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랑 헤어진지 얼마 안 됐고 다시 쫓아가면
핸드폰 돌려줄 수 있을 거 같아서 확 뒤 돌아서 뛰려고 하는데
우연히 본 폰 화면에서 '민석이형' 이라고 저장된 이름이 떠서 멈칫해버림
카톡이였는데 내용은 안 보이고 메세지만 도착했다는 카톡이였어
카톡을 볼까 말까.. 엄청 고민함 민석이 카톡인데 궁금하잖아 솔직히
그렇다고 폰주인도 아닌데 볼 수도 없고ㅠㅠ
그치만 내가 궁금한 게 먼저인 것 같다
그러면서 보기 버튼을 눌러버림
돌부처 김민석 유혹하는 썰 07
근데 장난 아니고 보자 마자
누가 망치로 머리 한 대 친 것 같이 멍해짐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카톡이 김민석이 보낸 게 맞나 싶었어
[훈아 나 어떡하냐]
[나 애기 건드린 것 같다..]
애기가 나냐 설마....
진짜 놀라가지고 멍해짐
갑자기 술 확 깨는 것 같고ㅠㅠㅠㅠㅠ
설마 이거 때문에 나한테 만나지 말자고 한 건가
일단 내가 질린 게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부터 들었음ㅠㅠ
그리고 애기라는 말이 되게 뭔가 설렜다고 해야하나
막 설렌 건 아닌데ㅠㅠㅠ 음.. 놀랐다고 해야하나?
암튼 되게 두근대는 거야 막..
카톡 보고 멈칫하다가 위에 대화 내용이 계속 눈에 들어오길래
세훈이한테는 정말로 미안하지만ㅠㅠ 진짜로 미안하지만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ㅠㅠㅠㅠ
그래서 카톡 내용 올려다 보는데
이건 뭐 보물창고다 싶을 정도로 내 얘기가 많았어
막 민석이가 나한테 안 하는 말들을 오세훈한테는 여러번 한 거 같더라고
둘이 개인적인 대화도 하긴 했는데 내 얘기가 훨씬 더 많았어
민석이가 오세훈이랑 이렇게 연락을 자주 했나 싶을 정도로ㅠㅠ
[애기가 요즘 변한 거 같다]
[애기가 가면 갈 수록 말을 안 들어]
[애기 뭐 갖고 싶어 하는 거 있어?]
[애기 페북에 글 쓴 그 남자애 누군지 아냐]
[시발 애기랑 자꾸 연락하지마ㅡㅡ]
막 이랬음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모르는 민석이 얘기들이 엄청 많더라 진짜ㅠㅠㅠ
진짜 내 얘기 하는 문장마다 애기애기 거리고
나한텐 평소에 애기는 무슨 애칭같은 거 한 번도 안 불러줬었는데
오세훈한테는 날 애기라고 불렀나봐
날 항상 애취급 한 건 맞는데 애기라고 부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그냥 "애같아", "어리다 진짜", "애냐" 이런 소리는 많이 들었는데
민석이가 오세훈한테 카톡으로 애기라고 한 건 뭔가 느낌이 달랐어ㅠㅠ..
막 불안해 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막 심장 쿵쾅쿵쾅 하는 것 같고ㅠㅠ
막 그러면서 위에 올려다 보고 있는데 민석이한테 카톡이 하나 더 오는 거야
재촉하면서 [세훈아?] 이러는데 아니 이걸 답장 안 할 수도 없고
읽었는데 어떡하지ㅠㅠㅠㅠ 막 폰 붙잡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음
민석이도 읽었는데 답장이 안 오니까 이상하다고 생각됐는지
갑자기ㅠㅠㅠㅠㅠ 막 전화가 오는 거야
발만 동동거리다가 막 전화 끊길 때 쯤에 에라 모르겠다 이러고 받았다?
어차피 내가 이걸 안 이상 이대로 넘어가진 못하겠고 하니까 그냥 받는 게 낫겠다 싶었어
근데 막상 받으니까 진짜 말이 안 나오는 거야
내가 잘못한 거라곤 그냥 오세훈 카톡 좀.. 본 것 밖에 없는데
괜히 죄지은 사람 마냥 꿀먹은 벙어리가 됐음
진짜 두근두근 대면서 심장 터질 것 같았어ㅠㅠ
- 여보세요
"......"
민석이가 딱 그냥 저 한마디 했을 뿐인데
술 먹어서 그런지 뭔지 막 괜히 울컥하고 그러는 거야
그래도 침 삼키면서 울컥하는 거 참고
소리 안 들리게 심호흡도 한 번 하고 입을 뗐어
".. 여보세요?"
- .... 뭐야
"....."
- 왜 너가 받아
"... 세훈이 잠깐 만났는데 핸드폰을 놓고 갔어"
- 그래서 카톡.. 너가 봤어?
"궁금한데 어떡해"
- 봤냐고
".. 어, 봤어"
저랬더니 민석이가 당황해 하는 것 같았어
막 하.. 이러면서 계속 한숨만 쉬어댔음..
진짜 한참동안 말을 안 했어 서로
나는 그냥 민석이가 왜 때문에 그랬는지 궁금했고
민석이 입으로 그 말을 듣고 싶었으니까
민석이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지
그렇게 5분, 10분 계속 기다려 줬는데도 민석이는 말이 없는 거야
나한테는 왠지 지 입으로 말 안 할 것 같고
자꾸 막 어색한 침묵만 흐르고ㅠㅠ..
".. 나한테 할 말 없어?"
- ....
"... 끊을게"
- 아 잠깐만
".. 왜"
- .. 어딘데 지금
"집 앞"
- .. 금방 갈게 기다려
솔직히 끊으라고 하면 바로 그냥 끊어버릴 줄 알았는데
어디냐고 바로 온다고 그래서 좀 놀랐음ㅠㅠㅠ
끊은 다음에 진짜 10분도 안 돼서 온 듯
막 택시 타고 왔는데 민석이가 택시에서 내리는 거 보자 마자
눈물샘 폭팔ㅠㅠ 왜인지는 나도 모름
그냥 막 민석이 보자 마자 노려보고 입 씰룩씰룩 해져서는
눈물이 줅줅 흘렀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민석이는 나 보더니 뭔가 좀 쭈뼛쭈뼛 걸어오는 것 같았음
내 쪽으로 와서 막 마른세수하고 머리 막 헝클어트리고
한숨 쉬고ㅠㅠ 어쩔 줄 몰라하고..
나는 입이 진짜 댓발 나와가지고 자존심은 있어서
소리 내서 울지는 못하고 그냥 막 씩씩대면서 울었음ㅠㅠㅠㅠ
"왜 울어"
"...."
".. 미안해 울지 마"
민석이가 내 앞으로 오더니 내 팔 잡으면서 무릎 굽히고 나랑 눈 마주치는데
나는 막 일부러 민석이랑 눈 안 마주치려고 고개 피하고, 눈 피하고 그랬어
괜히 더 심통나서 일부러 더 막 뿌리치고 그런 거 같음
그랬더니 민석이가 한숨 푹 쉬면서 입술 한번 훑더니 입을 뗏어
"놀라서 그랬어"
"....."
"넌 아직 애잖아"
"....."
"애한테 뭘 한 건가 싶기도 하고.."
"....."
"장소가 너무 가벼웠단 생각도 들고.."
"....."
"내가 몹쓸 짓 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
"그냥, 여러가지로 뭔가 후회 되더라"
난 계속 땅만 쳐다봤음ㅠㅠ
솔직히 민석이가 맨날 자기 마음 표현하는 성격도 아니고
무뚝뚝해서 그런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막 혼자 더 울컥ㅠㅠ
아까 카톡 내용도 그렇고.. 나 혼자 삽질하던 게 아니였구나 싶고
왠지 더 울컥해서 막 눈물이 더 나왔음ㅠㅠㅠㅠㅠㅠ
민석이는 내가 더 우니까 안절부절 못하더라
"아니 너랑 그런 걸 후회 한다는 게 아니라.."
"....."
"울지 말고, 응?"
민석이가 막 어쩔 줄 몰라하며서 한숨만 쉬더라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나한테 달래는 듯한 목소리로 "나 봐봐" 이랬음
시발 너같으면 눈물 콧물 다 뺀 얼굴 정면으로 보여주고 싶겠냐ㅠㅠㅠㅠ
막 버티니까 민석이가 자기 손으로 눈물 닦아주면서 내 얼굴 잡아서
지 얼굴 보게 만들었음ㅠㅠ
"울지 마"
"....."
"가볍게 대해서 미안해"
"....."
"넌 가벼운 게 아닌데.. 아니, 막 어.."
"....."
"어.. 그러니까 내 말은 그냥.. 음"
"....."
"너.. 소중하다고"
"....."
"함부로 대한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이러면서 막 안아주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말 듣자 마자 코끝이 다시 찡해지면서 막 소리내서 울었음ㅠㅠㅠㅠ
흐어엉ㅎ엉엉 개새기얗으헝엉 이렇게ㅠㅠㅠㅠ
막 안도감도 밀려오고ㅠㅠㅠㅠㅠㅠㅠㅠ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막 민석이가 난생 처음으로 저런 말도 해주고
여러가지 감정으로 막 민석이한테 안겨서 울었음ㅠㅠㅠㅠ
민석이는 내 등 토닥토닥 해줬음
"나뻐 진짜ㅠㅠㅠ.."
"어?"
"씨 난 그런줄도 모르고ㅠㅠㅠ 얼마나 불안했는줄 알아?ㅠㅠㅠㅠㅠ"
"미안해"
"몰라 나쁜새끼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로 미안해"
민석이는 계속 미안하다면서 나 그칠 때까지 내 등 토닥토닥 해줬음ㅠㅠㅠㅠ
난 막 민석이 괘씸하고 그래서 어깨 퍽퍽 치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불안하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무슨 일 있어도 절대 그런 말 해서는 안 됐던 거
자기도 안다고ㅠㅠ 진짜 미안하다고 그러면서 계속 빌었음ㅠㅠ 자기가 미친 새끼라면서 더 때리라고
그래가지고 존나 더 때려버림ㅠㅠ
한참 그러다가 막 좀 울음도 그치고 진정되려고 하니까 민석이 옷에 묻은
내 눈물자국이랑 콧물자국.. 갑자기 생각나서 쪽팔리길래 막 나오려고
몸 뒤로 살짝 뺐더니 민석이가 못 나가게 더 꽉 안는 거야ㅠㅠ
"다 울었어?"
"몰라"
"미안해"
".. 알았으니까 놔줘"
계속 놔달라고 했는데도 안 놔주는 거야
막 뿌리치지도 못하게 꽉 안고 있고..
그러다가 민석이가 안고 있는 손 풀러서는
내 어깨 잡고 나랑 눈을 마주치더라? 엄청 빤히 쳐다봤음
"어...."
"....."
"좋아해"
"... 어?"
"사랑해"
"....."
"많이"
놀라가지고 토끼눈 떴음
직접적으로 이런 말 해준 적 한번도 없어서 엄청 놀라가지고
민석이 눈만 올려다 봤더니 민석이가 살짝 웃어주면서
"내가 더 잘할게"
"....."
이러면서 이마에 뽀뽀해줬음
막 아까 괘씸하고 그랬던 거 어디갔는지
어느새 다 풀려가지곤 심장 두근두근 하고 그랬어
그래도 막 티내기도 뭐하고 그냥 고개 살짝 숙이고 있었음
민석이가 자기가 말 내뱉고도 좀 어색했는지 흠 흠 거리면서 헛기침 하고 있고
어떻게 말 떼야될지 모르겠어서 생각하는 중인데
내 뱃 속에서 막 꼬르륵 거림..
그렇게 울어댔으니 배고플 만도 하지ㅠㅠㅠ
막 놀라서 내 배 잡았더니 민석이가 웃으면서 내 손 잡고
밥 먹으러 가자 그래서 못 이기는 척 밥 먹으러 갔음
뭔가 우리답게 싸우고 우리답게 푼 것 같았어
어느새 싸운 거 잊고 근데 우리 뭐먹지 이러는 거 보니까
괜히 어이 없어가지고 막 헛웃음 나오더라ㅋㅋㅋ
오늘은 뭔가 역사적으로 길이길이 남을 날인 거 같아
민석이랑 한 것도 그렇고 직접적으로 표현해준 것도 그렇고..
나한테 관심이 없는 게 아니구나 민석이도
내 생각 많이 하는구나 싶어서 엄청 좋았음ㅠㅠㅠㅠㅠ
내가 막 민석이 맨날 꼬시고 유혹하고 그랬던 이유가
왠지 민석이한테 사랑 받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아
표현도 없고 무뚝뚝하니까 더 꼬시고 싶어했던 것 같아
이렇게 조금 표현해주는 것 만으로도 좋아 죽는데..
앞으로 표현을 자주할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 민석이는 진짜 최고였음..
물론 좀 나쁘긴 했지만ㅠㅠㅠ 몰라 결론은 우리 민석이 짱이다ㅠㅠㅠㅠㅠㅠ
그 후로 오세훈한테 밥 한 번 샀어
지난 번에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오세훈은 민석이와 나 사이의
사랑의 징검다리? 같은 존재인 것 같아서ㅋㅋㅋㅋㅋ 밥 한 번 거하게 사줬음
그 후로 민석이는 나한테 엄청 잘해줬음
무뚝뚝한 건 전이랑 똑같은데 뭔가 더 챙겨주고 더 잘해주고 그랬음
요새는 민석이랑 카톡도 겁나 많이 함ㅎㅎ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
예전과는 달리 스킨쉽도 더 자주 해주고.. 뭔가 전에는 냉동만두였다면 해동만두 된 느낌?
말 그대로 내가 상상했던 그런 연애 중이였어.. 딱 나이대에 맞는 평범한 연애ㅋㅋㅋㅋ
근데 막 잘해주기만 하니까 전에 내가 유혹했던 게 더 재밌고 그런 거야ㅋㅋㅋㅋㅋ
요즘은 막 뭔가 내가 까부는 맛도 없고 민석이가 전보다는 표현 자주 해줘서 좋긴 한데
괜히 만날 때마다 진지해 지는 것 같고..
그래서 내 장난기가 또 발동해 버렸음..
누구 좋자고 이렇게 장난기가 발동하는지..ㅎㅎ.. 나 원 참..ㅎㅎ..
이름하여 '김민석 안달나게 하기' ㅎㅎ
왜 이렇게 민석이를 가만히 냅두질 못하냐고?
우리 민석이는 나한테 까분다고 할 때가 제일 멋있거든ㅎㅎ..♥
무튼 민석이를 안달나게 해보겠어! 요즘 상황으로 봐선 난이도 쉬움 예상해본다
다음 편으로 올게 하트ㅎㅎ
+ 늦어서 미안해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