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1억
지민이 뭐 때문에 그러냐며 가게에서 다시금 나와 정국에게 다가오자, 정국은 석진을 바라보다가
지민의 등을 무심하게 밀어내며 말한다.
"별 거 아니야, 들어 가."
제 24화_
나의 감정은 누가 알까
"전정국 여친? 야! 아직도 밖에 있냐? 나도 얼굴 좀 보자!"
"이미 갔어.. 쓰레기 버리고와서 보니까 없더라구.."
"미친년 아니야? 왜 지 차인 걸 네 탓을 해? 그 여자도 진짜 어지간하다 엉?"
"짜증은 당연히 나.. 근데 나 이상해."
"……."
"그 여자 마음이 이해가 가서 더 짜증이 나."
열린이의 말에 가영은 미쳤다며 고개를 저으며 제일 먼저 한 행동은 물 원샷하기였다.
열린이에게 할말은 많지만 말문이 막히는지 가영은 이마를 짚은채로 허공만 바라보다 뒤늦게 열린이에게 말한다.
"생각을 해봐. 전정국이 집을 알려줄리도 없고.. 어떻게 알고 여기 찾아왔겠어?
너 하나 짜증난다고 어떻게든 알아내서 찾아 온 사람이 불쌍해? 마음이 이해가 가?
저 사람 사랑이랑, 네 사랑이랑 같아? 저것도 어찌보면 집착이야."
"어, 알아! 근데 더 짜증나는 건..! 저 사람이 전정국 애인이란 거에 더 짜증나."
"…….."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난다고.."
"안 돼."
"……."
"너 이 상황에서 울면 안 되는 거야. 너 김석진 그 사람 사랑한다며.. 너 전정국 생각나서 우는 거면.."
"……."
말 없이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분명 잊었고, 생각도 하기 싫은데 왜 문득 네가 떠오르면 눈물부터 나오는 걸까.
그렇게 보기싫었던 너를 보면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던 게.. 이제서야 펑하고 터지는가보다.
가슴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가슴팍을 콩콩 주먹으로 내리치면, 가영이 열린이의 손목을 잡아 말린다.
"너 지금 잠깐 흔들리는 거야."
"……."
"너 김석진 그 사람 만나고 얼굴 색 엄청 좋아졌던 거 모르지?"
"가영아."
"……."
"나."
"……."
"만약에 내가.."
"……."
"전정국한테 간다고하면.. 죽어도 말려줘."
"……."
"알았지."
"…어."
그 말을 끝으로 얼굴을 가린채 엉엉 우는 열린이의 모습은 익숙하지않았다.
가영은 이 상황엔 어찌해야하나 방법을 몰라 멀뚱히 열린을 바라만보다가 식탁 의자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세상 살아가는 거.. 돈 하나로만 골치 아프면 됐지, 왜 사랑까지 지랄이냐?"
"천천히 먹어, 좀."
유비는 허겁지겁 파스타와 피자를 먹다가 곧 입을 무심하게 닦아내고선 웃으며 석진에게 말한다.
"미안해.. 내가 며칠을 잘 못먹었거든.."
"…왜."
"오빠 때문에.. 오빠가 나 안 만나줄까봐.. 근데 오늘 오빠가 만나주고! 밥도 사주니까 기분이 좋아서 막 넘어가는 거 있지?"
"…먹고 바로 가."
"…오빠 일 때문에 바쁠테니까.. 방해는 안 할게.. 이렇게라도 시간 내줘서 고맙고, 나 때문에 돈까지 써주고.. 미안하고 고마워."
"……."
"아, 배부르다.. 나 원래는 이거 다 먹을 수 있는데.. 오늘은 좀 힘드네."
헤헤.. 웃는 유비에 석진은 물 한모금 마시고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아직도 화난 눈을 한 석진에
유비는 눈치를 볼 법도 한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뻔뻔한 표정으로 석진에게 묻는다.
"우리 엄마랑, 아빠가 오빠 다시 데려오래."
"……."
"그때 일은 너무 미안하다고.. 무조건 미안하다고 하시는데.. 뭔 일 있었어? 혹시..?"
드디어 석진이 유비를 바라보았고, 유비는 얼굴이 붉어진채로 석진을 뚫어져라 보았다.
석진은 그 날의 일을 떠올렸다. 내 탓이라고 했던 유비의 아버지와, 어머니..
"혹시 너 일부러 이러는 거니."
"뭘 일부러.. 그래..?"
"다 먹었으면 일어나."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분명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먹지 못 했다며 숟가락을 세게 쥐는 유비에 석진은 인상을 쓴채로 유비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게 예전이랑 다를 거 하나도 없냐 넌..
"나 혼자 한국으로 온 거라서.. 아무것도 못하거든.. 진짜 바보같지.. 집만 덩그라니 있고 나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
"……."
"아빠랑 엄마한테 나 혼자 한국 갔다온다고 했거든.. 오빠보러."
"네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
"나 애인 있다니까."
"그게 왜."
"……."
"오빠도 예전에 나 때문에 이렇게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오빠 계속 따라다닐 거야.
솔직히 오빠도.. 내가 첫사랑이라 싫지는 않잖아? 아, 장난이야! 표정 풀어.."
"……."
"나보다 예뻐? 그 여자...?"
"어."
"아, 오빠 눈 엄청 높은데.. 오빠가 예쁘다고 할 정도면 연예인보다 더 예쁘다는 건데?"
"다 먹으면 나와."
"어? 오빠!"
석진이 먼저 일어나 계산하러 나가자, 유비는 급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석진에게 다가가려 뛰었다.
"여기서 내려주면 돼!"
유비가 석진의 차에서 내리려 손잡이에 손을 대다가 멈칫하자, 석진이 유비를 바라보았다.
유비는 한참 무언가 떠올리는듯 눈을 굴리다가 곧 뭔가 결심한듯 석진을 보며 말한다.
"나.. 가끔 이렇게 와서 점심 얻어 먹어도 돼?"
"…안 돼."
"나 한국에 아는사람 하나도 없단 말이야. 나 친구 한명 없는 거 오빠가 제일 잘 알잖아.."
"…가."
"…으응..갈게."
"……."
"내일 또 볼 수 있음 좋겠네에.."
유비가 내리고.. 석진은 착잡한 표정을 하고선 운전대를 잡았다.
전정국에게서 온 카톡에 솔직히 놀래서 한참 핸드폰만 본 것 같다.
피아노 갖다줄테니 잠깐 나오라는 연락.. 아무래도 전자피아노여도 무거운지라 혼자 들 수가 없으니 항상 못 가져왔었는데.
아니.. 어쩌면 가져 올 생각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다.
대문 앞에 나오자 지민이는 또 양손에 먹을 걸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는 내게 '하이이!'하고 인사를 했고
'왔어?'하며 나는 또 살갑게 대해준다.
"연락도 없이 왔네."
"야아 우리가 연락하고 만나는 사이냐? 난 이 집이 우리의 아지트라고 생각합니다만."
"참나 웃기네, 왜 왔어?"
"아아 실은.. 정국이가 피아노 옮기는 것 좀 도와달라고 해서어.. 어 왔다?"
지민이가 턱짓으로 옆을 가리키기에 따라보면 전정국은 자신의 차가 아닌 다른 차에서 내린다.
충분히 피아노를 트렁크에 실을 수 있는 큰 차 말이다. 아마 너는 친구에게서 차를 빌렸을 것이다.
전정국이 차에서 내려 내게 인사도 하지 않은채 트렁크로 향했고, 와보라는 전정국의 무심한 말에
지민이는 내게 음식들을 건내주고나서야 정국이를 도우러 향한다.
피아노를 둘이서 들고서 집으로 들어섰고, 나는 뒤에 뻘쭘히 서서 둘을 바라볼 뿐이다.
피아노를 방 아무곳에 놓은 전정국이 나를 바라보며 하는 첫마디.
"여기면 됐지."
"아.., 응."
"간다."
"……."
"야아 전정국! 피자 먹구 가!"
"됐어."
전에 나에게 사랑을 표하던 전정국은 어디가고 내 앞에는 차가운 전정국이 있다.
나를 지나쳐 방에서 나가는 전정국에게 할말은 딱히 없었다.
이 감정을 뭐라 표현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한참 가만히 있었던 것 같다.
"이사를 간다고?"
"네.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요."
"아, 윤비서 없으면 안 되는데.."
"……."
"언제 가려는 건데? 이사를.."
"아마 다음주 월요일.."
"사흘뒤면 가잖아? 이렇게 갑자기 말해서 관둔다고 하면.."
"죄송합니다."
"일이 꼬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마음이 안 좋아서 그래.. 나 이제 윤비서 알아가는 것 같아서 좋았는데."
"……."
"일단 알았어. 나가봐."
"네."
윤기가 방에서 나가자, 석진은 팔짱을 낀채로 흐음.. 하고 아저씨마냥 이상한 소리를 내고나서야 눈을 굴려 생각을 한다.
갑자기 이사를 간다고..? 가영씨를 두고?
마침 열린이에게서 오는 전화에 석진이 활짝 웃으며 전화를 받는다.
"응 열린씨."
- 뭐해요? 점심 먹었어요?
"점심 아직 안 먹었죠. 왜요? 같이 먹자구요? 난 좋은데."
- 나 아직 말 안 했는데?
"아니에요?"
- 맞아요. 점심 같이 먹자구..
"그럼 내가.."
- 아, 아니에요! 나 이미 백화점 앞이거든요! 가영이랑 쇼핑하러 왔다가..
가영이는 뭔가 윤비서님 만나려는 것 같아서 빠져주려구요!
"아, 그래요? 그럼 내려갈게요."
석진이 전화를 끊고서 자켓을 입고 나가는듯한 장면이 비춰진다.
"일을 관둬요!?"
"네. 사직서를 빰! 하고 내던데요? 나 완전 반했잖아.. 사직서 무심하게 내는 사람 돼보고 싶었는데.. 내 우상이 바로 옆에 있었다니."
"별게 다 우상이네요.. 갑자기 왜 일을 관둬요?"
"글쎄요.. 사정이 있다고해서 더 묻지는 않았거든요. 꽤 믿었던 친구라 의심하기도 싫고, 따지기도 싫고."
"아.. 그럼 가영이랑은.."
"그래서 그게 궁금해서요.."
"으흠.. 아, 뜨!!"
우동 국물을 마시다 너무 뜨거워서 뜨! 하는 열린에 석진이 지가 더 놀래서는 눈을 크게뜬채로 열린을 걱정한다.
그런 석진의 표정이 웃기고도 좋은지 열린이 소리내어 웃으면 석진은 '왜요오..'하고 삐진 척을 한다.
"석진씨 진짜 첫인상이랑 너무 달라서 너무 귀엽달까?"
"제 첫인상이 왜요? 나 딱 봐도 천사상 아닌가요."
"아.. 아니, 그건 아닌데."
"에??"
"뭔가 뭐랄까.. 지만 알고, 싹수도 없을 것 같달까.."
"진짜 여태 열린씨한테 들었던 말들중에 제일 충격적인 말들이라.. 나 며칠은 좀 마음이 공허할 것 같은데.. 이해해줄 수 있죠?"
"며칠은 무슨! 한달이라도 괜찮으니까 푹 쉬어요."
"진짜 너무하네."
"우쭈쭈."
그의 턱을 매만지며 우쭈쭈 하면 석진은 금세 또 기분이 풀려서는 베시시 웃는다.
"쇼핑하러 왔다가 그쪽 여기서 일 하는 거 생각나서요."
"아, 네."
커피를 손에 쥔채 앞만 보고있는 둘의 사이에선 찬바람이 부는듯했다.
여기서 까마귀 소리만 들린다며 딱 적당할 것이 분명하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쇼핑하러 왔다가 그쪽 보러 왔다며 핑계를 대는 가영에 윤기는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이사 언제 가요? 진짜 가요?"
"다음주 월요일ㅉ.."
"다음주!?! 뭘 그렇게 빨리가요?????나랑 더 놀아줘야지!"
"……."
"…라고 말하는 사람 없어요?"
"……."
"왜 웃어요?"
"아, 아니요. 그런 사람 없습니다."
"아, 그래요?"
크흠.. 헛기침을 하는 가영을 대놓고 쳐다보던 윤기는 콧방귀를 뀌듯 웃었고
가영은 힐끔 윤기를 바라보고선 자신을 보며 비웃듯 웃는 윤기에 기분이 나빠졌는지 인상을 쓴채로 말한다.
"왜 그렇게 웃어요?"
"제가 어떻게 웃었는데요."
"기분 나쁘게요."
"기분 나빴어요?"
"네! 비웃듯이 웃는 거..! 그거 완전 기분 나빠요."
"미안해요."
"바로 사과하면 어쩐담?.. 아! 혹시 오늘 저녁엔 뭐 해요?"
"글쎄요. 집에 있지 않을까요."
"그럼 밥 먹어요. 내가 사줄게! 나 스테이크 먹고싶거든요."
"그래요."
"내가 사준다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뭐가요."
"이 여자.. 스테이크를 사준다니.. 감동적인 걸..이라거나! 내가 사주고 싶은데.. 내가 사준다고 할까..라거나!"
"둘중에 하나 선택해요?"
"아니이! 선택하라는 게 아니라아!!"
"제가 사줄게요."
"……."
"스테이크."
스테이크라고 말하는 입술이 왜 이렇게 섹시해보이는가.. 가영은 대놓고 윤기의 입술을 바라보다
자꾸만 야한 생각이 들어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미친듯이 저었고
윤기는 그러 가영이 무서운지 몸을 뒤로 빼 가영을 피하듯 행동을 했다.
"야.. 전에 카페보다 좋은 것 같아. 고등학교 앞이라 여고생들 짱 많이 오겠눈데에에~~"
"그렇게 여자가 좋으면 알바나 하지 그러냐?"
"미안하지만.. 내 나이에! 여고생 보고 좋아하는 거 티내면 경찰서 직행이야아!!!"
"생각은 있구나?"
이 좌식이! 하며 지민이 정국을 때리는 시늉을 했고, 정국은 카페 정리를 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되게 할 게 많은 것 같았는데.. 정리할 게 하나도 없구나.
결국엔 열린이의 집에서 가까운 곳에 카페를 차렸지만, 그렇다고해서 열린을 찾아가고 그럴 생각은 없었다.
반개월만.. 반개월만 일 하다가 그러다 다른 곳으로 가버리던가 해야지.
"근데 너 요즘 열린이한테 엄청 뜸한가보다?"
"어. 야 핫초코 마실래?"
"어! 나야 좋지!!"
말을 대놓고 끊고 다른 얘기를 했는데도 눈치없이 해맑게 웃으며 좋다고 하는 지민이 귀엽기도 하면서 바보같은지 정국이 웃어보였다.
"다음주에 오픈한다고 너?"
"어!! 치킨집!! 너 이제 큰일났다? 치킨 질려서 못 먹겠다고 하면 안 돼? 나 맨날 싸올 거니까."
그러다 카페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사람을 보면..
"나 왔어."
반갑지 않은 얼굴에 정국은 몰래 뒤 돌아 한숨을 내쉰다.
"어어.. 누나.. 오랜만이네..!"
"응. 그러게.. 카페 오픈한 거 아니지..?"
"어! 내일한대!"
"어쩐지이.. 정국이 비주얼이면 이미 여자 손님분들 다 꼬였어야했는데.. 아무도 없어서 놀랬잖아."
전화를 해도 받지않는 윤기에 가영은 정성들여 고데기 다 해놓은 머리를 쥐어뜯다가도 금방 정신을 차리고서 침착하게 핸드폰 화면을 본다.
그래.. 침착해.. 잠깐 뭐.. 핸드폰 충전시켜놓고 다른 볼일을 보고있을지도 모르잖아?
침착해.. 침착하자.. 또 한 번 걸어봐? 말아? 아, 그래.. 카톡을 보내자..
[어디예요?]
몇분이 지나서야 답장이 온다.
[죄송한데요..]
가영은 급히 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딱 봐도 약속을 취소하려는 게 분명해.
가영은 누가봐도 화난 얼굴을 하고서 윤기가 전화를 받으면 급히 큰 목소리를 내었다.
"절대 안 돼요! 약속 취소하는 순간 저 그쪽 샌드백 패듯 하루에 한시간은 팰 거예요!!"
- …여보세요?
"뭐요!!!!"
- …아니, 약속 취소가 아니구요.
"……."
- 방금 막 씻고 나와서요. 한 여덟시쯤 만나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
"아니!!! 그거 물어보는데 왜 죄송한데요..라고 카톡을 보내요? 사람 오해하게!!"
- 다 보낸 게 아니었는데..
"그럼 왜 띄엄띄엄 보내요! 한꺼번에 보내지!!"
- …….
"……."
- 죄송해요.
"웃어요?"
- 아, 아니요.
"끊어요!"
가영이 전화를 끊고 소파에 벌러덩 누워 허공에 하이킥을 날렸다.
그리고 한편.. 윤기는 전화를 끊고나서 귀가 다 아픈지 인상을 쓰다가도 웃음이 나오는지 살풋 웃어보인다.
진짜 특이한 사람이라니까..
"아..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내일 봐요! 바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아.. 아, 괜찮아요! 정말.."
전화를 끊은 열린이는 풀이 죽어서는 꺼진 핸드폰 화면만 보았다.
오늘 저녁 같이 먹자고 할랬더니만.. 바쁘다고 그러네.. 입술을 삐죽 내밀고서 tv를 보던 열린이는
얼마 전에 피아노를 옮겨준 정국이 떠오르는듯 시선이 허공으로 향한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구구절절 만나달라고, 봐달라고 했던 애가..
피아노 가져가라고 찌질하게 굴었던 애가.. 차가운 눈을 했고, 피아노까지 직접 갖다준다.
왜 갑자기..?
"왜..?"
분명 내가 찬 게 맞고.. 내가 아예 끝내자고 한 게 맞는데..
뭐가 이렇게 심란하고 거슬리고, 마음 한켠에 묵직한 것이 앉아있는 것 마냥 답답한지..
전정국도 나를 아예 잊은 건가..? 그때 그 말 해서? 바로? 그게 말이..
"될 수도 있겠네.. 걔 성격이면.."
모르겠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아져서 tv에 집중도 안 되고.. 쿠션에 얼굴을 묻고 한숨을 쉬는 열린이의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소리내어 웃었을 텐데. 집엔 열린을 제외한 그 누구도 없다.
"열린이 남친분 바쁘다고해서 집에 혼자있는대서.. 열린이한테 가보려고! 걔 혼자있으면 우울해하잖냐."
"어.. 근데 이거 가게 간판 너무 촌스럽지않냐.. 그리고 이름이 이게 뭐냐?"
"뭐어!!"
지민이네 치킨이닭!이란 글자가 떡하니 써져있는 간판에 정국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너처럼 사업 막 하는 애는 처음이다 진짜.
"야아! 왜애! 원래 사업은 다 찔러보는 거라고 우리 엄마가 그랬다 뭐~?"
"그래.. 너희 어머니는 네 말이면 다 대주시니까 다~ 찔러봐."
"그럴 거다!!"
"먼저 간다."
"야아! 열린이 안 봐도 돼?"
"내가 걔를 왜 봐."
"어어? 야아아! 전정국!!"
정국이 지민을 뒤로한채 백화점 앞으로 향했다. 백화점 건물 앞에 대충 세워놓았던 차에 타기 전에 차에 기대서 담배를 핀다.
그렇게 피지 않았던 담배들도 요즘들어 더 피는 것 같네.. 진짜 영화, 드라마에서나 보던 꼴초들이랑 다를 게 뭐야.
"짜잔!!! 어어! 오빠 놀랐다! 그치? 놀랐다!"
"…여기서 뭐해."
"오빠 항상 퇴근하면 이쪽으로 나오길래 기다렸지..! 마침 딱 오빠 차도 여기 주차 돼 있길래."
"……."
"나 오늘 한끼도 안 먹었어! 오빠랑 같이 먹으려구 안 먹었는데.."
"…가."
"아, 오늘!! 오늘 마지막으로! 오늘만..!"
"……."
"오빠가 나 보기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좀만 있다가 다시 미국으로 갈게."
"……."
"마지막으로 사줘. 응? 제발 부탁이야.."
정국은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갤 돌렸다. 석진과 유비.. 유비는 석진의 팔을 잡았고, 석진은 팔을 뿌리치지도 않고 가만히 유비를 내려다본다.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가 둘을 한참 보고있으면.. 석진은 한숨을 내쉬고선 턱짓으로 조수석을 가리킨다.
'타' 짧은 한마디에 유비는 신난듯 쩔뚝이며 조수석으로 향하려 정국의 차를 지나쳐 가려고 했을까..
"아..!"
"……."
"죄송합ㄴ.."
"……."
정국과 부딪히고.. 죄송하다는 말에도 대답않는 정국에 유비가 겁 먹은듯 정국을 올려다보며 담배 연기에 기침을 한다.
그리고.. 석진이 뒤늦게 정국을 바라보았고.. 둘은 또 이렇게 마주치게 되었다.
항상 웃기만하던 석진은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정국을 보고.. 정국 또한 차가운 얼굴로 석진을 보다
바닥에 떨군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며 말한다.
"양다리?"
"…뭐라구요?"
"바람피는 거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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컹스컹스 내일은.. 짐을 싸야대용.........................
그리고 목금토일!!!! 못낼 수도 있어요 ㅠ_ㅠ
최대한 내일 목요일에 낼 거!!!!!!!!!!!!!!!!!! 쓰도록 노력해볼게용!!!!!!!!!!!!핡핡 내일봐요 우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