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 나 근데 지금 몸이 이래서 잘 때 누나가 껴안는 거 못 받아줘
탄소: ??? 너 혼자 잘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한: ??? 누나는 그럼 어디서 자는데? 나 누나 방에 가서 같이 자는 거 아니었어??? 걱정되니까 옆에 두려는 거라며
탄소: 그건 잠들기 전까지의 사정이고, 너 재우고 나면 딴 방 가서 잘 거야
지한: 빈 방도 없을 텐... 아 하지 마라 진짜
석진: 그래 너 정말 태형이랑 같이 자는 거 그만해라
지한: ?
태형: 뭐 왜 니가 보면 어쩔 건데
남준: 애가 왜 이렇게 삐딱선을 탔어?
지한: 잠깐만, 김태형 쟤가 누구와 뭘 해요?
탄소: 자 지한아 환자는 릴렉스~
지한: 누난 나 없는 사이에 딴 놈이랑 같은 이불 덮고 잔 거야?!
지민: 야 아니 넌 말을 왜 그따위로 해!!!!!
호석: 저 대사가 원래 남매 사이에 쓰이는 거였나
윤기: 몰라 말하는 것만 들어서는 불건전한 바람 현장의 정석인데...
지한: 입이 있으면 말을 해봐!!!
탄소: 내가 언제 김태형이랑 잔댔어!!!! 김석진한테 갈 거야!!!!!
지한: 그것도 맘에 안 들어!!!!! 차라리 거실에서 자!!!!!
탄소: ??? 인성???
윤기: 조인성?
탄소: 오빠한테 다 이른다 하나도 안 친한 민모씨의 아들 모 윤기가 자꾸 오빠 이름 가지고 놀린다고
석진: ? 오빠?
탄소: 예스예스 나 키티 컵 사준 거 우리 오빠~~~
남준: ...! 와, 설마하던 그 짐작이...
호석: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동생이 배우인데 그 동생도 몰랐던 표정이거든 지금
지한: 어쩐지 ㅎ... 누나랑 가족인 거 알려진 후로 촬영장에서 대우가 달라지더라니...
탄소: 뭐야 언놈샛기가 그랬어!!!!!
남준: 콘서트에서 저 성량으로 노래를 해야 하는데 (절레) 그럼 어떤 마이크를 쓰든 다 뚫지 않을까
윤기: 약간 3옥타브 솔까지 들렸던 것 같아 순간적으로
호석: 그건 좀 오반듯여
정국: 누나 노래에서 제일 높은 음이 뭐예요? 고음 엄청 올라가던데
탄소: 엄... 태형이가 스티그마에서 제일 높은 음이 4옥타브 레였나?
남준: 그랬을 거예요 아마
탄소: 소향 선생님이 4옥타브 도를 진성으로 내신단 말이지 내가 그거 유X브에서 봤거든? 그럼 내가 도랑 레를 들어본 거잖아 그래서 미를 하고 싶었는데 연관 동영상에서 7단 고음으로 4옥타브 미까지 올라간 걸 또 봤어
윤기: 서론이 길어
탄소: 근데 난 직업이 가수야 그 분은 유튜버시고
지민: 설마 그래서
탄소: 4옥타브 파!
지한: 어 나 4옥타브 파 그거 브아걸 식스센스 고음 부분에서 들어봤,
탄소: 에네르기파라도 쏘면 조용히 할래?
석진: 그냥 네가 내 방에 온다고 한 마디만 하면 됐을 일인데 왜 에네르기파가 나와
태형이 아니라 저를 생각했었다는 탄소의 말에 금방 욱한 마음을 가라앉힌 석진. 형의 급격한 차분함에 정국은 표정이 떫어졌습니다. 갑자기 잘 시간이 지났다는 둥, 얼토당토 않는 핑계를 대며 누나의 손목을 잡아 당기는 저 뻔뻔함을 어떻게 제지하면 좋지.
정국: 누나 나 혼자 자기 무서운뎅
태형: 가식적인 말투 쓰지 마라
남준: 오~ 막내들 싸우는데~
호석: 볼풀장에 낑겨 눕던 우정도 누나 앞에선 종잇장이 되고요
탄소: 정국이랑 태형이가 같이 자 누나는 형이랑 잘게
지한: 됐거든? 가긴 어딜 가려고
탄소: 울며 불며 화해한지 반나절도 안 지난 사이에 할 말은 아니다만 너도 그랬잖아 자면서 껴안는 거 못 받아준다고
석진: 잠깐만 그 말인즉슨 내가 지한이 대용품이란 소리 아냐
탄소: ??? 넌 형아랑 뽀뽀하면서 자냐???
석진: 드러운 소리 좀 하지마
탄소: 그래 근데 왜 그런 헛소리를 하냐고
석진: ?
윤기: 아 좀 욕하고 싶어
남준: 이번엔 안 말립니다
호석: 아니 말릴 생각은 안 하고 부추기고 앉았으면 어떡해;;;
탄소: 손만 잡고 잔다고 안했다
지민: 뭐예요?
탄소: ...아 지민이 생각을 못 했.... 아... ㅇ...아.....
지한: 진짜 넌씨눈 장난 없다...
석진: 처남 잘자! 내일 보자고! 너네도 잘 자라!!
정국: 뮁
호석: 처어어어어남?????
지한: ... ... (나쁜 말)
호석: 오우, 입이 거치시네
지한: 내가 지금 환자라고 개무시하는 거죠 저거
지민: 그러게 처음부터 누나랑 얌전히 들어가서 잤으면 좀 좋아? 발이나 닦고 얼른 자!
윤기: 지민이가 되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의 정석으로 보인다고 하면 실례겠지?
정국: 저 형이 누구 동생인데 범에 비유를 해여
지한: 그거 누나랑 나를 동시에 까는 거잖아
남준: 자자 지한씨도 누나 방 들어가서 푹 쉬고 이만 자야죠! 들어갑시다~
지한: 예? 아니 잠시만, 아니, 저,
남준: 환자는 절대안정이 중요하다고 들었거든요~
손만 잡고 자겠다곤 하지 않았다는 탄소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방으로 들어가버리는 석진. 어째 그 한 마디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지한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처남 소리에 기가 막히고 어이가 팔짝 뜁니다. 오죽하면 나쁜 말을 했을까요. 눈물의 남매 상봉은 이렇게 흐지부지한 화해 과정처럼 흐지부지 잊힌 것 같습니다. 감동스러운 순간이 오래 가질 못하기 때문에 감동스럽다는 말이 괜히 생긴 건 아니라는 거죠.
연장자 둘이 요란스럽게 사라지니 다른 멤버들도 잘 준비를 하러 들어가고, 지한은 그에 휩쓸려 탄소의 방 침대에 누웠습니다. 자신이 지민의 도움을 받아 씻고 있는 동안 미리 청소를 해두었던 건지 깔끔하네요. 심신 안정을 위한 클래식까지 블루투스 스피커의 작은 볼륨으로 틀어져있다는 게 좀 웃기지만요. 옆에 같이 놓여있는 휴대폰을 보아하니 여러 대의 휴대폰을 쓰던 버릇이 여전했나봅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남준과 지민에게서 누나의 동창이랍시고 어느 이름을 들었는데요.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에 그나마 알고 있는 건 기억하고 있다는 것도 지긋지긋한 박지민.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네요. 몸도 고생 중인데 괜한 골칫거리 키우지 말자 싶어 얌전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뭐가 되었든 누나가 지워버린 중학생 때의 시간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죠. 그게 지금으로서 바랄 수 있는 최선이기도 하고요.
탄소: 처남이라니 세상에
석진: (뒤늦게 부끄러움)
탄소: 나 너무 설렜어, 지나치게 좋아가지고
석진: 몰라 얼른 잠이나 자
탄소: 네가 결혼하자고 말하는 날엔 관 짜고 들어갈 것 같아
석진: ...뭔가 좀 이상한데?
탄소: ㅎㅎㅎㅎ (안 들림) ㅎㅎㅎㅎㅎ 김석진이 나한텧ㅎㅎㅎ 결혼하자고 하면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할 수 있겠짛ㅎㅎㅎ
석진: ... ...
자기가 꽃다발 속에 다이아 반지 넣어서 예물이랍시고 안겨준 건 기억도 나지 않는가 봅니다. 지인들과 함께 만나는 자리에선 예비신랑이라 소개하라는 것도 기억하지 않는 걸까요. 호박 식혜 먹다가 결혼하자고 한 몇 시간 전의 일은?
석진: 널 진짜 어쩌면 좋냐
탄소: (그새 잠듬)
석진: 난 이제 겨우 한 마디였는데 전부를 들은 것처럼 좋아해주면 너무 미안하잖아
이날 밤 탄소는 무척 오랜만에 청해보는 깊은 잠에 뒤척임 한 번 없이 순하게 잘 잤다고 합니다. 잠버릇이 껴안기인 탓에 탄소의 팔로 허리가 감긴 석진만 미묘한 기분에 잠을 설쳤죠.
석진: 이론만 빠삭하고 실전에 써먹질 못하는 김탄소야...
탄소: zZZ
석진: 언제까지 뽀뽀만 할까 생각하는 내가 너무 미워지잖아...
근본 없는 자아성찰을 하며 마음을 닦은 석진은 느지막이 잠에 들었습니다. 꿈도 꾸지 않을 만큼 푹 잠든 탄소처럼만 잤으면 좋겠는데 워낙 힘들게 눈이 감긴 터라 그건 아쉬운 부분이네요. 잠들기 직전까지 본 그 얼굴을 꿈 속에서도 만났습니다.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으로 보아, 한 번쯤 상상해보았던 그 장면이에요.
탄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석진: 이게 꿈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상상
탄소: 뭐야 이상해
석진: 평범하게 만났다면 어땠을까 우리
탄소: 뭐 잘못 먹었어?
석진: 평범하게 살았다면 널 만나지 못했을 것 같아서 이걸 꿈으로만 남겨두고 있기는 해
하지만 그래도 꿈속에선 이렇게 너와의 시간을 마음껏 상상해보곤 하지. 연예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대학을 졸업하는 동시에 결혼을 했을 지도 모른다는 너와 어릴 땐 아버지와 같은 회사원이 되고 싶었던 나니까. 지금처럼 머뭇거리는 동안 네가 먼저 반지를 내밀고, 결혼하잔 말을 하는 일이 없지 않았을까.
석진: 마음과 같아선 이미 결혼하자고 했어...
탄소: (화들짝) 정말이야?
석진: ...?
탄소: 자다 깼더니 김석진한테 청혼 받았다!!!! 로또, 로또 사러 가야 해!!!!
석진: 뭐, 뭔 소리야... 아침부터 뭐가 문제... (잠 깸)
탄소: 사실 로또 당첨보다 내 돈이 더 많지만 기분은 내야지!!
석진: 아 제발... 기억에서 잊어줘
탄소: 싫어 평생 기억할 건데 왜 잊어
석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짜증나아...
탄소: ... ...
쪼르르 석진에게 안긴 몸을 빼내어 방을 뛰어나온 탄소가 지한이 있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문을 열고 하는 말은 난감합니다.
탄소: 김석진 너무 귀엽다!!!!!
지한: (짜증)
탄소: 네 매형 완전 최고다!!!!!!!
지한: 홧병 나서 죽는 꼴 보고 싶지
탄소: 김!!! 석!!! 진!!!! 만!!! 세!!!!!
나이는 스물 일곱이나 먹어놓고 하는 짓은 유치원 가서 좋아하는 남자애한테 고백 받은 유딩만도 못하군요. 그게 매력이지만요.