿐이었으니, 그 당시 세계를 시끌벅적하게 만든 '권력의 자리가 교체될 것'이란 말은 뜬소문이 아니었다. 남준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전 황태녀가 몰랐을 리도 없을 테다. 그랬기에 인간과 혼인하겠노라 울부짖던 그 행동은 모든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하게 만들었을 뿐더러, 세간에는 그녀가 남준이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배후자 역할을 하는 것이란 말까지 떠돌았다. 정말 인간의 아이를 품었던 게 맞다면 조금이나마 그 당시의 의문점들이 풀린다. 그런데,




ㅡ 그녀의 아이가 맞다면, 분명 일이 커질 텐데. 황제가 가만 있지 않을 거다.




황제가 알면 그 아일 데려온 너까지 죽이려 들 거야, 김태형. 윤기의 말에 태형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일은 진즉에 크게 터졌지. 인간이 이 세계와 엮인 것 자체가 큰 일인 걸. 이렇게 된 이상 그녀의 아이가 맞았으면 좋겠어, 난. 안 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현 황제폐하와 그의 수하들 모조리, 싹 다 밀어버리게.




  눈 하나 깜짝않고 현 황제를 모독하는 태형의 발언에도 윤기는 오히려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의 저주를 풀기 위해 세워진 황실을 그저 권력의 도구로서 여기는 추악한 역모자. 남준은 결코 황제의 자리에 걸맞지 않는 신이었다. 



ㅡ 하지만,



 윤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건드렸다. 



ㅡ 그 아이는 인간이잖아.

희박한 확률로 황태녀의 아이가 맞다면, 또 한 번의 희박한 확률로 인간이 아닌 신으로 태어났길 빌어야지.

ㅡ 인간인 걸 확실히 확인했잖아. 너도, 나도.

ㅡ 거울이 3개월 전에 나타난 이유.



 결코 단순한 이유는 아닐 거야. 형은 어느 쪽으로 배팅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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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 아이에게 뒤늦게 천부능력이 발현했다 쪽으로 걸어보려고.

내 생각엔 그 아이, 아무래도 평범한 인간은 아닐 것 같거든.








* * *






  지저분한 방구석을 둘러보던 여주가 힘없이 침대맡에 걸터앉았다. 석진에 의해 방에 감금되다시피 갇힌 뒤로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다. 간혹 저택 하인에 의해 식사거리가 담긴 쟁반만 오갈 뿐. 혼자 있는 것도, 환경이 뒤바뀌는 것도 이미 어릴 적부터 내성이 생겼기에 감금(?) 생활이 못 견딜 만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제멋대로 데려오더니 인간이 와서는 안 될 곳이었다며 가둬놓는 건 뭐야. 그 이후로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 태형에 이만 까득까득 갈던 여주다. 간혹 앵무새 석진이 이 저택의 티타임 시간에 맞춰 여주에게도 들렀으나,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지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 덕에 답답해 죽으려하는 건 여주 뿐이었고.



  어떻게 된 게 이 많고 많은 잡동사니 중에 달력 하나 없는지. 해가 뜨고 지는 횟수를 헤아리던 여주는, 그 숫자가 10에 다다르고 있다는 걸 알고서 결국 탈출을 감행했다. 아무리 그래도 방 하나에서 모든 생활을 하라는 건 범죄행위다. 진짜 감금이라고. 조심스레 방문을 연 그녀가 익숙하게 주위를 살폈다.



이렇게 탈출을 감행할 때마다 귀신같이 달려온 석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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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인간, 아직 나오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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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또 어딜 나올려고.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ㅡ ...

ㅡ 아...




  숨이 멎는다. 입구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여주의 머릿속이 백지상태가 되어버렸다. 문을 열고 나오던 여주와 눈이 딱 마주치고 굳어버린 건 정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몰래 나오자마자 누군가와 마주칠 걸 예상못한 여주처럼, 그도 지레짐작만 하고 있던 인간의 존재를 이렇게 눈앞에서 확인하게 될 줄 예상 못했으니. 하지만 이내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은 그가 우편함을 마저 채우고 여주에게로 성큼 다가왔다. 진짜 나, x 됐다. 여주의 생각을 읽어내린 듯 피식 웃은 그는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했다.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태형님이 제게 거짓말을 하셨군요.




  예상은 했습니다ㅡ 이 저택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올 때마다 인간냄새가 진동했으니까요! 익숙한 목소리라고 생각한 여주가 석진에 의해 방에 갇힌 날을 떠올렸다. 서신을 전하러 왔다는 밝은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인 듯 했다.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는 그의 말에 여주에게 두려움과 허탈함이 한 번에 몰려들었다.




ㅡ 제 목소리를 기억하시나봅니다. 역시, 그 때 숨어있었던 게 맞죠? 

ㅡ ...

ㅡ 저 무척 설렙니다! 인간은 정말 오랜만인데.



  저는 이 세계의 우편배달부 정국입니다! 인사와 함께 손을 척 내민 정국은 여주의 손이 제 손을 맞잡길 기다렸다. 인간이 여기 오는 것만으로도 큰 죄악이라 했던 태형의 말을 떠올린 여주는 의외의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전히 밝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있는 그를 조심스레 올려다보던 그녀가 엉겁결에 손을 마주잡았다. 허공에서 붕붕 흔들리던 손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도 상황파악이 안되는 그녀였다.




ㅡ 그나저나 태형님이 아무에게도 들키지 말라 경고하셨을 텐데, 이리 나온 걸 보니

ㅡ...

ㅡ 보통 배짱을 가진 인간은 아닌가보군요!

ㅡ...

ㅡ 에이, 농담입니다. 비밀을 지켜드릴테니 이제 그만 긴장푸세요   




  우편배달부인 만큼 수많은 소식을 접하지만, 누구보다 무거운 입을 가지고 있거든요! 손으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제스쳐를 취해보이며 웃던 정국은 회중시계를 보더니 별안간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이런, 시간이 늦었군요. 전 이만 돌아가봐야겠습니다. 다음에도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 혼자 말을 쏟아내던 정국이 바람을 타고 높이 날아오르다 펑, 사라져버린다. 얼이 빠진 채 그가 사라진 곳을 빤히 바라보던 여주가 이윽고 정신을 차렸다.




  누군가와 마주쳤다는 사실을 태형과 석진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감시가 더더욱 심해질 미래를 떠올리며 몸서리치던 여주가 결국 다시 돌아섰다. 입구에서 겨우 한발짝 나온 거라도 만족해야지, 뭐. 그리 생각하며 문고리를 여는 순간,




 [방탄소년단] 최후여황最後女皇 ​3 | 인스티즈


ㅡ 도무지 인간 널 이해할 수가 없어.

ㅡ ...

ㅡ 말을 이리도 못알아먹으니.




  언제부터 서있던 건지 모를 석진이 문에 기대어 서서 여주를 천천히 내리깔아본다. 낮은 음으로 천천히 내뱉는 음절 하나하나마다 냉기가 흘러내렸다. 몸을 감싸오는 위압감에 어쩔 줄 모르고 선 그녀가 거친 손길에 의해 붙잡혀 들어갔다.




ㅡ 너를 본 자가 있더냐.

ㅡ ...아, 아뇨.




  정국을 마주친 걸 얘기했다간 또 무슨 상황이 자신을 옥죄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그녀가 고개를 내저었다.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눈초리가 뱀처럼 그녀를 훑어올린다.




ㅡ 한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이지?

ㅡ ...

ㅡ 네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냐 물었어.




  정국이 비밀을 보장해주겠다 했으니 나만 안들키면 된다. 정국이 믿을 만한 자인지의 여부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여주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ㅡ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정말로.




여주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시금 손목을 잡아끈 석진이 2층 방문을 열어젖혔다. 결국 다시 갇혀버리게 생겼다.

그가 미련없이 그녀를 밀어넣었고, 이내 방문이 바람에 맞닿아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ㅡ 아, 개빡쳐.



  나 언제까지 이러고 살라고. 욕지꺼리만 나오는 상황에 그녀가 발을 쿵쿵 굴러댔다. 꽉 닫힌 방문을 보다 터덜터덜 걸어들어간 여주는 왠지 아까와는 다른 듯한 공기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의 근원을 찾아 걸어다니던 그녀가 분명 석진에 의해 잠겨있던 창문이 미세하게 틈이 벌려져 있는 걸 발견했다. 창틀 모서리에는 못보던 흰색의 편지가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밖으로 떨어질세라 조심스레 잡아챈 여주가 편지를 이리저리 살폈다. 발신자도 수신자도 적히지 않은 무색의 편지.




두 번 접힌 편지지를 펼치자 짤막한 문장이 줄지어 쓰여있다.    




「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이름을 묻고 싶네요

아, 그리고 제게 부탁하고 싶은 편지가 있다면

실을 묶어 창문에 매달아 놓으세요.

제게 답하는 편지도 좋습니다!

언제든 당신을 만나러 갈게요ㅡ

그럼 이만.


- 정국 」




편지지 끄트머리에 적힌 이름을 확인한 여주가 창문 너머로 재빨리 주위를 살폈다.

이미 떠난 건지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가 남기고 간 듯한 붉은 실타래만이 문틈에 매달려 바람에 흩날리고 있을 뿐이었다.






























 +사담

더 많은 이야길 넣지 못해서 죄송합니다...ㅏ하

얼른 새로운 인물이 나오면 좋을 텐데요ㅠㅠ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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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0.119
오어오어오어 그래서 '최후여왕'이라고 바꾸신 건가요? 최후여왕의 자세한 뜻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더 연관성 있는 것 같아 글과 어울리네요ㅠㅠㅜㅠ 밖으로 잠깐 나온 걸 누군가 보지 않았을까 걱정 되네요.... 창문으로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 수 있을 여주가 다행이에요ㅠㅠ 저 같으면 벌써 창문으로 뛰어 내리거나 외로워서 계속 우울해 있을 것 같은데ㅠㅠㅜ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5년 전
독자1
점점 흥미진진해 지는거같아요ㅠㅠ 너무 재밋게 보구있어요!! 정국이가 비밀을 지켜줄지 걱정이네여ㅠㅠ
5년 전
비회원208.195
여주가 생각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었네요. 오늘 화를 보면 정국이가 좋은 신처럼 보이지만 비밀 지켜줄지 약간 걱정도 되고... 여주는 언제까지 숨어지내야하나 안쓰럽기도하네요 ㅠㅠ
5년 전
비회원209.63
으갓 너무재밌어요ㅠ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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