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유년기의 행동은 은연 중 그 사람의 본성을 증명한다 했다.
난 고작 일곱살 때 쌍둥이 오빠를 목졸라 죽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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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ty Crazy
02.
"제, 발... 여주 잘못이 아니에요..."
끊어져가는 숨을 간헐적으로 내뱉으면서도 오빠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우리 여주 좀 용서해주세요.
우스웠다.
용서는 그들이 아닌 내가 죽이려 했던 저로부터 비롯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03.
"다행히 목숨은 건졌어."
의사는 한숨섞인 말을 내뱉었다.
"일어나자마자 동생부터 찾더라."
"..."
-병실로 널 불러달라고 사정사정을 하다가도 네 이름 석자만 들리면 벌벌 떨면서 울었어.
"아무래도 충격이 컸나봐."
그럴리가요.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함께 였는걸요.
04.
후로 7년이 지났을 때 즈음, 나는 나를 목졸라 죽이려 했다.
그것이 성에 차지 않을 때면 내 몸을 난도질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자신에 오빠를 투영했다.
내 건조한 살결이 오빠의 단 살결이라 생각하며 얇은 날로 수평선을 그렸다.
05.
"미친게 분명하다니까요? 씨발, 진짜."
기괴한 영웅의식에 갇혀 나의 자발적 죽음을 막으려 양 손을 쥐어잡던 여자아이의 팔목을 물어뜯었다.
뚝 뚝 떨어지는 선혈을 바들바들 떨리는 몸짓으로 받아내며 여자아이는 생전 안하던 욕을 내뱉으며 울부짖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아이들의 경멸어린 눈초리는 온전히 내가 아닌 오빠의 등허리께에 박혔다.
퀭한 눈빛으로 그를 야려보는 내 뒷통수를 감싸안으며 오빠는 꼿꼿한 음성으로 천천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
"듣지 마, 괜찮아."
단단하게 감싸오는 팔 사이로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어차피 우린 전부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생명인데, 조금 미치면 어떤가.
06.
더러운 모양새로 엉킨 긴 머리를 빗으로 쓸어내리길 반복하던 수녀님이 끝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나쁜 아이가 아니란다."
넌,
수녀님은 문장의 앞에 들어갔어야 할 그 단어를 속으로 삼켰다.
07.
15살, 그 때 즈음 보육원의 아이들은 날 악마의 씨앗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우스웠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장 사랑한 모든 것은 나의 오빠였기에.
08.
"나랑 피가 섞여서 싫어?"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내 옆에 누운 오빠에게 묻곤 했다.
"행운이라 생각해."
오빠는 내게 단 한번도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었다.
09.
날 맨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오빠였다.
피가 가득 찬 욕조에 차게 누운 날 끌어안고,
눈물로 내 얼굴을 적시며,
하염없이 내 귓가에 속삭이며.
"죽지 마, 제발 날 버리지마."
10.
버리지마.
그 말만을 반복하는 오빠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오빠의 눈에 오롯이 담긴 은하수,
그 안을 유영하며 나의 절망을 생각했다.
어쩌다 당신같은 축복이 나와 엮이게 되었을까.
이리도 추한 모양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